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60
“포인트 믿고 설치는 거라면 애석하구나. 특수 지역은 저마다 특징이 있지. 코르코라스는 포인트를 사용할 수 없거든. 대신 얼마든지 사용자를 죽여도 돼. 한마디로 플레이어 킬 자유 구역이라는 거야.”
“포인트가 깎이지 않는다고?”
“하하! 그래. 내가 너를 도륙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지. 그럼 슬슬…….”
네이드가 주먹을 어루만졌다.
“젠장! 그런 거였어? 괜히 긴장했잖아.”
뇌신전생의 화신이 육체를 감싸자 낭인이 멍한 표정으로 그를 가리켰다.
“야, 너…… 몸에 전기 흐르는데.”
“알아.”
섬의 서쪽 백사장이 번쩍하고 빛났다.
1분 뒤.
“사, 사여 주세요. 잘못했으이다.”
사지가 뒤틀린 채 경련을 일으키는 5명이 백사장에 누워 입을 놀렸다.
“너희들.”
네이드가 다가가자 그들이 활어처럼 꿈틀댔다.
“히익! 죄, 죄송!”
“뭐 좀 물어보자. 페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여기에 온 적 있어? 키는 나보다 좀 작고, 마른 체형이야. 이곳 시간으로 3일 전부터 해서.”
“아, 아뇨. 못 봤습니다.”
대답을 하고도 불안한지 리더가 고개를 들었다.
“정말로 여자는 못 봤어요. 여기 말고 도착 지점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로 갔을 겁니다.”
“하나 더 있다고?”
“네, 네. 동쪽 백사장요.”
시로네가 물었다.
“그곳은 누가 지키고 있지?”
“없, 없어요. 동쪽하고 서쪽하고 전부 우리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다른 놈은 없어요.”
에덴이 물었다.
“뭘 장악하는데?”
“어, 그러니까…… 여기 쓰레기요.”
“…….”
시로네가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초심자만 노리는 강도일 거야. 하이 기어에도 이런 부류가 있었지, 텐맨이라고.”
네이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에나 있잖아, 뭔가 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을 초장부터 밟는 인간들은. 하여튼 한심하기는.”
낭인은 자존심이 상했으나 구겨진 얼굴을 네이드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시로네가 물었다.
“쓰레기만 있는 곳에 사는 이유가 뭐야? 섬 안쪽에 거주 공간이 있을 거 아냐?”
“거긴 무법 지대예요. 3대 갱단이 장악하고 있어서 잘못 걸리면 정말 뼈도 못 추립니다.”
에덴이 말했다.
“레드 유니온. 데스페라도. 요한 카르텔.”
네이드가 고개를 돌렸다.
“알고 있어?”
“저 남자의 양쪽 팔에 새겨진 엠블럼. 현실에서도 제법 알려진 범죄 조직이야.”
“난 처음 듣는데.”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너희들은 당연히 모르지. 말이 범죄 조직이지, 사실 그냥 기업 깡패야. 작은 도시 하나를 거점으로 두고 설치는 정도. 시로네는 알 수도 있겠지만.”
“응. 직접 만난 적은 없어도.”
오메가에 남아 있었다.
“요라는 선교 중에 경찰 업무를 보조하기 때문에 이 바닥은 좀 알지. 앵무 용병단 같은 세계 10대 길드 스케일을 생각하면 안 돼. 강한 사람은 거의 없고, 마법사도 비공인 10급이면 힘 좀 쓸 거야.”
“들개들이군.”
에덴은 리더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잔인함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3개의 엠블럼이 찍혔다는 것은 조직을 배신하고 옮겨 다녔다는 증거. 즉, 이들은 여기로 도망친 거야.”
이루키가 말했다.
“차라리 잘됐어. 갱단만 털면 우리가 찾고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
“어라? 그러고 보니…….”
네이드가 무릎을 꿇고 있는 리더에게 다가가 그의 정수리를 만졌다.
“너는 다 알고 있겠네? 3대 갱단.”
“네…… 네.”
벌써부터 전기가 흐르는 기분에 리더가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어둠의 조직 (4)
어차피 낭인들도 3대 갱단에 쫓기는 입장이었기에 감출 것은 없었다.
“가장 세력이 큰 건 데스페라도 조직으로…….”
