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12
“그런 성향이니까요.”
“이게 핵심이야. 그 두 가지의 행보가 신의 연산을 둘로 분산시키는 것 같다고 할까? 시로네는 최선을 다해 인의 행렬을 막아 낼 거야. 하지만 그것 또한 신의 계산하에 있는 일이기 때문에, 신은 야훼를 우회하여 결과를 관철시킨다. 그리고 그 관철시킨 결과를…….”
루피스트는 깨달았다.
“페르미가 다시…… 바꾸어 버린다?”
“그런 전략일 거야. 아마 시로네는 알고 있었겠지. 어떤 식으로든 정보를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냈겠지만. 그게 바로 신을 속인다의 진의. 둘 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까? 아주 발칙한 생각을 해냈어.”
루피스트도 같은 생각이었다.
“어쨌든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 꺼풀 위에 있네.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한 미래는 아니게 되는 셈이지.”
페르미가 정보를 통제하는 한.
‘그렇다면…….’
루피스트는 무대 위에 나란히 서서 인사하는 예인들을 하나씩 살폈다.
‘우리가 모르는 미래는 뭐야?’
***
교황 콘스탄틴은 복도를 거닐었다.
“어머, 교황님.”
라미교의 신자는 아니라도 세계적인 유명인이었기에 시녀들은 경의를 표했다.
“그래, 수고가 많구먼.”
“여기에는 어쩐 일이세요? 교황님 정도 되시는 분이면 별관에서…….”
시녀의 표정이 멍해졌다.
“아.”
그녀의 눈에서 일순 푸른 빛이 켜지더니 이내 얼굴에 감정이 사라졌다.
“라미교의 진리에 따르라.”
“……네.”
시녀는 그길로 방향을 틀어 성전 직원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로 향했다.
아마도 몇 시간 뒤면 델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미교의 신자가 될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교황 콘스탄틴은 뒤늦게 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께서 원하시는 것을.”
파니에르의 지휘에 맞춰 예인들이 음악을 연주하자 엘 키아나가 먼저 나섰다.
세계 평화를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워 마치 빛이 흐르는 듯했다.
“…….”
하지만 좌중은 흔들리지 않았다.
‘언제 죽이지?’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마야가 무대의 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었다.
‘예언에 의하면 아이론은 공연이 끝나고 죽였다. 우리는 그 전에 먼저 쳐야 돼.’
파니에르는 관객석을 볼 수 없었지만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한기를 느꼈다.
‘대체 뭐야?’
수많은 공연을 했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다.
‘다음, 마야.’
정신을 차린 파니에르가 마야에게 시선을 돌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포트라이트가 옮겨지고 마야가 차분한 걸음걸이로 무대의 중앙으로 나왔다.
각국 관리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지금인가? 지금?’
관객들을 향해 돌아선 마야가 시선을 살짝 올리며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내가…….”
그 순간의 충격은.
“아주 어릴 때.”
세계 지도국도, 탁한 살의도 떠올리지 못할 만큼 인간의 심금을 자극해서.
“한 소년을 만나.”
정적보다 더 고요한 정적을 불러일으켰다.
“사랑했었답니다.”
그녀가 막 한 소절을 끝내며 미소를 지었을 때 모두의 눈시울은 축축했다.
‘왜 공연이 끝나고 죽였는가?’
알비노는 깨달았다.
‘아마도……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
엑소 유니버스 (4)
***
별관으로 향하던 콘스탄틴은 지나가는 길에 만나는 모든 인간을 전도했다.
“크리아 신을 믿으라.”
“……네.”
접촉한 사람들은 여지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인人이 되어 방향을 틀었다.
‘나는…….’
콘스탄틴은 오파츠가 아니었다.
‘신의 대리인이다.’
피라미드의 파장에 노출되지 않은 그가 이런 능력을 갖게 된 것도 어쩌면 운명.
‘죄송합니다, 크리아 신이시여. 미혹이 남았었나이다. 저조차 모르는 의심을 했나이다.’
눈물이 흘렀다.
세상의 온갖 의혹에도 신의 존재를 믿었지만, 역시 그 또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 두 눈으로 보았다. 내 두 귀로 들었다. 신의 역사함을, 그 찬란한 증거를.’
존재하면 믿을 수 있고, 그 믿음은 교황이라 불리기에 걸맞을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신의 관점에서는 그의 믿음 또한 절대 불변의 율법이 되는 것이다.
“후후, 신의 시대라니…….”
인간이 만들어 가는 세계가 아닌, 초월적인 절대자 앞에 무릎을 꿇는 것.
상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온 세상을 신의 이름으로 물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름 바로 아래에는 콘스탄틴, 바로 자신이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세계 지도국이라고?’
성전의 모두가 콘스탄틴의 승인을 받아 명분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헛소리를 하는군.”
그는 인간의 나라에 관심이 없었다.
