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00
“…….”
“엘 키아나, 너는 나에게 말했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이야.”
“……네.”
“여전히 네가 대단하고, 너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 지금 기회를 주마.”
엘 키아나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섰다.
“아닙니다.”
“왜 안 되는 거죠?”
갑자기 되묻는 마야의 말에 예인들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파니에르가 다시 안경을 썼다.
“뭐라고?”
“파니에르 씨의 말씀은 이해하지만, 너무 안 된다는 쪽으로 몰아붙이잖아요. 사실은 모두 자신만의 예술을 하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거 아닌가요?”
엘 키아나가 속삭였다.
“야, 너 미쳤어?”
평생에 다시없을 기회를 주려고 하는 명인에게 오히려 따지고 들다니.
‘어떻게 된 정신머리야?’
예인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파니에르는 차분한 눈빛으로 마야를 바라보았다.
‘자신만의 예술이라……’
음악과 기타를 사랑했지만, 삶에 대해서는 서툴렀던 한 남자가 떠올랐다.
“심란하구먼.”
케시아 왕국 섹터의 밀실에서 페르미는 아포칼립스의 정보를 확인했다.
율법이 변하면 유물의 내용도 바뀌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정보도 있었다.
삼중 보안이 걸린 상자를 개봉한 페르미는 메모지의 내용을 눈에 담았다.
‘역시…….’
짧은 문구가 망막에 비쳤다.
‘이건 바뀌지 않는군.’
한동안 시로네의 얼굴을 떠올린 페르미가 고개를 저으며 심호흡을 했다.
“일하자, 일.”
확대경을 장착한 그는 핀셋을 들고 책상의 종이 쪼가리를 퍼즐처럼 맞춰 나갔다.
‘셀 버스터.’
미래에 벌어질 최악의 사건 중의 하나.
‘응?’
그 찢어진 부위 옆으로 이름이 적힌 종이가 거의 완벽하게 맞물렸다.
‘이 녀석은 마도7걸의…….’
기타루맨.
핵심 키워드 (2)
***
파니에르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파니에르 씨?”
레이나가 부르자 비로소 생각에서 벗어난 그가 다시 마야를 눈에 담았다.
“거리에서 기타를 치는 놈이 있었지. 그런 것치고는 제법 잘했어. 아니, 아주 많이 잘했지. 며칠 동안 그 녀석을 지켜보던 나는 확신을 했어. 이 녀석은 되겠다.”
당시에도 파니에르는 유능한 기획자였고 지금은 자서전까지 출간된 인물.
‘누구를 말하는 거지?’
그의 일대기를 달달 외우는 예인조차 기타 연주자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계약하고, 공연 준비를 했지. 준비하고, 준비하고. 하지만 결국 그 녀석이 무대에 오른 적은 없었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엘 키아나가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떨어졌나요?”
“물론 그렇지. 실력이 떨어지면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거야. 하지만 그 실력이라는 게,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 말고는 다 괜찮았거든.”
지금 생각해도 아쉬웠다.
“직설적인 성격이었지. 과격한 음악을 했어. 사실 그런 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그 녀석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고집이 센 놈일 거야. 몇 번 추락하면, 패배의 쓴맛을 보면 알아서 정신을 차릴 거라 생각했는데…….”
마야는 그 사람을 이해했다.
“그러지 못했군요.”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 아까 말했듯이 이 사회에 아직 그런 게 필요하지 않았나 보지. 어쨌거나 그 녀석은 실패했어. 계속, 계속…….”
파니에르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
“자신만의 예술. 그게 가장 위험한 거야. 하는 쪽은 뭘 해도 재밌지. 자신이 원하는 거니까. 하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달라.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취미로 해 보지만 서툴러서, 우리 같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야.”
그 녀석의 귀에 대고 몇 번이고 소리쳤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어. 하지만 놈은 그걸 인정하지 않았지.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 믿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고. 삶이 피폐해지는데도, 썩어 문드러지는데도! 기타만 붙잡고 고래고래 노래를 불러 댔지.”
