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40
은타라가 말했다.
‘정말로 살고 싶은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인가? 우리는 살아가는 것인지, 살아지는 것인지.’
“야훼여, 인간은 장애네. 아무리 뭔가 채워 줘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지. 저들은 타인의 희생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 기본적으로 그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일세.”
“저도 인간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한낱 신호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인간이지. 희생하는 인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자네는 정말 괜찮은 것인가? 누군가가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결국 쓰레기장이 되겠지만…… 그걸로 충분하잖아? 우리에게는 모두 망해 버리는 선택지도 있어.”
시로네 또한 알고 있었다.
이 거대한 희생 끝에 돌아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기대와, 거기에서 나오는 실망과 비난, 그리고 어쩌면 더 높은 기대치일 것임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숙제를 끝내면, 한 번쯤은 웃을 수 있을 것이기에.
“그걸로 충분해요.”
똑같은 인간.
‘나를 위해 싸운다고 생각하자.’
대단한 것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는 고통과 역할이 아니었다.
은타라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인의 파동에서 수많은 미래를 경험했고, 급기야 삶의 허무함을 느꼈던 자들.
‘되돌릴 수 있나?’
살고 싶다고 해도, 죽고 싶을 것이기에.
그들은 과연 생의 분노를 다시 품은 채 현실에 마음을 줄 수 있을까?
“할 수 있어요.”
시로네는 의심하지 않았다.
“다시 살아가게 될 겁니다. 설령 살아지는 것일지라도, 다시 찾게 될 거예요.”
사랑해야 할 무언가를.
“일단 델타 쪽으로 방어막을 구축하죠. 박지가 완전히 불타면 이면 세계와 현실이 하나로 합쳐질 거예요. 선과 악의 본격적인 충돌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시로네가 돌아본 곳에 폭음성이 터졌다.
“이미르.”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괴물체가 건물 위로 덩치를 키워 가고 있었다.
은타라가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미르……라고?”
형태를 표현하기보다는, 보는 순간 절망감이 드는 끔찍한 느낌이었다.
“야훼여, 말해 보게. 저것은 선인가, 악인가?”
“글쎄요.”
시로네는 정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느낌이…… 가장 존재에 가까운 무언가가 아닌가 하고.
***
5분 전.
이미르는 울부짖었다.
“그아아아아!”
거인의 왕이 흘리는 눈물이란 여타 생물체의 눈물과는 느낌부터 달랐다.
일말의 동정심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그의 기질은 난폭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더…….”
이미르가 상체를 굽혔다.
“더어어어!”
다시 충돌한 두 사람은 일격을 맞을 때마다 눈앞이 번쩍번쩍 튀었다.
“크으으으!”
리안 또한 반강제로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본능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대직도가 옆구리를 때리는 것과 동시에 이미르가 주먹을 내질렀다.
“후우!”
이미르는 버텼고, 리안 또한 신적초월의 힘으로 돌아간 고개를 되돌렸다.
그의 얼굴은…….
“크으으으!”
악귀 그 자체였다.
이미르는 섬뜩한 전율과 쾌감을 동시에 느꼈다.
“크크크.”
깨달음이라고?
“지랄하고 있네.”
우리는 말이야, 그냥 싸우는 거야.
‘승리? 누군가를 이겨서 얻을 수 있는 게 대체 뭔데? 재물? 권력? 명예?’
고작 그딴 것들을 위해…….
“이렇게 강해질 필요는 없는 거라고, 멍청아!”
대직도에 주먹이 처박히는 순간 쩡하고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이야아아아!”
이미르의 연격이 들어가자 리안이 전투 개시 후 처음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강하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르의 이미지는 오직 강强.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내면에서는.
‘괜찮아.’
어쩌면 탁할 수도 있는 야차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더 강해.’
신적초월-아수라발발타.
이미르의 정권에 파괴되던 아수라의 잔상이 더욱 많은 숫자로 분화되었다.
“흐흐흐.”
사뭇 두려웠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공포마저 날려 버리는 무지막지한 연타가 밀려들었다.
이미르는 눈앞이 캄캄했다.
‘재밌다.’
오직 이 순간을 위해 갈고닦은 것.
그들에게 남은 것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상대에 대한 극상의 경의와…….
‘내가 더 강해.’
그 대단한 상대를 무참히 짓밟고 싶은 저열한 생물적 욕망만이 전부였다.
‘우린 똑같아.’
한낱 야수일 뿐이라고.
이미르는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기분이, 남들이 말한 그것이 아닌가 싶었다.
오르가즘.
“어어어어?”
