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35
하비츠는 그녀의 마음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으며 그대로 읊는 중이었다.
“이것이 내가 아는 사태의 전말이다. 그리고 이제 나 또한 자유를 되찾았지.”
문 왕국의 승상이 이를 갈았다.
‘진짜로 노리던 게 이거였군. 문 왕국을 전범국으로 만들면 하비츠를 활용할 명분을 얻는다. 우리가 반박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거야.’
국제재판부로 안건이 넘어간다고 해도 문 왕국이 승소할 확률은 희박했다.
우오린의 입술이 올라갔다.
‘살을 날린 건 사실이니까. 약간 양념은 쳤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진범의 힘이었다.
“이제 그만.”
관리들이 어리둥절한 가운데 우오린의 목소리를 차단한 하비츠가 말했다.
“아무튼 개판 됐잖아? 서로 죽이고, 죽고, 살아도 얼마 살지 못할 테고 말이야.”
“…….”
“그래서 내가 하나 제안을 하려고 하는데. 물론 너희들에게도 아주 좋은 제안일 거야.”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당신이 무슨 권리로 12개국을 움직이려 드는 것이오?”
듣지 않은 상황에서도 겁부터 났다.
“꼭 따르지 않아도 돼. 하지만 할 수밖에 없을걸. 이건 권리가 아니라 권력이니까.”
사탄의 눈동자가, 어쩌면 유구한 세월 속에서 처음으로 야훼를 담았다.
“시로네를 죽여라. 야훼가 사망할 때까지, 나는 1시간에 1명씩 아무나 죽일 것이다. 지금 너희들을 포함해, 성전에 있는 모두가 대상이야.”
살인전 (1)
회의장의 모두가 하비츠의 말을 곱씹는 가운데, 우오린만이 알고 있었다.
‘하비츠는 1시간에 1명씩 무작위로 죽인다. 물론 시로네가 죽을 때까지. 하지만 갑자기 왜? 여태까지 사탄은 야훼와의 정면충돌을 꺼렸다.’
그런 율법, 그런 사건이었다.
‘박애와 극악. 세계를 놓고 대립할 뿐 직접 얽히는 것은 싫어하는 성향이야. 이혼한 부부 같은 거지. 서로를 증오하지만 마주치고 싶지는 않은.’
만약 그들이 직접 부딪쳐야 하는 경우라면.
‘자식…… 같은 것일까?’
어제 오후, 하비츠는 수도의 카지노에서 한 여자아이를 만났다고 했다.
‘그 아이와 만난 순간부터 몇 시간 동안의 행방, 그게 핵심이야. 히스토리 서치를 포기할 정도로 그를 미치게 만든 무언가가 있었던 거야.’
대체 누굴까?
생각을 접은 우오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하비츠의 발언은 평화조약에 반하는 주장이자 12개국을 향한 도발입니다! 카샨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하비츠를 공공의 적으로 간주함을 정식으로 선포합니다!”
박수는 없었고 알비노는 수염을 꼬았다.
“……여황이 불을 질렀군.”
루피스트가 동의했다.
“앞으로 성전에 피바람이 불 겁니다.”
“하비츠는 진심이지. 시로네가 살아 있는 한, 그는 1시간에 1명씩 죽일 터. 하급 관리일 수도 있지만, 성전 참가국의 수장일 수도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배니싱이죠.”
“그렇지. 하비츠가 누군가를 죽여도, 우리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는 구조. 이렇게 되면 타국이 암살을 해도 하비츠에게 덮어씌우면 그만이야.”
무엇이든 무죄.
“한마디로 이건 위협이 아니라는 거야. 오히려 하비츠는 우리에게 준 것이지.”
알비노의 눈이 가늘어졌다.
“살인 허가증을.”
죄는 자신이 전부 덮어쓸 테니 너희들은 마음껏 죽이기만 하라는 사탄의 의지는…….
‘…….’
12개국 두뇌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잠,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관리들이 빠져나가고, 알비노는 이제 막 일어선 우오린을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계산했는가? 했겠지. 하지만 완벽한 전략은 아니라는 건 당신도 알지?’
자승자박이야.
‘네 멱은 토르미아가 따 주마.’
병가를 낸 발칸을 대신해 성전에 참여한 스모도와 제타로도 생각이 많아졌다.
스모도가 말했다.
“이런 방법이 있었군. 천재적이야.”