“1시간 49분 12초. 11초. 10초.”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돌아보니 한 낭인이 모퉁이에서 나오고 있었다.
옷은 더럽고, 감지 않은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온 모습이 마치 시체처럼 보였다.
“키트라?”
콘스탄틴은 그의 목에 말라비틀어진 뱀 한 마리가 감겨 있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
‘파라스 왕국의 국왕이 여기에는 왜?’
무슨 상관인가.
“1시간 48분 42초. 41초. 40초…….”
“키트라여.”
또 1명의 신도를 만들기 위해 콘스탄틴은 키트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크리아 신을 찬양하라.”
“36초. 35…….”
시간을 세는 것이 그쳤다.
“크리아?”
키트라가 고개를 돌린 순간, 콘스탄틴은 영혼이 얼어붙는 충격을 받았다.
“아, 아아…….”
감격에 겨운 그와 달리 키트라는 무심했다.
“신은 이름이 없어.”
쿵 하고 두 무릎을 찍은 콘스탄틴은 더 이상 비참할 수 없는 자세로 엎드렸다.
라미교의 예법이 아닌, 본능이었다.
“저를 구원하소서.”
……이것이 신이다.
일단 접하는 순간, 인간이 상상했던 형태, 성향, 교리 따위가 무의미해지는.
키트라가 물었다.
“너는 마음을 잃지 않았구나.”
“제 마음은 오직 당신의 것이옵니다. 뜻대로 쓰소서.”
“마야를 죽여라.”
‘마야?’
순간 의문이 들었으나 차마 키트라를 올려다보며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뜻을 받들겠습니다.”
콘스탄틴이 몸을 일으켜 복도를 떠나자 키트라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섰다.
우주가 닫히기까지…….
“1시간 46분 55초. 54초. 53초.”
***
“아아아아아!”
사티엘의 정신체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우주적인 율법의 변화 속에서 천사들은 마음을 지켜 냈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신은 수없이 많은 원인을 우회하여 원하는 결과를 관철시키기 때문이다.
‘신이, 전체가, 우주가 원하는 것은…….’
공空.
광자계의 기준으로 1시간 30분 정도면 우주는 입자보다 작은 상태로 흩어져 버릴 것이다.
그 이후에는 영원한 무, 그리고 그 개념조차 존재할 수 없는 무한무의 영역으로.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
늘 소멸을 각오하고 싸웠으나 지금 느끼는 압박감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부활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소멸해도…….’
이 우주가 존재하는 한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이어지게 될 테지만.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거잖아.’
이카엘에 대한 증오도, 거핀에 대한 미움도 한순간의 착각이 되어 버린다.
오오오오오오오!
엄청난 율법이 밀려들자 대천사 7명의 정신체가 입자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카엘은 사력을 다해 저항했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야.’
7명의 대천사, 초기 개념이 해체되면 우주가 흩어지는 과정은 순식간이었다.
‘유리엘이 없는 게 크다. 7개의 개념으로는 시간을 늦추는 게 고작이야.’
그조차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카엘.”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미?”
“여기예요.”
불의 화신으로 태양에 스며든 에이미가 정신체와 연결되자 이카엘은 놀랐다.
‘호오.’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력했다.
“제가 도울게요.”
에이미의 합류로 대천사들은 해체를 면했으나 1시간 정도를 벌었을 뿐이었다.
이카엘은 솔직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소멸을 막을 수는 없어요. 에이미 양도 이곳에 있으면 같은 처지가 됩니다.”
남은 시간 동안 시로네와 함께 있기를 바랐다.
“아뇨. 우린 살아남을 거예요.”
“무슨……?”
대천사의 정신이 에이미에게 집중된 가운데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로네가 엄청난 걸 만들고 있거든요.”
“미카.”
-공사 진척도 87.9546퍼센트입니다.
장관이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으로 태어난 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스케일이었다.
시로네 스피어는 태양을 완전히 둘러싼 상태로 세부적인 조립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이제 1시간 30분도 남지 않았어.’
현재 속도라면 3시간 후에는 완성이지만 그때는 이미 우주가 없을 터였다.
‘속도를 2배 이상 늘려야 해.’
동시 사건이란 10개의 손가락이 협응하여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
즉, 손가락 하나가 사라진다고 해서 다른 손가락이 빨라지는 건 아니지만.
‘마테리얼은 달라.’
그것은 마치 갑자기 악보가 바뀌고, 실시간으로 연주해야 하는 집중력일 터.
실제로 아포칼립스가 끝난 뒤로 스피어의 작업 속도는 월등하게 향상되었었다.
‘그렇게 해서 남은 3시간이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라. 자칫하면 동시 사건이 깨진다.’
시로네는 신중했다.
‘결과물만 확실히 얻을 수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겠지. 하지만 문제는…….’
과연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만약 마테리얼에 집중하다가 동시 사건까지 깨지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