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29
불꽃의 꼬리가 이어지면서 한 발의 유탄이 창고의 문으로 날아들었다.
“제길……!”
펑 하고 창고가 폭발하고, 타모 조직원들이 엄청난 양의 탄을 발사했다.
“확인해.”
말단 조직원 2명이 연무 속을 헤집었다.
“뭐야? 없잖아?”
그 순간 조직원의 뒤편에서 2개의 손이 유령처럼 나타나 목을 조였다.
“컥!”
가올드가 1명을 바닥에 쓰러뜨리자, 동료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어이! 무슨 일……!”
명치에 둔탁한 충격이 오고, 강난이 그의 목을 끌어당기며 무릎으로 쳤다.
우두둑,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미로 어디 있어?”
가올드가 쓰러트린 조직원의 눈에 칼을 댔다.
“가, 가올드 씨! 저예요! 아스토!”
연기 속에서 확인해 보니 저잣거리에서 배달 일을 하는 청년이었다.
“미로 어디 있어?”
아스토의 왼쪽 뺨으로 들어간 단도가 혀를 지나 오른쪽 뺨으로 튀어나왔다.
“히이이! 몰, 몰라여! 도, 도망쳤어혀!”
이미 떠났나?
“살, 살려 주세혀! 가올드 씨! 나…… 살려…….”
“아스토, 나는 말이야. 오늘 참아서 내일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싸우지 않는 성격이야.”
귀찮은 건 질색이니까.
“흐으으으!”
아스토는 바닥에 떨어진 권총의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미친 듯이 끌어당겼다.
“하지만 내 인생에 태클을 걸면…….”
아스토가 권총을 쥐는 순간, 가올드가 볼을 관통한 칼날을 잡아당겼다.
“그냥 죽이는 거야.”
“허억!”
볼이 쭉 하고 찢어지고, 다음 순간 단도가 아스토의 목을 뚫고 척추를 끊었다.
“컥…… 커억!”
전신에 경련이 일어난 아스토의 동공이 돌아가더니, 이내 숨이 끊어졌다.
“쯧.”
강난이 가올드의 등을 다독였다.
“당신을 죽이려고 했어.”
“알아. 상관없어. 어차피 나는 이 녀석을 죽였을 테니까. 기분이 더러운 건…….”
가올드가 칼날의 피를 털며 말했다.
“남의 인생을 방해할 거라면, 자신도 뒈질 수 있다는 각오 정도는 하라는 거야.”
강난이 묵묵히 그의 등을 지켜보는 가운데 폭발의 연기가 완전히 걷혔다.
수십 명의 조직원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빌어먹을.”
세인이 데리러 간 상인 연합이 오려면 최소한 20분은 더 걸릴 터였다.
“너희들은 뭐냐? 아니, 그런 건 상관없지. 앞으로 남은 건 가혹한 형벌이니까.”
조직원이 고개를 까닥했다.
“여자를 끌어내.”
소총으로 무장한 조직원이 강난에게 다가오자 가올드의 인상이 구겨졌다.
“도망쳐. 내가 막겠다.”
“무슨 소리야? 나는 절대로 당신 곁을…….”
강난의 말을 들을 생각도 없었다는 듯, 가올드가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래서 너희들이 안 된다는 거야.’
싸울 줄을 몰라.
가올드가 스타트를 끊어 버리자 강난을 괴롭혔던 수천 가지 일들이 한순간에 정리되었다.
“크윽!”
강난이 옆으로 달리고, 돌진하는 가올드를 향해 모든 총구가 집중되었다.
굉굉한 총성.
‘가올드!’
심장이 멈추는 느낌을 받으며 강난은 가올드가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어?”
강난이 본 것은.
“크으으으!”
머리가 하얗게 탈색되어 있는 상태로 총알을 막아 내는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쏴! 쏘란 말이야!”
가올드를 중심으로 펼쳐진 공기의 장막이 탄환을 모조리 비껴 내고 있었다.
강난의 고개가 수직으로 세워졌다.
“저게…… 뭐야?”
어두운 하늘에서 수를 셀 수 없는 눈동자가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가올드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다섯 손가락을 겨누었다.
에어 건.
엄청난 위력의 공기 탄환이 연사되자 전방의 적들이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사, 사람 살려!”
조직원들이 몸을 틀어 도주했으나 결국 탄환에 갈기갈기 찢어질 뿐이었다.
“크으으으!”
쇼크 상태에 빠진 가올드가 무릎을 꿇자, 밤하늘의 눈동자가 아련히 사라졌다.
강난은 깨달았다.
“각성.”
현실의 능력을 개방할수록 1.5층의 방어벽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
‘그리고 바깥에는…….’
당장이라도 이 세계를 집어삼키기 위해 이미르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스름 (4)
강난은 가올드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그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그럴 수밖에.’
강난은 가올드의 고통을 모르지만,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는 안다.
‘눈동자는 루버 씨가 말한 가이아인의 울티마겠지. 순간적으로 가올드가 정의된 거야.’
