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25
“20초.”
이미르의 초읽기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일행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생각이 읽혔다.
“도망쳐!”
세인이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일행 모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세인은 부끄럽지 않았다.
‘이게 맞아. 얻는 것도 없는데 미쳤다고 저 괴물하고 싸워? 어차피 울티마를 추출하면…….’
이미르의 정신은 100억 개로 분열될 터.
“끝났어. 우리가 이긴 거야.”
“10초.”
이미르의 눈이 가느다랗게 찢어지고, 하늘의 슈퍼에고가 주먹을 쳐들었다.
어디로 도망가든 일격에 즉사.
‘피할 방법이…….’
“오대성님!”
루버와 몽아가 드리모로 빠져나가는 게이트를 설치한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시로네가 울티마를 내밀며 소리쳤다.
“빨리! 시간이 없어요! 오브제로 변환하지 않으면……!”
“5초.”
그아아아아아!
슈퍼에고의 괴성에 귀청이 마비되고, 루버가 문을 가리키며 무언가 소리쳤으나.
“……!”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
하늘이 보이는 상아탑의 꼭대기에서.
“크으으으!”
아르고네스는 전에 없이 난폭한 소리를 내며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결국 침범했는가?”
시로네가 바깥 세계에 접촉하는 것으로 아르고네스는 종말의 권한을 얻었다.
“인류를 파멸시키겠다.”
아르고네스가 셀 버스터를 발동하려는 그때 태성이 힘겹게 입을 벌렸다.
“기다려요.”
“기다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든, 인류는 선을 넘었어.”
“그렇지 않아요. 내가 설득할 수 있어요. 시로네, 대답해요. 정말 끝까지 싸우기를 원하나요?”
상아탑에 있는 시로네도 이제는 일루미나티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내 세계를 지키고 싶을 뿐이야.”
“그래요.”
태성은 아르고네스를 돌아보았다.
“아직 일어난 일은 없어요. 우리에게 기회를 줘요. 그럴 수 있잖아요?”
“…….”
이번에는 씽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해요. 정말로 셀 버스터가 발동되기를 바라나요? 당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것이, 정말로 인류 전체의 존멸보다 중요하다는 거예요? 저를 믿어요. 제가 인류의 대표로 당신을 지킬 겁니다.”
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으으.”
세상에서 가장 주관이 투철한 그녀라도 이 상황에서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대체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
“씽.”
시로네가 말했다.
“울티마를 얻었어.”
“……뭐?”
“바깥 세계에서,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제 인류는 통합될 수 있어. 더 이상 혼자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사실인가?
“네 말대로 나를 제외한 모두는 허상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를 믿어 주면 안 될까? 나에게 맡겨 줘.”
“흐으으으……!”
씽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했다.
‘정말 대단하다.’
시로네는 모르지만, 인류의 존멸이 걸린 화두 앞에 손유정은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통합.”
씽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더 이상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는…….”
시로네는 애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
“…….”
씽은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았지만 상아탑의 모두는 차분하게 기다렸다.
“알았어.”
그리고 마침내…… 태성을 구속하고 있던 씽의 팔이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너를 믿을게.”
관철이 깨졌다.
하지만 씽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고 처음 보는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이제 와 의미는 없지만 이것으로 상아탑의 별은 다시 하나가 된 셈이다.
시로네가 손을 내밀었다.
“가자. 네 도움을 받을 일이 많아.”
“흠.”
씽이 그 손을 마주 잡으려는 순간, 시로네의 눈이 갑자기 커지며 몸이 흔들렸다.
“허억!”
“시, 시로네?”
씽은 보고서도 움직이지 못했다.
시로네의 등 뒤에서 심장을 찌른 여성의 눈빛이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다.
“참으로 오만하구나, 인간.”
태성이었다.
끔찍한 진실 (7)
“태, 태성…….”
살기도, 적의도 없었다.
아니,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시로네는 아마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의 크기였다.
“왜 나를…….”
인류를 위한 외로운 싸움에서 시로네가 태성에게 의지했던 마음의 크기는.