지금 생각해도 복장이 터질 일이었다.
“그래도…….”
당시를 회상하던 파니에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예인들을 돌아보았다.
“싫지 않더라고, 그런 놈은.”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좋아하지. 어떻게 해서든 띄워 주고 싶었어. 그 녀석이 무대에 올라, 수많은 사람 앞에서 기타를 치는 모습을 매일 꿈꿨어. 세상을 향해 통쾌하게 한 방 날리는 그런 꿈 말이야.”
생애 가장 뜨거웠던 시절이었다.
“결국에는 나도 똑같은 놈인 거겠지. 입으로는 타협을 말하지만, 진짜가 나타나 모든 것을 박살 내 주길 바라는. 그런 유치하고 허세 가득한 예술가야.”
엘 키아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분은 지금 어떻게 됐나요? 여전히 거리의 악사로……?”
“떠났어. 나는 포기하지 않았지만, 그 녀석의 삶은 완전히 망가졌지. 딸이 병으로 죽었거든.”
“아…….”
“고칠 수 없는 병도 아니었던 모양이야. 아니, 그런 일이 있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음악적으로 충돌한 나에게 도움을 받으면, 타협이자 패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미친 소리 같겠지만 그런 놈이야.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인데 말이야.”
눈시울이 붉어진 파니에르가 이를 악물었다.
“……병신 같은 놈.”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이유가 그의 일그러진 표정에 담겨 있는 듯했다.
“자신만의 예술이라.”
감정을 가라앉힌 그가 마야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답변이 되었나?”
“…….”
마야는 시선을 내리는 것으로 수긍을 표시했다.
‘어려운 문제구나.’
여기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인간의 삶은 너무나 다채롭다.
‘누굴까, 그 사람은.’
마야는 그저 파니에르의 과거에 남아 있는 남자의 연주를 들어 보고 싶을 뿐이었다.
***
아포칼립스.
페어리 바이오미메틱스 건물로 들어간 시로네 일행은 승강기에 탑승했다.
지하로 떨어지던 승강기가 다시 횡으로 움직이며 그들을 메인 시스템으로 안내했다.
‘엄청 오래 걸리네.’
도시를 벗어날 정도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승강기가 도착하자 마르샤는 미로 같은 지하 시설을 거리낌 없이 돌아다녔다.
“이곳이야.”
특수 격리 구역의 문을 열자 거대한 기계 눈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디지털 라.”
하이 기어의 관리자들은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전선을 보고 넋을 잃었다.
“대체 뭐기에, 이런 전력이 필요하죠?”
마르샤가 설명했다.
“최초에는 에너지 순환 시스템이었어. 그리고 지금은 이 세계를 완전히 장악했지.”
막대 사탕 마크가 물었다.
“프로그램 오류인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을 벌레처럼 취급할 리가 없잖아요.”
“아니.”
시로네가 말했다.
“오류는 없어. 디지털 라는 정확히 프로그램대로 임무를 수행한 거야.”
환경, 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류는 인간이라고?”
기계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인간이었다.
“작동하지 않는 건가?”
마르샤가 디지털 라의 렌즈를 손으로 두드렸다.
“더 이상 할 게 있겠어? 아포칼립스를 뮤커스로 전부 뒤덮었으니.”
발로 때리자 깡통 소리가 났다.
“마르샤.”
“괜찮아. 이 녀석이 여태까지 나를 얼마나 괴롭혔는데. 이제 아이스 블러드만 주입하면…….”
렌즈에 불이 켜졌다.
“으아! 뭐야!”
동력이 전달되는 소리가 들리고, 천장에서부터 거대한 진동이 느껴졌다.
오퍼레이터가 소리쳤다.
“빨리!”
관리자들이 전부 달라붙어 앙케 라의 코드를 열고 바이러스를 심기 시작했다.
“뭐야? 내가 깨운 거야?”
마르샤가 허둥대자 프리먼이 어깨를 짚었다.
