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84
“무엇보다 이게 주효한 이유는, 기스는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는 거지. 안전제일주의. 토르미아 마법협회 비서실장과의 밀회 정도면 달콤한 미끼 아니겠어?”
“아예 몸을 사리지 않을까요?”
“테스토스테론은 강력하지. 과학적 이론을 떠나서 역사가 증명하고 있어. 물론 네가 얼마나 기스에게 신뢰를 주느냐에 달렸지만, 충분히 승산은 있다.”
“흐음.”
플루가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가운데 알비노가 루피스트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지금인가?”
“네. 시로네는 반대할 테니까요. 동맹 파기까지 갈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야훼가 필요해요. 이 안건은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루피스트가 다시 물었다.
“대답은?”
“…….”
플루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하비츠는 자이브 시내를 거닐었다.
“사람들이 많군.”
성전 주최국이라는 것이 일종의 자부심인지, 매일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뭐, 찾는 건 일도 아니지만.’
사치에, 도박에 빠진 기스의 딸. 그녀의 마음의 소리는 군중 속에서도 탁월했다.
카지노에 들어가자 그녀가 소리치고 있었다.
“좋아! 베팅! 20만 골드!”
약을 탄 술잔을 들고 있는 그녀는 신의 주파수가 없어도 제정신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을 지경이었다.
하비츠는 칼을 뽑았다.
“기스의 딸.”
남의 자식을 죽이라고 몰아붙인 자의 자식을 망가트리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소리가 궁금하단 말이야.’
딱히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지루한 성전에서 나름의 유희는 될 터였다.
‘이래서 히스토리 서치가 필요한 거야.’
단순히 죽이고 괴롭히는 것 정도로는 극한의 소리를 채집할 수 없었다.
장검을 들고 카지노 테이블로 다가가는 그를 인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배니싱.’
레베카에게 칼을 꽂는 순간 성전의 각국이 하비츠를 지목할 테지만.
“성전 아니잖아, 여긴.”
기스가 펼친 논리를 그대로 갚아 주는 것 또한 그의 유희에 포함되어 있었다.
“좋아, 좋아! 이번엔 30만! 제대로 먹는다!”
레베카의 뒤로 다가간 하비츠는 잠시 옆을 흘끔거리고는 장검을 들었다.
‘팔부터 자를까.’
그 순간, 조금 전의 풍경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그가 눈을 크게 뜨며 돌아섰다.
일곱 살짜리 아이가 서 있었다.
“시대의 극악, 구스타프 하비츠가 맞습니까?”
멍하니 입을 벌린 하비츠는 좌와 우를 번갈아 살피더니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보여?”
“이제부터 당신을 죽이겠습니다.”
“…….”
신의 주파수로 아이의 마음을 도청했으나 탁한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하나의 정보.
“웨나…… 위저드?”
그녀의 이름만이 박동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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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1)
“삶이라는 건 근본적으로 힘든 거야. 이해할 수 없는 설명서를 던져 주고 전부 읽으라는 식이지. 대충 건너뛰면 맥락을 모르고, 그러면 더 읽기 어려워져. 문제는 처음부터 다시 읽지 않으면 나아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거야. 바깥을 봐. 웃고 뛰어다니는 건 애하고 바보뿐이야. 제대로 정신 박힌 인간은 다들 인상 뻑뻑 쓰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고. 어떻게 더 많이 이해하냐고? 간단해. 리볼버 권총을 하나 사서 탄창에 딱 한 발만 장전하는 거야. 그러다가 모든 게 싫어지면 총구를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거지. 아마 낮은 확률로 머리통이 날아가겠지만, 딸깍하고 불발이 나면 다음부터는 거지 같은 글도 제법 읽을 만해질 거야. 그래, 맞아. 내용은 바뀌지 않아. 바뀌는 건 나지. 하고 싶은 말은, 그놈들은 자기 머리통이 날아가는 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야. 그냥 당겨. 딸깍! 달깍! 딸깍! 세상을 이해하는 정도가 차원이 다르다는 거야. 나도 두어 번 당겨 봤는데, 오금이 저려서 더는 못 하겠더라고. 이해하려 들지 마. 내버려 둬. 그 미친놈들 사이에서 똑같이 방아쇠를 당겼다가는…….”
“어머, 귀여워라.”
카지노의 사람들은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위저드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혼자 온 것 같은데, 괜찮나?”
돈만 있으면 아이도 어른 대접을 받는 곳이 카지노지만, 너무 어린 감이 있었다.
“가서 물어볼까?”
다들 호기심이 넘쳤으나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가드조차 마찬가지였다.
‘이상하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가드는 고개를 삐딱하게 꺾은 채 그저 지켜만 보았다.
‘아니, 이상하지 않다는 게 이상한 거야.’
설령 왕족이라도 일곱 살짜리 아이가 들어오면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게 그들의 업무.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마치 눈앞에 있는 태산을 보고도 차마 옮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왜지?’
절대적인 당위성.
그것은 마치 하비츠의 배니싱을 거꾸로 뒤집은 것 같은 기운이었다.
‘드디어 만났다, 하비츠.’
카지노의 풍경은 그녀가 등장한 이후로 본래의 현실감을 잃어버린 듯했다.
오직 위저드만이 선명했고, 여전히 인지 밖에 머무는 하비츠가 입가를 찢었다.
“크크크, 그래?”
‘정말 괜찮을까?’
아슈르는 자이브를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카지노를 돌아보았다.
