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18
“말도 안 돼! 정말 그랬어요?”
“그렇다니까! 그래서 내가 이렇게 소리쳤지! 야! 너 지금 바지에 똥 쌌어!”
“깔깔! 너무 웃기다!”
네이드가 소녀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을 남은 세 사람이 멀리서 지켜보았다.
“진짜 돌아 버리겠네.”
20명 넘게 대화를 나누었으나 악당은커녕 하나같이 친절한 자들이었다.
“그래서 도둑을 잡았는데…….”
시로네가 소리쳤다.
“야! 네이드!”
정신을 차린 네이드가 소녀들에게 손을 흔들며 친구들에게 달려왔다.
그가 머리를 움켜쥐었다.
“큰일이야.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여기 너무 살기 좋은 마을 아니야?”
이루키가 말했다
“소규모 공동체니까. 이런 곳에서는 사소한 사건도 일어나기 힘들어. 바로 범인이 특정되거든.”
시로네가 턱을 괴었다.
“그렇다고 해도 커티스 씨가 처음부터 신뢰를 깨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효율이 나쁘다고 했지, 불가능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거든. 더 자세히 말하지 않은 이유는 비효율적인 패턴이 다양하기 때문 아닐까?”
“그럴 수도. 어쨌든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개성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어떤 변수가 일어날 수도 있지. 문제는 그 시점을 모른다는 거야.”
에덴이 말했다.
“기다려 보는 수밖에. 일단 순서를 바꿔서 무기부터 먼저 구하자. 맨손으로 할 수는 없잖아?”
악당이라도 목을 조르고 싶지는 않았다.
“마테리얼 말이야.”
이루키가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그 능력으로 만들면 어때? 포인트를 아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칼도 가능하지?”
“물론 가능하지만…….”
시로네는 마테리얼을 발동해 보았다.
-범죄 수행에 필요한 크라임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현재 크라임 포인트는 91P입니다.
“포인트가 부족해. 범행 도구를 만드는 것도 범죄에 해당되는 건가 봐.”
“……짜증은 나지만 인정. 결국 살 수, 아니 훔칠 수밖에 없는 건가?”
네이드가 나섰다.
“내가 할게. 여기서 기다려.”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길을 건넌 그는 맞은편에 있는 무기 상점으로 들어갔다.
“죽이기 편한 걸로 가져와야 할 텐데.”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살인마가 쓰던 칼과 똑같은 것을 든 네이드가 나왔다.
상점에서 고함이 터졌다.
“이 자식아! 감히 내 물건을 훔쳐? 도둑이야! 도둑……!”
네이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 아래를 발바닥으로 세게 밀어 닫아 버렸다.
쾅!
“…….”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네이드가 다시 길을 건너와 칼을 던졌다.
“봤냐, 대도의 실력을.”
이루키가 회전하는 칼의 손잡이를 낚아채고 날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최선이야?”
“짧은 건 이것밖에 없어. 뭐 이상한 빛이 나는 것도 있던데, 그건 포인트가 부족하대.”
“그래서 얼마지? 지금 포인트는?”
-현재 여러분의 크라임 포인트는 76P입니다.
“15P. 역시 싸군. 정상적으로 플레이 했다면 열다섯 번 찔러서 3명을 죽이는 수준이니까. 살인자라는 전제하에서는 적당한 난이도야.”
범행 도구까지 갖춘 그들은 골목으로 들어가 변수가 생기기를 기다렸다.
“이러니까 진짜 범죄자 같다.”
“…….”
농담이 통할 분위기가 아니었고 시로네는 초조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가능성은 충분해. 하지만 정말 비효율적이다. 하루 안에 변화가 없으면 이 전략을 재고해야겠는걸.’
그로부터 1시간 뒤, 해가 잔잔히 저물 무렵 입구 쪽의 종이 흔들렸다.
“습격! 습격이다!”
시로네 일행이 골목 밖으로 튀어나가자 3명의 도적들이 칼을 들고 있었다.
