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14
‘어차피 나야. 내가 움직이는 거야.’
인지하지 못할 뿐.
‘제발…….’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마야를 사랑했기를.
라이트닝 임팩트의 푸른 전기가 무대에 내리꽂히자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갑자기 위력이 상승한 것을 깨달은 히트맨들도 비로소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시간을 지체하면 놓친다.’
그렇다고 케이든을 상대하자니, 타국의 히트맨이 먼저 타깃을 낚아챌 것이다.
“같이 하자.”
상황 판단이 최우선인 자들인지라 협상은 빨랐다.
“일단 죽이고, 다시 경쟁. 어때?”
어설픈 자들은 없었기에 히트맨들은 케이든을 돌아보는 것으로 승낙을 표했다.
케이든은 쾌재를 불렀다.
‘됐어.’
마검기의 위력은 건재하지만, 오른팔 외의 신체는 이성으로 움직여야 한다.
‘전부 다 나를 공격하면 돼. 그럼 내가 죽는 동안 마야는 도망칠 수 있어.’
그는 진심으로 기도했다.
“왜 모르는데?”
세리엘이 물었다.
“너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은 안 하잖아. 신조차 모르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어?”
“그게 핵심이야.”
페르미가 창문에서 몸을 돌렸다.
“신조차 모르기 때문에, 아무도 몰라. 이 우주의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야.”
케이든이 무엇을 할지.
“다만 문제는…….”
페르미가 일전에 확인했을 때 케이든의 탈옥은 오른팔만이 적용되어 있었다.
“인간 그 자체는 아니라는 거지. 오른손밖에 없다는 얘기가 아니야. 진정한 탈옥은…… 육체라는 감옥을 완전히 탈피했을 때 가능한 거니까.”
“육체라는 감옥.”
“그래.”
페르미가 씁쓸하게 웃었다.
“모르는 거지.”
케이든은 섬뜩했다.
‘뭐야?’
최고의 히트맨 12명의 공격을 자신의 오른팔이 절묘하게 막아 내고 있었다.
‘이 팔, 도대체 뭐냐고?’
자신의 몸에 붙어 있다고 해도 통제할 수 없기에 내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히트맨들도 점차 표정이 구겨졌다.
“제법이군.”
초신속의 암살 능력을 자랑하는 그들이 벌써 3분째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검의 천재인가? 아니, 기묘하다. 이런 검술은 본 적이 없어.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히트맨이 케이든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본인은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제길!’
신체 일부의 노예가 된 기분.
‘아니야. 분명 내가 움직이고 있는 거야. 손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명백히 자신의 두 눈이 받아들이는 정보를 통해서 반응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케이든은 울상을 지었다.
‘왜 나는 모르겠지?’
뇌를 거쳐서 움직이는 것이니, 오른팔이 할 수 있으면 자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내 안에 있다. 외면하고 있는 거야.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적십자성의 운명.
율법이 바뀌었다고 해도, 케이든의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제길.’
그렇게 싫었는데.
‘마법이고 검술이고 관심 없어. 내가 원하는 건 화가였어. 최고의 마야를 그리고 싶었단 말이야!’
그 순간, 히트맨의 단도가 케이든의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베고 지나갔다.
“크윽!”
“……감 잡았어.”
이 녀석, 오른팔뿐이다.
출구를 나간 순간 마야는 얼어붙었다.
엘 키아나가 두 다리가 대롱대롱 뜬 채 교황 콘스탄틴의 손에 붙잡혀 있었다.
“마, 마야! 살려 줘!”
그녀의 간절한 표정에 첫발을 내딛는 그때, 콘스탄틴과 시선이 충돌했다.
‘이 사람…… 인간이 아니야.’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특이하군. 너도 이 여자도. 특별히 바꾸고 싶은 원인이 없다는 뜻인가?”
어찌 살면서 후회가 없겠는가.
하지만 그 모든 경험들이 지금 자신의 노래를 만들었기에, 그녀는 현재에 감사했다.
“상관없지.”
마야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도 신의 의지에 따른 결과물일 테니까.
“죽어라.”
콘스탄틴의 손에서 빛이 쏘아지는 순간 엘 키아나가 마야를 발로 걷어찼다.
본래 파마破魔의 능력일 신성력이 마야의 앞머리를 살짝 베고 지나갔다.
엘 키아나가 소리쳤다.
“도망쳐!”
엉덩방아를 찧은 마야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어째서?”
딱히 악한 성격은 아니지만, 본인이 붙잡힌 상태에서 남을 도울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게. 내가 왜 그랬지?’
본인조차 의문이었다.
‘쟤 진짜 싫은데. 착한 병 환자에 재수도 없고, 내 파트도 가로채 가고…….’
