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56
오퍼레이터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지하로 내려가자 마르샤가 눈을 흘긋했다.
“내 여자?”
“그럼? 세상에 너 데려갈 남자가 이제 나 말고 또 누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진짜 거지 같은 세상이네.”
간부들이 폭소를 터트리는 가운데 마르샤는 냉정함을 되찾았다.
‘지상군이 버틸 수 있을까?’
그녀가 봤던 미래의 정보에 의하면 아마도 이 시점에 가까울 터였다.
‘셀 버스터.’
북극.
지성의 상징이었던 상아탑마저 사라진 벌판에 한 쌍의 남녀가 도착했다.
“여긴가?”
경계선을 기준으로 방에 있는 진성음이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에서 시작될 거야.”
기타루맨이 고개를 들자, 달처럼 거대한 회색 덩어리가 뭉쳐 있었다.
“씽의 계산에 의하면 앞으로 5분 뒤라고 한다. 부디 인류를 위해 막아 다오. 아니, 가능한 오래 버텨 다오.”
‘인류라.’
란스틴은 몇 걸음을 나아갔다.
“가 봐.”
진성음이 잠시 지켜보다가 에테르 파동을 닫자 북극의 바람이 불었다.
휘이이이이이.
린이 투덜거렸다.
“썰렁하네. 관객도 1명 없는데 무슨 노래?”
“흐흐.”
란스틴이 웃었다.
“언제는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음악 했나? 우리 식대로 신나게 놀아 보자고.”
“아아. 아.”
어느새 린은 목을 풀고 있었고, 란스틴은 자신의 오브제 를 조율했다.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동시에 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살상력은 없다.
‘사문.’
생명체를 죽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란스틴의 정신 공명 마법이었다.
“온다.”
린이 하늘을 보며 말했다.
태극이 깨지면서 완벽한 구체였던 안티셀이 물방울 모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부터 죽이러 오네.”
린의 목소리는 란스틴의 귀에 전해지지 않았다.
-아빠. 아빠.
그는 딸의 목소리를 들었다.
-기타 쳐 줘.
안티셀이 허공의 절반을 주파한 시점에서 린이 꼿꼿한 자세로 고개를 돌렸다.
“안 할 거야?”
“…….”
-아빠, 사랑해요.
‘왜?’
이딴 식으로 살아가냐고?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라? 마누라가 바람나서? 내 딸이 감기에 걸려 죽어서?’
안티셀이 그들을 짓누를 듯 덮치는 순간.
“킥!”
란스틴이 의미 불명의 웃음을 터트리며 과격하게 기타를 연주했다.
지지지지지지!
‘사문(죽음의 지문).’
고속 아르페지오의 음파에 휩쓸린 안티셀이 진동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린이 체조를 하며 중얼거렸다.
“올라간다.”
폭발의 충격으로 고도가 높아졌지만 이번에는 2개로 분열되어 떨어졌다.
지지지지지지!
계속 올라가는 고음에 또다시 폭발, 폭발, 순식간에 32개로 불어났다.
“관객들이 많아지네.”
기타루맨의 능력은 청중의 숫자가 불어날수록 더욱 강력한 통제력을 갖는다.
이것이 페르미가 안티셀의 대항마로 상정한 군중 제어의 최강기.
“슬슬…….”
안티셀이 128개가 된 시점에서 란스틴이 연주를 멈추고 허리를 폈다.
“시작해 볼까?”
손 풀기가 끝난 모양이었다.
***
지상.
성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우주 최강의 무예가 펼쳐졌다.
쾅! 쾅! 쾅!
지축을 흔드는 굉음을 들으며 미니는 사람의 크기로 돌아와 땅을 기었다.
“아리아나, 괜찮아?”
그녀의 페어인 금발 미녀도 피투성이 상태로 숨을 쉬는 게 고작이었다.
“응. 그런데…… 우리, 진짜로 진 거야?”
두 여자는 전장을 돌아보았다.
이카엘의 3각 마라 아슈르가 기르신과 검으로 자웅을 겨루고 있었다.
“다들 괴물들이야.”
그리고 그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지상에 남은 대천사 이카엘과.
