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02
‘부순다.’
핸드 오브 갓의 거대한 주먹이 하늘에 떠 있는 엠블럼을 향해 쇄도했다.
수염을 기른 노인이 움직였다.
“끌끌끌.”
사탄교의 장로, 유프라푸스는 마리트가 수집한 마기를 힘으로 변환시켰다.
“악의 권능.”
엠블럼에서 뿜어진 붉은 기운이 주먹의 형태로 핸드 오브 갓과 충돌했다.
“크윽!”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은, 타락한 성직자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수치였다.
“전 세계.”
마리트가 두 팔을 벌리며 웃었다.
“전 세계의 사탄교.”
엠블럼은 더욱 강해졌고, 그 암수의 형태는 인간의 정신을 미치게 만들 정도였다.
“미카.”
시로네가 내뱉는 순간 전류가 흘렀다.
-네.
‘사탄교의 신도 수가 얼마야?’
초상감이 시공간을 초월해 정보를 전달했다.
-자이브 왕국 123만 211명. 토르미아 왕국 57만 3,433명. 아이론 왕국에 203만…….
‘총합만 말해.’
-3,298만 7,753명입니다.
곧바로 말이 이어졌다.
-7명 추가되었습니다. 3,298만 7,760명입니다.
불과 1초 사이에 세계적으로 7명이 추가되었다면 가히 엄청난 속도였다.
물론 전체 인구는 고정이기에 초반기 상승 곡선이 계속 유지되지는 않을 테지만…….
‘이번에는 모르는 일이야.’
감정병.
전대미문의 질병에 대응하지 못하면 인류는 골든 타임을 놓칠 수도 있었다.
에덴이 소리쳤다.
“참회하라, 악이여!”
에덴의 신성력이 방어막으로 퍼지자 사탄교의 신도들이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아아! 으아아아!”
사제였기에 마기도 강력하지만, 그런 만큼 참회의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었다.
“흐윽! 내, 내가……!”
몇몇 정신을 차린 신도들은 이용당한 분노를 머금고 카타콤에게 돌진했다.
“이 사악한 것들아!”
“쯧쯧, 이래서 안 된다니까. 실컷 즐길 때는 언제고.”
카타콤의 일원 아미달이 소년의 작은 손을 총 모양으로 바꾸어 겨누었다.
“빵!”
아무것도 나가지 않았으나, 선두를 달리고 있던 사제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빵! 빵! 빵!”
사람들이 쓰러지는 가운데 아미달은 아예 열 손가락을 전부 겨누었다.
악마의 능력, 몽상가.
“투타타타! 투타타타!”
애들 장난이지만, 그가 상상하는 현상들이 현실에서 그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오오오! 크리아 신이시여!”
하지만 악마에게 희롱당한 사제들의 분노는 죽음으로도 꺼트릴 수 없었다.
“어라?”
에덴이 정화시킨 자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자 아미달은 단도를 꺼냈다.
양손으로 칼집과 손잡이를 붙잡고.
“백 회 베기!”
반쯤 뽑았다가 다시 닫자, 주위에 날카로운 검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으아아아!”
사지가 잘린 자들이 바닥에 쓰러지고, 아미달이 그들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하하! 대포 발사!”
캔슬레이션.
“어?”
몽상가의 능력이 해제되자, 아미달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기폭?’
펑!
황급히 고개를 틀었으나 폭발의 충격으로 얼굴 반쪽이 너덜너덜해졌다.
“키이이이이!”
동공이 검게 변한 그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인파를 살피자 이루키가 서 있었다.
“어지간히 설쳐라. 지금 기분 안 좋으니까.”
‘이건 또 뭐야?’
악마의 능력을 해제하는 것은 인간의 논리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놀랄 필요 없어. 시옥이 수학 문제라면 너는 고작해야 산수 수준이었으니까.”
이루키의 사고는 고대 병기 엑스마키나에 준한다.
“이런, 씨……!”
아미달의 얼굴에 핏줄이 섰다.
한편, 굴탄은 엠블럼과 사투를 벌이는 시로네를 땅속에서 주시하고 있었다.
‘한 번만 들어가면 된다.’
심상공예.
인간의 마음을 직접 만질 수 있는 그는 시로네의 감정을 비틀 생각이었다.
‘약간만 틀어져도 야훼의 경지는 파괴되지.’
핸드 오브 갓과 악의 권능이 다시 충돌하는 순간, 그가 땅 위로 솟구쳤다.
“지금이다!”
등 뒤를 장악한 굴탄이 손을 쭉 내밀어 시로네의 몸을 빠르게 관통했다.
“됐다! 만졌……!”
양자화를 거쳐 돌아온 손가락이 전부 으스러진 것이 눈에 담겼다.
손으로 강철을 조형하려고 든 셈이다.
‘뭐 이런……?’
시로네의 목소리가 들렸다.
“피라미는 빠져.”
핸드 오브 갓이 손등으로 후려친 공격에 굴탄의 육체가 튕기듯 날아갔다.
“크악!”
