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41
“알겠습니다.”
레이몬드의 호위 기사가 문을 지키는 가운데 두 사람은 밀실로 들어갔다.
2명의 여성이 형틀에 사지가 묶여 있었다.
“오늘은 제가 이길 겁니다.”
페드라가 채찍을 들자, 레이몬드도 하나를 집어 들고 가죽의 느낌을 음미했다.
일명 크라잉 게임. 규칙은 간단했다.
서로 한 번씩 형틀에 묶인 여자를 때려 먼저 비명을 지르게 하는 쪽이 이긴다.
페드라가 선공을 하자,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흐으으으!”
여자는 비명을 참았다.
육성으로 악을 지르는 순간, 지금보다 훨씬 끔찍한 짓을 당하게 될 터였다.
레이몬드가 채찍을 휘둘렀다.
“기스!”
여자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너 같은 놈이 국왕을 한다고? 자이브를 망하게 만드는 주제에! 시민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하는 거야? 어? 지금 시민들은 피눈물을 흘린다고!”
페드라의 순번이 끝나고, 다시 레이몬드 차례가 되자 찰진 소리가 터졌다.
“오오.”
구석에 쪼그려 앉아 과자를 먹고 있던 하비츠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이번 건 좋았어.”
심심할 때마다 이곳에 들르는 그는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듯 집중하고 있었다.
“평등한 세상을! 어?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고!”
하비츠의 눈이 심연에 잠겼다.
‘모순이라 생각할까?’
세상 사람들은.
‘아니, 이것이야말로 인간.’
자기 합리화의 괴물.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논리로 자신을 무장시키지. 결국 도덕성이니, 양심이니…….’
누군가에게는 진리일 테지만.
‘실상은 그것 또한 나약함을 감추기 위한 자기 합리화일 뿐. 강자에게 양심은 없어.’
인간이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자신에게 손해가 없다면, 어떤 짓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몬드가 온 힘을 다했다.
“자이브를 위하여!”
피가 흐르는 곳에 또다시 채찍이 적중하자 여자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꺄아아아!”
페드라가 채찍을 던지고 박수를 쳤다.
“브라보! 이거 기록인데요?”
“하아! 하아!”
그러고는 거친 숨을 내쉬는 레이몬드의 어깨를 짚으며 미소를 지었다.
“기분은 좀 풀리십니까?”
“후우! 네. 땀을 빼니까 기분이 한결 좋네요. 덕분에 잘 놀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이런 건데요. 언제라도 말씀만 하십시오. 그리고 이 여자는…….”
페드라가 비명을 지른 여자의 밧줄을 끊자 시체처럼 땅바닥에 떨어졌다.
“어차피 폐기 처분해야 하니 데리고 가시죠. 뒤처리는 요음방이 알아서 할 겁니다.”
“불쌍하군요. 살릴 수 없나요?”
“네. 예외가 생기면 경기가 되지 않으니까요. 시스템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하긴.”
“오늘은 푹 쉬세요. 제대로 함정을 팠으니 기스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겁니다. 이제 자이브에도 평화가 오는 것이죠. 국왕 레이몬드의 통치 아래.”
레이몬드는 가슴이 벅찼다.
“다 총리님 덕분입니다. 제가 국왕이 되면 오늘 일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즐기시고, 누리시길.”
페드라가 손짓을 하자 요음방의 시녀들이 여자를 끌고 방으로 데려갔다.
“그럼.”
그러자 레이몬드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빠르게 그 뒤를 쫓아갔다.
페드라가 혀를 찼다.
‘하여튼…….’
뇌는 어린아이 같아서, 특정 쾌락에 노출되면 그 이하의 쾌락은 잊어버린다.
‘언제나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지. 그것을 할 수 있고, 자신에게 손해가 없다면…….’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뭐, 그래서 우리도 먹고사는 것이지만.”
요음방의 여성들이 등짝에 핏물이 흥건한 여성을 침대에 던지고 나갔다.
“흐윽. 흐윽.”
레이몬드가 그녀의 상처를 만졌다.
“아프냐?”
“아아아!”
“그래, 아프겠지. 내 마음도 아프구나. 조금만 참거라. 곧 편하게 해 줄…….”
그 순간 레이몬드의 왼쪽 목으로 여자의 엄지손가락이 푹 들어왔다.
“끅! 끄으윽!”
놀란 와중에도 소리를 내려고 했으나 정확히 성대가 막힌 상황이었다.
“그래. 아프다, 이 자식아.”
상체를 일으킨 그녀가 엄지를 뒤틀자 둘의 위치가 완전히 역전되었다.
“꺼어어……!”
여자에게 깔린 상황에서도 레이몬드는 그녀의 손톱이 날카로운 것을 보았다.
‘살, 살려 줘! 경호원! 내 경호원!’
“호호! 아가미를 틀어막았는데도 팔팔하네! 역시 싱싱한 게 최고라니까.”
혀로 입술을 축인 그녀는 열 손가락으로 레이몬드의 목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끔찍한 소리가 들리고, 마침내 살을 전부 찢은 그녀가 목뼈를 끊었다.
“후우!”
잘린 목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침대에서 내려오자 요음방의 일원이 들어왔다.
“끝났어요?”
여자가 레이몬드의 목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호위 기사는?”
“저랑 로로가 처리했어요.”
그녀가 입가를 찢자 맹독이 새는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살점이 보였다.
“입술로 끝나는 법이 없다니까요.”
“그래. 가자.”
나무 상자에 레이몬드의 머리를 담은 그녀가 뚜껑을 닫고 걸음을 옮겼다.
페드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리했습니다.”
