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21
끔찍한 기분이었다.
‘악은 악이다.’
너무나 싫고, 밉고, 혐오스럽다.
‘모순이야.’
시로네는 요라한을 모르지만, 거대한 용서가 어찌 누군가의 꿈을 안다고 되겠는가?
‘희생.’
루키아가 그랬듯이.
‘사랑하면 희생할 수 있다. 내 목숨을 줄 수도 있어. 하지만 왜 내가……’
악마저 끌어안아야 하지?
그 모순에 직면한 순간 그의 마음은 오히려 탁한 분노에 물들어 갔다.
“죽어라, 야훼!”
카타콤의 일원들이 돌진하는 것과 동시에 시로네의 주위에 벼락이 내리쳤다.
“뇌신의 심판.”
뇌신전생의 화신을 피워 올린 네이드가 무서운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접근하면 죽인다.”
에덴이 이루키의 부축을 받으며 다가왔다.
“뭔가 이상해.”
무한으로 퍼져야 마땅한 스피릿 존이 오히려 안으로 붕괴되고 있었다.
이루키가 말했다.
“논리적 모순에 걸렸군. 삼킬 수 없는 거야, 멜키두를. 이대로는 오히려 악에 물들고 말아.”
시로네의 마음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왜?’
나는 정말 위선자였을까?
‘모르겠어. 저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잖아. 늘 희생해야 하는 건 나잖아? 내가 짊어지고, 내가 용서하고, 내가, 내가, 내가 전부 다…….’
시로네는 생각을 멈췄다.
“아.”
하비츠는 말했다.
-평생 혼자 쓰레기나 치우러 다니라고, 이 등신아.
‘그렇구나.’
악을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이 선이기 때문이다.
“흐윽!”
시로네의 얼굴은 울상이었으나 스피릿 존은 다시 빠르게 무한으로 퍼졌다.
“으아아아! 안 돼! 하지 마!”
전과 다른 기질을 느낀 카타콤의 마족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움켜쥐었다.
‘정말로?’
기요르기는 믿지 않았다.
‘일말의 악의 없는 완벽한 선으로, 그 선의 극치에 도달한 마음으로…… 용서한다고?’
선과 애의 통합.
‘그래.’
시로네의 시선이 기요르기를 향했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아. 억울하지 않아. 내가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거야.’
일말의 악도 남아 있지 않기에 시로네는 위선자가 아닌 진정한 선善.
그러니까 가식은 집어치우고.
‘정말로…….’
용서해 버리자.
극한의 희생으로 모든 것을 끌어안자 스피릿 존이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다.
쿠쿠쿠쿠쿠!
멜키두의 시스템이 정화되면서 악의 전당이 있는 섬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툭. 툭.
커티스와 페나의 머리 위로 파편이 떨어졌다.
시로네의 마음이 스피릿 존을 타고 전해지는 순간 거대한 용서가 느껴졌다.
페나가 물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모르지.”
커티스가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잠시 말이 없던 두 사람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맞부딪쳤다.
악의 전당.
릴리스의 방에 주저앉아, 카인은 차분한 얼굴로 초상화를 올려다보았다.
쿠쿠쿠쿠쿠!
평생의 업적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그의 정신은 오직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소리 없이 눈물이 흘렀다.
“어머니.”
미소를 지어 보려 하지만 움직이는 건 입꼬리뿐.
“제가 잘못했어요.”
악의 전당이 무너졌다.
“흐윽! 흐으윽!”
시간이 갈수록 정화의 빛이 강해지자 카타콤의 일원은 눈물을 쏟아 냈다.
“야훼여. 우리를, 우리를…….”
여태까지 누구도, 단 1명의 인간도 악을 진심으로 용서했던 적이 없었기에.
“구원하소서.”
거대한 카타르시스에 마족이 증발하고, 네이드는 점차 투명해지는 시로네를 살폈다.
“돌아올 거야.”
“당연하지. 무한의 마법사니까.”
그 순간, 마족 중에서 유일하게 남은 기요르기가 악마의 바이블을 펼쳤다.
“사탄 계시록. 32장.”
마지막 페이지였다.
“사탄께서 가라사대, 선을 두려워 말라. 모두가 위선자일 뿐이니 악의 세력을 일으켜라.”
“저 녀석이 끝까지!”
네이드가 나서려는 순간 에덴이 말렸다.
“잠깐.”
기요르기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위선자들이 너희를 핍박하리라. 성전에 대비하라. 악의 방법으로 승리를 쟁취하라.”
그런가, 야훼여?
“설득당하지 말지어다. 설득하려 하지 말지어다. 우리를 버린 자에게 자비란 없으니.”
