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01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것에 대해 생각하자면 평생을 바쳐도 모자랄 듯한 감정이었으나.
‘룰루와는 이제 내 차지야.’
카인은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며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집중했다.
“룰루와.”
카인이 다가오는 와중에도 그녀는 누군가를 원망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최초란 그런 것이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음에도, 결과보다는 사실 여부부터 의심하게 되는.
“이제 아벨은 없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이제 너와 나, 둘밖에 남지 않았어.”
“오빠.”
룰루와는 혼란스러웠다.
무언가를 나쁜 일이라고, 악하다고 정의해 본 적이 없기에 카인의 말도 설득력이 있었다.
“이리 와.”
하지만 카인의 손에 이끌려 침실로 걸어가는 순간 그녀는 마음을 굳혔다.
‘나는 아벨을 사랑해.’
설령 카인과 일생을 살아야 한다고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싫어. 싫어, 오빠! 난 오빠의 아내가 될 수 없어!”
“그렇지 않아.”
형제라고는 고작 60명, 이제 막 시작하는 인류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이미 끝난 일이야. 아벨은 되살아날 수 없어. 이제는 네가 내 짝이 되는 거야.”
동물적 욕망에 뇌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아주 잠깐은, 반쯤 이성을 잃은 채로 그 욕망에 몸을 맡겼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서러운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카인은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룰루와.”
아벨을 죽인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은.
‘내, 내가…….’
굳이 칼이 아니라도 사람의 영혼을 살해할 것 같은 혐오스러움을 담고 있었다.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카인은 달구어진 돌에 닿은 것처럼 여동생의 몸에서 황급히 떨어졌다.
“아, 아니야.”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한 것뿐이라고.
“룰루와, 제발…….”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으아아아!”
머리를 감싸 쥐고 방을 박차고 나간 카인은 바닥의 핏물에 미끄러졌다.
“흐으으으!”
아벨의 뜬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야!”
문을 박차고 집을 나가는 순간 천둥 번개가 창공 위로 끝없이 뻗어 나갔다.
콰르르르릉!
마치 물에 잠긴 듯 순식간에 몸을 적시는 빗방울이 아벨의 피처럼 느껴졌다.
콰르르르릉!
“아니야!”
카인은 앞을 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두려웠고,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누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카인은 릴리스의 집 문을 두드렸다.
“어머니! 어머니!”
결국 그가 의지할 사람은 오직 하나였다.
“누구야?”
릴리스는 비에 젖은 것보다 더 무거워 보이는 카인의 상태를 빤히 쳐다보았다.
가슴에 묻은 심상치 않은 핏물도.
“어머니.”
카인은 울먹였다.
“제가 사람을 죽였어요.”
차분한 표정으로 그 말을 음미하던 릴리스가 카인의 손목을 붙잡았다.
“일단 들어오렴.”
한편, 카인이 떠난 아벨의 집에서는 룰루와의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울려 퍼졌다.
“아벨, 아벨.”
비로소 깨달은 사실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는 것.
“아아아아!”
룰루와는 아벨의 시체를 붙잡고 오열했다.
“안 돼! 이렇게 떠나면……!”
쇼크로 정신이 아득해지더니 동공이 위로 말려들어 가며 흰자가 보였다.
“어, 어어?”
그 순간 끽 하고 문이 열렸다.
인간보다 훨씬 키가 큰 실루엣이 보이자 룰루와의 초점이 되돌아왔다.
“아…….”
번개가 어둠을 걷어 냈다.
“아빠.”
“마시렴.”
릴리스는 따듯한 차를 카인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카인은 침대에 걸터앉아 따듯한 차를 홀짝였다.
“하아아아.”
아직도 손이 떨렸으나, 어머니의 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사실 와 본 적은 없다.
릴리스가 이 집에서 무엇을 하든, 자식은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뿐.
“어떻게 된 거니?”
릴리스의 물음에 카인은 솔직하게 말했다.
아벨에 대한 질투심, 동생이 사라지면 룰루와가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섬광.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카인은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면 되는 거라고. 어머니, 저는 이제 어떡하면 좋죠?”
릴리스는 슬펐다.
사랑하는 정인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리 오렴.”
릴리스가 두 팔을 벌리자 카인이 절망에 잠긴 표정으로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 박력에 릴리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
얼마 만에 느껴 보는 사람의 온기인가.
“괜찮아, 우리 아들. 엄마가 있으니까. 이 엄마가 너를 지켜 줄 거야. 알겠니?”
카인은 깨달았다.
“어머니.”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이 1명만 있다면 또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하아.”