엘 키아나가 말했다.
“차라리 날 죽여. 저 애는 죽으면 안 돼, 성전 피날레 공연의 주인공이라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나 아냐?
“세계 최고의…… 디바란 말이야.”
소리가 마음과 정보를 동시에 담는다면, 그녀의 목소리는 최고의 파동이다.
마야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엘…….”
교황이 말을 끊었다.
“디바?”
그리고 마야를 향해 성큼 걸음을 옮겼다.
“신을 찬양하지 않는 노래는 이단의 주술일 뿐이다.”
“케이든!”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오른팔을 휘두르던 케이든은 마야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야!”
신성력의 빛을 퍼트리고 있는 교황의 좌우에 엘 키아나와 마야가 떠 있었다.
“모두 보아라! 신의 증거를! 권능을! 타락한 인간들이여! 이제 신의 시대가 열릴 것이니!”
각국 왕들은 자리를 떠났지만 사태를 주시하는 핵심 관리는 남아 있었다.
‘저건 교황이잖아? 미쳤군.’
반면 알비노는 올 것이 왔음을 깨달았다.
‘이거였나?’
아무리 원인을 바꿔도 신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마야는 죽는다.”
어떤 원인으로도 막을 수 없다.
“안 돼!”
케이든이 소리쳤으나 이제 몸에서 멀쩡한 것은 오른팔 하나뿐이었다.
“신이시여! 제 믿음을 받아 주소서!”
콘스탄틴이 소리치자 두 눈에 불이 켜지고 마야의 눈동자가 위로 말려들어 갔다.
“마야! 마야!”
케이든은 또다시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나는 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을까?
“질긴 놈.”
히트맨의 공격 반경은 이제 목덜미까지 닿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단한 소원도 아니잖아. 그냥 마야 곁에만 있으면 돼. 단지 그것뿐이라고.’
과연 그러한가?
“나는…….”
마야의 몸이 전율을 일으키는 그때, 케이든이 이를 악물고 무릎을 폈다.
“진실로 원한다.”
어쩌면 그가 원했던 것은 그렇게 소박한 것이 아닌…….
“마야.”
한 인간의 마음 전부.
히트맨이 마지막 살초를 찌르는 순간 케이든이 두 손으로 검을 붙잡았다.
마검기-섬閃.
한순간 무대 위에 빛으로 그린 듯 기하학적인 궤적이 찬란하게 떠올랐다.
“뭐……!”
반응조차 할 수 없는 속도에 히트맨들의 몸이 여러 조각으로 분리되고.
“크으으으!”
교황의 두 팔마저 팔꿈치 부근에서 절단되면서 마야와 엘 키아나가 떨어졌다.
알비노의 눈이 충격에 흔들렸다.
“어떻게……?”
결과가 바뀔 수가 있지?
“후우우우.”
섬광의 잔상이 증발하고, 케이든이 길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교황이 비틀대며 물러섰다.
“너, 너…….”
오메가의 핵심 키워드, 크로스 케이든.
“마야에게서 떨어져.”
신의 감옥에서 탈옥하다.
존재의 무게(2)
의식이 꺼지기 직전, 마야는 망막을 가로지르는 빛의 궤적을 보았다.
‘죽은 건가?’
그런 생각도 잠시, 육체의 무게를 느꼈을 때 그녀는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시로네?”
아마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시야가 되돌아왔을 때 그녀의 눈앞에는 케이든이 서 있었다.
“괜찮아?”
평소와 똑같이 다정한 말투였지만 마야는 무언가 변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응. 그게…… 미안.”
케이든은 그저 미소를 지었고, 이내 표정을 지우며 콘스탄틴에게 걸어갔다.
“왜 마야를 죽이려고 했지?”
“크으으으!”
두 팔이 잘렸으나 신성력에 의해 출혈은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고통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신이 존재하니까.’
바깥 세계의 증거는 현실에 있는 모든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들기에.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
생명을 연료로 신성력을 끌어 올린 콘스탄틴의 앞에 이열횡대의 황금빛 방패가 탄생했다.
“신의 군대.”
라미교 내에서는 사탄과 대적할 유일한 인물이라고 칭해지는 교황의 능력.
물론 하비츠는 무시했지만, 마족 전쟁에서 콘스탄틴의 전과는 기록적이었다.
“들어오라, 이단이여.”
케이든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장전된 활 앞에 서 있는 듯, 빛의 방패 안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아마도…… 창 같은 것.’
케이든의 직감은 정확했다.
반경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방패 사이로 빛의 창이 튀어나와 벌집을 만들 터.
그것이 라미교 최강자의 능력이었다.
케이든이 말했다.
“당신은 한때 세상의 존경을 받았던 자.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치료를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