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28
어쩌면 현실의 흔한 일상이었겠지만, 세인은 그 꿈을 악몽으로 정의했다.
“잘 자고 있나?”
이 세계가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며 세인은 미로가 자고 있는 방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연 순간.
“가올드!”
집이 쩌렁쩌렁 울렸다.
10분 뒤, 강난이 장착한 벨트에 냉병기를 꽂으며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폭탄 30개가 사라졌어.”
시로네, 미로, 아리우스가 떠났고, 그들은 정신이 이상하거나, 어리거나, 동물이었다.
무장을 끝낸 세인이 물었다.
“상인 연합, 부를 수 있어?”
“모르겠어. 지금 당장 소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무엇보다 약속 시기가 달라서…….”
강난이 부츠에 나이프를 꽂으려는 순간 가올드가 다가와 칼을 낚아챘다.
“뭐 하는 거야?”
말 대신 가올드는 정면에 보이는 벽을 향해 나이프를 강하게 내던졌다.
딱!
칼날의 반이 박힌 가운데, 세인과 강난이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았다.
“멍청하기는.”
세인이 말했다.
“뭐가? 미로는 아직 어리고 시로네는 정신이 이상해. 우리에게는 도움이 필요해.”
“그래. 미로가 갔지.”
신조차 죽이려고 했던 느낌을 떠올리며 가올드는 나이프를 빼냈다.
“시장경제니 도시의 존멸이니, 그런 물렁한 생각으로 접근하니까 안 되는 거야.”
나이프를 뽑은 가올드가 돌아섰다.
“너희들이 싸우는 게 뭔지나 알아? 잔소리 말고 따라와. 가서 찾아오면 되니까.”
강난은, 세인은 깨달았다.
‘그랬었지.’
가올드는 자신을 위해 싸운다.
‘하지만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듯, 언제나 그의 등을 바라보며 여기까지 달려왔던 것이다.
어스름 (3)
***
타모 조직의 영역인 항구에 도착한 미로는 컨테이너 뒤편에 숨었다.
“아리우스, 얼마나 있나 보고 와.”
월.
본래 영특했으나 근래 들어 아리우스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듯했다.
30개의 폭탄이 담긴 박스 뒤편에 시로네가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오빠, 우리의 능력으로 무기 창고를 털면, 어른들이 다치지 않아도 될 거야.”
“……응.”
수백 킬로그램의 상자를 옮길 수 있었던 이유도 초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순찰하고 돌아온 아리우스가 작게 짖었다.
“가자, 오빠.”
다시 폭탄 상자를 잡은 두 사람은 동시에 초능력을 발동해 이동했다.
대략 20개의 무기 창고 중에서 가장 경비가 약한 곳이 그들의 목표였다.
‘저기다.’
화기로 무장한 타모 조직원 2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고, 첨탑에 경계병이 보였다.
‘저게 문제네.’
미로가 시로네에게 말했다.
“오빠, 내가 올라가서 저놈을 밀어 버릴 테니까, 오빠는 폭탄을 떨어뜨려. 할 수 있지?”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다.
“……위험해.”
“괜찮아. 지금쯤이면 아빠도 알 테니까. 상인 연합도 움직일 수밖에 없어. 적들을 본거지로 유인하는 동안 어른들이 무기를 챙길 거야. 물론 그 안에 내가 끝낼 테지만.”
아리우스가 끙 하고 울었다.
현실의 미로, 극선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가장 강하니까, 내가 해야 돼. 어른들이 나서면 사망자가 생길 거야.’
물론 그녀도 목숨이 위태롭지만, 가설이 맞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갈게. 부탁해.”
미로가 움직이자 시로네는 둔한 동작으로 무기 창고가 있는 곳을 살폈다.
‘내가 해야 한다고?’
이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장 수동적인 자세로 세상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어째서?’
삶이 전부일 만큼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깊이 파헤치고 싶지 않은 마음.
시로네는 미로가 지정한 무기 창고를 향해 30개의 폭탄을 소리 없이 보냈다.
“응?”
경계병은 무기 창고의 천장을 향해 스멀거리는 그림자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저게 뭐야?”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그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소리쳤다.
“비……!”
목소리가 공기의 장막에 갇히고, 첨탑으로 올라간 미로가 육탄 공격을 가했다.
‘지금이다!’
철의 마음이다.
망설임도, 갈등도, 번뇌도 없기에 열두 살의 몸이라도 어른을 이길 수 있는 것.
“으악!”
뒤에서 충격을 받은 경계병은 뭔가 해 보지도 못하고 난간 아래로 떨어졌다.
목소리는 차단했으나 땅을 치는 둔탁한 충격음까지는 막아 내지 못했다.
“누구냐!”
무기 창고를 지키는 자들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틀었고 미로를 발견했다.
“쏴!”
아이라는 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설령 알았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방에서 총탄이 빗발치는 순간, 미로의 집중도는 최고로 치솟았다.
‘아빠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머리 위로 어린아이의 얼굴을 한 천수관세음의 화신이 떠올랐다.
‘보인다.’
시간이 한없이 쪼개지고, 그 모든 시간대에 미로의 정신이 스며들자.