리안의 대직도가 사방팔방에서 그의 육체를 두들겨 댈 때마다 무언가가 응축되고.
“어어…… 어어어어!”
조만간 확실한 폭발을 예고하며 밑바닥에서부터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신적초월!’
리안이 회전과 동시에 이미르가 굽힌 오른쪽 팔뚝을 대직도로 후려쳤다.
으직, 으지지직.
팔뼈를 부러뜨린 검이 몸통의 절반마저 함몰시킨 채로 이미르를 날렸다.
그리고 이미르는…….
“그아아아아!”
두 번째로 환희의 괴성을 터트리며 수백 미터를 날아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멀리서 지켜보던 테스가 소리쳤다.
“됐어! 리안이 이겼어요!”
“…….”
인류에 있어 엄청난 호재일 테지만 자리의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 또한 검사이기 때문이리라.
“진짜인가…….”
믿지 못하는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라이는 리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떤 기분일까?’
무언가를 가장 잘한다는 것은.
클럼프가 말했다.
“라이, 모두 각자의 삶이 있어. 너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지 마라.”
“불행이라고요.”
하긴, 누구나 대검호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대검호는 아닐 것이다.
“왜죠, 할아버지.”
라이가 물었다.
“왜 저는 꿈조차 꿀 수 없는 것일까요. 왜 제가 아닌 리안이었을까요?”
행운, 노력, 재능, 한계?
“글쎄.”
라이 또한 소중한 핏줄이기에 클럼프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남은 결론은…….
“사랑.”
라이가 황당하게 돌아보았다.
“네?”
“너는 검을 좋아하지 않아.”
“…….”
“더 정확히 말하면,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지. 물론 즐거운 순간도 많았을 테지만 말이야, 이제는 좀 시무룩하지. 왜일까? 한계를 느껴서? 훈련이 고단해서? 운이 따라 주지 않아서? 아니.”
클럼프가 말했다.
“조금…… 질린 거야. 검에.”
그것뿐이다.
“시들해진 거지. 지금의 위치에, 지금의 명예와 사람들의 관심에……. 그건 네가 위치를, 명예와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했기 때문이다. 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너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거야.”
클럼프가 리안을 가리켰다.
“저 녀석을 봐라.”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이미르가 처박힌 곳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재능? 노력?”
클럼프가 입꼬리를 올렸다.
“싸우는 게 재밌어서 미치겠다는 표정이군.”
그것이 야차다.
클럼프의 말을 끝까지 들은 라이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그리고 그 순간, 이미르가 처박힌 자리에서 불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아아아아아아!”
이미르의 괴성이 공기를 타고 날아와 그들의 고막을 강하게 찔렀다.
“크윽!”
1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귀의 통증조차 망각할 정도로 시각적 충격이 더욱 강했다.
“저, 저게 뭐야?”
이미르의 육체가 빠르게 세포 증식을 하며 기괴한 형태로 변해 가고 있었다.
분명히 어떤 색감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빛조차 빨아들이는 듯 그저 검게 보였다.
“……종말인가.”
그런 느낌의 형태.
끝없이 커져 가는 이미르는 새로운 경지에 전율을 느끼며 리안을 내려다보았다.
‘고맙다.’
생애 처음으로 넘어 본 한계는, 어째서 인간이 단련을 하는지 느끼게 했다.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
비로소 온전한 삶을 찾은 이미르는 스카이라인 근처에서 거대화를 멈췄다.
“후우우우우!”
다음 순간, 그의 육체가 이데아의 형태를 따라 급속도로 응축되었다.
“간다아아아아!”
유일하게 줄어들지 않은 오른팔이 지상에 있는 리안을 향해 쇄도했다.
“크으으으!”
땅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 안에서 리안 또한 악귀의 자태로 검을 세웠다.
둘의 시선이 충돌하고.
‘전장의 부처.’
이미르는 리안을 인정했다.
‘모든 전투를 경험한 끝에 도달한 깨달음. 그래, 정말로 멋진 것이겠지.’
하지만.
‘과연 이미르도 경험했는가?’
한계를 초월한 이미르의 강함은 전장의 부처라고 해도 전대미문일 것이기에.
“내가 이긴다.”
쿠우우우우우웅!
거대한 주먹이 리안을 내리찍는 순간 땅이 파문을 일으키며 갈려 나갔다.
드드드드드! 드드드드드!
자이브 시내에 지진이 일어나자 시민들이 짐을 싸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으아아아! 사람 살려!”
하지만 그들은, 불과 몇 미터를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쿵. 쿵.
산처럼 거대한 거인들이 인간의 장벽을 넘어 도시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