인간이 버틸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이봐! 다들 무사해?”
세인이 상인 연합을 이끌고 달려왔다.
“진짜로 해냈잖아?”
상인들은 무기 창고가 파괴된 것에 놀랐으나 세인의 표정은 심각했다.
“방금 그 눈동자…….”
“그래. 상인들은 볼 수 없는 모양이네. 타협이 깨진 거야. 시로네와 미로가 각성하고…….”
가올드의 차례가 되었다.
세인은 여전히 넋이 나간 채로 누워 있는 가올드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렇게 된 것인가?’
현실의 세계가 사실이라면 가올드가 일어날 수 없는 이유도 짐작이 갔다.
‘엄청난 공포겠지.’
강난이 말했다.
“우리가 각성할수록 세계가 붕괴돼. 이미르는 지금도 우리를 노리고 있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가자.”
가올드가 일어섰다.
“깊게 고민할 필요 없어. 일단 미로를 찾아야지. 본거지로 갔을 거야.”
강난이 물었다.
“괜찮겠어?”
또다시 각성할 수 있을까?
“…….”
가올드 본인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각성했다는 건 미로와 시로네의 상태도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르다는 거야. 구할 수 있어.”
강난은 아련한 향수를 느꼈다.
‘그런 사람이지.’
망각하는 것도 능력이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고통조차도,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달리는 사람.’
인간의 극한이었다.
타모 조직의 본거지는 4층 건물이었다.
2층과 3층에서 탄환이 빗발치고 미로가 신기에 가까운 능력으로 튕겨 냈다.
‘슬슬 감이 잡히네.’
단순히 튕겨 내는 게 아닌, 탄환을 되돌려 적들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제길! 저게 도대체 뭐야?”
항구에서 뒤를 쫓은 자들이 후미에서 사격했으나 시로네의 능력을 뚫지 못했다.
미로는 자신감을 얻었다.
“좋았어, 오빠! 이대로 계속 가는 거야!”
“이 자식들이……!”
분에 못 이긴 조직원 1명이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지상으로 던졌다.
“안 돼!”
간부가 소리쳤으나 이미 수류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미로에게 날아갔다.
“아싸!”
천수관음이 스냅을 줘서 튕겨 내고, 3층으로 날아간 수류탄이 폭발했다.
“으아아아! 짜증 나!”
난공불락의 영역에서 두 발로 일어선 아리우스가 머리를 붙잡더니 허리를 돌렸다.
“저 개 새끼는 또 뭐야!”
정신적 공격도 상당했다.
“대장님! 이대로는 전멸입니다!”
4층 유리창으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타모는 전투 현장을 유심히 살폈다.
‘이상한 능력을 사용한다.’
음속의 탄환을 튕겨 내고, 심지어는 위력 자체를 소멸시키고 있는 듯했다.
“아름답군.”
타모가 무성애자인 것을 알고 있는 부하들은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놀랐다.
‘대장님이…….’
소문에 듣기로, 그가 용병이었던 시절 적군에게 생포당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타모에게 온갖 고문을 가했고, 심지어는 성기마저 적출해 버렸다.
어쩌면 그의 잔인하고 초인적인 전투 능력은 그때부터 발현된 것인지도 모른다.
“1.5층에 100명이 들어왔지만, 그들 모두가 똑같은 프로그램은 아닐 것이다.”
루버가 말했다.
“전투 레벨의 차이는 있을 터. 그리고 아마도 리더인 타모는 무통증일 것이다.”
몽아가 물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가요?”
“음. 그런 매개변수가 적용되어 있겠지. 애초에 기형이거나, 후천적 사고를 당했거나. 어쨌든 중요한 것은, 타모는 이미르와 닮았다는 거야.”
몽아가 턱을 괴었다.
“흐음, 거인은 중성이죠. 게다가 이미르는 어떤 저항도 느낄 수 없을 만큼 강하고요.”
“생의 감각이 없다. 그것이 어떤 상태인지는 이미르의 마魔를 통해 유추할 수 있지. 지금은 소멸했지만, 굉장히 탐욕적인 존재였다고 한다.”
“욕구 결핍이군요.”
루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나게 거대한 충격 외에는 생의 감각을 실감하는 것조차 불가능. 그래서 그는 전장을 찾아 헤맨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신경질적인 감각으로.”
마치 생물이 짝짓기를 하듯.
“절대로 틀리는 법이 없어. 그렇기에 전장의 냄새를 완벽하게 맡을 수 있다. 또한 이것이야말로…….”
타모가 리더인 이유였다.
부하가 물었다.
“아름답다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타모의 시선이 미로를 향했다.
“글쎄.”
그리고 다시 시로네를 눈에 담더니 자리로 돌아가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나가라.”
“네?”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 나가서 싸워. 상인 연합이 오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럴 여지가 충분하지만, 부하가 바라본 창밖은 어둠만 깔려 있었다.
“어떻게 알죠? 포기했을 수도 있잖아요.”
타모가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감.”
미로가 화신술을 멈췄다.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