‘이거구나.’
도적단의 리더가 소리쳤다.
“오늘 하루 이 마을은 우리 것이다! 여자 3명과 가장 비싼 술을 가져와! 그럼 누구도 죽지 않을 거다.”
시스템 음성이 들렸다.
-도적단이 마을에 합류했습니다.
“저 나쁜 자식들…….”
주민들이 창백하게 질린 반면에 시로네 일행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지금이야, 가자.”
막 발을 떼려는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기다려. 우리가 먼저다.”
시로네 일행이 몸을 돌렸다.
네이드가 훔친 칼과 똑같은 칼을 들고 있었고 인원은 총 3명이었다.
‘플레이어. 이들도 공범인가?’
마을을 조사할 때 들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나름 훈련이 된 자들이었다.
키가 큰 남자가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너희도 플레이어지? 하지만 우리는 벌써 3일째 기다렸어. 설령 논 플레이어라고 해도, 죄 없는 민간인을 죽일 수 없어서 말이야.”
이해가 되었다.
“물론 너희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알아. 그래서 미안하군. 우린 흉악범을 쫓고 있어. 부녀자 7명을 살해한 미친놈이지. 양보해 주면 안 될까?”
도적단은 3명, 따라서 오직 한 팀만이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남자가 소매를 내리자 서클 안에 새겨진 매의 문신이 드러났다.
‘호크 아이.’
스탕 왕국에서 활동하는 민간 조사원이었다.
“아는 눈치군. 그래, 우리는 왕국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해 주는 비공식 경찰. 공교롭게도 지금 쫓는 놈이 위세가 강한 귀족이거든.”
그가 시로네의 어깨를 짚었다.
“솔직히 너희들이 이렇게 빨리 히든 이벤트를 찾을 줄 몰랐다. 도적단에 대한 정보는 밤늦은 시간 촌장의 집에서만 확인할 수 있거든. 우리가 그 사실을 알기까지 꼬박 이틀이 걸렸어.”
커티스를 만난 건 분명 행운이었지만, 시로네의 마음을 움직인 건 다른 부분이었다.
‘3일을 기다렸다면.’
이 세계의 시스템을 알고도 쉬운 살인을 택하지 않고 버틴 것이었다.
“네. 우리가 양보할게요.”
시로네가 힘이 빠친 채로 물러서자 네이드가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어쩔 수 없잖아.”
“……응.”
조사원 3명은 감사를 표하듯 시로네 일행에게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나아갔다.
“한 사람당 한 명씩 맡는다.”
“좋지.”
그들 모두 단도를 들고 있었고, 짧은 눈싸움을 끝으로 땅을 박차고 나갔다.
“죽어라! 도적들아!”
조사원이 돌진하는 것과 동시에 도적들이 상체를 굽히며 장검을 움켜쥐었다.
“크크크!”
거의 동시에 6명이 충돌하고, 곧바로 조사원 3명이 칼에 맞아 나뒹굴었다.
“으아아아!”
지켜보는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청 세잖아!”
시로네도 의외였다.
‘확실히 강하다. 하지만 조사원도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어. 크라임 포인트 때문에…….’
도적단의 리더가 소리쳤다.
“푸하하하! 별것도 아닌 것들이 까불고 있어!”
“크윽!”
옆구리를 베인 치안대가 엉금엉금 물러서고, 리더가 장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심장이 어디쯤에 있었더라?”
“쳇! 줘 봐!”
이루키의 단검을 낚아챈 네이드가 말릴 새도 없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미제 사건 (3)
“네이드!”
친구들이 말릴 겨를도 없이 네이드는 도적의 장검을 받아 옆으로 흘렸다.
“크윽! 제법!”
특별한 능력은 사용할 수 없어도 실전 감각과 경험은 단연 초일류였다.
옆구리에 단도를 찌르고 비틀자 도적이 놀란 표정으로 신음 소리를 냈다.
“허어어억!”
‘손맛 더러운 것 봐. 진짜 리얼하네.’