양자화를 발동했으나 절반 이상의 충격이 고스란히 몸에 들어간 상태였다.
“끄으으으…….”
으스러진 손을 가슴에 올리고 신음하는 그때, 막시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이나. 내, 내가…….”
에덴의 성스러운 방어막을 통과한 그가 눈물을 흘리며 손을 내밀자.
“대사제님.”
세이나도 울고 말았다.
핵심 키워드 (4)
한편, 에덴의 신성력에 쏘이고도 여전히 참회하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
“크으으, 싫어. 돌아가고 싶지 않아.”
에덴이 말했다.
“어리석은 영혼이여, 타락의 끝은 허무밖에 없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입니까?”
“으아아아! 날 그냥 내버려 둬!”
고통이라고 해야 할까?
예전처럼 금욕적인 삶을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탄교. 정말 지독하구나. 사람의 정신을 여기까지 타락시킬 수 있다니.’
사제들이 소리쳤다.
“더 즐기고 싶단 말이야!”
쾌락에 절어 버린 뇌라도 궁지에 몰리는 순간에는 극도로 이성을 되찾았다.
‘저 여자를 죽여야 해.’
그들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처연한 눈물을 흘리며 두 손을 내밀었다.
“아아, 참회합니다, 신이시여.”
네이드가 소리쳤다.
“에덴! 속지 마! 방어막을 물리력으로 바꿔!”
그녀 또한 의심이 들었으나 참회하는 자들까지 밀어낼 수는 없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러니…….”
제발 죽어라, 망할 여자야.
선악을 구별할 수 없는 섬뜩한 느낌이 에덴의 목덜미를 차갑게 만졌다.
네이드가 앞을 가로막았다.
“내가 할게!”
에덴이 말리기도 전에 우르릉 천둥이 치고, 거대한 전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이 멍청한 녀석들이!
뇌신전생의 화신이 일갈을 내지르자 창백해진 사제들이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오직 쾌락만을 갈구하는 뇌는 죽음의 공포를 넘어 육체를 채찍질했다.
“으아아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돌진하는 사제들과 달리 네이드의 감정은 차가워졌다.
“진실과 거짓의 낙뢰.”
뇌신전생의 화신이 전자로 흩어지더니 빛의속도로 공기 중에 스며들었다.
“크윽!”
피부가 자르르하게 떨리는 불쾌한 기분에 사제들이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네이드가 손을 내밀었다.
“참회하지 않는 자, 다가오지 마라. 내 지시를 어길 시에는 심판을 받는다.”
사제들은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
특별한 변화가 없자 그들 중 1명이 간절한 눈빛으로 걸음을 옮겼다.
“참회합니다. 이 어리석은…….”
콰르릉!
한 걸음을 내딛는 것과 동시에 그의 머리 위에서 푸른 전격이 내리꽂혔다.
“꽥!”
그대로 고꾸라진 사제의 팔다리가 부들거리자 에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게 뭐야?’
위력은 여전히 난폭했지만 뇌신전생의 분노는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네이드, 이건……?”
“뇌신의 심판. 거짓말탐지기랑 비슷한 거야. 상대의 뇌파를 읽고 자동으로 반응해. 만약 자신을 속이면…….”
콰르릉!
또다시 누군가의 머리 위로 벼락이 내리쳤다.
“이렇게 되는 거지.”
네이드의 설명은 자체로 구속력이 되어 사제들을 움직일 수 없게 했다.
“수작 부리지 마. 나는 시로네처럼 모두를 포용할 능력도, 아량도 없으니까.”
그것이 결정타였다.
그렇게 악의 사제들이 발이 묶인 동안 참회한 사제들은 사투를 벌였다.
“신이시여!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쾌락을 벗어나기 싫은 만큼이나, 일단 벗어난 자들의 마음은 참담했다.
이루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쪽이고 저쪽이고, 온통 신이네.’
그저 시로네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적을 제압할 뿐이었다.
‘캔슬레이션.’
아미달의 능력 몽상가가 또다시 해제되면서 사제들의 신성력이 가해졌다.
“크아아아! 이 자식이!”
한때는 노예처럼 부렸던 자들에게 얻어맞은 마족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모조리 죽여 주마!”
아미달이 단도를 옆구리로 끌어당긴 자세를 취하더니 상체를 굽혔다.
“받아라, 내 최강의 기술!”
단도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쥔 그가 검기의 폭풍을 상상하며 소리쳤다.
“무한천공베기!”
반경 수백 미터를 검기로 갈아 버리는 기술.
“이야아아! 이야아아!”
칼집에 꽂힌 칼날을 빠르게 왕복시키자 사제들이 황급히 걸음을 멈췄다.
“으아아아! 더 빨리! 더 빨리!”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
검기는 현실에 태어나지 않았고, 단도를 흔들어 대는 아이만 있을 뿐이었다.
이루키가 한심하게 말했다.
“뭐 하냐, 너?”
또다시 능력이 해제되었음을 깨달은 아미달이 그대로 단도를 패대기쳤다.
“제길!”
“소꿉장난은 친구들이랑 해. 이제 곧 집에 보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