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41
칼날에 불꽃이 튀는 것을 신호탄으로 동국과 서국의 요인들이 격돌했다.
그 장면이 중계 화면을 통해 퍼졌다.
심지어 태양전을 치르고 있는 사용자들도 화면을 띄워 둘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였다.
랭커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고, 이제는 2진에 속하는 자들까지 합류하며 야훼2가 있는 전장은 순식간에 태양전의 핵으로 돌변했다.
화기를 난사하고 있는 파괴마신707이 친구 채널을 통해 소리쳤다.
-야! 중계 화면 봐 봐! 지금 화면에 나 잡히고 있는 거 맞지? 저거 나잖아!
데스공쥬의 목소리도 떨렸다.
-그러네. 우리가 태양전 메인 화면에 잡히다니. 이러다가 유명인 되는 거 아냐? 호호호!
최강코드명이 말했다.
-이미 유명인이야. 전 대륙의 사용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니까.
“좋아! 내가 바로 파괴마신이다!”
파괴마신707이 출력을 높이며 돌진하는 순간 증강현실이 픽 하고 꺼졌다.
‘어?’
잠시 후 기체가 폭발하고, 데스공쥬와 최강코드명이 거울처럼 몸을 틀었다.
“파괴마신!”
서국의 랭커 꼬마마녀가 부서진 기체를 밟고 있었다.
“안녕?”
단지 시뮬레이션일 뿐이지만 목소리를 듣는 순간 두 사람은 영혼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두 번의 폭음성이 연달아 터졌다.
‘이런…….’
시로네는 친구들의 죽음을 확인했으나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지스가 전장에 합류했다.
-야훼2. 제가 커버하겠습니다.
대등하게 싸우더라도 레벨의 차이에서 오는 동력의 부족은 어쩔 수 없었다.
‘보조 충전 장치를…….’
시로네가 물러서기 직전, 꼬마마녀가 가지고 있는 유탄을 모조리 퍼부었다.
“야훼2를 잡아!”
그녀의 말을 듣고 깨달은 서국의 랭커들이 화력을 집중시키자 폭발이 일어났다.
“후우우우!”
박지로 빠져나온 시로네가 비틀거리며 몸을 세우는데 연무 안에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와일드 웨스트였다.
“겔겔겔.”
폭격으로 고립된 그는 계속 방아쇠를 당기며 빈 탄창을 돌릴 뿐이었다.
“재수 없게 걸렸네.”
유령처럼 나타난 오퍼레이터가 그의 하이 기어를 향해 흑장을 내질렀다.
기체가 관통되는 소리가 들리고.
“……탁월한 판단이야.”
박지로 코드를 뛰어넘은 시로네가 와일드 웨스트의 앞에서 칼을 맞았다.
‘내가 죽는 게 나아.’
와일드 웨스트는 야훼2와 눈을 마주쳤다.
“빚이구먼.”
기체 전체에서 전기가 흐르는 것을 보는 와중에도 그의 손은 탄창을 채우고 있었다.
흑장이 빠져나가고.
야훼2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44매그넘의 총구가 전방으로 불을 뿜었다.
탕! 탕! 탕!
오퍼레이터가 옆으로 도주했다.
‘저건 위험하지.’
유탄의 포연이 걷히면서 중계 화면에 잡히자 태양전의 모든 사용자가 움찔했다.
‘뭐야?’
야훼2가 쓰러져 있었다.
‘일단은 1승.’
차갑게 카운트를 올린 오퍼레이터는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몸을 날렸다.
‘동력을 감안한 희생은 좋았어. 하지만 동국의 사기는 어떡하려고?’
이지스가 페르미에게 통신했다.
-야훼2 사망! 스타트 지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전투 지점을 포기하고 후퇴할까요?
-그냥 버티고 있어. 어차피 다시 돌아올 거야.
-하지만 현재 동국의 사기가…….
-올라가겠지.
-네?
이지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묻는 그때, 페르미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 크크크크.
