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42
그리고…….
“어?”
시로네의 행성이 있는 쪽으로 강렬한 태양풍이 한차례 발사되었다.
불과 몇 초 뒤에 태양풍에 강타당한 시로네 스피어의 골격이 타들어 가고.
‘미라클 스트림.’
시로네 또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방어막을 쳐야 했다.
“크으으으으으!”
엄청난 열기가 시로네를 휩쓸고 지나갔으나 더 심각한 건 행성이었다.
“제길!”
시로네는 작은 별처럼 반짝이는 고향을 돌아보았다.
‘대략 10분 후면 도착한다.’
이 정도 열풍이면 자기장이 막아 준다고 해도 반반구의 생물체가 타 버릴 터.
‘허를 찔렀어. 태양풍으로 공격할 줄은…….’
광자와 양자 모두에 능한 존재.
“어?”
퍼뜩 떠올랐다.
“에이미.”
태양을 향해 주의를 기울였으나 코어에는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에이미!”
곧장 행성을 향해 날아가던 시로네는 이내 이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행성에 있잖아.’
시로네는 사라졌다.
그리고 이것으로, 성전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 퍼져 있던 동시 사건이 끝났다.
***
우르릉. 우르릉.
여진이 남아 있는 산비탈의 중턱에서 테스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리안!”
착각일지도 모른다.
스키마의 고수가 아무리 빛을 모아도 낮보다 선명한 시야는 아닐 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느낌으로 알았다.
이미르의 공격은 끝났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거대하고 강력한 충격이었다.
테스가 말에 올랐다.
“가야 해요!”
“…….”
이번에는 클럼프도 말리지 못했다.
‘이렇게 허무하단 말인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신의 영역에 도달한 검사의 최후가 고작 이런 것이라니.
“나도 간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는 생각으로 클럼프가 말을 몰았다.
“이랴!”
멀어지는 그들을 라이가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우우.”
땅을 내리찍은 주먹은 신장 3미터의 이미르에 비해 수십 배나 컸다.
이미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즐거웠다.”
영겁의 세월 동안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 지나고 난 뒤의 허무함이었다.
으드득.
거대한 팔이 본래의 크기로 이미르에게 되돌아갔다.
주먹이 떠난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완전히 일그러진 한 구의 시체였다.
‘죽었어.’
그렇게 생각한다.
일격이 리안의 의지에 닿았을 때 신적초월이 파괴되었고, 육체에 닿았을 때 그의 신념마저 부러졌다.
처참하게 흩어진 시신이야말로 증거였고, 그 죽음 속에서 리안은…….
‘죽었어.’
이미르의 말에 동의했다.
‘어처구니가 없구만, 이거.’
여태까지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바보란 소리는 사방에서 듣고, 지옥에 떨어져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그렇게 해서 도달했는데.
‘이제는 정말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미르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리안은 문득 떠올렸다.
‘이 얘기……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사막의 오아시스 뱅가드에서 한 예언가 소녀가 미래를 점쳤던 적이 있었다.
‘하하!’
사이비인 줄 알았는데.
‘이제 됐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완전히 박살 나 버렸다고. 피곤하고, 잤으면 좋겠어. 젠장, 어떻게 자는 거야? 이미 뇌까지 박살 났는데.’
어째서 생각을 하지?
‘…….’
잠시 고민하던 리안은 이내 포기하고 완전한 죽음에 이르기를 기다렸다.
불꽃처럼 살았고, 지쳐 있었다.
잠시 후.
‘아, 왜 안 죽어!’
리안은 짜증이 솟구쳤다.
설마 영원히 생각으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신념마저 꺾였기에 끝까지 외면하고 싶었던 한 가지가 남아 있다는 것을.
‘시로네.’
주군을 지키지 못했다.
‘나는 부러진 검.’
-스밀레.
‘다시 싸울 수 있을까? 패배의 비참함을 품고서 주군을 지킬 수 있나?’
오젠트는 말한다.
-스밀레.
이미르의 눈썹이 꿈틀했다.
“응?”