불과 10분 전만 해도 위저드는 일곱 살의 어린아이였다.
“에이미 언니가 걱정돼요. 이카엘 씨도요.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안 돼요?”
울먹이는 얼굴로 떼를 쓰는 모습에 아슈르의 마음도 심란하기 짝이 없었으나.
“응?”
어느 순간 그녀의 기질이 완전히 변했다.
“왜 그러지?”
“…….”
아무 말도 없이 거리의 저편을 응시하는 모습에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비츠를 본 건가?’
물론 그녀는 혼돈을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위저드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는 정신은 조금 전의 그녀와는 전혀 달랐다.
‘트리거. 방아쇠가 당겨졌다.’
시로네와 함께 훈련하면서 아마도 억 단위에서 되풀이되었을 시뮬레이션.
오직 대對하비츠전을 상정한 정답을 향해 정신이 모조리 쏠려 버린 것이었다.
“위저드, 너…….”
“가세요.”
차가운 말투였다.
‘자기최면을 통해 한계를 초월한 집중력을 끌어냈다. 이미 하비츠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어.’
아니, 생각이 아니다.
‘정의하지 않아, 살인조차. 지금 이 아이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되풀이하고 있을 뿐.’
위저드가 말했다.
“제가 할 일을 하겠습니다.”
기계와 같은 자동기술에 아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한다.”
시그널의 능력을 이용해도 사탄을 인지하는 것은 그의 역량 밖이었다.
‘여기 있어 봤자 하비츠의 먹잇감이 될 뿐이야. 이카엘 님에게 가는 게 낫다.’
아슈르의 모습이 사라졌다.
“반드시 돌아오마.”
“…….”
그가 사라진 허공을 잠시 응시하던 위저드는 카지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나를 죽이겠다고?”
위저드를 바라보며 하비츠가 물었다.
“왜?”
“……죽어야 하니까.”
살기를 느낄 수 없는 말투와 차분한 눈빛에서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천적이군.’
히스토리 서치의 능력을 가졌다면 이 상황이 오기 전에 제거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런 게 아니지.’
위저드를 죽인다고 해도 또 다른 누군가가 천적의 자리를 대신할 터였다.
‘고정불변의 결과.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신의 관점이었다.
‘흔들어 볼까?’
하비츠의 눈이 부릅떠지자 거대한 악의 기운이 카지노를 가득 채웠다.
“으으으! 으으으으!”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으나.
“베팅! 20만 골드.”
배니싱의 능력은 그들에게 어떤 인지도 허용하지 않고 게임을 이어 가게 만들었다.
“쿨럭! 쿨럭!”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자들이 속출할 때까지도 하비츠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10초도 못 버틸 거야. 전부 죽는다.’
현재 최강의 요라라고 자부하는 에덴조차 무릎을 꿇었던 악의 기운이었다.
위저드는 여전히 무심했다.
‘신의 주파수.’
그리고 하비츠에게 들리는 마음의 소리는.
‘웨나 위저드.’
오직 자신의 존재. 적도, 아군도, 심지어 세계조차 없는 특별한 경지였다.
‘염병. 어마어마하구먼.’
극한의 순수성.
오직 사탄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기운 앞에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아무리 내가 싫어도 그렇지…….’
뭐 이런 걸 데려와?
하비츠가 배니싱을 풀자 카지노의 사람들이 갑자기 깨닫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이게 뭐야! 피잖아!”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는 끔찍한 상태에 모두 패닉에 빠진 가운데 의료대가 출동했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하비츠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하아.”
유희는 끝났다.
‘더 놀고 싶었는데.’
오늘 그는 눈앞의 아이에게 죽는다.
‘인류여. 세계여. 우주여.’
그렇게 내가 살아 있는 꼴을 못 보겠냐?
“뭐, 좋아.”
부상자들이 전부 의무실로 빠져나간 자리에서 하비츠는 검을 칼집에 넣었다.
“술 한잔할래?”
카지노 안에 있는 바를 가리키자 집중 상태의 위저드가 고개를 살며시 기울였다.
“다른 의도는 없어. 어차피 도망칠 수도 없고. 오늘이 내 마지막이라면…….”
위저드와의 전투는 즐거울 것이다.
“제대로 놀아 보고 싶어서.”
사탄의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마는, 위저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성인의 말투에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극한의 이미지트레이닝. 정신적 성숙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건가?’
하비츠를 대할 때의 위저드는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20대 초반의 정신이 된다.
두 사람은 나란히 바에 앉았다.
“위스키, 가득 채워 줘. 가장 독한 걸로. 그리고 이쪽은…….”
하비츠가 물었다.
“우유?”
“저는 됐어요.”
어깨를 으쓱한 하비츠가 바텐더에게 금화를 내밀었다.
“그렇게 줘.”
위스키가 준비되는 동안 하비츠는 마약 애스커를 뻐끔뻐끔 태우며 기다렸다.
“고맙군, 소원을 들어줘서.”
“기습할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에게 내 의사를 전달한 상태에서 하고 싶어요.”
살의가 없기 때문이다.
암살이라는 개념, 무언가에 정의를 내리는 순간 위저드의 순수성은 파괴된다.
“……그런가.”
하비츠는 애스커의 연기를 길게 뿜었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우리는 같은 성질을 공유하고 있지. 아마도 넌 나를 죽일 수 있을 거야.”
살의가 없기에 하비츠가 위저드를 피하는 사건 또한 일어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