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45
유탄에도 꿈쩍하지 않던 박사의 얼굴이 부러질 듯 옆으로 돌아갔다.
“뭐……!”
랭커들은 눈을 의심했다.
-내구력 : 70,605,985/72,000,000
이지스가 욜가의 아들에게 보고했다.
-충격량 532,488입니다. 믿을 수 없는 수치네요. 완전 파괴까지 133회 남았습니다.
-사용자들 간의 듀얼 수준이군.
페르미는 혀를 내둘렀다.
‘공진의 진폭은 시스템의 한계치와 맞물리지. 지금보다 더 높은 위력을 내려면 응집 시간이 기하급수로 늘어날 수밖에 없어. 결국 1분에 한 발인가.’
시로네가 물러서자 오퍼레이터가 들어갔다.
‘붕괴.’
흑장이 땅에 박히자 검은 자기장이 폭발처럼 크기를 부풀리며 마틴 박사를 끌어당겼다.
“하찮은 피조물들이!”
두 손으로 땅을 찍으며 버틴 마틴 박사의 상체가 아래로 고꾸라졌다.
“그아아아아! 그아아아아!”
노이즈가 섞인 비명을 들으며 사용자들이 또다시 일제사격을 가했다.
“의외로 할 만한데?”
내구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고, 1분마다 가해지는 야훼2의 미켈란 건이 피해를 가속시켰다.
“이긴다! 할 수 있어!”
마침내 3,600만 이하로 떨어지자 마틴 박사의 약한 부위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제타 고원 근처에 있던 사용자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야호! 드디어 우리들 세상이다!”
그들이 공격하는 대상은 마틴 박사가 아니라 치열하게 싸우는 랭커들이었다.
이지스가 통신했다.
-무정부주의자들입니다. 레벨은 낮지만 접전 중에는 방해가 될 텐데요.
-거창하게 말할 것 있나? 그냥 망나니들이야. 쫓아내. 어차피 재접속은 안 되니까.
페르미는 망나니 중 1명의 머리통을 붙잡고 전격을 밀어 넣었다.
“으아아악!”
발버둥 치던 기체가 폭발하고, 욜가의 아들이 손을 털며 폭연을 갈랐다.
꼬마마녀가 다가왔다.
“열심히 하네.”
“잔업이 남아서요. 무슨 일입니까? 설마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건 아니겠죠?”
백기를 든 꼬마마녀의 머리에 구멍을 냈다.
“당연히 담아 두고 있지. 꺼낼지 말지는 내 판단이지만. 그나저나 어쩔 생각이야?”
“일단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계를 구하는 용사 놀이 같은 거라고 생각하죠.”
꼬마마녀는 오퍼레이터를 돌아보았다.
“야훼2에게 필요한 인물이지. 아포칼립스를 채굴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렇기에 방해거리였다.
‘죽여 버릴까?’
오퍼레이터를 죽이면 시로네는 어쩔 수 없이 카샨으로 오게 될 터였다.
욜가의 아들에게서 살기가 느껴졌다.
“만약…….”
우오린이 말을 끊었다.
“알아. 어리석은 생각이지. 어쩌면 지금이 세계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지점일 테니까.”
하이 기어의 기준으로 봤을 때 현실의 세계는 바깥 세계라고 볼 수 있다.
페르미가 동의했다.
“현실에서 바깥 세계로 나갈 경우 아르고네스가 발동하죠. 아포칼립스에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곳이라면, 그리고 야훼2라면 뭔가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겠죠. 물론 울티마에 도달한다는 가정하에서지만요.”
“나네가 돌아올까?”
“…….”
“아르고네스가 발동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네가 관리자의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 사실을 뒤집어서 분석하면, 바깥 세계는 나네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나네가 다시 우리의 세계로 돌아오는 날에는 모든 게 끝날지도 몰라.”
“그 안에 찾아야죠.”
부처가 아는 것을 야훼도 알아야 한다.
