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58
“등급에 따라 전부 다릅니다. 7번 섹터에서는 기본 강화만 할 수 있어요. 확인해 보세요.”
일행은 가격표를 확인했다.
‘6눈을 7눈으로 올리는 데 천만 포인트. 7에서 8로 올리는 데 1억 포인트? 증가폭 미쳤네.’
주사위를 늘리는 건 더 심했다.
‘2개에서 3개로 올리는 데 1억 포인트. 3개에서 4개로 올리는 데…… 10억 포인트?’
정석 루트로 알려진 열쇠의 가격이 100억임을 생각하면 엄청난 금액이었다.
네이드가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심각한데.”
“응. 커티스 씨는 팔면체 1개와 육면체 2개였지. 그러니까 강화에 무려 2억 1천만 포인트를 쓴 거야.”
시로네가 가지고 있는 포인트를 상회했다.
관리자가 끼어들었다.
“강화는 정말 중요하답니다. 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크라임 다이스가 약하면 효율이 떨어지니까요.”
에덴이 말했다.
“그런데 왜 커티스 씨는 그렇게 강화했지? 차라리 다이스 3개를 전부 7면체로 바꾸는 게 효과적이잖아?”
이루키가 턱을 괴었다.
“……더블이군.”
“더블?”
“그래. 주사위 몇 개를 가지고 있든 똑같은 숫자가 2개 나오면 더블 판정이 발동되지. 그렇죠?”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따라서 주사위가 늘어날수록 더블에 걸릴 확률은 높아져. 3개 중에 2개, 4개 중에 2개만 걸려도 되니까. 반면에 주사위의 눈이 늘어나면…….”
“오히려 확률이 떨어지지. 더블을 결정지을 수 있는 변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바로 그거야. 사소한 확률이지만 주사위가 전부인 멜키두에서는 엄청난 차이일 테니까. 8천만 포인트를 더 지불할 가치가 있을 정도의 차이. 결국 무턱대고 눈이 늘어나는 게 좋은 건 아니야. 오히려 중요한 건 주사위의 개수.”
라는 것이 정석이지만.
‘우리는 상관없다. 아니, 정확히는 시로네는 상관없어. 어떤 숫자든 조작할 수 있으니까.’
시로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흠. 어차피 1억을 주고 주사위 하나는 더 얻어야 해. 2개와 3개는 차원이 다르니까. 그렇다면 7, 7, 7로 가는 게 총합에서 1이 더 이득이야.’
단지 1이지만, 그 1이 언젠가는 천이 되고 만이 되어 승패를 가를 것이다.
이루키가 물었다.
“추천하고 싶은 빌드가 있나요?”
“모든 빌드에 장단점이 있어요.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갈라지기도 하고, 어떤 아이템을 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서 전략 전술도 바뀌지요. 예를 들어 보난자라는 아이템은 가장 큰 수에서 가장 작은 수를 뺀 값의 세제곱을 하게 됩니다. 그럴 경우 비대칭 밸런스를 가진 다이스가 확률적으로 더 높은 숫자를 얻게 되죠.”
“흐음, 아이템도 알아야겠군. 하지만 듣기로는 풍신보다 효율적이지는 않은데.”
플러스를 전부 곱으로 바꾼다.
“후후, 풍신은 고급 아이템에 속해요. 소수의 고급 아이템으로 플레이 하는 유저가 있는 반면, 다수의 저급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유저도 있죠. 후자의 유저에게 보난자는 가성비가 상당히 좋답니다.”
관리자가 말을 이었다.
“따라서 제가 드릴 수 있는 힌트는 통계에 기반한 정보뿐입니다. 멜키두의 3다이스 사용자 중 가장 많은 17퍼센트가 8, 6, 6 빌드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만큼 사용자들의 취향이 다양하다는 거죠. 8, 6, 6의 특징은 안정적인 전술 운용이 가능하고, 아이템과 상성이 좋다는 것. 다만 이곳에서는 7, 6, 6까지가 한계여서, 7에서 8로 강화하고 싶으시면 40번 섹터 이상의 부서로 가야 합니다.”
