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04
야훼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시로네가 탁한 감정을 극한으로 압축시켰기 때문이다.
‘마는 짓누를수록 커지고.’
그 거대한 마는 주인의 바깥으로 내뱉어져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으니.
‘그게 바로 사탄교의 교주, 기요르기.’
야훼가 만든 악마였다.
“후우.”
굴탄을 놓쳤다는 게 확인되자, 시로네는 무릎을 짚고 아픈 표정을 지었다.
미카가 말했다.
-우선 돌아가죠. 엠블럼의 창에 당한 충격이 예상보다 커요. 휴식이 필요합니다.
창에 맞은 상처는 아물었으나, 마류의 기운은 독처럼 몸속을 돌고 있었다.
‘정말 위험했다.’
핸드 오브 갓이 뚫린 이유는 광자 기반의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의 기술.’
물리와 상관없이 들어오는 공격.
만약 마류의 크기가 1억 명 근처까지 갔다면 생명이 위험했을 터였다.
‘야훼를 죽이는 창이라.’
시로네를 암살하기 위해 사탄교를 세운 기요르기의 판단은 정확했다.
‘더 커지기 전에 막아야 돼.’
힘든 표정으로 고개를 쳐든 시로네는 원래 있던 장소로 공간 이동을 시전했다.
섬광이 도착하자 에덴이 소리쳤다.
“시로네!”
“역시…….”
주위를 살펴보니 마류, 즉 사탄교를 믿는 자들이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네이드와 이루키가 다가왔다.
“어떻게 됐어? 세이나 씨는?”
“놓쳤어. 심지어 위상 공간에서도 사라진 것 같아. 기요르기의 히든 코드일 거야.”
이루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도 마찬가지야. 붉은 빛에 휩싸이더니 사라지더군. 하지만 위상 공간에 없다는 것은…….”
“쿨럭! 쿨럭!”
막시무스가 피를 토했다.
에덴이 신성력으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심장에 생긴 관통상은 어쩔 수 없었다.
시로네가 다가갔다.
“막시무스 씨.”
“그들은 멜키두로 갔을 겁니다. 살인자들의 안식처. 카타콤의 아지트입니다. 음기가 가득한 깊은 밤중에만 현실로 나타난다고 들었습니다.”
“말을 아끼세요. 지금 치료할게요.”
막시무스는 고개를 저었다.
“제 상태는 제가 알아요. 세이나의 실력도 잘 알고 있죠. 그리고…… 저는 괜찮습니다.”
막시무스는 평온해 보였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죠.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는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결국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시로네는 슬픈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뒤늦게 깨달은 것은, 어떤 결정을 내렸든 똑같았을 거라는 것이죠. 후회를 하지 않는 방법은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어요.”
막시무스가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모두가 자신의 원인에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인류는 통합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거나 아주 먼 미래의 일이죠. 인류를 구원하고 싶다면 당신은 그들의 원인을 끝까지 파고들어야 합니다.”
최초의 원인.
“어쩌면 태어나 버린 죄까지도. 그것은 실로 아득히 어려운 일일 테지만…….”
막시무스는 시로네의 손을 붙잡았다.
“꿈조차 꿀 수 없다면 놀라운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죠. 하지만 1명이라도 꿈을 꾼다면, 그것은 종말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마지막까지…….”
불가능한 꿈을.
“…….”
약간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막시무스는 세상을 떠났다.
“편히 잠들기를.”
시로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살폈다.
마류에서 벗어난 사제들이 옷조차 입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교황청으로 돌아가세요.”
대답은 없었다.
“돌아가서 이 모든 사실을 공표하세요. 사탄교를 막지 못하면 큰 재앙이 닥칠 겁니다.”
“하, 하지만!”
사제 중의 1명이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시로네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이유가 아니겠지.’
인간의 탈을 쓰고는 차마 할 수 없는 짐승의 유희를 즐겼기 때문이다.
참회를 했다고 해도 파문은 기정사실이고, 전 세계 신도들의 비난을 받을 터였다.
사제들은 비참했다.
‘죽어도 못 해. 내 입으로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어떻게 밝히라는 말인가.’
에덴이 시로네의 옆으로 다가왔다.
“어쩔 수 없어. 저 사람들에게 사제라는 직함은 신앙보다 더 중요한 가치니까. 반대였다면 처음부터 사탄교에 빠지지도 않았을 테고.”
이루키가 말했다.
“일단 세이나 씨를 되찾고 생각하자. 막시무스가 멜키두라고 했지? 그곳으로 가야 돼.”
네이드가 물었다.
“음기가 가득한 깊은 밤중에만 현실에 나타난다니, 세상에 그런 공간이 어디 있어?”
“있어.”
시로네가 말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에서는 공간의 율법이 독자적으로 발달할 수 있거든. 실제로 밀림에 숨어 사는 부족들의 문명은 우리와 굉장히 다르잖아? 관찰자의 시선이 다르다는 거야. 그런 성향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면 버스타크 삼각지대나 미노 산맥의 천공산이 되는 거지.”
이루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범선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자기장이 강해져서 돌이 떠다니기도 하는 거 말이군. 하지만 그 정도의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정말 오래 걸릴 텐데.”
“응. 실제로 버스타크 삼각지대 같은 경우는 1만 년 이상 시선의 공백이 생겼어. 급류가 강해서 배들이 삼각형의 주위만 맴돌았거든. 그런 상대적 격리가 율법의 구멍을 만들어 낸 거지. 물론 지금은 항해 기술이 발달되어서 막혀 가는 추세지만. 다른 지역 같은 경우도 문명의 확장으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중이야.”