10분 정도 세력도를 설명한 그는 조직원의 수와 두목의 이름까지 털어놨다.
에덴이 말했다.
“두목들은 현실에서 수배 중이야. 그런데 날마다 전쟁을 치르면서 어떻게 식량이 떨어지지 않지? 사망자의 시체로는 감당이 안 될 텐데.”
“거기까지는 모릅니다. 어디서 음식을 조달받는 것 같더라고요.”
리더가 바다를 가리켰다.
“이 근방은 전부 쓰레기인 데다가 오염 물질이 퍼져서 썩은 생선밖에 못 건집니다. 먼바다는 존재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끔 대형 선박이 정박해 있어요. 거기서 물자를 공급받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갱단의 전쟁은 여길 차지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박?”
외부 트랙은 공간이 분리되어 있기에 어디를 가든 이동 수단은 필요치 않았다.
‘어둠의 조직. 역시…… 이곳의 누군가는 관리자와 접선을 하고 있는 거야.’
리더가 말을 이었다.
“사실 식량은 부수적이고, 진짜로 공급하는 건 무기예요. 머신 건이라고 부르죠.”
“머신 건?”
“네. 이게 참 요상한데, 소리가 엄청 커요.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그냥…….”
입으로 투투투투 소리를 내는 그를 보며 시로네는 하이 기어를 떠올렸다.
‘화기구나.’
마법의 정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무런 노력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물건.
심지어 죄책감도 약해진다.
‘사물이 변하면 시대의 철학도 변한다. 멜키두에는 딱 어울리는 물건이야.’
네이드가 물었다.
“사정은 대충 알겠어. 근데 너희들은 왜 그렇게 배신을 하고 다니는 거야?”
“저도 한때는 잘나갔죠. 도박장에서 다 털리기 전에는. 경비를 피해 들어왔는데, 여기는 갱단에 가입하지 않으면 그냥 식량이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입한 겁니다. 그렇게 일단 가입은 했는데…….”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도망친 거죠.”
“…….”
“그 녀석들, 사람이 아니에요. 수틀리면 그냥 당겨 버립니다. 처음에는 데스페라도에 가입했는데 너무 살벌해서 레드 유니온으로 넘어갔어요. 하지만 거기도 미친놈 소굴이더라고요. 그래서 요한 카르텔로 갔는데…….”
리더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그냥…… 지옥입니다. 3대 갱단 모두 지옥이에요. 아시겠어요? 배신한 게 아니라 도망친 거라고요. 다른 조직으로 넘어가면 그 조직에서 지켜 주지만, 이제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 사는 거죠.”
“그게 더 한심한데?”
“하하!”
갱단의 위세를 떨치던 시절이 생각났는지 갑자기 그가 어깨를 폈다.
“직접 가 보시면 압니다, 왜 도망쳐야 했는지. 제가 경고하는데요, 그 녀석들…….”
리더가 네이드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진짜 나쁜 놈들이에요.”
마치 자신이 그 나쁜 놈이라도 되는 양 눈에 힘을 주자 네이드가 뺨을 때렸다.
“아야! 왜 때려요!”
“웃기고 있네. 너희들은 뭐 다르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도 짓이나 하려던 것들이.”
네이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떡할래? 우선 데스페라도부터 털어 볼까? 갱단 중에 가장 크다고 하니까.”
에덴이 말했다.
“그것도 좋지만 페나 씨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잖아. 일단 들어가서 상황을 보자.”
“하긴.”
네이드가 낭인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그만 가 봐. 앞으로 나쁜 짓 하지 말고. 주사위 굴려서 나가기나 해.”
“저기…….”
리더가 무릎을 꿇은 채로 다가왔다.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혹시 갱단을 결성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머신 건의 위력도 대단하지만 전기를 다루는 마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 녀석들을 이용하면 3대 갱단을 전부 장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야. 그럼 나도…….’
네이드가 그의 희망을 짓밟았다.
“됐어. 우리가 알아서 할게.”
“그러지 말고 제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3대 갱단에 빠삭한 저의 정보를 이용하면…….”
“경고하는데.”
네이드가 말을 끊었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우리가 좀 바쁜 일정이라 그냥 보내 주는 거야. 빨리 가.”
어차피 쓰레기나 뒤져야 할 팔자였기에 리더는 여기서 승부를 걸었다.