뚜껑을 열자 두 눈을 크게 뜬 채 천장을 바라보는 레이몬드의 얼굴이 나왔다.
“이야, 레이몬드 선생.”
페드라가 얼굴을 가까이 댔다.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어? 죽은 게 억울해서 그래? 응? 억울한 거야?”
그의 손이 레이몬드의 뺨을 두드렸다.
“어이, 뭐라고 말 좀 해 봐. 네가 왜 죽었는지 모르겠어? 내가 말해 줄까?”
…….
“어설프니까.”
페드라가 씩 웃으며 물러섰다.
“자이브의 2인자라서, 기스 다음으로 너라서,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냐? 넌 국왕도 뭣도 아니야. 나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만약 레이몬드가 자신의 수치스러운 모습까지 경호원에게 공개할 수 있었다면…….
“그래서 네가 기스에게 안되는 거야.”
기스는 할 수 있다.
요음방의 여자가 상자를 닫으며 물었다.
“정산은요?”
“70퍼센트는 선불로 받았지. 목을 넘기면 잔금 치를 거고, 거래는 끝.”
“1퍼센트는 저희들 거예요.”
기스가 아라크네에 지불해야 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1퍼센트였다.
“알았어, 인마. 쪼기는.”
애초부터 아라크네는 레이몬드를 자이브의 국왕으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삥을 뜯으려면 제대로 뜯어야지.’
투표가 중요하다 해도, 자이브 같은 강국이 아라크네에 굽힐 리는 없을 터.
따라서 기스를 일단 함정에 빠트린 다음 구제해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 것이다.
페드라가 양손의 손가락을 비벼 댔다.
“빅 머니. 이게 장사지. 슬슬 접자고. 성전에서 할 일은 끝났으니 즐겨야지 않겠어?”
요음방의 리더가 물었다.
“기스는 괜찮을까요? 너무 심하게 한 감이 있어요. 우리가 덤터기를 쓰면 어쩌죠?”
“괜찮아. 그 정도는 해야 협박이 되지. 레이몬드의 목은 잘라 놓았으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할 거야.”
“그럼 란기는?”
페드라의 눈썹이 꿈틀했다.
“쳇! 영악한 것 같으니라고. 일단 내버려 둬. 자기 몫을 포기하고 야훼에게 붙을 정도면 그만큼 살고 싶다는 뜻이겠지. 멍청한 짓은 안 할 거야.”
거기까지 들은 하비츠는 몸을 돌렸다.
‘흐음, 란기라.’
간도를 죽이고 1시간이 되어 가고 있기에 또 다른 대상을 물색해야 했다.
‘좀 애매한데. 야훼와 직접 얽히면 귀찮아. 우오린 옆에는 고블린이 있을 테고…….’
이럴 때는 신의 주파수가 원망스러웠다.
‘재미가 없군.’
예전 같으면 즐겁게 경청했을 아라크네 왕국의 비화도 따분할 뿐이었다.
‘더 큰 쾌락. 그런 게 존재는 하나?’
그런 생각으로 복도를 거니는 그때, 모퉁이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비츠.”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자 제타로와 스모도가 나란히 서 있었다.
“내가…… 보여?”
배니싱 상태였다.
허공을 응시하는 두 사람을 살피던 하비츠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
웨나 위저드가 서 있었다.
“호오?”
배니싱이 풀리고, 제타로와 스모도도 비로소 하비츠를 머리로 인지했다.
“하비츠, 오랜만이야.”
“그런가? 모르겠군. 갑자기 왜 찾아왔지? 암살 게임에 참가하려고?”
“아니. 내가 만든 게임을 제안하려고.”
“흐음.”
신의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예 흥미가 없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하긴, 날 죽이려면 게임밖에 없겠지. 하지만 나는 지금도 충분히 재밌는데?”
그보다는 위저드랑 놀고 싶었다.
“그냥 덤비는 건 어때? 빨리 너희들을 죽인 다음 하고 싶은 게 있거든.”
하비츠의 시선이 위저드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제타로는 슬펐다.
‘설득하지 못하면 기회는 없다.’
그런 생각으로 말했다.
“마음에 들 거야. 목숨을 걸어도 좋아.”
“호오.”
“사실과 거짓. 그게 이 게임의 이름이야.”
게임의 이름을 들은 하비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신의 주파수를 열었다.
그리고…….
“크크크! 크크크크!”
그의 입꼬리가 괴기스럽게 찢어졌다.
사실과 거짓 (3)
‘진심으로 날 죽이고 싶다 이거지.’
역시 친구밖에 없다니까.
그들의 의지에 감동을 받은 하비츠는 비로소 제타로에게 시선을 넘겼다.
“설명해 봐.”
신의 주파수로 룰은 알았지만 머리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제타로가 말했다.
“게임은 자네와 위저드가 할 거야. 룰은 간단해. 하나의 참말과 하나의 거짓말을 하는 거지.”
하비츠가 웃었다.
“하지만 어떤 게 사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는 서로가 알 수 없다는 거지?”
“그래. 반드시 한 가지의 사실을 말해야 돼.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패배하는 거야.”
“패배의 대가는 죽음이고?”
“글쎄.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최종 목적이 룰 안에서 작용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 만약 자네가 ‘나는 죽는다.’는 말을 사실로 증명해 버리면 오히려 게임을 이기게 되는 것이니까. 그럼 룰이 깨지잖아?”
“상관없잖아? 어차피 나를 죽이려는 거니까.”
“그럼 게임이 아니지.”
제타로가 살며시 미소를 짓자 하비츠는 오랜만에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흐흐, 그렇지.”
사탄은 예측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