진심을 다해 하이 기어의 사용자가 되겠다면.
-사장님?
-버텨.
맹렬한 기세로 질주하는 페르미의 속도가 통신 주파수를 타고 전해졌다.
-거기가 제일 재밌는 곳이 될 테니까.
태양전 (4)
동국 스타트 지점.
해발 600미터의 제타 고원 밑에 위치한 임시 막사에서 시로네는 눈을 떴다.
미드 기어 안이었고, 급속 충전이었다.
‘그래도 20분이 지났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딜레이가 크기 때문에 사망의 페널티가 생기는 것이다.
문을 열고 나가자 수많은 길드의 3진들이 부활한 자들을 정비하고 있었다.
스타트 지점은 총 세 군데가 있지만 이곳에만 해도 100명이 넘는 사용자가 있었다.
“야훼2.”
미드 기어에서 거의 동시에 깨어난 파괴마신707 일행이 다가오고 있었다.
데스공쥬의 오른팔이 사라져 있었다.
“너도 사망했구나. 미안해. 우리가 조금 더 너를 지켰어야 했는데…….”
모든 사용자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자 본래의 임무를 망각하고 말았다.
‘야훼2 대신 우리가 죽었어야 했어.’
한순간의 판단 착오가 이런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는 사실에 그들은 의기소침했다.
“괜찮아. 우리가 실수했다는 것은 서국도 같은 실수를 했다는 거니까. 완벽한 쪽이 이기는 게 아니야. 얼마나 빠르게 변수를 통제하느냐의 싸움이지.”
그들이 고개를 들었다.
“서국이 두 번 실수할 때 동국이 한 번만 실수하면 그 자체로 이득이야. 승리에 집중하자. 우리가 전열을 이탈했다고 전세가 기울 만큼 동국이 약한 것도 아니잖아.”
시로네의 위로에 용기를 되찾은 파괴마신707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부터는 중계에 신경 쓰지 않을게.”
금화륜의 3진이 수레에 한 더미의 짐을 싣고 다가와 정비를 시작했다.
데스공쥬의 오른팔이 다시 장착되고, 다른 자들에게는 보조 아이템이 지급되었다.
‘어마어마한 물량 싸움이다.’
대형 길드는 사망 페널티에 대비해 같은 파츠를 여러 개 구비해 둔 상태였다.
철갑탄과 유탄이 채워지고, 각각의 인원에게 보조 충전 장치가 지급되었다.
최강코드명은 금화륜 3진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야훼2를 돌아보았다.
‘괜찮다고?’
완벽한 적은 없다.
상대성의 총체인 전쟁에서 이보다 더 자신감을 북돋는 말이 또 있을까?
‘하지만 아무나 내뱉을 수 없는 말이지. 대체 얼마나 많은 전쟁터를 경험해야…….’
이토록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일까?
금화륜 3진이 말했다.
“최대한 빨리 복귀하라는 지시입니다. 고원을 올라갈 때 부스터를 사용하십시오.”
600미터 높이를 어떤 방식으로 올라가느냐에 따라 동력 소모의 총합이 크게 바뀐다.
‘초기 전략은 긴급 기동인가.’
아직은 기세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에 시로네도 납득하고 막사를 나섰다.
“가자!”
수십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로켓엔진을 가동하며 고원 위로 올라갔다.
-야훼2. 전장 합류.
길드 통신을 하자 이지스가 답했다.
-난전입니다. 7분 안에 도착할 수 없다면 우회해서 중앙을 치는 게 좋겠어요.
위성 영상을 확인하자 서국의 내로라하는 사용자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욜가의 아들이 보였다.
‘잘 싸우네.’
오퍼레이터와 꼬마마녀의 협공 속에서도 능수능란하게 시간을 벌고 있었다.
‘오퍼레이터는 바깥에 있다. 따라서 전술적으로는 태양궁을 찔러보는 게 베스트야.’
