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45
“아으!”
시로네는 머리를 붙잡고 깨어났다.
“괜찮으십니까?”
고개를 들자 12사도 전원이 경쟁하듯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의식을 잃었어.’
시로네가 소리쳤다.
“내가 얼마나 오래 기절했지?”
“3초 정도. 그리 길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충격이 상당한 것 같은데요.”
“시간이 없어.”
불길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태까지의 삶을 통틀어 가장 무서운 기분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시로네의 말이 갑자기 멈추고.
“어?”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양의 눈물이 쏟아졌다.
“어? 어어?”
얼굴이 울상으로 구겨지고 온몸이 벼락을 맞은 듯 떨리기 시작했다.
“메시아님! 왜 그러십니까?”
“으아아아……!”
타키온의 신호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하나의 사실을 데리고 왔다.
페르미와의 거래였다.
“에, 에이미.”
의식과 무의식을 더해 한 번도 되짚어 보지 않았던 그 순간을 탐색한 이유는.
“에이미가 죽어.”
자신이 죽는 것보다, 온 인류가 사라지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안 돼에에에!”
동시 사건을 발동한 시로네의 육체가 증발했다.
콰르르르릉!
설법이 지상을 초토화시키는 가운데 사방으로 흩어진 일행은 에이미를 찾았다.
‘나네, 너…….’
미로는 부처의 생각을 간파했다.
“에이미를 보호해! 우리가 죽는 한이 있어도 에이미는 반드시 지켜야 돼!”
부처가 완벽해지는 조건, 그리고 야훼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조건.
‘에이미의 사망.’
하지만 미로의 지시를 성공시키기에는 이미르라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크하하하! 이거 죽이는데!”
한계를 넘은 거인의 왕은 최강의 실력자들을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가올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오히려 압도한다.’
기마 자세를 취한 이미르의 어깨와 옆구리에서 새로운 팔이 뻗어 나왔다.
“흐흐!”
6개의 권이 질풍처럼 휘둘리고, 달려들던 모두가 튕겨 나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네의 설법은 불의 화신 에이미를 끝없이 추적 중이었다.
“이. 강. 오. 영. 시. 상. 체. 량.”
언어 하나하나가 검이 되어 엄청난 속도로 에이미의 화신을 관통하고.
“크윽!”
급기야 화신의 절반이 사람의 형태로 되돌아왔다.
‘화신이 깨지고 있어.’
“자. 요. 산. 치. 나. 력.”
그리고 마침내, 불의 화신이 완전히 파훼되고 그녀가 바닥을 굴렀다.
“크윽!”
어깨를 감싸고 앉은 그녀의 주위로 검이 꽂히더니 원통형의 빛이 솟구쳤다.
“에이미!”
미로의 천수관음과 줄루의 포스메터리가 동시에 전개되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개념 자체가 통하지 않아.’
허수의 시간.
타키온을 다루는 건 시로네만이 아니었다.
“놔! 이거 놔!”
원통의 빛에 갇힌 에이미가 공중에 떠오르고, 수많은 사건이 중첩되었다.
“생각을 바꾸십시오.”
“싫어!”
그 어떤 원인으로 설득해도 에이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바꾸지 않아.”
다른 삶을 살았으면 또 그렇게 살아갔을 테지만.
‘시로네를 만난 것.’
수천 번, 수만 번을 되돌린다고 해도 다시 그 순간을 선택할 것이기에.
“절대로 잊지 않을 거야.”
나네는 에이미의 결과를 바꿀 수 없었다.
“……그렇습니까.”
모두가 그렇다.
저 밖에 천국이 있다고 해도 사랑하는 가족을 놔두고 목숨을 버릴까.
‘한낱 꿈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하는 이 꿈에서 깰까.
‘하지만.’
이 선악이 충돌하는 속세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이 고통을 받고 있는가.
“모든 것을 되돌리겠습니다.”
공으로.
쿠쿠쿠쿠쿠쿠!
세계가 진동하자 지상의 전투가 멈추고 모든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저, 저건…….”
지평선 위로 가슴까지 올라온 황금빛 부처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南.”
땅 밑에서부터 솟구친 거대한 두 손바닥이 합장하듯 모여 에이미를 덮었다.
“안 돼!”
일행 전원이 허공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으나 부처의 옳음을 깨지 못했다.
“무無.”
점차 손바닥이 맞닿으면서 가운데에 끼어 있는 에이미를 압박했다.
“흐으으으!”
나네는 주저했다.
