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43
스모도는 금보다 귀한 폐 속의 공기를 소모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
그리고 피 묻은 치열을 드러내며 말했다.
“먼저 간다. 재밌게 놀아라.”
스모도가 마침내 사망하자, 하비츠는 위저드를 돌아보며 입술을 만졌다.
‘나에게 입을 맞췄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
하지만 그렇다고 위저드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뜻일까?
‘모르겠다. 마음을 읽을 수가 없어. 단지 게임일 뿐인가? 아니면 혹시…….’
알고 싶다.
미치도록 알고 싶었다.
제타로는 생각했다.
‘그래, 나도 모르겠다, 하비츠. 왜 네가 스모도를 선택한 것인지. 하지만 그게 이 게임의 진의야.’
사실이든 거짓이든,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그 어떤 증명으로도.
‘우리는…….’
타인의 진실을 알 수 없다.
사실과 거짓 (4)
***
살인자의 안식처 멜키두.
바깥 트랙의 1번 칸은 처음 멜키두에 온 자들이 갈 수 없는 유일한 마을이다.
1번 마을, 바이탈.
특별한 이유는 사용자 간의 공격이 금지되어 있고, 미션조차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각종 편의 시설이 많아서 많은 사용자들이 체류하는 곳이었다.
“드디어 모았다.”
식당에 앉은 시로네 일행은 직접 만든 지도를 펼쳐 두고 회의를 시작했다.
“크라임 포인트 1억.”
네이드의 말에 친구들의 머릿속에서도 그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에덴이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었지. 특전 루트를 타려고 명예로운 악행으로만 클리어 했으니까.”
명예로운 악행 특전은 한 번이라도 일반 살인을 할 경우 받을 수 없었다.
이루키가 말했다.
“바깥 트랙을 일곱 번 돌아서 1억이면 완벽한 공략 수준이야. 어떤 미션에서는 폭탄 하나에 1,000만 포인트나 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야.”
그들이 제작한 지도에는 멜키두의 바깥 트랙이 촘촘하게 그려져 있었다.
“총 468개의 트랙. 그중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정보를 얻어 작성한 칸은 207개. 이 상태로 포인트 적립을 가속시키는 건 무리야.”
이를테면 어떤 미션은 주사위를 굴려서 악당의 체력을 깎는 방식이다.
반면 상대의 공격에는 엄청난 포인트가 차감되기에, 빠른 제거가 관건이었다.
“배덕의 영주. 유일하게 포인트를 손해 본 미션이지. 아이템도 필요하고, 다이스도 강화시켜야 할 거야. 슬슬 내부 트랙으로 들어가자.”
시로네가 말했다.
“내부 트랙에서 멜키두로 들어가는 아이템의 가격은 100억 포인트. 이대로 계속해도 언젠가는 도달하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
최선의 루트는 내부 트랙에서 주사위를 강화하고 포인트를 쓸어 담는 것이었다.
네이드가 말했다.
“일단 1억을 모았으니 이것부터 더블로 만들자. 오는 길에 카지노를 봤어.”
다른 마을에서도 도박은 할 수 있지만 바이탈의 도박장은 시스템이 운영한다.
“다른 사용자와 얽히지 않아도 되니 속 편하지. 하지만 베팅 기회는 스타트 지점을 통과할 때마다 한 번. 베팅 액수도 단위별로 한계가 있어. 1에서 99포인트, 100에서 999포인트.”
1억을 모은 뒤에 1번 칸에 온 이유였다.
“10억까지 모아서 하기에는 무리잖아. 한 방에 1억 포인트만 벌어도 엄청난 거야.”
에덴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만약 지면 어떡해? 거의 다 잃는 거잖아.”
“하하! 우리에게는 시로네가 있잖아. 도박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고. 사탄이라면 모를까.”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멜키두는 사탄의…….”
“하하하하!”
네이드가 어색한 웃음을 터트리며 일어섰다.
