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21
“사탄교 집회입니다. 이곳에 모인 신도들은 사탄과 계약을 한 인간입니다.”
즉, 생육신.
대략 6천 명의 인간이 참석했고 그들 모두가 시옥의 후보군이었다.
“복종하십시오! 간절히 원하십시오! 사탄께서 반드시 응답하실 겁니다!”
들고일어나는 기세가 눈에 보일 정도로, 신도들이 손을 들고 소리쳤다.
저마다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으나, 시로네에게는 그저 괴성처럼 들릴 뿐이었다.
마족이 손을 내밀었다.
“들립니다!”
거짓말처럼 소음이 사라지고 마족의 기다란 손가락이 누군가를 가리켰다.
“아이를 잃은 어미의 원통함이 들립니다! 마리, 마리라는 여성입니다.”
“접니다! 저예요!”
한 여성이 죽은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채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저에게 오세요. 사탄에게 복종하는 당신에게는 그럴 용기가 있습니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마리가 단상에 올라오자 마족이 아이의 시체를 건네받았다.
“이 아이는 살아날 것입니다. 믿습니까?”
“네! 믿습니다! 저는…… 저는 사탄을 믿습니다! 아이만 살려 주신다면…….”
“조건은 필요 없습니다! 믿습니까!”
여자가 악을 질렀다.
“네! 믿습니다!”
“좋습니다! 사탄의 이름으로……!”
아이의 시체를 양손으로 번쩍 치켜든 마족이 온 힘을 다해 패대기쳤다.
“살아나라!”
쿵 하고 아이의 시체가 땅에 떨어지자 모든 신도들이 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사탄의 위대함을 찬양하라!”
시로네는 질 나쁜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었으나, 더욱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오오! 내 새끼!”
심지어 엄마조차도 아이의 시체를 끌어안고 기쁨의 춤을 추는 것이었다.
“이리 오렴, 우리 아가.”
푸르스름한 아이의 시체에 입을 맞추는 모습에 일행은 소름이 돋았다.
시로네가 중얼거렸다.
“대체…… 이게 뭐야?”
마족은 그 후에도 한쪽 다리를 잃은 군인과 눈이 먼 할머니를 불렀다.
“똑바로 걸을지어다!”
환희의 함성을 지른 군인이 여전한 외다리로 단상을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을 내딛기 전에 고꾸라졌으나 그는 계속해서 몸을 일으켰다.
“몸이 나았다!”
쿵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보라고! 이제 멀쩡하게 걸을 수 있어! 반드시 복수해 주마, 개 같은 자식들!”
또다시 쓰러진다.
“눈이 보입니다! 앞을 볼 수 있어요! 수표! 이제 내 수표를 뺏기지 않을 거야!”
두 손을 허우적대는 할머니는 같은 자리를 끝없이 맴돌고 있었다.
시로네는 이를 악물었다.
“……광신도.”
레테가 말했다.
“그래요. 시옥은 이렇게 탄생합니다. 논리를 파괴할 정도로 맹목적인 믿음. 히든 코드는 그런 모순에서 발생하는 특별한 현상이에요.”
그녀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습게 여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진성음이라면, 그녀의 강력한 정신력이라면, 시옥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시로네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건 거대한 욕망입니다. 어느 정도 감정이어야 사탄과 계약을 할까요? 끔찍한 사고로 아이를 잃은 여자가 기준이 될 수 있겠죠. 가족에게 돈을 빼앗긴 저 노인의 욕망도 그만큼 강하다는 뜻입니다. 진성음은 할 수 없어요. 그녀는 세상을 위해 자신을 버린 인간이니까.”
레테의 말이 옳았다.
마족이 신도들을 자리로 돌려보내자 단상으로 20명의 인간이 걸어왔다.
“저들이 유력한 시옥 후보입니다.”
신도들처럼 호들갑스럽지는 않았지만 상태는 월등하게 비참해 보였다.
“보십시오, 여러분. 저는 사탄을 믿은 덕분에 이렇게 부자가 되었습니다.”
주머니에서 쓰레기가 계속 떨어졌다.
