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24
쿠쿠쿠쿠쿠쿠!
시로네가 눈을 감자 진동하는 백색의 공간에 검은 점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제타 함수였어.’
제트가 전해 준 구결의 비밀은.
‘인간에게 무한이란 사고의 대상이지만, 신에게 무한이란 우리의 1처럼 명확한 것.’
오직 무한의 실체를 설명하기 위해, 제트는 그 엄청난 코드를 전송한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
백색의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들을 빨아들였던 블랙홀의 내부가 나타났다.
아리우스가 손에 든 신을 내밀었다.
“이걸 보십시오.”
구체의 막이 사라지고 푸른 전기만이 오롯이 남아 어지러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게 울티마야.”
시로네가 천국의 바벨에서 획득했던 울티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렇군요. 하지만 여전히 블랙홀 내부입니다. 설마 다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아니겠죠?”
“글쎄.”
시로네의 몸에서 미라클 스트림과 흡사한 빛의 연기가 거칠게 뿜어졌다.
다른 점이라면 찬란한 빛무리 속에 이물질처럼 검은 점들이 섞여 있다는 것.
“그 빛은……?”
아니, 어둠이라고 해야 하나?
“타키온.”
시로네가 말하는 순간 빛과 어둠이 난잡하게 뒤섞이며 불처럼 타올랐다.
‘무에서 탄생한 신호.’
허수의 시간으로 원인을 통제하는, 오직 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초광속 입자였다.
끔찍한 진실 (6)
아리우스가 중얼거렸다.
“타키온이라고?”
미라클 스트림 안에서 꽃피는 어둠이야말로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없는 무의 신호.
시로네의 눈이 부릅떠지고, 타키온의 불길한 빛이 태양처럼 확장되었다.
음의 에너지와 양의 에너지가 쌍소멸을 일으키면서 블랙홀이 증발하기 시작하고.
“오, 오오!”
아리우스는 갈기갈기 찢어지는 어둠의 틈새로 보이는 익숙한 풍경을 확인했다.
‘이미르의 모태 심리.’
빛의 균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따라 중력 또한 빠르게 줄어들었다.
치직. 치직.
아리우스의 손에 들린 울티마에서 노이즈가 생겼다.
“기억해라.”
바깥 세계와의 접점이 다시 차단되면서 신의 음성도 아련해지는 것이었다.
“허수의 시간…… 그렇다고 해도…… 모든 것은…… 결과…… 신의 안배…….”
최후의 전언이 초라하게 사라지고, 마침내 블랙홀의 어둠이 완전히 걷혔다.
“시로네!”
아직은 멀리 보이는 지상에서 미로와 가올드, 세인과 강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인이 중얼거렸다.
“울티마는?”
마치 그 말을 들은 것처럼 아리우스는 바깥 세계에서 추출한 울티마를 내밀었다.
“…….”
신은 침묵했고, 가장 강력한 지능이 하나의 현상이 되어 안쪽 세계로 넘어왔다.
***
우주의 저편, 5개의 행성, 율법의 수 5에 구속되어 있던 이미르는 깨달았다.
‘크크크.’
너무나 거대해서, 아예 존재감도 느낄 수 없었던 육체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됐다.’
팔과 다리, 손끝과 발끝까지 선명하게 느껴지면서 근육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길었군.’
육체보다 작은 점으로 머물러 있던 오대성의 행성이 빠르게 일그러지고.
‘기다려라. 닥치는 대로 부숴 주마.’
상당히 오래전부터 끌어모으고 있던 힘의 율동이 비로소 뇌리에 도달했다.
“으아아아아!”
아광속의 속도로 퍼져 나가는 기합과 함께, 율법의 수 5가 파괴되었다.
***
이미르의 심층 1단계.
시로네는 여태까지 차단되어 있던 동시 사건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렇구나.’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 발동된 이후 다른 동시 사건과 연결이 끊어진 이유는, 시로네가 받아들인 바깥 세계의 정보가 그만큼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장벽은 허물어졌고, 다른 동시 사건 속의 시로네도 타키온을 깨달았다.
쿠쿠쿠쿠쿠!
이미르의 심층 1단계가 지진이 일어난 듯 흔들리자 아리우스가 말했다.
“큰일입니다! 이미르가 풀려나고 있어요.”
시로네도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거인의 왕이 시로네의 행성으로 돌아온다면 그때는 남아나는 것이 없을 것이기에.
“일단 내려가죠.”
시로네와 아리우스가 가올드 일행이 있는 곳에 착지하자 미로가 다가왔다.
“울티마는?”
바깥 세계에서 신을 모독한 아리우스였지만 미로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생쥐였다.
“여, 여기…….”
역동적으로 흔들리는 푸른 전기를 지켜보던 미로가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말했잖아. 하면 된다니까?”
“하하, 네…….”
아리우스가 감격에 겨워 고개를 쳐드는데 갑자기 입에서 핏물이 쏟아졌다.