‘느껴진다.’
에이미의 숨결이, 살아 있음이.
부처가 품은 마지막 애는 그토록 애처롭게 손바닥 사이에서 떨고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나는 이 여자를 지울 것인가?
‘할 수 있어.’
온 우주를 파괴할 힘을 내는데도 닫히지 않는 이유는 그에 준하는 마음.
“관觀…….”
그것을 파괴한다.
“에이미!”
동시 사건으로 시로네가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나네의 일갈이 천지를 흔들었다.
“세世~~~~~~~~~~~~~!”
빌어먹을 세.
“안 돼! 안…… 어억!”
부처의 두 손이 맞닿는 순간 시로네가 벼락을 맞은 듯 자리에 쓰러지고.
“……음音.”
합장을 한 채로 고개를 푹 숙인 나네의 눈에서 피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관세음보살로 귀의하소서.’
카르미스 에이미.
사망.
역사의 끝 (2)
***
키도가 말했다.
“물러서.”
하비츠의 다리를 먹었기에 이해할 수 있다.
‘이 녀석은 모든 게 장난이야.’
하지만.
“이제부터는 장난이 아니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파괴할 생각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이 세계에 마음을 던진 것.
“우오린.”
숯처럼 검은 인간이 두 눈을 치켜떴다. 늘 눈동자에 맴돌던 혼돈은, 압축되고 또 압축되어 극악의 적의로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사탄에게 배니싱은 없어. 하지만, 어쩌면 이제 그런 것도 필요 없을지도.’
남들이 인지하든 하지 못하든 하비츠는 원하는 것을 해낼 것이기에.
“후우우우.”
하비츠가 숨을 내쉬자 몸에 불이 붙으며 주위의 풍경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생물의 내장과 찌꺼기로 만들어진 이면 세계의 끔찍한 정경이 펼쳐졌다.
키도가 우오린의 앞을 막았다.
‘박지를 태웠어.’
하비츠의 불이 꺼졌으나 불씨는 그의 육체의 갈라진 틈에서 연소하고 있었다.
“기회를 주마.”
사실 그런 것은 남아 있지 않지만.
“우오린을 내놔라. 그럼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 주지. 장담하건대…….”
이번에는 거짓이 아니었다.
“정말 아플 거야.”
그 말을 들은 자들은 자신에게 가해질 수 있는 고통의 최대치를 상상했다.
키도가 말했다.
“그럴 수 없어.”
하비츠의 혼돈이 깨졌으니 인류로서도 사탄을 대적할 수단이 생긴 셈이다.
‘히스토리 서치가 필요한 거겠지. 아마도 조금 전의 어린애를 찾아내기 위해.’
초공의 위저드를 찾으려면 미래시가 필요했다.
‘인간의 모든 가능성이 그려진 동선 중에 비어 있는 유일한 곳. 그곳에 있다.’
위저드는.
“선택해.”
하비츠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바닥의 형태가 내장으로 변했다.
기괴하다는 생각도 잠시, 키도는 결정을 내리고 땅을 박차고 돌진했다.
‘배니싱.’
비록 혼돈의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지만 이제 하비츠는 능력을 잃었다.
‘한 방에 죽여 주지.’
키도의 창이 하비츠의 목을 강타하자 강철로 만든 창이 퍽 하고 타 버렸다.
‘뭐야?’
숯으로 변한 창날이 심지처럼 계속 타들어 가 그의 두 손에 닿았다.
“으아아아아!”
배니싱이 풀리고, 엄청난 고통을 느낀 키도가 손을 벌벌 떨며 물러섰다.
우오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키, 키도.”
시커멓게 굳어 버린 손을 확인하는 키도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건 끔찍하다.’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통이 무서운 이유는 당하는 사람의 입장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흐으으으!”
딱딱하게 굳은 손은 까닥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지만 키도는 힘을 불어 넣었다.
“으아아아!”
퍽 하고 껍질이 벗겨지고 생살이 나왔다.
“하악! 하악!”
그것조차 감당할 통각이 아니었다.
“……사탄.”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가운데 하비츠가 두 팔을 벌렸다.
그의 육체에 다시 불이 붙자 이면 세계의 풍경마저 검게 타들어 갔다.
“이 세계는.”
꺄아아아아아아아!
망자의 절규 속에서 하비츠가 말했다.
“재로 변할 것이다.”
극악의 율법, 데스 필드.
그의 손길이 닿는 곳, 그의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사망만이 존재하리니.
“오직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