“그런 거로군.”
이루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 트랙에는 순례자의 입구가 두 군데 있어. 122번과 321번. 하지만 122번으로 들어가면, 내부 트랙 197번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지. 그럴 경우 초반에 비싼 아이템을 구입하는 바람에 정말로 필요한 아이템을 사지 못할 수도 있어. 또 강화에서 실수할 수도 있고.”
에덴이 말했다.
“하지만 이미 아이템을 갖췄거나 다이스 강화가 끝난 베테랑이라면 상관없잖아, 거꾸로 가도.”
“그렇지. 따라서 이건 초심자의 행운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야. 운 좋게 초반에 내부 트랙으로 들어가서 특정 아이템을 사게 되면, 스노볼 효과로 격차는 계속 벌어질 테니까.”
네이드가 투덜거렸다.
“사람이나 죽이는 게임 주제에 이런 건 또 짜증 나게 합리적이네. 정정당당히 죽이라는 건가?”
관리자는 칭찬으로 들었다.
“감사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패스트트랙 전략도 한때 유행했답니다. 197칸을 역류해야 하지만 어쨌든 아이템을 살 수 있고, 한 바퀴를 돌면 321번, 난이도가 높은 지대로 빠져나가니까요. 물론 이 전략을 쓰려면 사용자의 실력이 출중해야 합니다만…….”
시로네의 생각에도 두 번째 사이클이라면 시도해 볼 만한 전략이었다.
관리자가 환기시켰다.
“충분히 설명이 되었나요? 그럼 강화 업무를 도와드릴게요. 강화를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 포인트를 전부 지불한다. 둘, 포인트를 할인한다.”
일행은 눈을 깜박였다.
“할인도 돼요? 뭐, 명절 이벤트 같은 건가?”
“사용자를 위한 시스템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설득시킨다면 정해진 포인트에서 20퍼센트 할인된 포인트로 크라임 다이스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20퍼센트?”
예상보다 큰 폭이었다.
‘1억으로 주사위를 하나 더 늘린다고 가정하면 2천만을 아낄 수 있는 거잖아.’
네이드가 물었다.
“어떻게 설득하면 되죠?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얘기하면 되나요?”
“후후, 아니요.”
관리자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주사위죠.”
내부 트랙에서는 주사위가 왕이라고 했던 커티스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어둠의 조직 (2)
관리자가 말했다.
“관리자는 논-플레이어에 속합니다. 상위에 속할 뿐 시스템의 일부죠. 따라서 감정 또한 시스템. 크라임 다이스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저를 설득시킬 수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확률이라면, 관리자의 마음은 율법의 확률인 셈이었다.
“단, 관리자의 성격에 따라 설득의 방식이 달라요. 고지식함, 냉철, 긍정, 비판 등 다양한 성격이 존재하죠. 저 같은 경우는 긍정에 속합니다. 크라임 다이스의 숫자가 높으면, 저는 설득당할 겁니다.”
“한 번만 이기면 되는 건가요?”
“같은 성격이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 한 번의 패배로 40퍼센트의 감정 변화를 보입니다. 100퍼센트를 넘기면 설득이 완료됩니다.”
단순하게 3연승으로 끝이었다.
‘시로네는 최소한 무승부를 거두겠지. 그렇다면 남은 두 사람이 관건인데.’
시로네가 물었다.
“우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뭐죠?”
“설득을 시도할 경우,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100만 크라임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또한…… 현재 여러분의 크라임 포인트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이루키가 확인했다.
“대략 1만 포인트 빠졌군. 내부 트랙에서 은신하는 전략을 막기 위한 장치 같은데.”
“그렇기도 하지만 이곳은 범죄자가 들어올 수 없는 장소입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을 응대하는 건 크라임 포인트가 차감되기 때문이에요. 만약 여러분의 크라임 포인트가 0이 되면, 저는 성격이 적대로 바뀌고 경비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
관리자가 덧붙였다.
