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43
“코드가…….”
야훼2의 코드가 바뀌는 것에 따라서 전체의 코드가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마치 화면 위에 볼록렌즈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묘한 질감이었다.
스마일 마크가 물었다.
“어떻게 이게 되죠? 1명의 사용자가 외부 코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나요?”
“바꾸는 게 아닙니다.”
톱니바퀴 마크가 말했다.
“인위적인 조작이 아니에요. 야훼2의 변화에 맞추어 자동으로 코드가 재정립되고 있는 겁니다.”
요妖가 중얼거렸다.
“시스템과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밸런스는 무너지지 않는다, 라는 건가?”
막대 사탕 마크가 동의했다.
“네. 실제로 야훼2의 스테이터스는 큰 폭으로 변하지는 않고 있어요. 아마도 야훼2의 진동을 감당하는 시스템 전체의 한계치가 아닌가 싶은데요.”
“흐음, 머리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완벽하게 동화되었다고 보는 게 옳겠군. 마치 공진 같은 거네. 함께 흔들리는 거 말이야.”
검은 서클 마크가 말했다.
“결국 하이 기어는 안전하다. 오류도 아니다. 하지만 호스트의 권한은 이미 넘어섰고, 오퍼레이터는 인플레이에서 패배했다. 자, 이제 어떡할 거지?”
정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군가가 새된 소리를 냈다.
“넘버세븐은 대체 어디 간 거야?”
***
제1수성 권한을 가지고 있는 승천 길드는 사망 시 태양궁에서 부활한다.
급속 충전 시간 20분을 채운 미드 기어가 열리고 오퍼레이터가 천천히 눈을 떴다.
모든 풍경이 생소했다.
로우 기어가 있는 태양로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녀는 통신 채널을 열지 않았다.
‘죽었다.’
위성 영상을 확인하자 동국의 병력이 태양궁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아직은 괜찮아.’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태양궁에 가까워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로우 기어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은 오퍼레이터는 전장을 살폈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아!”
상체를 뒤로 젖힌 그녀가 굽히고 있던 무릎을 펴고 대자로 드러누웠다.
“어떡하지?”
정말로 죽은 것이다.
야훼2와 했던 약속을 떠나서, 이제 그녀가 도망칠 세계는 없는 셈이었다.
“여기가 전부였는데.”
한 번이라도 죽는 순간 끝이라고 생각했기에, 하이 기어는 진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뭐가 달라졌지?’
멀쩡히 부활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일 뿐이었다.
“하하! 하하하하!”
우스꽝스럽다.
‘그래, 알아. 나도 안다고. 진짜 세계 같은 거, 어디에도 없는 거야. 그냥 나는…….’
마음을 던지는 게 무서웠을 뿐이라고.
‘야훼2.’
그녀는 위성 화면을 통해 서국의 강자와 싸우는 야훼2를 지켜보았다.
‘어라? 호랑이네?’
서국 듀얼 랭킹 3위.
광택이 흐르는 코발트블루 색상의 기체에 강력한 손톱을 가진 실력자였다.
‘꽤 잘하지. 우리 길드로 오라고 했었는데…….’
당시를 회상하는 그때 미켈란 건의 거대한 섬광이 호랑이를 직격했다.
‘약간 부족했다. 미켈란 건의 동력이 떨어진 모양이네. 계속 싸웠나?’
예상대로 한쪽 팔이 날아간 호랑이가 야훼2의 등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오, 에어 갓.’
시로네의 왼팔에 장착되어 있는 에어 갓의 공기 탄환이 호랑이를 강타했다.
‘내구력 무시. 탁월한 선택이야. 하지만 기본 대미지는 10으로 고정인데.’
미켈란 건에 당했다고 해도 장갑 하나를 파괴하려면 수백 발이 필요했다.
‘리로리드. 탄이 떨어질 일은 절대로 없지. 모티브가, 가올드라는 사람이었던가?’
강렬한 꿈이었다.
야훼2는 코드를 뛰어넘으며 호랑이의 장갑에 계속 대미지를 누적시켰다.
‘저건 좀 짜증 났지. 물론 두 번은 안 당할 테지만. 하필 그때 겁에 질려서.’
호랑이의 기체가 폭발했다.
“진짜 잘한다.”
적이지만 육성으로 칭찬을 내뱉을 정도로 야훼2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저건 아무도 못 잡지. 나라면 모를…….”
그녀의 음성이 잦아들었다.
‘또 하고 싶다.’
하이 기어의 세계에서 수많은 사용자들과 화약 냄새를 맡고 싶었다.
“1승 1패라고.”
아, 그렇구나.
상체를 벌떡 일으킨 오퍼레이터가 미소를 지으며 통신 채널을 열었다.
“1승 1패였어.”
-야! 통신 꺼 놓고 뭐 하는 거야! 지금 태양전 밀리는 거 안 보여? 어떻게 하면 돼?
-오오! 대장 부활! 한 번 죽었다고 기죽지 말아요! 태양전만 이기면 돼!
태양궁의 모든 문을 개방하자 온갖 시끄러운 소리가 직격으로 밀려들었다.
오퍼레이터는 흑장을 뽑아 들었다.
-서국 1진 태양궁으로 집결! 동국을 끌어들인 다음 잡는다! 그럼 역전이야!
-오케이! 좋았어!
서국의 변화를 빠르게 간파한 이지스가 욜가의 아들에게 통신했다.
-유인하는데요. 어떡할까요?
-랭커들만 추려서 잡겠다는 거겠지. 좋은 판단이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을걸.
-금화륜은 프로들이니까요. 랭커의 실력만 놓고 보면 서국을 앞섭니다.