신도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지고, 그의 마이크가 옆에 있는 여성에게 전해졌다.
끔찍하게 흉측한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시옥 선발 최종 20인에 들어간 모르타싱어입니다.”
시로네의 눈이 커졌다.
‘저 사람이…… 모르타싱어라고?’
시로네가 기억하기로 그녀는 세계 미인 대회에 참가해도 될 법한 미인이었다.
손유정조차 충격을 받았는지 그토록 찾던 친구의 등장에 멍한 표정이었다.
“사탄께서는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저에게 주셨지요. 보세요. 아름답지 않나요?”
신도들이 휘파람 소리를 냈다.
“어…… 그러니까 저는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도 사탄을 위해 제 한 몸을 바쳐…….”
어색한 말투로 말을 이어 가는 그녀의 모습을 13층의 지휘실이 주시했다.
교만의 1시가 말했다.
“글렀어. 히든 코드를 제법 다루기는 하는데, 뭔가 100퍼센트는 아니라는 느낌?”
하비츠의 명에 따라서 최대한 빨리 시옥을 완성시키려는 그들이었다.
방랑의 6시가 말했다.
“초반 성장은 빨랐지만 관철이 문제야. 아마도 규정외식자였기 때문이겠지.”
질투의 8시가 말했다.
“논리를 비틀어도 결국 나름의 논리니까. 규정외식 같은 유치한 장난으로 히든 코드를 이해하려고 드니 저런 사달이 나는 거야. 멍청하긴.”
“그보다…… 12층을 봐.”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 절정의 11시가 턱짓으로 아래층을 가리켰다.
“야훼가 왔다.”
시로네를 눈에 담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지 같은 야훼 때문에 우리가 고생이야. 위저드도 저 녀석이 키웠다지?”
지금 죽일 수 있다면.
“……갈까?”
“괜찮겠어? 레테도 옆에 있잖아. 뭔가 꾸미는 게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알 게 뭐야? 우린 오직 하비츠 님을 위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사탄의 열두 가지 유혹.”
시옥이라는 광신도였다.
시옥 후보군 20명의 소개가 끝나자 마족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이것이 바로 사탄의 권능입니다. 불가능이 없는 신의 능력입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아마도 기요르기가 가지고 있을, 악마의 바이블에 적힌 구절이 읊어졌다.
집회가 끝나고 신도들이 해산하자 레테는 일행을 10층으로 데리고 갔다.
“무파!”
단상에 앉아 쉬고 있던 마족이 레테를 발견하고 황급히 달려왔다.
“엇! 사장님! 어떻게 여기까지?”
“이분들에게 컴퍼니 좀 견학시켜 주느라. 인사해. 알지? 야훼하고, 일행분들.”
마족이라면 당연히 눈이 돌아갈 테지만 무파는 능글맞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무파입니다.”
시로네가 꿈도 꾸지 말라는 듯 미간을 찡그리자 머쓱하게 손이 거두어졌다.
“쩝! 너무하네. 같은 업계 종사자끼리.”
“같은 업계?”
시로네의 목소리에 노기가 섞이자 레테가 황급히 두 팔을 벌렸다.
“자, 자! 그건 됐고. 시옥 후보군 중에 모르타싱어라는 애 있지? 지금 어디 있어?”
“기도하고 있지 않을까요? 열심히 할 때니까요. 그런데 모르타싱어는 왜……?”
“손유정!”
그 순간 강당 안쪽과 연결되어 있는 문에서 모르타싱어가 뛰어나왔다.
“정말 너 맞구나! 아까 보고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손유정이었어!”
한달음에 달려온 그녀가 목을 끌어안을 때까지도 손유정은 믿을 수 없었다.
“너…….”
함께 천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고를 쳤던 시원시원한 성격의 친구.
“호호! 하긴, 놀라는 것도 당연하지. 못생겼던 내 얼굴이 이렇게 예뻐졌으니 말이야.”
하지만 지금 앞에 있는 건, 차라리 해골이 나을 듯한 몰골의 광인이었다.
5대 시스템 (2)
손유정은 말이 없었다.
