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50
“마이너스의 시간을 가진 또 다른 우주가 있다.”
바깥 세계.
‘무언가의 증폭으로 우주가 탄생했다. 하지만 그 우주는 하나가 아닌, 2개였던 거야.’
시간의 방향성이 2개라면, 우주 또한 2개가 있어야 합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우주는 인과가 역전되어 있다. 이걸 토대로 추론하자면…….’
끔찍한 진실에 참담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마지막 지점, 즉 이곳의 결과가 바깥 세계에서는 시작이 된다.”
그것이 왜 위험한가?
‘인류는 언젠가 우주를 정복하게 되겠지.’
창조주와 똑같은 위치, 즉 존재하는 전부를 섭렵했을 때 인간은 신이 된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그 신은 마이너스 우주의 탄생 순간에 위치하고 있다.’
어떤 신일까?’
우리는 마침내 무엇이 되는 것일까?
“기계.”
마치 하이 기어처럼, 수명도 노화도 질병도 없는 기계문명의 정점이라는 것은.
‘프로그램.’
바깥 세계에서 보낸 관리자들이 사명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왜 관리자가 필요하지?’
이제부터는 가설에 불과하지만 묘하게도 그들의 판단이 납득이 되었다.
신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일 것이다.
‘2개의 우주가 있다. 문제는, 바깥 세계의 우주는 시작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것.’
신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세계에서 신은 소멸을 향해 가고 있다.’
인간이 되고, 생물이 되고, 물질이 되어, 결국에는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신도 시간을 막을 수는 없어. 신이 곧 시간이니까. 그렇다면 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우리가 사는 세계의 결과를 통제하면 된다.”
다중우주.
“절대로 마지막 결과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이 세계를 거품으로 퍼트려 버린 거야.”
머릿속에 전체 우주의 도식이 그려졌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
그 빛을 중심으로 우주가 양쪽으로 퍼져 나가고,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시간이 질주한다.
‘한쪽은 인간의 인과율. 반대편은 신의 인과율.’
인간의 인과율이 적용되는 좌표에는 무한개의 우주가 거품처럼 바글거린다.
‘즉, 신이 이곳을 관리한다. 그리고 그 거품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한…….’
반대편의 신은 영원하다.
‘인간으로 격하되지 않고 끝없이 뻗어 나간다. 결국 우리의 인과를 통제하는 것.’
신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겠는가?
‘차가운 계산. 논리적인 판단일 뿐이겠지. 어쨌든 신은…… 우리의 마지막 모습이니까.’
시로네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찾았어요, 가올드 씨. 신이 어디에 있는지.”
하지만 만날 수는 없다.
‘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바깥 세계로 이탈해야 한다. 이제야 알겠어. 왜 우리가 바깥 세계에 접근해서는 안 되는지. 어째서 아르고네스가 발동하는지.’
신을 죽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나네는 이미 만났을까? 아마 그렇겠지. 그런데도 오지 않는다는 건…….’
-나는 앙케 라의 꿈을 삼킨 나네인가? 아니면 나네의 꿈을 삼킨 앙케 라인가?
시로네는 고개를 저었다.
‘잡생각은 그만. 나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야. 일단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자.’
이제 방법은 대충 짐작이 갔다.
‘되돌릴 수 있어.’
시간의 방향성에 마이너스가 존재한다면 마음 또한 되돌릴 수 있는 신호가 된다.
‘신의 관점, 신의 사고를 이용해서.’
인과를 역전시킨다.
“흐으으으!”
세계의 기준, 인간의 본질을 뒤트는 작업이었으나 시로네는 야훼였다.
‘할 수 있어. 불가능했다면 이곳에서 사고의 역전을 깨닫지도 못했을 거야.’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나는 존재한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무수한 생각들이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 역전되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시로네의 지식 기반인 5차원 다중 큐브가 모조리 무너질 정도의 대공사였다.
‘돌아갈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갈 거라고.’
점차 마음이 역전되면서, 정의할 수 없는 공간에 조금씩 빛이 스며들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으아아아아!”
어둠이 파편처럼 떨어지고, 틈새를 통해 빛이 거친 위력으로 갑자기 쳐들어왔다.
‘인과의 역전.’
시로네는 기요르기와 일전을 벌이면서 태극에 들어갔을 때를 떠올렸다.
‘거핀이 남긴 메시지.’
-그들은 너를 지켜보고 있다. 아무것도 믿지 마라. 끔찍한 진실에서 너 자신을 구원하라.
‘그런 거였어.’
완벽하게 뒤집힌 5차원 다중 큐브에서 시로네는 신의 사고를 이렇게 정의했다.
우로보로스.
***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마틴 박사의 기체가 지상에 추락한 가운데 사용자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걸로 서비스 종료는 없는 거지? 하마터면 내 파츠 다 날아갈 뻔했잖아.”
“파츠가 중요하냐? 여긴 우리 아지트라고. 하이 기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
동국과 서국의 사용자들이 정답게 이야기하는 가운데 말이 없는 자들이 있었다.
‘야훼.’
하이 기어의 세계에서 시로네와 마음을 주고받았던 사용자들이었다.
오퍼레이터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디로 가 버린 거야?’
하이 기어의 세계에서 비정상적으로 이탈했다는 것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았다.
페르미가 우오린에게 다가갔다.
“상황이 좀 심각하군요. 어차피 이탈해도 현실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깨어나지 않고 있어요.”
금화륜의 부하들이 확인한 결과 시로네는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괜찮아.”