시로네가 검지를 들었다.
“하지만 문명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여전히 남아 있어. 안드레의 미궁에서 가 봤거든. 모든 인구에 순위를 매기는 코드네임이라는 도시랄지, 반드시 흑과 백을 선택해야 하는 화이트블랙이랄지.”
“아하.”
일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멜키두도 독자적인 율법을 가진 장소일 거야. 막시무스 씨가 살인자의 안식처라고 했으니…….”
에덴이 눈을 찡그렸다.
“살인자의 시선으로 관철된 장소겠네.”
“……그렇겠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
델타 본청.
토르미아 섹터의 중심에 있는 국가정보원 사무실은 찜통처럼 더웠다.
“후우.”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기 때문이지만, 단테가 내뿜는 열기도 한몫을 했다.
“아, 진짜!”
결국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내리치자, 3명의 직원들이 단테를 돌아보았다.
“부장님, 진정하세요.”
“……미안.”
급히 냉정을 되찾고 사과했지만 과열된 뇌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담배를 문 단테는 성전 12개국의 관계도가 그려진 차트를 유심히 살폈다.
‘롬, 가르토, 테미카의 행방.’
거미줄보다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단테는 경우의수를 모두 계산했다.
‘문제는 계속 빗나가고 있다는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12개국의 관리들은 음지에서 접선을 하고 있을 터였다.
토르미아도 마찬가지.
하지만 첩보를 통해 들어온 결과물은 단테의 예측과 상당히 달랐다.
‘저 피라미드 때문이야.’
당장 변한 것은 천사의 쇠퇴지만, 그것만으로도 각 국가의 전략은 완전히 수정된다.
정보 처리에 있어 단테는 세계 최고지만, 시스템이 변하는 상황은 힘들었다.
‘시스템이 바뀐다는 것은 정보에 담긴 의미가 바뀐다는 뜻. 사과가 칼이 되어 버려. 이건 정보전이 아니야.’
율법 전쟁이다.
‘따라서 정보에 담긴 의미를 추출할 수 있는 능력, 율법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현재 문 왕국에 접선 국가가 몰리는 이유였다.
‘결국 동맹인가. 아니, 어차피 우리 쪽에 전문가는 있어야 해. 그렇다고 아무나 들였다가는…….’
보안이 망가진다.
‘토르미아에도 인재는 있지만, 내가 믿을 수 없어. 일단 새어 나가면 끝장이야.’
플루가 기스에게 접근한 것만 봐도 믿을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
꽁초까지 타들어 간 담배를 비벼서 끈 단테가 옷을 걸치고 문으로 향했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부장님…….”
슬픈 표정을 지은 직원들이 닫힌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도 더운데.”
델타 본청을 나선 단테는 땀을 식히는 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물었다.
“하아, 짜증 나.”
근위대가 순찰을 도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때 벽 너머에서 소리가 들렸다.
“좀 들어가자고요!”
“응?”
단테에게 익숙한 억양이었다.
“율법이 바뀌고 있어요! 인류에 경고를 내리지 않으면 조만간 재앙이 닥칠 겁니다!”
경비가 소리쳤다.
“국가 공인 출입증이 있어야 한다니까! 여기 당신 말고도 유능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저는 아케아니스 신단의 리리아입니다. 시온에서 미로 씨와 함께 일했던 마도사라고요!”
“미로고 뭐고, 자꾸 이러면 국제법에 따라……!”
“리리아?”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몸을 돌린 경비가 얼른 옆으로 물러서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 여자가 소란을 부려서.”
본청에서 나온 사람이라면 가슴에 달고 있는 소속증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어? 단테!”
리리아가 반갑게 손을 들며 다가오려고 하자 경비들이 그녀를 막았다.
“안 된다니까!”
“단테! 이 사람들한테 말 좀 해 줘! 지금 세계에 큰일이 벌어지고 있어!”
“아…….”
단테는 멍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조만간 시간파가 밀려들 거야. 피라미드의 힘을 억제하지 않으면…… 꺅!”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테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저기…… 단테?”
리리아가 어색하게 눈을 굴리는 가운데, 단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
살았다.
율법 전쟁 (2)
***
불의 아치가 우주적 규모로 펼쳐지는 태양의 표면은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아.”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며 탄생한 사티엘은 천사의 고향을 존재로 체감했다.
“이곳은 여전하군.”
또 1명의 대천사 레이엘이 그녀에게 다가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성광체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빛의 실루엣은 전과 똑같은 형상이었다.
사방에서 불길이 일어서더니 거대한 새를 닮은 실루엣이 그들에게 날아들었다.
“어서 오세요, 빛의 존재여.”
“피닉스여.”
태양을 지키는 존재를 향해 사티엘이 걸어갔다.
“가여운 천사들이 빛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태양은 더 이상 그들을 지켜 주지 않아요.”
“신께서 이 우주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느낌이 달라진 것이죠.”
느낌이기에, 크게 변하든 작게 변하든 정도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신의 생각만이 중요할 뿐.
“되돌리고 싶어요. 코어로 가게 해 주세요. 그곳에서 바로잡을 겁니다.”
피닉스가 고개를 기울였다.
“왜죠?”
“네? 당연히 천사들을…….”
“우주의 느낌이 달라졌다면, 또 그렇게 나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런가?
‘어째서 나는 지상의 천사들을 걱정하는가?’
피닉스가 말했다.
“사티엘이여, 이제 새로운 천사가 탄생할 거예요. 그들이 다시 천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