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36
“키이이이!”
시로네가 바꾸는 인人의 원인은 신이 원하는 방향과 완전히 반대였다.
‘원인 수정! 원인 수정! 원인 수정!’
신은 마음이 없지만, 아마도 이 순간만큼은 분노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을 것이다.
‘타키온 감지.’
허수의 시간을 다루는 존재가 둘이라는 것은 전지전능한 신이 2명이라는 뜻.
그리고 그 둘의 충돌은 자의든 타의든 인간을 파멸로 몰아갈 수밖에 없었다.
‘목적 달성 불가능.’
누가 이길까?
‘이대로는 오류를 제거할 수 없다.’
인간의 파멸에 관심이 없는 쪽일 터였고, 차가운 신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인이여.’
새로운 명령어가 입력되었다.
-죽어라.
***
진리의 피라미드.
글렌의 눈에 갑자기 불이 들어오더니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목을 조였다.
“크아아아아!”
아레스가 소리쳤다.
“정신 차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얼마나 강하게 목을 조이는지, 이 상태로는 1분을 버티지 못할 듯했다.
“제길! 무슨 힘이 이렇게 세?”
아레스가 손목을 잡아당겼으나 글렌의 팔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카니스가 말했다.
“근력 이상의 작용이야. 아마도 뇌에 전해지는 신호일 거야. 차라리 손목을 부러뜨려.”
“괜찮을까? 더 심한 짓을 저지르는 거 아냐?”
“방법이 없잖아.”
루키아가 몸을 일으켰다.
“제가 할게요.”
“안 돼. 너는 피가 많이 증발한 상태야. 조금만 무리해도 뇌에 쇼크가 올 거야.”
유틸리티의 1인자 줄루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미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글렌이 살고 싶다는 것은, 절반의 마음이 돌아왔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내 능력도 통할 거예요.”
신의 오른손으로 글렌의 마음을 직접 만지는 것이다.
“죽을 수도 있어.”
“괜찮아요.”
글렌의 가슴에 손을 얹은 루키아가 말했다.
“너 자신을 구원하라. 맞죠?”
“…….”
신의 오른손이 발동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흐윽!”
일행은 초조했으나, 목을 조이던 글렌의 손에 점차 힘이 빠지는 게 보였다.
아레스가 소리쳤다.
“조금만 더!”
그리고 다음 순간, 글렌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허억!”
무덤에서 깨어난 것처럼 숨을 들이마신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글렌…….”
루키아가 함박 미소를 지으며 쓰러지자 글렌이 황급히 일어나 떠받쳤다.
“루키아! 루키아!”
아레스가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탈진한 것뿐이야.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목을 조였지?”
글렌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죽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뭐랄까, 죽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공空.
“허무. 거대한 허무입니다. 이 세상은 아무것도 없어요. 텅텅 비어 있다고요.”
글렌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시간이 없어요. 모두 나와 똑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그럼 이 세계는 끝이에요!”
줄루가 물었다.
“어째서? 누군가가 죽어도 세계는 끝나지 않아.”
“아니, 아닙니다.”
글렌은 얼굴을 움켜쥐었다.
“난…… 보고 말았어. 절대로 막을 수 없을 거야. 우린 절대로 신을 이길 수 없어!”
카니스가 말했다.
“마음을 되찾았더니 이번엔 겁쟁이야?”
“너는 몰라! 생사의 문제가 아니야! 신이 우리들에게 어떤 짓을 하려는지…….”
그 순간 풍경이 열렸다.
“줄루 씨.”
글렌이 멍하니 쳐다보는 가운데 공간의 경계를 넘은 진성음이 고개를 돌렸다.
“시로네가 당신을 부릅니다.”
“…….”
야훼는 끝까지 싸울 생각인 듯했다.
***
“사용자 코드라고 하지.”
레테가 말했다.
“마음 자체는 오류가 아니야. 오류라면 나 또한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특별한 것도 아니지. 그저 난수 코드를 처리하는 양자 신호일 뿐.”
“…….”
크레이터의 풍경 속에 앉아 있는 태성의 모습은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보였다.
“인간은 살고 싶어 해. 동물의 생존 본능과는 약간 다른 거야. 그리고 인간이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기 때문에, 이 세계는 유지되고 있다.”
양자 신호에 의해.
“그것이 애愛의 본질. 하지만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면 마가 증폭되고 세상은 혼탁해져. 그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테라포스지만, 선악의 기준이라는 한계가 있지. 애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공空.”
태성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인간의 삶은 애로 시작해 공으로 끝나지. 그 사이에 수많은 선과 악이 있어. 이 4개의 방향성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가 울티마일 테지만, 이건 신조차도 밸런스를 잡기가 어려워. 어쨌든 이 세계는 사용자 편의적이니까.”
신 또한 인간이 만든 것.
“일루미나티는 기계에게 통제되는 삶이라면 죽은 것과 같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차라리 영원히 잠을 자는 게 낫지, 굳이 다중 우주에서 윤회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래서 이 세계는 굉장히 역동적이야. 온갖 난수가 충돌하고, 그것을 처리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이면 세계였다.
“미싱 링크는 윤회 시스템의 핵심이지. 정보의 과도한 집적을 막기 위해 일루미나티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갈 때마다 망각 코드를 부여받아. 어떤 의미로 진정한 영생.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오류가 생기는 거야.”
애愛가 너무 강해지는 경우였다.
“어떤 사용자는 이데아보다 이곳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 그것이 바로 신과 일루미나티가 정의하는 오류, 마음의 작용이라는 거겠지.”
