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30
어느 순간 포화가 그치더니 조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우릴 포위할 생각인가?”
예상과 달리 건물 부지를 벗어난 그들은 항구 쪽의 병력마저 데리고 떠났다.
미로는 불현듯 깨달았다.
“아차! 아빠!”
적들의 계략을 눈치챈 그녀가 몸을 돌리려는데 4층에서 총성이 터졌다.
시로네가 방어했으나 탄흔은 그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곳에 생겼다.
미로가 이를 악물었다.
“타모.”
창문 난간에 앉아 있는 타모가 두 손에 머신 건을 들고 고개를 내렸다.
“뭘 그렇게 놀라? 날 죽이러 온 거잖아?”
미로가 소리쳤다.
“이 자식! 아빠랑 강난 이모 건드리기만 해 봐! 진짜로 죽여 버릴 테니까!”
“크크, 그거 참 달콤한 말이군.”
4층 난간에서 엉덩이를 내민 타모가 10미터 넘는 높이를 떨어져 두 발로 착지했다.
시로네 일행의 표정이 멍해졌다.
“너…….”
상식대로 보통의 인간이라면 땅을 구르거나 다리가 부러졌을 터였다.
“그래, 이제 제대로 상대할 마음이 드나?”
머신 건이 들렸다.
“화끈하게 놀아 보자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미로의 정신이 시간을 한없이 쪼갰다.
‘흥! 그래 봤자 총이나 쏘는 주제에!’
잔상의 손이 탄환을 튕기자 땅을 구르는 타모의 팔다리에서 퍽퍽 소리가 났다.
“어?”
충격을 받은 느낌조차 없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시로네 일행은 깨달았다.
“저 사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푸하하하! 그래, 이거야! 바로 이거라고!”
약간만 회피가 늦었어도 머리가 뚫렸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내가 잡을게.”
시로네는 타모의 오른팔을 붙잡는 상상을 하며 마음의 기술을 발동했다.
“응?”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감지한 타모가 돌아보자 오른쪽 어깨가 빠져 있었다.
고무처럼 늘어난 팔을 보고도 표정의 변화가 없는 그가 더욱 전진하자.
“크윽!”
마음의 기술이 깨졌다.
두 바퀴를 굴러 바닥에 웅크린 타모가 심각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늘어난 어깨를 붙잡고 온 힘을 다해 밀어 넣자 우두둑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흐음.”
어깨를 빙빙 돌려 보던 그가 손을 내밀자 바닥의 머신 건이 저절로 날아왔다.
“어, 어떻게……?”
“아하, 이런 거였군.”
타모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
“여기까지 해도 된다 이거지?”
1.5층의 구성원이 타협한 정도만큼 그의 전투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되었다.
“다시 놀아 볼까?”
머신 건이 불을 뿜고, 총성이 도달할 틈도 없이 천수관음이 탄환을 튕겼다.
“아야!”
전과 차원이 다른 위력에 미로가 인상을 찡그리며 두어 걸음 물러섰다.
망치로 후려친 듯한 통증이었다.
“위험해!”
시로네가 미로를 떠밀며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타모가 머신 건을 난사했다.
“크하하! 이거 죽이는데?”
총알의 궤적이 크게 휘어지더니 시로네의 전후좌우에서 동시에 날아들었다.
‘이건…….’
똑같은 경지였다.
타모 조직의 본거지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교전이 발생했다.
“쏴! 물러서지 마!”
상인 연합과 70명의 조직원이었다.
고작 70미터 거리를 두고 불똥처럼 밝은 점들이 왕복하고 있었다.
“제길! 저 녀석들이!”
총은 사용자를 가리지 않는 무기 같지만 실제로 경험의 차이는 컸다.
강난이 소리쳤다.
“어떡하지? 진입로가 너무 좁아! 우회해서 다른 길로 들어가야 할까?”
그때 가올드가 몸을 날렸다.
‘할 수 있어.’
끔찍한 고통의 기억이 뇌리에 새겨져 있지만 그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고통 따위……!’
이를 악물고 각성하자 또다시 밤하늘에 울티마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에어 건을 난사하자 적들의 엄폐물이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미친! 저게 무슨 무기야?”
“크으으으……!”
아프다.
단 1초의 각성만으로도 가올드는 몸을 웅크린 채 쇼크 상태에 빠졌다.
“가올드!”
튀어 나가려는 강난을 붙잡은 세인이 상인 연합에 지시를 내렸다.
“엄호해!”
총알이 빗발치고, 가올드를 데려오기 위해 몸을 날린 세인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어째서 강난과 나는…….’
각성할 수 없지?
“타협을 깨고 싶지 않은 것이지.”
루버가 말했다.
“용기가 없는 게 아니야. 문제는, 그렇게 쉽게 깰 수 있었던 타협이라면 처음부터 1.5층이 이런 식으로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거지.”
“하지만 가올드 씨는…….”