“야훼2의 바보 같은 행보도 나름의 도움은 되지만, 어차피 인류가 울티마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해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싫어하니까. 다수가 옳다고 하면 반드시 반발하는 소수가 생기지.”
그녀의 등판이 열리면서 여덟 발의 유도탄이 꼬리를 늘어뜨리며 날아갔다.
근처의 망나니들이 폭사했다.
“이런 녀석들 말이야. 현실에서도 이렇게 쉬우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나름의 계획은 있습니다. 야훼2가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전멸은 막을 겁니다.”
“욜가는…….”
이번에는 페르미가 말을 끊었다.
“아뇨. 사업이에요. 전부 다 죽어 버리면 누구한테서 돈을 벌겠어요?”
미소를 짓는 페르미를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표정이 없을 때가 알기 쉬운 듯했다.
“도와줄게.”
꼬마마녀가 검지를 들었다.
“내가 도와주면 판을 깔기가 훨씬 쉬워지지. 대신에 여기서 얻은 정보는 공유하는 거야.”
‘그럴 줄 알았지.’
독이 묻은 사탕 같았으나, 우오린의 시스템 이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저도 제안하죠. 야훼2라는 꼭두각시, 움직이는 건 어디까지나 접니다.”
시로네를 소유하고 싶은 우오린에게 키를 쥐여 주면 폭주해 버릴 가능성이 컸다.
“좋아. 여기서는 네가 맡아.”
결론이 나자 페르미가 물었다.
“일단 어때요? 넘버세븐이라는 놈이 주동한 모양인데, 그 녀석을 이용해서 판을 짜 보면?”
“위치는 알지만 소용없을 거야. 그 녀석을 죽인다고 해도 크리처는 소멸하지 않으니까. 괜히 야훼2에게 미움만 사게 될걸.”
‘결국 여기서 해결해야 하나?’
이지스가 통신했다.
-무정부주의자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략 1천 명은 되는 것 같은데요.
상당히 많은 숫자였지만 이곳이 어디인지를 상기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냥개를 풀어.
금화륜이 움직이고, 우오린의 지시를 받은 부하들이 망나니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태양전에 참전한 병력은 마틴 박사를 필사적으로 몰아붙였다.
‘내구력 79만! 이제 금방이야!’
비록 80명의 사용자를 잃었지만 사상 최강의 기체를 상대로 선전한 셈이었다.
그 선전의 중심에 시로네가 있었다.
‘마지막 한 방!’
실시간으로 추락하는 내구력 수치를 확인한 시로네가 미켈란 건을 쏘았다.
“그아아아아!”
전신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마틴 박사의 거체가 앞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피해!”
질량을 추정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가 땅에 처박히면서 지진이 일어나고…….
잠시 고요했다.
“해냈다. 진짜로 해냈어.”
7,200만의 내구력을 전부 깎아 낸 것이다.
“우리가 이겼……!”
그 순간, 마틴 박사의 머리통이 펑 하고 폭발하며 새로운 사망자를 냈다.
“뭐야? 마지막 패턴?”
그것이 얼마나 한심한 생각이었는지, 다음 순간 모두가 깨달았다.
-마틴 박사의 역습. 그가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인공지능이 사용자를 제거할 것입니다.
머리가 폭발한 지점에서 14개의 다리를 가진 게처럼 생긴 기체가 걸어 나왔다.
증강현실에 정보가 떴다.
-마틴 박사(본체).
4,500레벨이라는 것을 확인한 사용자들은 멍한 상태로 내구력을 확인했다.
-내구력 : 750,000,000/750,000,000
“7억 5천만…….”
거대한 기체에서 감정이 담기지 않은 기계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
“전. 인. 류. 멸. 살.”
사이렌이 울리고, 본체의 뒤편으로부터 검은 장막이 그물처럼 펼쳐졌다.
그 모든 게 유탄이었고 엄청난 속도로 사용자들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퍼퍼퍼펑!