어째서 마음은 위험한가?
“설령 허상이라고 해도, 인간의 사용자 코드는 이데아에 연결되어 있어. 만약 누군가가 이 세계에 머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신이라도 함부로 닫을 수 없다는 뜻이야.”
레테는 태성에게 걸어갔다.
“물론 신의 권한은 막강해. 사용자를 죽일 수도, 괴롭힐 수도, 끔찍하게 불행한 삶을 살게 할 수도 있지. 그렇다고 감정적이지는 않지만.”
율법의 연산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신이라도 사용자 코드만큼은 접근하지 못해. 일루미나티에 대한 적대 행위니까. 따라서 모든 사용자가 이 세계에 남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울티마로 통합되면.
“신은 어떤 수단으로도 세계를 닫을 수 없어.”
태성은 한 번, 눈을 깜박였다.
“일루미나티는 미칠 노릇일 거야. 허상에 불과한 세계에서 깨어날 생각을 안 하니. 게다가 이곳의 결과가 신의 결과를 초월하면 진짜와 가짜가 역전되어서, 그들의 세계가 허상이 되어 버리지. 그래서 마음이란…… 온 우주를 통틀어 가장 중대한 오류인 거야.”
레테는 다시 물었다.
“어떻게 막을까? 분명한 건 일루미나티도 직접 이 세계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야. 시로네가 바깥 세계에 접촉하지 못한 것으로도 알 수 있지. 그렇다고 신에게 마스터 코드를 파괴할 권한을 주게 되면…….”
인류가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따르는 신이라는 것도 두 우주를 매개하기 위한 기계일 뿐이야. 허수와 정수의 시간이 연결되었기에 일루미나티는 무한에 도달한 것이니까.”
둘이기에 무한하다.
“신은 수단을 총동원해 세계를 닫으려 하고 있어. 원인 조작, 셀 버스터, 인의 파동. 지금은 공의 코드를 주입해 사망을 권하고 있지. 인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해서 바깥 세계로 이탈시키려는 거야.”
레테는 달을 살폈다.
“자정까지 18분 40초 남았네. 과연 어떨까? 18분 40초 뒤에도 우리는 존재할까?”
신이 정한 종말이었다.
“쉽지 않을걸. 케이든이라는 인간이 탈옥한 것은 알지? 그건 신의 결과값을 아주 조금 틀리게 만들었을 거야. 사실 0.1퍼센트만 달라져도 엄청난 사건이지.”
신은 완벽해야 한다.
따라서 0.1퍼센트의 오차라도 전체를 바꿀 가치가 있는 오류가 될 것이고.
‘그렇기에 사실은 50 대 50이다.’
신과 인간의 승률은.
“…….”
태성이 끝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레테는 체념한 듯 걸음을 옮겼다.
“나는 싸울 거야. 잘 있어.”
“나를.”
태성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시로네가 용서할까?”
잠시 생각하던 레테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후후.”
***
델타 본청의 지하 통로.
“하악! 하악!”
하비츠는 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어두운 통로를 헤쳐 나가고 있었다.
포톤 캐논 인피니티에 노출되는 순간 뇌리를 스친 것은 파편 같은 기억이었다.
“엄마.”
아니, 과연 기억일까?
무엇이 진짜인지 구별할 논리도 증거도 없지만, 하비츠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믿어 버리면 그만이니까.
“어쩐지…….”
사는 게 너무 쉽더라고.
“나는 자유롭다.”
무엇이든 해도 괜찮다는 해방감 속에서 사탄의 혼돈은 극을 향해 치달았다.
“크크크!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여태까지도 그랬지만.
“헤엑! 헤엑! 헤엑! 히익! 히익! 히익!”
이리저리 몸을 부딪히며 걸어가는 하비츠의 모습은 기괴함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히히! 재밌다!”
이제 곧 자정이 다가오고 ‘사실과 거짓’ 게임도 마지막 한 번을 남겨 두고 있다.
그가 사실로 증명해야 하는 명제는 시로네를 죽이거나 우오린을 죽이거나.
“개 같은 자식!”
야훼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남은 선택지는 우오린뿐이었다.
‘아니, 이제는 달라. 죽여 버릴 거야. 개자식. 엄마한테 전부 일러 버릴 테니까.’
하비츠는 실없이 웃었다.
“흐흐흐.”
어떤 종류의 게임에서도 져 본 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위저드.’
그녀가 좋은 이유를 깨달았다.
‘노올자.’
배니싱 발동.
우오린의 걸음이 멈췄다.
“왜 그래?”
키도가 돌아보았을 때, 그녀의 눈동자는 완벽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길이 없어.”
어떤 상황에 처해도 그녀의 갈 곳을 정해 주던 황금빛 시간선이 사라졌다.
“…….”
우오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뭘 놓치고 있지?’
도망치면서 수천 번을 머리에 새겼건만 하비츠라는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
키도는 지박령을 발동했다.
“흐으으으!”
그 어떤 적이라도 묶어 두려는 의지는 반경 2미터를 완벽한 늪으로 봉쇄했다.
그리고 하비츠는…….
“히히! 히히히!”
지박령에 묶인 상태에서 발을 올렸다.
발목 관절이 먼저 뽑히고, 이어서 근육과 피부마저 뜯어진 채 내디딘 한 걸음.
쿵!
튀어나온 발목뼈가 땅에 찍혔으나 이제는 고통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자유롭다.”
그의 장검이 우오린의 목덜미를 노리는 순간.
“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