“자, 자! 쓸데없는 생각은 접어 두고 얼른 나가자. 1억 포인트를 벌 수 있다고!”
친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좀 불안한데.”
식당의 문을 닫고 빠져나온 시로네 일행은 마을 중앙의 도박장으로 갔다.
10여 개의 칸이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마을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없었는데. 역시 바이탈이네.’
1번 칸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대박이다!”
아마도 승리를 한 모양이었고, 다른 사용자들이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얼마 벌었을까?”
네이드의 말에 이루키가 답했다.
“딱히 큰돈은 아니겠지. 50퍼센트 확률이라고 해도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우리 정도 금액으로 베팅하는 사람은 없을걸. 아니면 포인트 재벌이거나.”
6번 칸의 줄이 가장 짧았고 7번 칸이 가장 길었다.
“역시 이런 곳에서는 미신이 판을 치는군. 우리는 어디서 기다릴까?”
물어볼 것도 없었다.
“6번으로 가자.”
잠시 후 6번 칸의 문이 열리더니 한 여성이 울상을 지으며 나왔다.
“흑, 흐윽.”
어깨를 떨며 걷던 그녀는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으아아앙! 어떡해!”
상당히 많은 금액을 베팅한 듯했으나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자는 없었다.
시로네 일행이 문으로 들어가자 미션을 완수했을 때처럼 위상공간이 펼쳐졌다.
-악마의 도박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베팅 포인트를 설정해 주십시오.
친구들과 눈을 맞춘 시로네가 말했다.
“1억 포인트.”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현재 남은 포인트는 687만 8,300포인트입니다.
시로네는 자신의 크라임 다이스, 6면체 2개가 떨어지는 것을 낚아챘다.
-높은 숫자가 나오는 쪽이 승리합니다.
시스템도 같은 주사위를 사용하기에 다이스를 강화해도 유리한 점은 없었다.
“간다.”
숨을 쉬는 것마저 잊은 채, 친구들은 주사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6과 6이 떴다.
-더블입니다.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집니다.
시로네는 생각할 것도 없이 다시 주사위를 던졌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휴우, 됐어. 솔직히 조마조마했네.”
이루키는 신중했다.
“아직 안심할 수 없어. 시스템도 같은 패가 나올 수 있으니까. 그러면 무승부가 돼.”
“에이, 설마 세 번 연속…….”
말을 하는 사이 시스템이 주사위를 굴렸고 6이라는 숫자 2개가 떠올랐다.
네이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만약 다음에도 6과 6이 나온다면 총점 24점으로 시로네와 동률을 이룬다.
“무승부가 되면 어떡하지?”
시스템 메시지가 들렸다.
-다시 한번 대결을 펼치고, 더블은 초기화됩니다. 단, 공범일 경우 참가 대상이 바뀝니다.
등골이 서늘했다.
만약 50퍼센트의 확률이라면, 애초에 1억 포인트를 베팅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제발, 제발. 다음은 내가 던진단 말이야.’
네이드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가운데, 2개의 주사위가 빛을 뿜어냈다.
하나는 6, 하나는 4.
-24 대 20. 축하합니다. 게임에서 승리했습니다. 베팅 금액의 2배를 드립니다.
네이드는 쓰러질 지경이었다.
“하아, 대체 6이 몇 번 나온 거야? 위액이 넘어와서 속이 다 쓰리네.”
“일반인에게는 엄청 운이 없는 경우겠지. 그래도 이 정도면 날로 먹은 거야.”
-승리 보상으로 1억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현재 포인트는 2억 687만 8,300포인트입니다.
“좋아, 97억만 더 모으면 되겠다.”
실없는 농담을 뒤로하고 6번 문을 나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티를 내서 좋을 게 없지.’
사용자 간의 대결은 금지되어 있지만 어느 장소에서든 만날 수 있었다.
“너희들.”
일행이 돌아서자 6번 문에서 도박을 했던 여자가 따라 나오고 있었다.