루버가 몽아의 말을 끊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더 관철되는 것도 있다. 신념, 집착, 욕망. 가올드는 오대성님이나 미로하고는 달라. 이 세계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 그저 깨 버리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하지만 엄청난 고통일 텐데요. 어떤 인간도 그런 고통은 겪고 싶지 않을 거예요.”
“물론 그렇겠지. 가올드가 그 고통을 다시 받아들인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어쩌면 그의 욕망을 얕본 것일 수도 있지.”
“미로 씨 말이군요.”
“정의할 수 없지. 스스로 증폭시킨 마음, 그것을 관철시키고 싶은 욕망. 우리는 그의 마음속에 있는 미로가 얼마나 거대한지 상상할 수 없다.”
가공할.
“참으로 가공할…… 인간의 집착이 아닌가.”
“가올드! 빨리 피해!”
엄호조의 화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낀 세인이 가올드의 옷깃을 끌었다.
“크으으으!”
온몸의 혈관이 꿈틀대는 가올드의 상태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으아아아!”
세인의 손을 뿌리친 가올드는 적들의 총구가 있는 곳으로 튀어 나갔다.
“저 멍청이가!”
흐릿한 의식 속에서 가올드는 생각했다.
‘알 게 뭐야?’
여전히 뇌리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고통의 기억을 그는 떠올리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안 아프다고.
‘물론 또 아프겠지만…….’
벌써부터 미래를 직감한 육체가 비명을 내질렀지만 가올드는 다시 발을 내디뎠다.
끔찍한 고통의 영역으로.
‘내가 구해 줄게.’
자신을 부르는 세인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멀어지고 수십 개의 총구가 보였다.
가올드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와, 고통이다.”
에어 프레스.
풍경이 짧게 진동하더니, 타모 조직원 전원이 지면까지 쭉 하고 짓눌렸다.
타모의 가슴에 천수관음의 쌍장을 내지른 미로가 인상을 찡그렸다.
‘엄청 단단해.’
강철을 때리는 듯했고, 수 미터를 밀려난 타모가 머신 건을 손가락에 걸고 일어섰다.
“좋아, 좋아. 여기까지 해도 된다는 거지?”
“더 강해졌어…….”
타모의 혀가 길게 내려왔다.
“느낌조차 안 온다고. 고작 이딴 걸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
“끄아아아아!”
땅바닥에 쓰러진 가올드는 사지를 잔뜩 비튼 채로 피눈물을 흘렸다.
“가올드! 정신 차려! 가올드!”
세인이 소리쳤으나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오직 고통뿐.
“으아아! 으아아아!”
수많은 눈동자가 가올드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탄의 제안 (1)
에어 프레스는 가올드가 이전에 사용했던 에어 건보다 훨씬 강력했다.
“끄으으으!”
끔찍한 고통, 심지어 가올드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고통이 엄습했다.
“가올드! 정신 차려!”
아무런 반응도 확인할 수 없자 세인은 질린 표정으로 하늘을 보았다.
울티마의 눈동자가 있었다.
‘제길! 빨리 사라져라!’
저들이 꿈속에서 가올드를 정의하는 한, 현실의 기억은 유지될 터였다.
강난이 중얼거렸다.
“더 커졌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더 깊이 들어온 것이다.
세인이 말했다.
“가올드, 침착해. 천천히 받아들이는 거야, 이 세계를. 1.5층으로 돌아와.”
“흐으으.”
세인의 말이 효과가 있었을지는 미지수지만 가올드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그에 따라 하늘에 있는 울티마의 눈도 세계의 장막 바깥으로 물러났다.
고통이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건 정신적 쇼크일 터였다.
‘몰랐겠지.’
아니,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고통이 엄습한 순간 깨닫는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
상인 연합의 리더가 피마저 증발해 버린 충격의 현장을 살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혹시 폭탄인가?”
마법이 없는 세계에서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뭐, 그런 셈이죠.”
세인이 대충 둘러대는 동안 가올드가 땅을 짚더니 몸을 일으켰다.
“가자.”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멀쩡했던 얼굴이 지금은 팍삭 늙어 버린 듯했다.
강난이 말했다.
“가올드, 이제는 안 돼.”
대답은 없었다.
“능력을 각성하면 우리의 세계가 붕괴돼. 아니, 그 전에 당신이 미쳐 버릴 거야.”
다시 한번 고통에 발을 내디딜 수 있을지, 가올드 본인조차 장담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망각할 수 있을까?”
루버가 말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어떤 자극은 무의식에 새겨지지. 아무리 의식이 강해도 어쩔 수 없이 주저하게 되는 것이야.”
몽아가 말했다.
“포비아라고 하죠.”
“조금 전 가올드의 파계는 울티마의 눈이 절반 가까이 침투한 상황이었다. 절반이 넘어서면 주도권은 이미르에게 넘어가게 되겠지.”
“가올드가 강해지는 것도 문제예요. 타모도 각성하니까요. 타협이 계속 깨지면 결국에는 1.5층이 붕괴되겠죠. 남은 건 전멸이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내가 먼저 룰을 깨면, 이미르의 무의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5층으로 침투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