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44
대직도를 밀어내며 이미르가 몸을 틀었다.
“확인해 볼까?”
주먹을 내지르는 그때, 화염이 날아와 그의 옆구리를 뚫고 지나갔다.
“끄아아아아아!”
용암에도 끄떡없는 세포가 타고 있었다.
“크으으으!”
불길이 빠져나간 뒤에도 비틀거리던 그가 분노의 눈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넌 또 뭐야?”
일행의 앞에 에이미가 앉아 있었다.
“후우.”
“에이미!”
곧바로 달려간 테스가 알몸이 된 에이미에게 자신의 망토를 덮어 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 바보야!”
“헤헤, 오랜만.”
항상 그녀를 안심시켰던 당당한 미소에 테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뭐야? 무뚝뚝하기는. 엄청 강해져 가지고.”
이카엘이 말했다.
“안심할 때가 아니에요. 더 심각한 사안이 있습니다.”
“심각? 세계가 이 지경이 됐는데, 대체 이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 어디 있어?”
“오고 있어요.”
이카엘의 시선이 밤하늘로 향했다.
“어?”
다음 순간 모두는 깨달았다.
태양을 등진 우주로부터 또 하나의 태양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광속으로 도착한 무언가에 빛이 터지고.
“크윽!”
대낮으로 변한 세상에서 광채에 휩싸인 남자가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에이미의 표정이 멍해졌다.
“나네?”
바깥 세계의 신이 선택한 최후의 코드.
“에이미.”
대일여래大日如來.
역사의 끝 (1)
창공을 뒤덮는 빛의 날개가 펄럭였다.
폭발에 가까운 풍압이 시로네를 밀어내고 마침내 밤과 낮의 경계선이 보였다.
‘저기다!’
대지에 드리워진 태양 빛의 경계선이 산과 들판을 따라 굽이치고 있었다.
그 경계선을 넘는 순간 확 트인 시야가 잠시 시로네의 눈을 멀게 했다.
‘거의 다 왔어.’
그 지점에서 대기권을 돌파한 시로네는 우주로 나가 시간을 계산했다.
-68초 전입니다.
가시거리에는 보이지 않지만 빛의속도로 다가오는 엄청난 에너지였다.
막아 내지 못하면 행성의 반구는 익어 버릴 것이고, 결국에는 멸종이었다.
태양풍보다 일찍 포착된 것은 외계 생명체의 창조물인 원반형 함선이었다.
‘테라포스.’
인간의 기준으로 아주 빠른 속도로 성전이 있는 행성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왔구나.’
선과 악의 마지막 대결.
만약 여기서 악이 승리한다면 테라포스 또한 인류를 우주에서 지울 것이다.
‘사용자 보호 장치.’
절대 악의 지배하에 살고 싶은 인간은 없을 것이기에.
-야훼여.
테라포스의 대법관의 음성이 들렸다.
-인류의 대표에게 고한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마지막을 심판할 것이다.
“…….”
시로네는 반대하지 않았다.
반대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선의 힘을 믿기 때문이었다.
“절대로 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기를…….
잠시 멀어지던 대법관의 신호가 다시 다가왔다.
-태양풍을 막을 생각인가?
“네.”
이제 30초 정도가 남은 시점이었다.
-시로네.
“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빨리 물었으나 대답은 한참이나 유예되었다.
인간보다 명확한 기준을 가진 대법관조차 갈등하고 있는 화두는 바로…….
에이미의 죽음.
인류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종족이기에 오메가의 기록 또한 알고 있었다.
-인류를 위해 태양을 막아선 자여,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의 목숨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그래.”
시로네는 덧붙였다.
“그것이 내 목숨이라면, 얼마든지.”
-…….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테라포스의 함선이 행성 너머로 사라지는 가운데 대법관이 작별 인사를 했다.
-건투를 빈다.
정신을 가다듬은 시로네는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향했다.
-태양풍 도착까지 9초. 8초.
‘미라클 스트림.’
야훼의 경지에 오른 마음이 행성보다 거대한 렌즈 형태의 막을 만들었다.
-2초. 1초.
쿠르르르르르!
장막을 따라 태양풍이 흐르자 방어막 전체가 흔들리면서 시로네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으아아아!”