우오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돌아올 거야. 그런 사람이잖아. 어떤 상황에서도 이 세계를 저버리지 못할 테니까.”
“돌아오지 않으면요?”
“…….”
시로네가 없는 세상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마 화가 나겠지.”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고개를 돌린 꼬마마녀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다음엔 모르겠어.”
기계의 얼굴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은, 신호 자체가 일그러졌다는 뜻.
‘이브는 본래 가이아인.’
모종의 이유로 울티마가 사라진 것 같지만 지금의 모습은 섬뜩함 그 자체였다.
“저, 저기!”
파괴마신707이 하늘을 가리켰다.
모두가 고개를 치켜들고, 오퍼레이터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아…….”
하늘의 풍경이 소용돌이처럼 빨려드는가 싶더니 익숙한 기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결과가 먼저 나오고.
“야훼!”
마치 중력이 붕괴된 듯 하늘에 구멍이 뚫리더니 빛이 땅에서 솟구쳤다.
“어라? 돌아왔네?”
페르미가 말하는 순간 우오린이 튀어 나갔다.
“아아아아!”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래, 너만 있으면 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너만 이 세계에 있으면 돼.’
야훼가 사라진 순간 느꼈던 절망감에 비하면 지금의 상황은 축복이었다.
땅에 착지한 시로네는 확신했다.
‘돌아왔구나.’
다른 수많은 착각과 다른 게 없어도, 마음은 분명 이곳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우오린이 달려들었다.
“여기! 여기!”
그리고 몸을 던지려는 순간, 오퍼레이터가 옆에서 달려와 시로네를 끌어안았다.
“여…….”
우오린의 걸음이 멈추고, 사용자들도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 멍청아!”
오퍼레이터가 버럭 소리쳤다.
“왜 그렇게 무모해? 마틴 박사 따위가 뭐라고! 하이 기어는 다시 만들면 그만이야. 하지만 네가 잘못되면…….”
이제는 정말로 갈 곳이 없잖아.
어쩌면 부모를 잃은 듯한 두려움이었을 것이기에, 시로네는 그녀를 이해했다.
“미안해. 하지만 이렇게 돌아왔잖아.”
파괴마신707 일행과 사용자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진짜 최고였어. 이번 태양전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네 덕분이야!”
“우리 밖에서 연락하지 않을래? 아, 너 인간 맞지? 내 주소 줄 테니까…….”
페르미가 우오린의 어깨를 짚었다.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사랑의 감정은 아니니까요. 물론 앞으로는 모르는 일이지만.”
“흥, 나를 뭐로 보는 거야? 1만 년은 우습지. 저런 애 하나 때문에 감정이 흔들릴 것 같아?”
“하긴, 그렇죠.”
페르미에게도 만족스러운 성과였고, 시로네가 사용자들을 이끌고 다가와 말했다.
“돌아가자.”
우리들이 사는 세계로.
신이란 무엇인가 (4)
***
운영자 회의실.
“끝났네.”
‘마틴 박사의 역습’ 에피소드는 유례없는 사용자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검은 서클 마크가 말했다.
“나름 괜찮은 에피소드였어. 너치고는 말이야.”
여태까지 접속이 끊어져 있던 넘버세븐의 화면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우오린의 지시였다.
“쳇! 그래서 어쩌라고? 마음대로 하면 되잖아. 운영자 권한을 박탈하든지.”
스마일 마크가 말했다.
“그렇게 쉽게 말해도 돼요? 당신 때문에 하이 기어가 종료될 뻔했다고요.”
“알아! 그러니까 묻잖아! 뭘 어떻게 할까? 언더 코더의 내 지분 전부 넘길게! 그럼 됐냐?”
막대 사탕 마크가 말했다.
“일단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요?”
“누군 하기 싫어서 이러는 줄 알아? 난 그냥 책임을 지고 싶은 거야. 어차피 개털 됐고, 여기서 나가면 목에 칼이 걸려 있거든? 다 털고 오라고 했으니까, 너희들이 창의력을 발휘해서 조질 수 있을 만큼 조져. 나도 두 번 다시 하이 기어는 떠올리고 싶지 않으니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하이 기어에서 누군가를 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톱니바퀴 마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언더 코더의 매력이다. 우리들 모두, 그 자유로움에 이끌려서 온 거잖아.’
요 마크가 말했다.
“됐어. 그냥 꺼져. 여기서 뭘 하냐? 어차피 너 같은 놈이 싸지른 똥 그나마 정상인 우리가 치우는 거지. 평생 그딴 식으로 살다가 뒈져라.”
“…….”
넘버세븐의 가슴에 불이 붙었으나 저지른 짓이 있기에 이를 악물고 답했다.
“책임지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너도 모르는 걸 우리한테 물어봐서 뭐 해? 애초부터 멍청한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완장 채워 주니까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아! 진짜!”
넘버세븐이 소리쳤다.
“욕은 얼마든지 먹겠는데 말은 바로 하자! 내가 완장 찼다고 이런 거야?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내가 왜 큰소리를 못 쳐! 여기서 나만큼 개처럼 일한 사람 누가 있어? 하이 기어 크리처? 전부 내가 공정했어! 오퍼레이터가 넘겨준 그 말도 안 되는 시안을 보고, 물리 엔진을 수만 번이나 돌렸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오퍼레이터를 만나지 않았을 때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 여자는 나한테 어떻게 했지? 이상한 놈이나 만나서 시시덕거리고, 그것도 모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