“이런 식은 좋지 않아요. 우리도 잃을 거 없는 놈들이라서요.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앞으로 갖은 모략과 책략으로 당신들을…….”
“빨리 안 꺼져?”
네이드의 눈에 전기가 들어왔다.
“으아아아!”
괴성을 지른 낭인들이 동시에 몸을 뒤틀더니 백사장을 기다시피 달려갔다.
눈에 힘을 뺀 네이드가 말했다.
“깜냥도 안 되는 것들이, 하여튼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협박도 통할 사람에게 해야지.”
네이드, 이루키, 에덴도 강자에 속하지만 시로네는 인류 최강의 마법사였다.
“됐어. 빨리 가자. 배고프니까.”
이루키가 앞장을 서는 가운데 뒤를 따르던 에덴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고기는 안 먹을 거야.”
쓰레기 더미를 지나 섬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도시의 흉흉한 정경이 반겼다.
건물마다 탄흔이 새겨져 있고 어떤 건물은 반쯤 무너진 채로 방치되었다.
큰길은 무장 병력이 장악한 반면에 골목에는 부랑자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갱단마다 관리하는 구역이 따로 있나 봐. 공통적으로 레드 유니온 엠블럼이 보이네.”
“그러게. 2개, 3개를 새긴 놈들도 있어. 아까 낭인들 같은 부류가 많은 모양이야.”
“저기는 어때?”
낮부터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간판을 가리키자 친구들이 동의했다.
“술집이야 갱단의 공공시설 같은 곳이니까. 먹을 것도 팔았으면 좋겠는데.”
“여긴 포인트를 사용할 수 없잖아. 아이템이나 그에 준하는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는데.”
“일단 가 보자. 싼 아이템으로 거래할 수 있을 거야.”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웃통을 벗고 있는 갱단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뭐야, 저건?”
코르코라스에서 처음 보는 얼굴인 데다 어리다는 사실이 경계심을 없앴다.
‘내가 나설 차례다.’
이번에 새로 가입한 레드 유니온의 신참이 머신 건을 일행에게 겨누었다.
“야, 너희들 뭐냐? 소속이 어디야?”
“물어볼 게 있는데요.”
시로네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신참이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크크크, 그렇다면 잘 왔어. 뭐든지 물어봐. 다만 가격은 좀 비쌀 거야.”
그가 에덴을 돌아보았다.
“좋아, 내가 원하는 가격은…….”
“후우.”
대화로 해결은 글렀다는 생각에 네이드가 나서려는 순간 2층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
레드 유니온의 행동대장이 언짢은 표정으로 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형님. 오셨습니까.”
신참이 깍듯이 인사를 했으나 행동대장의 눈에는 오히려 살기가 돌았다.
“형님, 왜…….”
“됐어. 이쪽으로 모셔. 올라오시죠.”
시로네 일행이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가자 신참이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왔다.
“형님이 왜 화가 나셨지? 악!”
기다리고 있던 선배가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선배님, 왜 그러세요?”
“닥치고 앉아서 술이나 마셔. 너는 지금 네 인생 최고의 행운을 쓴 거야.”
신참이 뒤통수를 만지며 물었다.
“아시는 분입니까?”
“몰라. 처음 보는 얼굴이야. 하지만 건드리면 엿 된다는 정도는 알아야 할 거 아냐?”
“그냥 순한 애들 같은데요.”
“얼굴을 보지 말고 눈을 봐. 우리 같은 놈들이야 먹고살려고 무슨 짓이든 하지. 싫은 것도, 더러운 것도 없어. 그걸 무슨 눈이라고 하는지 아냐?”
“글쎄요. 갱?”
“짐승의 눈.”
선배는 독한 술을 한번에 넘겼다.
“탁하지만 슬프고, 차갑지만 좌절감이 느껴지는 그런 눈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저들은 달라. 저건 끝까지 지켜 낸 자들의 눈이야. 엿 같다고 포기해 버리는 게 아니라, 그걸 뚫고 올라간 놈들이라고.”
“…….”
선배는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 같은 들개는 저런 눈을 조심해야 돼. 세상 무서울 게 없어도, 세상 그 자체는 무서워해야 한다고, 짜식아.”
신참이 고개를 돌렸다.
“그게 무슨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