용과 천사의 전투로 초토화된 대지에 엄청난 규모의 아지랑이가 일었다.
“더워.”
화룡 인페르커스가 올려다본 하늘에 8분 전의 태양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기룡 아르간이 말했다.
“통째로 구워 버릴 생각이었군. 메시아께서 막는데도 이 정도의 복사열이라니.”
헥사의 장막이 아니었다면 지상의 모든 것들이 불에 타 버렸을 터였다.
아스라이커가 말했다.
“오시는데.”
시로네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
“나네.”
극선의 미로가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과 달리 나네의 얼굴은 평온했다.
“왜 돌아왔지?”
“…….”
나네는 입을 다물었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바깥 세계의 존재로서 강림했다는 증거였다.
“이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아뇨.”
나네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파괴할 대상도 없는 것. 모두를 돌려보내려는 겁니다. 고통도 증오도 없는 극락으로.”
아마도 그럴 테지만.
“그게…… 부처가 내린 결론인가?”
미로는 싫었다.
“결론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깨어나면 알게 될 겁니다. 이 세계를 향한 집착은 실체 없는 허상임을.”
슈라가 날아왔다.
“부처시여.”
바깥 세계에서 돌아온 자, 이 세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래, 슈라로구나.”
“알아내셨나요? 대체 무엇이 있죠? 이 우주란 어떤 것입니까? 우리는 깨어나면 뭐가 되죠?”
거짓의 신이 갈구하는 진리가 무엇인지 나네는 알고 있었다.
“깨달음을 원하느냐?”
“네. 가르침을 주십시오.”
단지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기에, 나네가 할 수 있는 것도 하나였다.
“설법.”
파.
섬광처럼 빛을 내는 검이 휘어지듯 날아가 슈라의 몸통을 찔렀다.
“허억!”
그녀의 눈이 위로 말려들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지상으로 추락했다.
“제길!”
떨어지는 사람을 눈 뜨고 구경할 수는 없었기에 네이드가 그녀를 받았다.
“어이, 괜찮아?”
“큭! 크윽!”
숨을 쉴 수 없는 상태에서도 그녀의 시선은 부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어째서?’
나네가 말했다.
“꿈에서 깨어나라. 고통은 잠시일 뿐이니. 집착을 버리고 지금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어이! 정신 차려!”
슈라는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갈등했다.
‘그런가?’
이대로 목숨을 포기하면 우주의 비밀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우주의 비밀?’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크으으으!”
게슈탈트의 능력을 발동한 슈라가 거짓의 힘으로 설법을 깨트렸다.
“하악! 하악!”
슈라가 허공을 향해 노려보자 나네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찌하여 거부하느냐?”
글쎄, 왜일까?
“모르겠습니다. 비밀을 깨닫는다면 목숨도 바칠 각오였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거다.
“진실이 아닌 것 같아서요.”
“진실이다.”
나네는 진실로 답답했다.
“너를 죽이는 게 아니다. 내가 느낀 모든 것을 너에게 주기 위함이다. 일단 내 가르침에 따르면, 모든 의문은 저절로 풀리게 될 터.”
그것 또한 사실일 테지만.
“그럼 죽였어야죠.”
“…….”
“당신이 진실로 부처, 정말로 옳음이라면, 제가 의문을 품을 겨를도 없이 죽였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바깥 세계에서 깨침을 얻었을 터. 하지만 하지 못했어요.”
미로는 간파했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는 건가?”
슈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공이라면 이 세계가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 하지만 부처께서는 돌아왔습니다. 즉 일말의 집착, 이 세계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게 아닐는지요.”
“후우.”
나네는 부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지상에 있는 에이미에게 향했다.
‘그래.’
바깥 세계에서 깨어난 뒤에도 외면할 수 없었던 전생에 대한 집착이었다.
“그래서 왔다.”
그 마지막 남은 집착마저 깨고 인류의 모두를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설법.”
나네의 배후로 이 세상의 모든 색을 모아 놓은 듯한 검이 부채처럼 펼쳐졌다.
“구.”
빛의속도로 쏘아진 무한의 검들이 하늘 끝에서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부처의 깨달음이 노리는 것은 오직 하나.
“피해!”
에이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