페르미가 선택권을 넘긴 이유는 시로네의 현재 상태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합류한다. 터보로 갈게.
잠시 후 응답이 왔다.
-승인합니다.
야훼2의 기체가 가속도를 높이자 파괴마신707과의 거리가 점차 벌어졌다.
“우와, 이제 우리보다 빠르네.”
최강코드명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그렇게 될 거였잖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태양전을 이기는 거야.”
데스공쥬가 말했다.
“응. 중계 화면에 잡히든 말든.”
서로 시선을 교환한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스터를 발동했다.
한편 전장의 중심으로 향하는 시로네의 앞에 익숙한 코드명이 나타났다.
“이 개자식아!”
서국의 랭커 비사문천의 기체가 시로네의 앞을 철벽처럼 가로막았다.
온갖 종류의 화기가 불을 토해 내는 순간 시로네는 황급히 몸을 날렸다.
‘쳇, 하필이면.’
이지스가 요구한 시간은 이제 3분.
“크하하하! 왜 그래? 갈 길이 바쁜 모양이지? 하지만 너는 내 손에 죽……!”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파괴마신707이 비사문천의 옆구리에 기체를 처박았다.
쿵 하고 거체가 밀려나고, 최강코드명과 데스공쥬가 사격을 하며 합류했다.
“야훼2! 가! 여긴 우리가 맡을게!”
“하지만…….”
설령 3명이 합공한다고 해도 서국 랭커인 비사문천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거체에 매달린 파괴마신707이 눈을 맞췄다.
“두 번 실수는 안 해. 그렇지?”
총알 방패라도 상관없다.
“…….”
전방으로 몸을 돌린 시로네는 마지막까지 머물러 있던 시선마저 거두었다.
“다빈치.”
등 쪽 어깨가 열리면서 에너지를 출력하자 풍경이 급속도로 밀려들었다.
목표 지점에 도착하자 30명이 넘는 랭커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오퍼레이터.’
시로네는 그들을 무시하고 돌진했다.
이지스가 사망했다.
그녀가 말한 7분일 터였고, 욜가의 아들이 오퍼레이터와 꼬마마녀를 상대했다.
중계 화면에 다시 야훼2가 잡혔다.
“도착했다.”
사용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꼬마마녀의 눈이 급격히 치켜떠졌다.
‘내가 잡는다.’
비록 시뮬레이션이라도 시로네가 다른 누군가에게 사망하는 건 불쾌했다.
야훼2에게 돌진하는 그때 욜가의 아들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출력과 출력의 대결.
“흐으응!”
엔진의 힘에서 밀린 그녀가 끌려가자 칼날 손톱이 달린 손이 날아들었다.
고개를 젖혀 회피한 꼬마마녀는 왼손을 무기화시켜 욜가의 아들을 공격했다.
퍼퍼퍼퍼퍼펑!
불꽃이 터지고, 거리를 벌린 욜가의 아들이 방어 자세를 유지하며 말했다.
“자중하죠? 여기서 주인공은 우리가 아니니까.”
“너…….”
꼬마마녀가 말을 꺼내려는 그때 오퍼레이터가 있는 쪽에서 끔찍한 굉음이 터졌다.
“붕괴.”
익숙한 소음에 고개를 틀자 수많은 랭커들이 허공에서 충돌하고 있었다.
욜가의 아들이 씁쓸하게 웃었다.
“저건 힘들지.”
결정적인 상황에서도 언제나 오퍼레이터를 생존하게 만들었던 희대의 비기.
‘뭐…… 얻은 놈이 괴물이긴 하지만.’
흑장은 제작 아이템.
7단계 공정의 부속품을 전부 모으려면 하이 기어 세계를 수십 바퀴는 돌아야 한다.
기체의 파편이 비처럼 쏟아지는 곳에서 오퍼레이터는 야훼2를 겨누었다.
“확실히 끝내 줄게.”
붕괴로 랭커를 정리한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실력의 차이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시로네가 미켈란 건을 작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