빠르게 복부에 한 방을 더 먹인 그는 단도를 쳐올려 도적의 목을 뚫었다.
“그르르르…….”
손잡이에 적의 무게가 온전히 느껴질 때까지 버틴 네이드가 뒤로 물러섰다.
부러진 고목처럼 도적이 쓰러졌다.
“포인트는?”
-현재 여러분의 크라임 포인트는 58포인트입니다.
‘1명 잡는 데 18포인트. 방어도 범죄의 일환이라는 건가. 진짜 비효율적인데.’
민간인을 대상으로 미션을 수행했다면 5포인트에 끝낼 자신이 있었다.
“건방진 자식들이!”
도적의 외침에 고개를 틀자 이루키와 에덴이 장검을 피해 돌아다니고 있었다.
“도망치는 건 제법이구나!”
고꾸라지듯 장검을 피한 이루키는 땅을 훑으며 상체를 완전히 뒤틀었다.
오른팔을 채찍처럼 휘두르자 흙이 팍 하고 도적의 얼굴을 강타했다.
“으아아! 내 눈!”
동시에 에덴이 도움닫기를 하더니 남자의 다리 사이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
“……꺼!”
비명조차 낼 수 없었다.
눈동자가 위로 말려든 도적이 쿵 하고 쓰러지자 네이드가 목뒤를 베었다.
“포인트는?”
-현재 여러분의 크라임 포인트는 17포인트입니다.
“뭐?”
누가 몇 포인트를 썼는지 몰라도 칼로 잡는 것보다 훨씬 많은 소모였다.
네이드는 에덴을 돌아보았다.
“너…….”
“미안.”
혀를 삐죽 내민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는 그때 시로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이드!”
도적의 등 뒤에서 목을 조이며, 시로네가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끄으으! 떨어져!”
땅에 떨어진 장검을 붙잡은 도적이 시로네의 얼굴을 향해 칼을 세웠다.
“시로네!”
네이드가 손에 든 단도를 던지는 순간 손가락이 구부러지며 손잡이를 잡았다.
-범죄 수행에 필요한 크라임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현재 크라임 포인트는 14포인트입니다.
‘제길!’
비도는 포인트가 더 많이 들어가는 듯했다.
“죽어라!”
팔을 머리 위로 쳐올린 도적이 장검을 내리꽂으려는 순간 시로네가 기합을 넣었다.
“이야아아!”
온 힘을 다해 도적의 목을 비틀자 우드득! 섬뜩한 소리를 내며 고개가 돌아갔다.
도적의 팔이 힘없이 떨어지고, 처참한 광경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쉰 시로네가 도적의 시체를 옆으로 밀어내며 일어섰다.
“시로네, 괜찮아?”
기초 체력은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그럼에도 등 근육이 욱신거렸다.
“응. 잠깐 쉬면 괜찮아질 거야.”
민간 조사단은 고작 칼 한 자루로 도적단을 제압한 그들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저 녀석들은 뭐야? 다들 어려 보이는데.’
루키에게 주어지는 포인트가 고작 100포인트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황당했다.
“너희들…….”
말을 건네는 순간 시간이 멈췄다.
-미션 종료. 보상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얼어붙은 자들을 지켜보던 네이드가 손을 휘저었으나 잡히는 게 없었다.
“이것도 히든 코드인가?”
이루키가 말했다.
“그렇겠지. 우리가 보상으로 몇 포인트를 받았는지 어떤 방법으로도 알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일 거야. 공평하지. 포인트가 전부니까.”
-특전! 명예로운 악행을 클리어 했습니다. 획득한 크라임 포인트의 2배를 지급합니다.
말이 끝나는 즉시 일행의 발 앞에 크라임 다이스 2개가 톡톡 떨어졌다.
아무도 줍지 않는 가운데 네이드가 말했다.
“특전이라. 히든 이벤트를 클리어 했기 때문인가 봐. 2배라면 꽤 좋은 거 아냐?”
이루키가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