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39
무한무.
‘없다’는 개념조차 없는 완벽한 소멸 앞에서 사티엘은 웃을 수 있었다.
‘괜찮아.’
그 아무것도 없는 곳에.
‘거핀이 있으니까.’
***
우오린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아아아!”
눈을 감아도 보이는 미래시가 엄청난 속도로 점멸을 이어 가고 있었다.
생존, 죽음, 생존, 죽음, 생존, 죽음.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녀는 모른다.
하비츠와 키도가 지척에서 칼부림을 하고 있는 것도, 피 분수가 터지는 것도.
‘우오린을 죽인다!’
또한 하비츠는 키도를 인지할 수 없고.
‘우오린을 지킨다.’
키도는 하비츠를 인지할 수 없다.
그 이중 배니싱이 만든 기묘한 삼각관계가 그들의 매초를 재앙으로 만들고 있었다.
“크윽!”
키도는 정신이 혼미했다.
출혈은 인지할 수 없지만, 배니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지옥이었다.
‘토할 것 같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왜 계속 허공에 칼질을 하는 거야?’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같은 능력을 사용하는 자일 것이다.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그 순간 하비츠가 돌진했다.
‘우오린을 죽여! 죽이라고!’
키도가 펼친 칼날의 방어막에 그의 검이 튕겼다.
‘왜 못 죽이지?’
자정까지 우오린을 죽이지 못하면 ‘사실과 거짓’에서 이길 확률은 0이 된다.
‘반면에 위저드는 아직 승산이 있어. 그녀의 명제는 나를 사랑하거나, 증오하거나.’
증명하는 방법은 하비츠에게 입맞춤을 하는 것과,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것.
‘아마 부러뜨리겠지. 승부는 찰나에 결정된다. 어딘가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을 거야.’
위저드의 능력, 사라진 1프레임을 감안하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짜증 나는군.”
대체 어떤 망령이 앞에 있는지 모르지만.
‘내 능력을 훔쳐?’
절대로 훔칠 수 없는 게 있다.
‘운명.’
배니싱을 해제한 하비츠가 눈을 감더니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히히히히!”
‘하비츠!’
키도의 눈이 번쩍 뜨이고, 그의 창이 무서운 속도로 전방을 찌르는 그때.
‘어?’
어떤 고수도 전개할 수 없는 동작으로 공격을 회피한 하비츠가 검을 휘둘렀다.
키도는 깨달았다.
‘피한 게 아니야.’
창이 지나가는 자리에 그가 없었을 뿐이다.
“윽!”
하비츠의 검이 키도의 가슴팍을 깊게 베고 지나가자 피 분수가 괄하게 터졌다.
배니싱이 풀리고, 우오린이 소리쳤다.
“키도!”
승천하듯 상체를 세우며 돌진한 하비츠가 우오린의 앞에서 장검을 쳐들었다.
“크크! 잡았다!”
키도가 달려왔으나 이미 하비츠의 장검은 우오린의 정수리에 닿고 있었다.
‘늦었어.’
키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사신의 무도-변박자 협주곡.
이미 우오린의 살을 파고드는 하비츠의 검보다 빠르게 인영이 날아들었다.
빡!
둔탁한 소리에 이어 하비츠가 목이 완전히 돌아간 상태로 벽에 처박혔다.
키도는 말을 잃었다.
“……어?”
구스타프 4기예의 나타샤가 어느새 우오린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일어나.”
그녀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하비츠가 자신의 등 너머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히……히히히.”
180도 돌아간 목에서 나오는 웃음소리는 우오린이라고 해도 소름이 돋았다.
“사, 사탄.”
목 주위가 엄청나게 벌크업이 되어 있었고, 피부가 찢어져 근육이 그대로 보였다.
하비츠가 광기의 눈을 뜨며 일어섰다.
“어떻게 했지?”
절대로 죽지 않는 운명을 뚫고 자신을 죽인 나타샤에 대한 의문이었다.
“봤어.”
발칸의 잘린 목을.
그리고 그 죽은 눈동자에 담겨 있는,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는 특별한 기억을.
“너도 알고 있잖아, 하비츠.”
“…….”
이름은 모른다.
아마도 어떤 작용에 의해 기억이 말소된 것 같지만, 향수처럼 피어오르는 느낌은.