우리도 네가 될 수 있는가?
그렇게 모든 인간이 완벽하게 옳은 통합적 정신 체계를 이룩하게 되면.
“선의 씨를 말리고.”
우리 또한 악하고, 추악하고, 역겨운 것이 아닌.
“선의 이름을 지워라.”
그저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 인간이기에 절제할 수 있는 무언가, 때로는 기쁨이 되고, 때로는 삶에서 가장 멋지고 가장 행복한…….
감정으로.
“명심하라, 나의 자식들이여.”
구원받을 수 있을까?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선이라도 남아 있는 한.”
탁.
악마의 바이블을 닫은 기요르기는 차분히 눈을 감으며 소멸을 기다렸다.
“악마를 위한 성지는 없다.”
거대한 섬광 속에 멜키두가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이면 세계에서 진성음을 향해 달리고 있던 시로네의 의식이 핑 하고 돌았다.
“크윽!”
현실과 이면의 경계에 걸친 초에니바르도의 상태에서 감정의 통합은 실제의 충격.
물론 절반의 충격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정신을 놓게 만드는 강력한 마였다.
‘안 돼. 조금만 더 가면…….’
지평선 끝에 있는 통곡의 골짜기를 눈에 담은 채로, 시로네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하늘을 가득 채운 흑승들이 날아들었다.
-지금이다! 야훼를 포박하라!
수를 셀 수 없는 사슬이 시로네를 포박하고 검은 구름이 대지를 뒤덮는 순간.
-크아아아아!
번쩍하는 느낌과 함께 바글바글 엉켜 있던 검은 장막이 쭉 하고 찢어졌다.
“푸우!”
왼팔로 시로네를 품에 안은 리안이 대직도를 휘두른 자세로 모습을 드러냈다.
“야, 시로네. 갑자기 왜 그래?”
대답은 없었으나, 마치 무언가와 싸우는 듯 눈꺼풀이 떨리고 있었다.
야훼의 마음이 선과 악, 애를 통합하는 중이지만 리안이 알 수는 없는 노릇.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
통곡의 골짜기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메아리쳤다.
끔찍한 진실 (4)
***
안찰이 말했다.
“황제 폐하, 파마광천성, 위력 전송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평소보다 말투가 더욱 경건한 이유는 진강이 죽음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쿨럭!”
진강은 피를 쏟았다.
“흐흐.”
반쯤은 미친 광인.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이 기분을 즐기는 중이었다.
‘성음아.’
딸의 얼굴을 볼 기회는 없을 듯했다.
‘그런 사치를 바라겠는가?’
“황제 폐하, 하명하시옵소서. 한번 전송된 정보는 회수가 불가합니다. 돌이킬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이옵니다.”
심적인 부담이 더할 말인데도 진강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안찰을 바라보았다.
“고맙구나.”
일말의 후회도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폐하.”
안찰은 외눈에서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단호한 눈빛을 보냈다.
“하명하시옵소서.”
진강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했다.
“죽여라.”
모조리 다.
***
리안은 뛰고 또 뛰었다.
“비켜!”
시로네의 몸은 깃털만큼 가벼웠지만, 그 생명의 무게는 리안보다 거대했기에.
“이야아아!”
주군을 지키는 야차의 검이 흑승을 쪼갰다.
‘끝이 없다.’
활짝 열린 시야 바깥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흑승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남은 거리는…… 대략 40킬로미터.’
작심하고 달리면 순식간에 도착할 거리지만 흑승을 뚫는 것이 문제였다.
‘아니, 도착해도 문제야. 진성음의 사슬을 정화시키는 동안 시로네는 무방비 상태.’
리안은 결정했다.
“내가 지킨다.”
검은 판단하지 않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시로네의 목숨이 최우선이었다.
흑승이 다시 날아들었다.
-어리석은 죄인이여, 어찌하여 정화를 거부하고 지옥의 율법을 어지럽히는가.
숫자를 가늠할 수 없는 군체가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며 힘을 집중시켰다.
“후우우우!”
리안은 대직도를 역수로 잡고 돌진했다.
‘걱정 마라, 시로네.’
이를 악무는 순간 세상이 진동하고 엄청난 힘이 오른팔에 밀려들었다.
“이야아아아!”
어깨를 돌리는 순간 팔뚝의 근육이 증발하고, 흑승의 군체가 펑 하고 폭발했다.
-오오오오오…….
아련한 비명 소리를 들으며 리안은 뼈만 남아 있는 오른팔을 살폈다.
스밀레. 스밀레.
오젠트의 혈통이 신체를 복구하기 시작했으나 확실히 속도가 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