‘전부 튕겨 내는 거야.’
천수관세음의 손이 잔상처럼 움직일 때마다 그 자리에 불똥이 튀었다.
팅! 팅! 팅! 팅!
총알을 튕겨 낸 그녀가 아픈 표정을 지었다.
“으으!”
물론 충격은 화신이 받았지만, 그녀 또한 손바닥이 뚫린 기분을 느꼈다.
타모 일행은 정신이 멍했다.
“뭐야? 총알을…….”
그 순간 미로가 시로네에게 소리쳤다.
“오빠! 지금!”
안전핀이 뽑히는 청명한 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타모 조직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
폭탄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찼다.
“으아아아! 피해!”
불꽃과 함께 굉음이 터지고, 그들이 지키고 있던 무기 창고가 활짝 열렸다.
“성공이야!”
어느새 첨탑에서 내려온 미로가 시로네와 아리우스에게 달려와 말했다.
“빨리, 움직여! 저거 너무 아파!”
물론 꿈속에서 물리력은 다른 원리로 적용되지만, 강한 위력은 똑같았다.
“무슨 일이야!”
타모 조직이 폭발 현장으로 밀려들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자가 말했다.
“폭탄이야! 그리고 저 꼬마…… 총알을 튕겨 냈다고!”
“무슨 헛소리야! 빨리 쫓아!”
단순한 침입자가 아니라 화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조직원들은 잔뜩 긴장했다.
“오빠! 빨리!”
월! 월!
정체를 들킨 시로네 일행은 곧장 타모 조직의 본거지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초능력으로 몸을 밀어냈으나 조직원들의 기동성도 보통을 상회했다.
“거기 서!”
수십 명의 무리가 동시에 총을 갈겨 대는 순간 미로는 심장이 철렁했다.
‘어?’
총알이 도착하지 않은 듯한 기분.
위화감에 뒤를 돌아본 그녀는 어느새 걸음을 멈춘 시로네를 보고 소리쳤다.
“오빠! 위험해!”
말과 동시에 2차 사격이 시작되고 미로의 시야를 수많은 불꽃이 채웠다.
‘할 수 있어.’
시로네는 그렇게 생각했다.
폭탄 30개든 300개든, 물리가 아닌 정신의 세계에서 질량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인지하는 마음.
‘속도도 마찬가지.’
인간의 눈은 총알을 제대로 볼 수 없지만 마음의 눈은 그것을 볼 수 있다.
‘잡는다.’
생각과 동시에 수백 발의 탄환이 시로네의 눈앞에서 우뚝 정지했다.
“쏴! 쏘라고!”
탄창이 빌 때까지 총알을 퍼부은 조직원들이 멍하니 소총을 내렸다.
“뭐야?”
시로네의 앞에 시커먼 탄막이 펼쳐져 있었다.
“빨리 와요!”
미로의 말을 들은 시로네가 몸을 돌려 멀어지자, 총알들이 후두두 땅에 떨어졌다.
“…….”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아연실색한 가운데, 한 남자가 억울한 듯 소리쳤다.
“봐! 내 말이 맞잖아!”
***
가올드와 강난은 항구에 도착했다.
타모 조직의 절반이 시로네 일행을 추적했으나 절반은 남아 무기 창고를 지켰다.
“제길!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나, 누군지 알아. 미로라는 계집애야. 세인의 딸이지. 재수 없는 여자아이 말이야.”
“빌어먹을. 잡히기만 하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컨테이너에서 뛰어내린 가올드가 단도를 꽂았다.
“누구야!”
조직원이 돌아서며 소총을 난사하자 동료의 몸이 순식간에 벌집이 되었다.
가올드는 이미 자리를 떠난 상태였고 적의 뒤에서 목덜미를 칼로 그었다.
“컥……!”
총성을 들은 적들이 달려왔다.
“침입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도 가올드는 태연하게 창고로 들어갔다.
“받아.”
강난이 묵직한 소총을 두 손으로 받았다.
“어떻게 쓰는지 알아?”
현실 세계라고 불리는 곳에서도 총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모르지.”
철컥 장전한 가올드가 창고 밖으로 나가 방아쇠를 당기자 탄환이 빗발쳤다.
“젠장! 쏴! 쏘라고!”
적들의 대응 사격에 컨테이너에 구멍이 뚫리고 몇 발이 귓바퀴를 스쳤다.
강난이 가올드를 끌어당겼다.
“미쳤어? 저기에 맞으면 끝장이야!”
창고에서 새로운 소총을 주운 가올드가 노리쇠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건 저놈들도 마찬가지야. 기세에서 밀리면 쏴 보지도 못하고 죽는다고.”
“…….”
가올드는 싸우는 법을 안다.
그가 다시 문 앞에 서서 총을 갈기자 이번에는 대응 사격조차 없었다.
강난은 문득 떠올렸다.
‘하긴…….’
해낼 수 있어서 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크크크, 이거 좋은데?”
실전에서 총기 사용법을 터득한 가올드는 닥치는 대로 주워 들고 전방에 갈겼다.
“저 자식이…….”
타모 조직의 누군가가 바주카포를 어깨에 지고 상자 위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