이빨 사이로 가는 신음 소리를 내며 릴리스가 카인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것은 일종의 이끌림이었다.
변명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댈 수 있지만, 사실은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두 육체는 참을 수 없는 경련에 몸을 맡긴 채 점차 이성을 잃어 갔다.
카인은 의지할 곳이 없었고, 살인과 성적인 충동에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미쳤어.’
릴리스가 필사적으로 정신을 차린 이유는.
‘여기서 멈추자. 지금이라면 멈출 수 있어. 카인은 내 말을 들을 거야.’
그녀의 입이 열렸다.
“이제 그…….”
그 순간, 릴리스는 기억에서도 흐릿해져 가는 욕망의 결정체를 보고 말았다.
‘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뱀이 속삭이는 듯했다.
날 가져.
“으으. 으으.”
여태까지 억누른 깊은 곳의 욕망이 거슬러 올라오자 마치 활화산이 된 듯했다.
‘가질 거야!’
그렇게 그녀는 단단한 육체를 끌어안으며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릴리스의 비명이 방 안에 퍼졌다.
“아아아아!”
정상적으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극한의 쾌락이 이면 세계로 흘러들었다.
-탐하라! 빼앗아라! 죽여라!
박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魔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사람은 번쩍 깨달았다.
‘죄.’
이건 죄악이다.
공포와 수치심이 전신에 차오르는 만큼이나 쾌락은 배가되어 밀려들었다.
‘금단의 열매에 손을 댄 거야.’
선과 악.
인류가 탄생한 이래 처음으로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이 정의된 것이다.
“릴리스!”
아담이 소리치는 순간, 카인은 벼락을 맞은 듯 놀라며 침대에서 떨어졌다.
“아, 아버지.”
색욕의 마녀라도 이 수치심은 감당이 안 되는지 릴리스는 이불을 끌어당겼다.
“당, 당신이 여긴 왜…….”
아담의 눈에 가이아인의 광채가 일렁거렸다.
“결국 짐승이 되었나? 천국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스스로 박차면서?”
릴리스가 사납게 눈을 치켜떴다.
“당신은 늘 천국 생각뿐이지! 가이아인을 번성시키면 거핀이 불러 줄 것 같아? 이미 끝났어! 나는 애를 낳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야!”
“오오오오!”
아담의 눈에서 빛의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죄송합니다.’
거핀의 의지를 지키지 못했다.
가이아인의 마지막 규율이 깨진 것으로 울티마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으므로.
“우린 죄를 만든 거라고!”
한걸음에 카인을 뛰어넘은 아담은 릴리스의 목을 붙잡자마자 힘을 주었다.
“끅!”
그녀의 목이 힘없이 부러지자 카인은 주저앉은 채 다리를 벌벌 떨었다.
“아, 아버지.”
아담은 그를 내려다보았다.
“……떠나라.”
누구를 탓하겠는가?
이 땅에 있는 모든 형제들은 아담과 릴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결과인 것을.
“나 또한 죄를 짊어져야 한다.”
울티마 아래에서는 무엇을 사냥하든, 누구와 관계를 맺든 그것이 옳음이었으나.
‘살인과 근친.’
이제는 죽여서는 안 되는 것과,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되는 것이 생기고 말았다.
선과 악이 정의된 것이다.
“더 이상 우리는 완벽한 옳음이 아니다. 섭식과 번식의 굴레에서 끝없이 죄를 짓게 될 터이니.”
아담이 말했다.
“누구도 이 원인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원죄라고 한다.
그렇게 아담이 에덴을 떠나자, 카인은 바닥에 엎드린 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으아아아! 왜! 왜!”
카인은 땅을 경작하고 아벨은 양을 치며, 그렇게 살아갔을 뿐이다.
“왜 나야! 왜 아벨이야!”
단지 차가운 세계가, 그 율법이, 카인이 아닌 아벨을 선택한 것을 어찌하겠는가.
“흐으으.”
얼마나 울었을까.
어느덧 폭풍우가 그치고 동이 트기 시작하자 카인은 벌떡 고개를 쳐들었다.
‘떠나야 해.’
형제들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디로?’
형제들 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세상이지만 카인은 숨을 곳이 없음을 깨달았다.
세상 전체가 자신을 비난하는 기분이었고, 누군가가 자신을 죽일 것 같았다.
최초의 죄책감이었다.
완전히 날이 밝기 전에 에덴을 떠난 카인은 정처 없이 세상을 돌아다녔다.
어디서도 자유롭지 않았고, 앙상하게 몸이 말라 가는 와중에도 그는 생각했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차라리 죽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기꺼이 목숨을 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