“혹시 땄어?”
“…….”
여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경계하지 마. 나는 이제 포인트 거지니까. 승패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잖아?”
시로네가 말했다.
“이겼는데요. 왜 그러시죠?”
“흐음, 저기…….”
갑자기 여자가 몸을 배배 꼬았다.
“정말로 포인트가 없어서 그러는데, 상점에서 내가 가지고 싶은 거 하나만 사 주면…….”
“가자.”
네이드가 매몰차게 친구들의 등을 떠밀자 여자가 도끼눈을 치켜떴다.
“저것들이 진짜! 내가 누군지 알고!”
“누구긴? 흡전귀 페나지.”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페나가 눈을 크게 뜨고, 시로네가 고개를 돌렸다.
“어?”
멜키두에 처음 왔을 때 도움을 줬던 커티스가 일행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군.”
이곳 또한 일종의 언더 코더였기에, 현실 세계하고는 시간이 달랐다.
“커티스 씨? 어떻게 여기에?”
“주사위의 신이 이곳으로 인도했지……는 거짓말이고, 너희들을 기다렸어. 이 정도 기간이면 도박장에 들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정답이었다.
페나가 코웃음을 쳤다.
“쳇, 뭐야? 아는 사이였어? 커티스랑 노는 걸 보니 너희들도 별 볼 일 없구나?”
커티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생각은 접는 게 좋을걸. 이 녀석들 현실에서 프로 마법사니까.”
“호오?”
페나가 일행의 면면을 다시 살피는 동안 시로네는 커티스에게 물었다.
“두 분도 아는 사이예요?”
“아는 사이라기보다…… 익숙한 얼굴이지. 딱히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아서, 적당히 바깥 트랙을 도는 부류라고 할까?”
“웃기고 있네! 내가 너 같은 줄 알아? 가뜩이나 도박에서 잃어서 화나 죽겠는데.”
“하하. 그리고 말하지만, 이 여자 말은 믿지 마. 흡전귀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거든. 도박에서 잃었어도 본전은 가지고 있을걸.”
페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정체가 밝혀진 것보다도, 커티스가 술술 정보를 부는 게 더 의아했다.
‘뭘 믿고 정보를 술술 부는 거지? 이 애들이라면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다는 건가?’
커티스가 물었다.
“너희들 현재 포인트가 어느 정도지?”
예상대로 대답은 없었다.
“후후, 제법 숙련자 같군. 그렇다면 바깥 트랙을 몇 바퀴 돌았는지 말해 주면 안 될까?”
“밝힐 수 없어요. 포인트를 유추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묻는 거야. 완벽한 동맹은 없지만, 정보 교환은 가능할 정도의 신뢰잖아?”
“커티스 씨가 가진 정보가 포인트를 밝히는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건가요?”
“아마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멜키두에 들어가는 숨겨진 방법이니까.”
시로네는 친구들과 눈을 마주쳤다.
“어때? 술은 너희들이 사는 걸로.”
커티스가 식당을 가리키자 페나가 끼어들었다.
“나, 나도 갈래! 응? 가도 되지? 아무것도 안 들을게. 배고파 죽겠단 말이야.”
‘이래서 흡전귀구나.’
커티스가 말했다.
“데려가지. 현실에서는 사기 전과 27범이지만, 나름 믿을 만한 친구야.”
말에서 모순이 느껴졌으나 굳이 끌고 가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좋아요. 일단 들어 보죠.”
식당에 자리를 잡는 순간 페나는 메뉴판을 열고 각종 음식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맥주도 주세요. 아, 그리고 런치 빵은 공짜로 주는 거죠?”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밉상이었으나 그래도 비싼 음식은 고르지 않았다.
“이 정도는 괜찮지? 남은 건 좀 싸 가려고.”
“네.”
1억 포인트를 따서 기분도 나쁘지 않았기에 먹는 정도는 살 수 있었다.
커티스가 다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