시체의 살점들 위로 리안을 본뜬 듯한 빛의 선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데아의 신호에 의지가 채워지고, 흩어진 살점들이 이윽고 꿈틀거리자.
“흐흐.”
이미르는 웃었다.
“으흐흐! 으흐흐흐!”
리안의 육체가 천천히 기립하고 있었다.
‘내 심장에…….’
신념의 왕국을 세우소서.
전투에 미친 검사가 아닌, 1명의 기사로서 재생되는 정신은 절대로…….
‘부러지지 않아.’
그래.
리안과 오젠트가 동시에 말했다.
-이데아는 파괴되지 않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것이 합쳐지고, 리안의 오른손에 대직도가 잡혔다.
“후우.”
또렷하게 반짝이는 리안의 눈을 본 순간 이미르는 섬뜩함을 느꼈다.
‘엄청난 재생력이군.’
육체의 복구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나라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전부 다 불태우고도 남은 것이 있던가?’
그런 전투였다.
“그래, 이제 어쩔 생각이지? 보아하니 포기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야수성을 잠재운 리안은 냉정했다.
‘이게 마지막이야.’
오젠트와 자신의 이데아가 통합되면서 재생 능력은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충분히 싸웠어.”
삶에 대한 미련은 없지만.
“지킨다.”
시로네를, 인류를, 세계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사망의 강을 거슬렀던 것.
“호오?”
이미르가 턱을 쓰다듬었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어떻게? 나를 이기지 못하면 아무도 지킬 수 없어.”
“혼자가 아니야.”
“리안!”
전장에 도착한 테스와 클럼프는 멀쩡히 살아 있는 리안을 보고 놀랐다.
“너…… 괜찮아?”
이미르가 어깨를 들썩였다.
“크크, 그래. 확실히 혼자는 아니군. 고기 방패라도 세워서 해 볼 생각인가?”
그 순간 공간이 구겨지더니 하나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진성음이 경계를 넘어왔다.
“수송 완료.”
그녀의 뒤편에 시로네와 동시 사건을 겪은 자들 모두가 모여 있었다.
네이드가 주먹을 만지며 나섰다.
“좋아, 처음은 저 멍청하게 생긴 떡대인가? 어이, 덤벼. 박살을 내 줄 테니까.”
“…….”
이미르는 그저 쳐다보았다.
미로, 가올드, 심지어 친구들도 반응이 없자 네이드가 당황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왜, 왜?”
밤에 뜬 태양 (4)
***
“시간이 없어요!”
시로네의 외침에 은타라가 물었다.
“무슨……?”
하지만 대답을 듣기도 전에 시로네는 섬광으로 변해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미카!”
-태양풍 도달 시간까지 7분 48초입니다.
“이런…….”
현재 성전의 시간은 자정.
따라서 태양풍을 막아 내려면 대략 7분 안에 행성의 반 바퀴를 돌아야 한다.
‘동시 사건을 쓸 수 없어.’
우주 공간에서는 누구도 시로네를 정의해 주지 않기에.
-막는 것도 문제인데요. 지금 행성으로 오는 것은 우주에서 가장 강한 율법이에요.
정곡을 찌르는 미카가 이 순간에는 얄미웠다.
“어떻게든 되겠지.”
시로네의 마음도 우주에서 가장 강했다.
그리고 그가 떠난 것과 동시에 성전에는 에이미와 이카엘이 도착했다.
“허억!”
불의 화신을 잠재운 에이미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공기가 뇌를 마비시킬 정도로 짜릿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된 거죠?”
이카엘이 주위를 살피며 다가왔다.
“성전이군요. 빛보다 빠르게 도착했습니다. 양자 신호로 전송한 것 같아요.”
그때 에이미는 보았다.
“어?”
결코 뜰 수 없는 서쪽에서 작은 빛이 태양처럼 거대해지는 광경을.
***
네이드가 우물쭈물하자 이루키가 들어오라는 눈짓을 했다.
‘분위기 파악 못하기는.’
물론 이루키도 지금의 이미르에게서 특별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들은 적이 있어.’
너무 강한 경지에 도달하면, 어설픈 자들은 살기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우리가…… 어설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