“침착해. 발로 찼다고 이러지는 않아. 우리가 들어온 것에 반응하는 거야.”
천장에서 점액질이 스며들더니 물방울처럼 걸쭉하게 아래로 흘러내렸다.
철떡, 땅에 떨어진 점액질이 불룩 솟아올라 사람의 형태로 탈바꿈했다.
프리먼이 마정탄을 겨누었다.
“뮤커스 맨.”
디지털 라의 화신 격인 존재가 등장하자 시로네가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뮤커스 맨이 말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자유로운가?”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사람들을 가둔 이유가 뭐야? 무슨 일이 있었지?”
“스스로 퇴화되었다. 땅에, 벽 틈에, 하수구 속에, 어디에도 그들이 있었지. 나는 그런 생명체를 한데 모아 안락한 환경을 제공했을 뿐이다.”
“퇴화?”
뮤커스 맨은 하이 기어의 관리자를 살폈으나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의 특권을 다루지 못했다. 고통에 몸부림쳤고, 동족을 살해했지.”
‘감정병.’
또한 동족 살해로 고통을 피한다는 것은 사탄교의 교리에 굴복했다는 뜻이었다.
“너희들은 개체에 이름을 부여하지만, 나에게 있어 인간이란 그저 하나의 종. 그것도 자신의 몸을 뜯어먹는 어리석은 종이다.”
기계의 눈에 비친 인간이었다.
“전부 먹어서 앙상해진 그 종은 더 이상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다. 그들이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먹지 않는 것이었지.”
욕망이 없는 생물로의 역진화.
“그것이 현재의 인간이다. 이제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원하는 것도 없다.”
사탄교가 이끄는 세계의 결말이었다.
“뮤커스는?”
시로네가 물었다.
“이 세계를 뮤커스로 뒤덮었잖아. 인간이 저렇게 된 이상, 너를 파괴할 것도 없을 텐데?”
“…….”
뮤커스 맨은 주저하는 듯했다.
“노랫소리가.”
“뭐?”
“노랫소리가 너무 커서, 막을 수밖에 없었다. 노랫소리가 너무 많아서, 행성을 뒤덮어야 했어. 두껍게, 더욱 두껍게, 더더욱 두껍게…….”
시로네는 이해하지 못했다.
“바깥으로 퍼지게 두어서는 안 돼. 시스템이 파괴된다. 감옥. 탈옥할 수 없다.”
‘소리.’
정보와 마음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신호.
그런 측면에서 해석하면 현재 뮤커스 맨의 소리에서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내가 막았다. 전부 가두었다.”
지하 시설의 틈새에서 뮤커스가 끝없이 새어 들어와 바닥을 잠식해 나갔다.
마르샤가 관리자들에게 눈짓을 했다.
‘아직 멀었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해요.’
이를 악물고 사투를 벌이는 관리자들의 숨소리가 시로네의 귓가에 들렸다.
‘시간을 끌어야 해.’
물론 뮤커스 맨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도 무언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우리를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이 행성은 닫혔다. 더 이상 변화는 없어. 나를 만든 존재가 사라졌기에, 내 존재도 의미가 없다.”
시로네는 신의 관점을 떠올렸다.
‘신의 결과는 인간의 원인. 우리의 원인이 사라지면, 신의 결과도 사라진다.’
같은 방식으로, 인간이 사라졌으니 디지털 라도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끝났다, 인간이여.”
벽이 무너지고, 안으로 들어오는 뮤커스의 양이 기하급수로 치솟기 시작했다.
‘제길!’
아마도 지상에 쌓여 있는 모든 질량, 이 코어 자체를 덮어 버릴 생각인 것이다.
뮤커스 맨이 사라지며 말했다.
“아무것도 없다.”
천둥보다 큰 소리를 내며 벽이 붕괴되고 지상의 뮤커스가 전부 밀려들었다.
“내 뒤로 피해요!”
시로네가 관리자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미라클 스트림을 전방에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