“이는 멜키두에 있는 왕성 예하의 모든 관리자에게 적용되는 룰입니다. 만약 외부 트랙에서 경비를 만난다면 여러분의 크라임 포인트는 차감됩니다.”
시로네가 물었다.
“설득에 필요한 크라임 포인트, 즉 주사위를 굴리는 포인트는 관리자마다 다르겠죠?”
“네. 성격에 따라, 성격의 정도에 따라 차감되는 포인트는 다르게 책정됩니다.”
시로네가 고개를 돌렸다.
“됐어. 일단 나가자.”
친구들을 데리고 시스템 업무 부서에서 빠져나온 시로네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대충 알겠어.”
“뭘?”
“히든 미션 말이야. 매수 프로그램이 어떻게 발동하는지, 감은 잡은 것 같아.”
시로네가 검지를 들었다.
“관리자의 감정을 주사위로 바꾼다. 이걸 설득이라고 하지. 그리고 관리자마다 각기 다른 크라임 포인트를 요구해. 내가 마음에 걸렸던 건 이거야. 어째서 커티스 씨는 최소 5천만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처음에는 어떤 아이템을 획득하는 조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에덴이 말했다.
“설득이야. 관청의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거였어. 그 대가가 최소 5천만이고.”
“그래.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룰은 다르겠지. 어쨌든 한 번에 이긴다면 5천만으로 충분할 테지만, 승부가 길어지면 그 이상의 포인트가 필요하게 될 거야.”
네이드가 혀를 내둘렀다.
“만약 5연승이라고 해도 주사위 한 번 굴리는 데 천만이잖아? 이거 정말 할 수 있는 거야?”
이루키가 말했다.
“반면에 단위가 커서 혼란은 없지. 어차피 우리에게 두 번 시도할 포인트는 없어. 게다가 주사위 승부라면 다이스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일단 아이템의 종류와 가격부터 알아보자. 이러는 동안에도 포인트는 차감되니까.”
말 그대로 시간이 포인트였기에 그들은 쇼핑 코너로 가는 발을 빨리했다.
자판기들이 드문드문 놓여 있었고, 논-플레이어가 운영하는 상점은 세 군데였다.
에덴이 자판기를 살폈다.
“여기서 크라임 다이스의 종류를 바꿀 수 있나 봐. 형태, 색상, 재질, 눈. 디자인도 다양하고 눈에 보석이 박힌 것도 있어. 근데 예쁘다. 수정 다이스에 사파이어라니.”
“얼마야?”
에덴이 그대로 읽었다.
“370만 포인트. 추가로, 설득 불가.”
“자, 자! 일하자, 일.”
네이드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상점으로 몸을 돌리자 에덴이 피식 웃었다.
“누가 사 달래?”
첫 번째 가게로 들어가자 안경을 쓴 30대 중반의 남성이 그들을 반겼다.
“다이스 강화 전문 아이템 숍입니다.”
물건 대신 카드들이 놓여 있었고, 주사위의 눈에 관한 아이템이 즐비했다.
“의외로 많네.”
“초급은 그렇죠. 고급 아이템을 사려면 최소 100번대 섹터는 되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초급은 팔지 않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여기도 상도덕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하면 안 되지요.”
설정은 그렇지만, 패스트트랙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았다.
“결국 뭔가 사기는 해야 한다는 거네. 후반에는 구입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네이드가 아이템을 살폈다.
“근성. 전력 질주. 러너스 하이.”
주사위 하나의 면체를 +1, 모든 주사위의 면체를 +1, 주사위 하나의 면체를 +3의 효과였다.
“전력 질주 괜찮은데. 사실 일회성 아이템은 주사위 특성상 실패할 확률이 높잖아. 그런 의미에서 러너스 하이보다 전력 질주가 안정적이지.”