-하비츠~ 하비츠~ 노올자.
늘 집 앞에서 자신을 불렀던 4명의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그게 뭐?”
나타샤가 걸음을 옮겼다.
“재밌게 놀고 싶었던 것뿐이잖아. 발칸도, 스모도도, 제타로도, 나도.”
“그렇게 하고 있잖아?”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마치 인격 속에 또 다른 인격이 있는 것처럼 대답할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나타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친구들을 죽이는 건 싫어. 너는 룰을 어겼어. 지금도 봐. 죽지도 않잖아.”
하비츠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잡은 다음 우두둑 소리를 내며 제자리로 돌렸다.
‘내 율법이 통하지 않는다.’
나타샤 또한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였다.
“내 마음이야. 죽든지 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너희들이랑 노는 거 질렸다고.”
사실은 그것이 가장 화가 났던 것이다.
나타샤는.
“사신의 무도.”
레퀴엠.
펑 하고 공기를 폭발시키며 돌진한 나타샤가 하비츠의 몸을 두들겼다.
두두두두둑! 두두두둑!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터질 때마다 하비츠의 몸이 거대해졌다.
“크하하하! 더! 더 쳐 봐! 멍청아!”
인간의 탈을 찢고 사탄으로 변해 가는 그가 두 팔로 허공을 감쌌다.
그물에 걸린 고기처럼 나타샤의 손목이 붙잡혔다.
“안 된다니까.”
피처럼 붉은 얼굴로 치열을 드러낸 하비츠가 나타샤를 집어 던졌다.
“너도 죽어 버려!”
그 순간, 하비츠가 예상치 못한 사각에서 위저드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위저드의 몸에서 피어오른 무상신의 화신이 긴 혀를 빼며 흐느적거리고.
‘빌어먹을!’
하비츠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초공-무계창조.
이 세계에서 1프레임이 사라졌다.
“크…….”
다음 프레임에서 하비츠가 각오한 것은 손가락이 부러진 느낌이었으나.
쪽.
실제로 깨달은 것은 위저드의 부드러운 입술이 자신의 입에 닿는 느낌이었다.
“…….”
위저드가 사뿐히 착지한 뒤에도 하비츠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위저드가 말했다.
“제가 이겼습니다.”
댕. 댕. 댕.
지상에서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
성전 시각, 11시 52분.
자정까지 8분을 남긴 시점에서 리안과 이미르의 투지는 완전히 불타올랐다.
“좋아! 좋아!”
주먹을 뻗을 때마다 건물이 무너지고, 발을 내디디면 땅이 흔들렸다.
쿠르르르릉! 쿠르르릉!
이미 병사들은 반경 수백 미터 밖으로 벗어났으나 그조차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클럼프가 말했다.
“조금 더, 물러서는 게 좋겠군.”
“…….”
지금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멀었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세상의 전투가 아니야.’
풍경이 절단되고, 공기가 징처럼 팽창하고, 매 순간 지형지물의 형태가 바뀌는…….
‘무신들의 전투다.’
화염 없는 폭발음이 고막을 찌르자, 그들은 천천히 포위망을 넓히기 시작했다.
‘부끄러울 것도, 수치스러울 것도 없다.’
한편 누가 우세랄 것이 없는 난타전 속에서 이미르는 전율하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아무리 때려도 쓰러지지 않는 적.
신적초월-아수라발발타.
“크윽!”
그리고 받은 충격을 훨씬 상회하는 충격으로 자신에게 되돌려주는 적.
“더.”
더 강하게.
전심력을 다한 공격이 리안의 뺨을 스치고, 대직도가 옆구리를 으득 강타했다.
“크으!”
엄청난 통증에 이미르의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
“……흐흐.”
전신의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
‘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어.
주체할 수 없는 감동에 두 주먹을 움켜쥔 그가 관절 끝까지 턱을 벌렸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
거인의 왕이 눈물을 쏟아 내고 있었다.
밤에 뜬 태양 (2)
***
죽고 싶은 것은 분노일 테지만, 살고 싶지 않은 것은 공에 가까울 것이다.
시로네는 마음을 되찾은 인의 행렬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쪽이 더 슬플까?’
“으아아아!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돌려놔! 전부 돌려놓으라고!”
조금 전까지 살고 싶다고 말했던 이들은 이제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인간은 대체 무엇인가?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