태성이 쭉 하고 손을 뽑았다.
“헉!”
시로네가 바닥에 쓰러지고, 그녀는 피로 물든 자신의 손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씽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시로네.”
깔끔한 치명타.
미약하게 경련을 일으키는 것만이 시로네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게.”
태성이 피를 털어 내며 말했다.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해요?”
마치 영혼까지 얼어붙는 듯한 오한을 느낀 씽이 어깨를 부르르 떨며 물었다.
“우리를 속인 거야?”
“무슨 소릴.”
태성을 믿지 않았던 씽조차 그렇게 묻는 이유는, 한 가지를 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저는 관리자입니다. 바깥 세계에 침투한 자를 살려 둘 수는 없습니다.”
태성이 시로네의 몸을 발로 뒤집자, 인상을 찡그린 얼굴이 드러났다.
“끄으! 끅!”
“심장을 정지시켰습니다. 회생은 불가능해요. 더 이상 애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로네는 이를 악물었다.
‘죽는다.’
미라클 스트림으로 심장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강철이 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율법적 코드가 들어갔어. 회생이…….’
시로네의 눈이 말려들고 의식의 끄트머리에서 시야가 바늘구멍처럼 좁혀졌다.
마지막 순간 떠오른 것은.
-끔찍한 진실에서 너 자신을 구원하라.
‘분하다.’
미약한 숨소리마저 사라지고, 흰자를 드러낸 채 시로네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망이었다.
“어…….”
씽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시로네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지켜봤지만 여전히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다만 움직이는 것은 분노.
“널 죽여 버릴 거야.”
씽의 두 눈에 담긴 살기를 무심히 바라보며, 태성이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답답한 소리를 하는군요. 저는 생명이 없어요. 그리고 이제 인류도 끝입니다.”
아르고네스의 앞에서 멈춘 그녀가 말했다.
“시작해요.”
“흐음.”
관리자는 독립된 영역을 관할하지만 결국 신의 연산장치 아래 움직이는 프로그램.
그들이 서로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 씽은 알지 못했지만…….
“셀 버스터.”
아르고네스의 표정은 유쾌하지 않았다.
그의 육체가 수많은 안티셀로 분화되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씽이 손을 내밀었다.
“안 돼!”
하지만 태성이 자유를 되찾은 시점에서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크윽!”
씽의 율법을 태성이 막아 내고, 아르고네스가 수많은 세포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끝났다.’
누구보다 주장이 강하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투지마저 사라졌고.
“흐윽!”
씽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아 냈다.
태성이 다가왔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가능하면, 내가 창조한 아이들과 살고 싶었습니다.”
“흐으으. 어떻게, 어떻게 이런…….”
지금 씽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기에 태성은 몸을 돌렸다.
“부디 다음 윤회에서는…….”
그녀 또한 하늘로 날아오르고,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만이 상아탑에 남았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남아 있는 것은 울고 있는 씽과 망연자실한 음지와 양지 그리고…….
“아아아아! 아아아아!”
시로네의 시체였다.
***
이미르의 정신.
심층 1단계에 설치된 게이트를 나간 시로네 일행은 놀란 표정으로 돌아섰다.
“루버 씨.”
울티마를 손에 쥐고 있는 루버가 여전히 이미르의 정신에 머물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세인은, 미로와 가올드, 강난은,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오대성님.”
몽아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큰 실수를 했어요.”
“왜?”
그리고 그 순간, 상아탑에서 태성이 시로네의 심장을 멈추는 사건이 발생했다.
“허억!”
뒤늦게 모든 정황을 알게 되었지만,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시로네는 쓰러졌다.
“너……!”
가장 먼저 미로가 돌진하고, 가올드와 세인, 강난이 뒤를 따르는 순간.
“바깥 세계는.”
루버가 말했다.
“누구도 접근해서는 안 되는 것.”
천수관세음의 화신이 수도를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게이트가 닫혔다.
“1초.”
그아아아아!
이미르의 슈퍼에고가 내지른 주먹이 그들의 지척까지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