“룰을 깨는 데는 도가 텄으니까. 아무튼 새로운 룰이 정해졌으니, 이걸로 어떻게 해 봐야지.”
제타로의 표정은 어두웠다.
“왜 그래? 생각이 잘 안 떠올라?”
“생각이야 있지. 솔직히 말하면,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는 했는데…….”
하비츠도 좋아할 것이다.
“어떤 기분인지 알아. 직접 죽이고 싶었지?”
제타로가 원하는 유일한 소원은 하비츠가 가장 즐거운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발칸이나 나타샤도 너에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하비츠의 가장 친한 친구는 너라고. 위저드가 아니라.”
사랑하기에 죽일 수 있는 모순.
사탄이 야훼의 감정적 대칭성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그래, 고맙군. 일단 발칸에게 말해 두자고. 그 꼬맹이가 없으면 통하지 않는 전략이니까.”
하비츠가 죽기 전까지 발칸이 살아 있기를, 두 사람은 진심으로 원했다.
***
성전 대회의는 휴정을 선언했지만 예하 부서는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세리엘은 소회의장으로 향했다.
‘암살이라고?’
각국 수장들이 크고 작은 사건을 치렀고, 그중에는 케시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페르미가…….’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 줄 것을 그랬다.
“실례합니다.”
소회의장으로 들어가자 대략 200명의 인사들이 좌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小회의, 일명 실무자 회담.
총회의가 가장 큰 발의를 다룬다면 소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의견을 조율한다.
성전 5대 부서 중 총회의를 제외한 군사부, 경제사회부, 종교부, 국제재판부의 수장들이 모였다.
또한 성전 산하 기구인 세계기후, 통신, 보건, 유산, 교육 등의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대회의에 참석한 콘스탄틴 교황께서 10분 정도 늦으실 것 같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세리엘은 익숙한 얼굴을 눈에 담았다.
‘군사부 대리인 도로시, 네이드 그룹의 공동 창업자 리즈, 알페아스 마법학교…….’
알페아스와 올리비아, 시이나도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콘스탄틴 교황이 들어오자 항마부의 성기사들이 무장 상태로 뒤를 따랐다.
‘실무 회담에 무장 병력이라. 가드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느라 늦은 모양이군.’
하비츠의 선언으로 교황 또한 경계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어제에 이어 가기 전에, 오늘 대회의에서 나온 안건을 정리하고 넘어가죠. 간밤에 문 왕국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암살을 시도했습니다.”
공기가 차가워졌다.
“몇몇 국가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심지어 국왕이 사망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미리 전해 드린 보고서를 보면 아시겠지만, 문 왕국의 혐의에 대한 법적 절차와, 카샨의 연루에 대한 의심 건입니다. 국제재판부의 입장을 먼저 듣고 의견을 개진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성전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사임한 소크라테스와 시라노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150킬로그램이 넘는 소크라테스와 뼈만 남은 시라노의 대비도 기괴했지만…….
“왜 날 봐요? 그만둔 지가 언젠데.”
문제는 이것이었다.
“아니, 시라노 씨는 서류상으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따라서 공식적으로 미토 시라노 씨가 국제재판부의 부장이 맞습니다.”
소크라테스를 노려보는 시라노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너, 이 돼지 새끼…….”
“껄껄! 어쩔 수 없지 않나! 부장은 대대로 레드 라인 협회장이 맡아 왔으니까. 자네와 나 외에는 없다네. 꼬우면 먼저 부장 하지 그랬어?”
“죽여 버린다.”
늪색 마녀라는 별칭답게, 시라노의 오른손에서 손톱이 길게 빠져나왔다.
“오호? 한판 뜨겠다? 분명히 말해 두는데, 내 기폭 마법에는 자비가 없어.”
소크라테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큭!”
항마부 성기사들이 경계하고, 일반인도 느낄 정도로 살기가 피어올랐다.
‘큰일이다! 빨리 말려야…….’
제2급 이상의 대마법사는 최고 수준의 마력 장치도 우회할 수 있다.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폭발 속에서 소크라테스가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 농이외다! 아무렴 그런 짓을 하겠소? 노처녀 히스테리를 잠시 받아 주……!”
시라노가 소크라테스의 얼굴을 때리자 펑 하고 상식 파괴적인 소리가 들렸다.
폭력을 행사한 것도 그렇지만, 거구가 한 방에 넘어간 장면은 실로 기괴했다.