80만 포인트라는 가격도 적당했다.
시로네가 물었다.
“여기에서는 다이스 강화 아이템만 파는 건가요?”
“네. 쇼핑 코너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됩니다. 다이스의 면체를 강화하는 아이템. 다이스의 연산을 강화하는 아이템. 다이스와 무관한 아이템, 보통 이동 아이템이 주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판기입니다.”
네이드가 살핀 것 외에도 꽤나 많은 아이템이 있었으나 시로네는 관심이 없었다.
“설득할 수 있나요?”
“하하! 물론이죠. 만약 저를 설득시킨다면 아이템의 가격을 5퍼센트 깎아 드리죠. 제 성격은 비판적이고, 홀수와 짝수의 승부를 겨룹니다. 1회에 10만 포인트입니다.”
할인율도 관리자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듯했으나 시로네가 듣고 싶은 대답은 아니었다.
“아뇨, 그것 말고요.”
“네?”
“어둠의 조직요. 멜키두의 코어로 들어가는 매수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흩어져서 아이템을 살피던 친구들이 동시에 시로네와 상인을 돌아보았다.
“…….”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상인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과연 내가 알고 있을까? 확인하려면 나를 설득시키는 수밖에.”
시로네는 확신했다.
‘설득은 모든 경우에 해당된다. 꼭 아이템을 할인하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야.’
상인이 말했다.
“나는 비판적인 성향이고, 룰은 홀수와 짝수야. 1회 시도에 2천만 포인트.”
일행의 눈이 커졌다.
“네? 2천만 포인트요?”
정보의 유무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2천만 포인트를 걸어야 한다.
‘이런 거였구나. 아무나 뒷문을 열 수 있는 게 아니야. 이런 식이면 금방 포인트를 잃고 말 거야. 커티스 씨가 정보를 얻은 방법도 아마 이런 식이었겠지.’
결과는 파산이었다.
일행이 머뭇거리자 남자가 에덴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저 귀여운 아가씨라면 천만 포인트 깎아 주지. 날 설득시켜 보겠어?”
시로네는 눈을 깜박거렸다.
‘잠깐만. 이거…….’
“잘 생각해. 이런 기회 또 없어. 나를 설득하는 데 고작 이 정도 포인트로…….”
“다음에 올게요.”
상인이 멍하니 쳐다보는 가운데 시로네는 친구들의 등을 바깥으로 떠밀었다.
“뭐야? 왜 그래? 이제 겨우 힌트를 찾았는데.”
“착각했어.”
시로네가 말했다.
“단지 시스템인 줄 알았어. 설득이라는 거 말이야. 하지만 저 상인은 우리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어. 다만 그 감정의 변화가 율법으로 이루어지는 거야.”
“그래서?”
“다음 상점으로 가자.”
옆에 붙어 있는 상점으로 들어가자 오른팔에 문신을 새긴 여자가 반겼다.
“어서 오세요. 연산 강화 아이템 숍입니다.”
멜키두의 평균연령에 비해 젊은 사람이 들어오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안녕? 재밌게 놀고 있어?”
시로네가 말했다.
“어, 그럭저럭요.”
유리 선반 안쪽에 주사위 연산기호를 바꿀 수 있는 아이템이 있었다.
‘보난자. 데스그로스. 회계사의 착각.’
풍신만큼 확실한 효과는 아니지만 쓰임에 따라 빛을 발하는 아이템들이었다.
가격을 확인한 시로네가 물었다.
“우린 멜키두로 들어가는 매수 프로그램을 찾고 있어요. 설득할 수 있나요?”
“어머.”
그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거라면 당연히 나에게 와야지. 내 성격은 다혈질, 룰은 지정 숫자. 1회에 2천만 포인트.”
시로네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건 너무 비싸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대신에 그쪽과 연인이 되고 싶은데요.”
“야, 야.”
친구들이 황당한 눈으로 쳐다보았으나 여자는 재밌다는 듯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