딱히 혐오스럽지는 않았지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결국 너도 지옥에 떨어졌구나. 깔깔! 그럴 줄 알았다니까! 사탄교에 들어와.”
손유정이 입을 열었다.
“너…… 괜찮아?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되게 안 좋아 보이는데.”
시선이 집중되었다.
친한 친구의 솔직한 평가를 듣고도 그녀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안 좋다고?”
갑자기 인상을 팍 구긴 모르타싱어가 손유정의 어깨를 사납게 짚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도 날 질투하는 거야? 내가 예쁜 게 그렇게 싫어?”
히든 코드를 어느 정도 다루는 그녀는 분명 진심을 전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솔직히 말해! 내가 어떻게 보이는데?”
마지막 남은 이성.
세상의 이치에 통달했던 마법사의 논리가 착각을 가로막고 있었다.
“빨리…… 대답하란 말이야.”
잔뜩 일그러진 모르타싱어의 한쪽 눈에 눈물이 글썽이자 손유정은 깨달았다.
‘후회.’
살려 달라고 하는 듯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손유정은 천천히 뒤로 물러서 일행의 뒤로 빠졌다.
모르타싱어가 울먹였다.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미안.”
그렇게 야훼를 속인 손유정의 눈에서 곧바로 화안금정이 불타올랐다.
“키이이이!”
예비 동작조차 생략하고 휘두른 두 자루의 여의가 바닥을 폭파시키고.
“피해!”
시로네 일행이 몸을 날렸다.
착지를 생각하지 않고 몸을 띄운 에텔라를 샤갈이 등 뒤에서 막아섰다.
“당신…….”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샤갈을 쳐다보는 그때, 벽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벽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사옥을 벗어나 허공을 가로지르는 손유정의 손에 모르타싱어가 붙들려 있었다.
“놔!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나가게 해 줄게. 너라도 도망쳐. 여기 말고 어디든지 가란 말이야.”
“너는 어쩌고?”
“나는 긴고아가 채워져 있어. 너를 구할 시간은 벌었지만, 야훼가 나를 붙잡을 거야.”
지상에 착지한 모르타싱어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나는 사탄교에서…….”
“가!”
원숭이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고함을 지르자 모르타싱어가 어깨를 들썩였다.
“정신 차려! 너 제정신이야? 정말로 지금 네 얼굴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 나는…….”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사탄교의 신도들과 있으면 무엇이 옳은지 망각하게 된다.
손유정이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저긴 미친놈 소굴이지만 너는 아니야. 나보다 훨씬 똑똑했잖아. 예전의 너라면 분명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거야. 그리고 너…… 정말로 예뻤단 말이야.”
어떤 사고를 쳐도 늘 맏언니처럼 모르타싱어를 편들어 주던 손유정이었다.
“진짜야? 나, 정말 안 예뻐?”
얼마나 자기 세뇌를 반복했으면 지금 이 상황에서도 갈피를 못 잡는 것일까?
리체라가 끼어들었다.
“뭐, 나야 이제 아랫도리도 없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군요. 당신은 그냥…….”
“넌 닥쳐.”
리체라의 말을 끊은 손유정이 말했다.
“빨리 떠나. 여긴 내가 맡을게.”
“싫어. 너랑 같이 갈 거야. 나 혼자서는 여기서 살아갈 수 없단 말이야.”
“못 간다고 말했잖아. 야훼는 변태거든. 갖은 핑계를 대며 내 목을 조르고, 그 모습을 즐기지.”
목에 감긴 금테를 거추장스럽게 어루만지던 손유정이 갑자기 눈을 깜박였다.
“응?”
시옥의 후보생을 데리고 도주한 것은 야훼의 적을 빼돌린 것이나 마찬가지.
‘왜 긴고아가 줄어들지 않는 거지?’
“멀쩡한데?”
손유정은 확신했다.
‘긴고주를 외우지 않은 거야. 하지만 어째서?’
리체라가 말했다.
“갈 거예요, 말 거예요? 뭐든 상관없지만, 여기에 있는 건 싫다고요.”
사방에 에이전트가 깔려 있었으나, 손유정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레테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