마치 하늘에서 뿌린 듯 광활한 대지에 폭발의 버섯구름이 질주했다.
태양전에 참가했던 사용자 중에 절반이 사망한 가운데 통신이 빗발쳤다.
-전열을 정비해! 다시 싸운다!
연기가 걷히자 어느새 하늘은 수많은 기계 크리처들로 가려져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전의를 상실할 정도의 숫자에 사용자들은 넋이 나갔다.
‘끝이구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때, 본체를 향해 돌진하는 사용자가 있었다.
“오퍼레이터!”
음속으로 질주하는 그녀가 흑장을 수평으로 뽑아 들고 이를 악물었다.
“넘버세븐…….”
단순한 깽판이 아니라는 것은 7억 5천만의 내구력을 보고 알았다.
“내 세계를 부수겠다고?”
죽으면 죽었지 그 꼴을 눈으로 볼 수는 없었고, 이번만은 진심이었다.
“개 같은 자식!”
탄막을 피해 본체에 도착한 그녀가 하이 기어의 출력을 높이며 검을 휘둘렀다.
“너 같은 놈에게 뺏길 것 같아?”
수없이 흑장을 휘둘러 보지만 본체는 신경도 쓰지 않고 지상에 빔을 긁어 댔다.
위성 화면을 통해 크리처에게 당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랭커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죽어! 죽어!”
울분에 사로잡혀 검을 휘두르는 그때,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본체의 다리가 그녀를 겨누더니 있는 힘껏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오퍼레이터가 흑장을 내밀었다.
“이야아아아!”
철과 철이 닿는 순간 온몸으로 느껴지는 질량에 그녀의 정신이 기겁했다.
칼날이 유리처럼 깨졌다.
‘분하다.’
거대한 다리가 그녀를 짓누르려는 순간.
“어?”
본체의 다리가 우뚝 정지하자 오퍼레이터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 어떻게……?”
어느새 그녀의 옆에 도착한 야훼2가 맨몸으로 본체의 무게를 견디고 있었다.
“시스템이 깨졌어.”
마틴 박사의 본체가 완전히 이 세계로 빠져나오면서 시스템에 상처가 생겼다.
따라서 파계.
“그렇다면…….”
시로네 또한 이 세계의 종착지인 유일무이한 신호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무태.’
야훼2가 눈을 부릅뜨자 본체가 굉음을 내지르며 천천히 다리를 올렸다.
“빨리 나가!”
정신을 차린 오퍼레이터가 몸을 날리고, 시로네가 땅을 박차며 반경을 벗어났다.
쿵 하고 대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시로네는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정해진 형태는 없다.’
미켈란 건에 응집되는 빛의 구체가 기하급수로 커지면서 하늘에 2개의 태양이 떴다.
오퍼레이터가 올려다보는 순간 시로네가 섬광을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키아아아아아아앙!”
본체의 시스템이 만드는 신호음은 마치 기계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내구력 : 660,989,764/750,000,000
‘위력 8,900만?’
이어서 14개의 다리가 전부 구부러지더니 몸체가 땅바닥에 짓눌렸다.
-내구력 : 420,818,812/750,000,000
‘추가 대미지. 힘으로 찍어 눌렀어.’
굉음이 잦아들 무렵 여전히 냉정한 상태의 페르미가 본체를 돌아보았다.
“무태라.”
현실에서 가능한 놈이니 의심할 여지는 없지만.
“자, 그럼…….”
하이 기어의 각 도시에서 수많은 크리처들이 사용자를 유린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미지의 영역이다.”
울티마 시스템.
리로리드 (4)
***
하이 기어의 모든 도시를 폭격하고 있는 크리처의 평균 레벨은 700에 달했다.
마틴 박사에 비하면 약하지만, 기존 하이 기어의 보스 크리처를 상회하는 수치였다.
“전. 인. 류. 멸. 살.”
폭격이 터졌다.
아름다웠던, 혹은 기술의 첨단을 달렸던 모든 구조물이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