그렇기에 서국에서도 도박을 건 셈이다.
-간만에 세게 나오는군. 야훼2를 잡을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맞춰 줘. 들어가자고.
-하지만 순순히 응해 주는 것은…….
-애프터서비스야.
이지스는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동국 1진이 태양궁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며 페르미는 피식 웃었다.
‘사춘기 소녀의 불타는 마음이라는 건가?’
하여튼.
“진상들이 너무 많아.”
태양전 개시 후 6시간.
전장의 사용자들을 뒤로하고 내로라하는 랭커들이 태양궁 안에서 격돌했다.
실력은 동국이 우위지만 서국에도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이 있었다.
-장기전으로 가면 안 돼. 서국에서 합류하는 속도가 동국보다 2배는 빠르다. 20분 혹은 40분. 그 이상 넘어가면 딜레이 활용에서 밀려.
욜가의 아들과 꼬마마녀가 혈투를 벌이는 가운데 오퍼레이터가 돌진했다.
“야훼2!”
벌써 13명의 랭커를 베어 버린 오퍼레이터가 시로네를 향해 흑장을 치켜들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태양궁으로 적을 끌어들인 순간부터 서국 또한 배수진을 친 셈이었다.
“야, 한다, 한다.”
하이 기어의 모든 눈이 집중된 곳에서 야훼2와 오퍼레이터가 충돌했다.
“크윽!”
머리부터 밀고 들어온 육탄 공격에 야훼2의 기체가 무서운 속도로 밀려났다.
벽을 뚫은 그림자가 둘로 쪼개지더니 다시 엄청난 속도로 맞부딪쳤다.
“우와.”
호스트 레벨.
황금빛 섬광이 빛발 치고, 검은 자기장 구체가 그것을 튕겨 내며 회전했다.
쾅! 쾅! 쾅! 쾅!
주먹과 주먹, 화기와 화기, 출력과 출력, 가진 모든 것들의 충돌이었다.
‘진짜 세구나.’
서로 같은 생각을 했고.
‘이길 수 없어.’
전부를 겨루어 본 끝에 두 사람은 마지막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내가.”
“네가.”
다빈치를 발동한 시로네가 강장갑을 두른 오른팔을 무서운 속도로 내질렀다.
“졌다.”
오퍼레이터.
풍압에 오퍼레이터의 앞머리가 넘어가고, 쾅 하고 주먹이 명치를 뚫었다.
“어때, 야훼2?”
전광판 앞의 사용자들은 처음으로 공개된 그녀의 맨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이 기어, 재미있지?”
시로네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 재밌다.”
“헤헤.”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그럴 줄 알았어.”
평범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리로리드 (2)
전광판에 잡힌 오퍼레이터의 순수한 미소는 사용자들에게 반전처럼 다가왔다.
모두의 상상 속에서 신격으로 승화되었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예쁘네.”
그들과 똑같이 웃을 수 있었다.
“응. 예쁘다.”
야훼2가 팔을 빼자 뒤로 비틀거린 오퍼레이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가 졌어. 그리고 태양전도. 아마 부활할 즈음에는 모든 게 끝나 있을 테지만…….”
하이 기어가 과부하를 일으켰다.
“마지막까지 재밌게 즐겨 줘.”
엔진이 폭발하면서 그녀의 기체가 파편으로 퍼져 나가며 종적을 감추었다.
“우와아아아!”
동국의 사용자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돌진! 태양궁으로 돌진하라!”
부활이 가능한 시스템이기에 태양전의 마지막은 언제나 한쪽의 전멸이었다.
힘의 균형이 급속도로 무너지면서 서국의 사용자들이 100단위로 줄어들었다.
동국의 사용자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일렁거리며 태양궁을 완벽하게 점령했다.
“도착! 도착이다!”
비록 3진이지만 금화륜에 소속되어 있기에 파괴마신707은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 덤벼, 이 자식들아!”
호기롭게 소리치며 안을 살피자 이미 서국의 랭커들은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꼬마마녀가 포위된 상태에서 두 손을 들었다.
“항복. 투항할 테니까 죽이지 마. 어차피 랭커들이 부활하려면 멀었잖아.”
사망이야 다반사지만, 우오린은 마지막까지 남아 시로네를 지켜보고 싶었다.
“미안합니다.”
욜가의 아들이 총구를 들었다.
“변수를 남겨 둘 수는 없어서요. 일 처리는 확실하게 하는 게 금화륜의 모토거든요.”
관통 판정을 기다리는 듯 이마를 겨누고 있자 꼬마마녀가 중얼거렸다.
“……너 이 새끼.”
페르미가 유쾌하게 웃었다.
“다음에 또 찾아 주세요.”
시로네나 오퍼레이터보다는 우오린과 거래하는 게 훨씬 편한 페르미였다.
‘진상이 아니거든.’
한 발의 총성이 터지고 꼬마마녀가 뒤로 넘어갔다.
마침내 서국의 랭커들이 태양궁에서 전부 사라지자 남은 건 점령뿐이었다.
야훼2가 오는 것을 영상으로 확인한 페르미가 파괴마신707 일행에게 말했다.
“어이, 너희들.”
“네? 네!”
길드의 수장이 부르자 3진에 속해 있는 그들이 긴장한 몸짓으로 달려왔다.
“한번 해 볼래?”
“뭘요?”
페르미가 태양로에 있는 로우 기어를 가리켰다.
“점령 말이야.”
공성 쪽에서 로우 기어에 사용자 코드를 입력하면 태양전의 승패는 갈린다.
반대로 수성하는 쪽에서는 24시간을 버티면 승리하는 시스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