시라노가 손목을 털었다.
“쯧. 좋게 좋게 대해 주니까, 꼭 맞아야 말을 들어요. 뭐 해, 돼지야. 빨리 안 일어나?”
소크라테스가 벌떡 일어나 의자에 앉자, 시라노가 좌중을 향해 말했다.
“서류는 오늘 중으로 수리될 겁니다. 저는 이번 사안에 관여하지 않겠어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죠?”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에 도로시가 있었다.
“성전이 열린 순간부터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임을, 알고서 사임한 건가요?”
“……흠.”
시라노는 다리를 꼬았다.
“그래요, 군사부장. 국제재판부는 레드 라인을 대변하는 기관이고, 대대로 은퇴한 협회장이 부장직을 맡아 왔죠. 왜 굳이 ‘은퇴’한 협회장인지 알아요?”
도로시는 입을 다물었다.
“현역은 물러설 줄을 모르거든. 마법사라면 당연히 그래야 되고. 내가 어떤 판결을 내리기를 원하죠? 문 왕국이 약해졌으니 카샨의 손을 들어 줄까?”
“어이, 시라노…….”
소크라테스의 표정이 처음으로 심각해졌으나 그녀는 손을 들어 말을 차단했다.
“성전은 뱀 소굴이에요. 일단 삼키고, 소화는 그다음에 생각하지.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1명도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갑니다.”
도로시 또한 레드 라인이었다.
“어차피 여기 계신 분들도 책임지기 싫어서 국제재판부에 전부 떠넘기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책임지겠다고요. 나를 해임하든 구속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장내가 고요해졌다.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뱀들 사이에서 후배들을 위해 똥이나 치워 주는 것, 이게 원로가 하는 일입니다. 국제재판부는 당분간 판결하지 않겠습니다.”
이의는 없었다.
***
“도대체 무슨 일인데!”
기스의 딸 레베카는 근위대 신장의 호위를 받으며 델타 본청으로 들어왔다.
“이제 막 패가 들어오려는 참인데! 너희들 때문에 손해만 봤잖아!”
밤새도록 도박을 한 그녀였다.
“죄송합니다. 자이브 제1급 경계경보입니다. 당분간은 외출을 자제하셔야 합니다.”
“흥! 그럼 그렇지. 난 또 아빠가 부른 줄 알았네.”
“국군 최고 통치자만이 내릴 수 있는 경보이니 아버님이 부르신 게 맞지요.”
같은 결과라도 느낌은 달랐다.
‘됐어! 이제 다 지겨워. 드림 스타나 먹고 언더 코더에서 실컷 놀아야겠다.’
하이 기어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지만 야훼가 떠난 후로 재미가 급감했다.
‘응? 그러고 보니…….’
시로네가 델타 본청에 있지 않은가.
‘바로 그거야!’
레베카의 걸음이 빨라짐에 따라 신장도 정확한 보폭으로 좌우를 보좌했다.
‘마음을 잡으신 모양이군.’
대회의실이 있는 복도에 도착한 레베카는 저 멀리 걸어가는 시로네를 보았다.
‘있다!’
세상을 위해 싸우는 남자. 그리고 그녀는 자이브의 왕 기스의 딸이었다.
‘야훼를 사로잡으면…….’
세상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무언가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시로네!”
레베카가 큰 소리로 불렀다.
“어?”
시로네는 이름보다 코드명이 먼저 떠올랐다.
‘데스공쥬.’
현실만큼 언더 코더에서의 인연도 소중했기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이야, 이게 누구야?”
신장의 호위를 받으며 레베카는 성큼성큼 시로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하! 우리 진짜로 만난 거야? 완전…….”
다음 순간 레베카의 목이 깔끔하게 잘린 채 몸통에서 분리되었다.
“대박…… 그르륵!”
얼굴이 바닥에 통통 튀고, 곁을 지나간 하비츠가 장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이제 1명.”
다음 사망자 발생까지 59분 59초.
하비츠가 복도를 떠나는 와중에도 신장은 요인의 사망을 인지하지 못했으나.
“……어?”
시로네의 한쪽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왜 내가 울고 있지?’
모든 인간의 불행이 자신의 것이기에, 야훼는 지금 이 순간 죽은 기분이었다.
야훼가 사탄을 죽일 수 없는 유일한 이유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아이러니하게도, 사탄이 절대로 야훼를 마주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로네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