“우엑!”
“아리우스 씨!”
함께 바깥 세계를 여행했던 사이이기에, 시로네가 가장 먼저 그를 부축했다.
미로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리우스의 얼굴은 빠르게 창백해지고 있었고 숨소리는 점차 미약해졌다.
시로네가 비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깥 세계에서 울티마를 추출하기 위해, 접속했어요. 인간의 몸으로 신의 지능에…….”
명확히 표현할 방법은 없었지만 미로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컥!”
아리우스가 다시 피를 토해 냈다.
“괜찮습니다.”
삶의 마지막을 직감한 그였으나 입꼬리는 평온하게 올라가 있었다.
“여기, 받으세요.”
아리우스는 미로에게 울티마를 내밀었다.
그가 무엇을 해냈는지 아는 사람은 이 자리에서 시로네밖에 없을 터였다.
‘목숨을 건 것보다 훨씬 큰 것.’
그는 바깥 세계의 공을 깨닫고도 자신의 마음, 미로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어쩌라고? 내가 그걸 왜 받아?”
미로는 죽어 가는 아리우스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고작 그 정도로 죽는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너, 그건 도피야.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일어나.”
“흐흐흐.”
아리우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난 운이 좋은 놈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신의 정신을 파고든 사람이 역사상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내 커리어에서 최고는 역시…….’
미로의 정신을 본 것.
‘걱정하지 마세요. 후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을 테니까. 내가 당신을 모릅니까?’
꿀렁하고 마지막 응혈이 쏟아졌다.
“미안합니다.”
조금 더 그녀의 곁에서, 애써 차가운 척하는 그녀의 체면을 세워 줘야 하는데.
“저…… 이제 진짜 죽어야 돼요.”
미로의 콧방울에 잠시 힘이 들어갔다.
“그래?”
그녀는 슬퍼할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동심을 유지하기에 천수관음에게 사각이란 없는 것.
울티마를 건네는 아리우스의 팔을 때린 미로가 그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죽어 가는 아리우스의 얼굴을 가슴에 파묻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고생했다.”
피로 번들거리는 아리우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참으로 희한하지.’
도굴꾼 아리우스.
세계 100대 위험인물이라는 명성마저 자랑스러울 정도로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나,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지?’
인류를 위해서랄지, 이제부터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냥…… 재밌었잖아.’
선이니 악이니, 한 인간이 살아가는 데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선을 위한 성지에서 잠들 수 있어 좋았다.
‘죽은 뒤에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정말로…… 그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까?’
한낱 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하게 웃고 있을 자신을 상상해 보았다.
“크크크.”
엿이나 처먹어라.
‘두 번을 산다 해도, 아니, 수백 번 삶을 윤회한다고 해도 나는…….’
미로라는 신을 받들 것이다.
‘알았냐?’
아리우스의 고개가 옆으로 떨어지자, 미로는 그제야 울티마를 손에 쥐었다.
“이게 그…….”
“내놔.”
이미르의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그건 내 거거든.”
“…….”
반박할 수 있는 수많은 말이 떠올랐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유는.
“미친.”
악귀처럼 웃고 있는 이미르의 얼굴과, 세계를 압도하는 듯한 투기 때문이었다.
미로가 울티마를 시로네에게 넘겼다.
“나가. 내가 막을 테니까.”
“하지만…….”
“그게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잖아. 이미르는 내가 막을 테니까, 너는 빨리 오브제로 만들어.”
드리모로 들어가 루버의 권한을 사용하면 울티마는 완벽한 사물이 된다.
‘이들이 버틸 수 있을까?’
미로와 가올드, 모두 그가 인정하는 달인이지만 힘의 원천을 위협당한 이미르는 차원이 달랐다.
“제안을 하지.”
말과 달리 시로네 일행은 속이 울렁거렸다.
“내 육체라는 것이 곧 자유를 되찾을 모양이야. 그때는 너희들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이 들이닥칠 거거든.”
정신의 지배자 슈퍼에고.
일전에 시로네가 그랬듯 구속당한 이미르의 슈퍼에고도 쇠약한 상태일 테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미르가 힘을 얻으면…….’
세인이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울티마를 그대로 내려 두면 곱게 돌려보내 주지. 바깥에서 승부를 내자.”
“흥, 그 말을 우리가 어떻게…….”
세인은 말을 줄였다.
‘믿을 수밖에 없지.’
우주 최강의 자아가 비굴한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 또한 슬픈 일이 아닌가.
“결정해라. 앞으로 30초 남았다.”
쿠쿠쿠쿠쿠!
심층 1단계가 거칠게 진동하더니 하늘의 장막을 뚫고 거대한 손이 들어왔다.
그아아아아!
양손으로 하늘을 한껏 벌리자 숨이 멎을 정도로 거대한 거인이 보였다.
‘이미르의 슈퍼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