“크하하하하!”
최강자 이미르가 충돌했다.
쿠르르르릉!
더 이상 지킬 것이 없는 대지 위에서 이카엘의 정신은 완벽한 전투 모드.
‘측면. 후면. 측면.’
잔상조차 없는 이미르의 속도를 ‘굽어보기’로 추적하며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즈…….
‘여기다!’
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
단지 몸을 115도 틀기 위해 대략 1만 2천 번에 달하는 증폭이 이루어지고.
‘증增!’
이카엘의 주먹이 빡 하는 소리를 내며 허공의 무언가를 후려쳤다.
“크으으으으!”
턱을 정통으로 맞은 이미르가 상체를 젖힌 채 수십 미터를 물러섰다.
“……으흐흐흐.”
그의 뒤로 흙산이 만들어져 있었다.
“멋진데. 호리호리한 몸에서 이런 파괴력을 낼 수 있다니. 역시 대천사야.”
이카엘은 얼얼한 손목을 붙잡았다.
‘엄청나게 단단하다.’
“솔직히 말하면, 천국에서부터 관심이 있었지. 너의 전투는 늘 우아했거든.”
“…….”
“이런 욕망이 생기더라고.”
6개의 팔을 만든 이미르가 무릎을 굽히자 공기가 무겁게 내려왔다.
“널 죽일 때까지 패면 어떨까, 하고 말이야.”
땅을 박차는 순간 지하에서 핵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대지가 붕괴되었다.
그 위력만큼 빠르게 도착한 이미르가 6개의 주먹으로 이카엘을 강타했다.
“흐윽!”
“그래! 바로 그 얼굴이야!”
리안이나 오젠트와 달리 마지막까지 품위를 잃지 않으려 찡그리는 표정.
딱히 좋아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한 번쯤은 부수고 싶었다.
“간다!”
어깨 뒤에서 날아오는 주먹이지만, 아득한 우주 너머에서 밀려드는 듯했다.
‘거인화.’
끝을 모르고 커지는 이미르의 주먹 앞에 이카엘의 눈이 절망에 잠겼다.
“이카엘 님!”
이제 막 기르신의 몸을 베어 버린 아슈르가 시그널의 신호로 이동하려는 그때.
“그아아아!”
기르신이 상체 아래로 수십 개의 다리를 재생시키며 그를 끌어안았다.
“혼자 죽을 수는 없지!”
벌레처럼 꿈틀대는 다리들이 조금 전 기르신의 다급함을 보여 주는 듯했다.
아슈르는 이동할 수 없었다.
‘제길! 신호가!’
우주의 모든 신호를 수집할 수 있지만 패널의 영역만은 완벽해야 한다.
“타하!”
그때 아리아나가 기르신의 가장 긴 두 다리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웠다.
‘염동……!’
자이언트 스윙.
마지막 신호를 쥐어짜 내 기르신을 던지자 아슈르의 육체가 비로소 사라졌다.
“크으! 이것들이 감히……!”
다리가 너무 많아 중심을 잡지 못한 기르신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
초거대인으로 변한 미니가 발을 들어 올려 기르신을 개미처럼 짓밟았다.
쿠우우우우웅!
“후우.”
두 무릎을 굽히며 인간의 크기로 돌아온 미니가 땅을 짚으며 말했다.
“하아, 이겼다.”
“근데, 이거 몰수패 아니야?”
약간은 반칙성.
“알 게 뭐야? 그게 프로레슬링의 묘미잖아.”
“하긴.”
아리아나가 깔깔 웃었다.
한편, 이카엘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인 아슈르는 놀라운 광경을 목도했다.
산처럼 거대한 주먹 아래, 그 1천분의 1 정도 크기의 대천사가 서 있었다.
“유리엘.”
이카엘은 오른손만으로 이미르의 주먹을 받친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째서?”
유리엘은 그녀 쪽으로 살짝 고개를 틀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크크크.”
이미르가 입꼬리를 찢었다.
“알고 있었지. 네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두들겨 패면 나타날 것을 말이야.”
세계의 끝이란 이래서 좋다.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든 결국 자신과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그것이 우주 최강.’
하지만 이미르는 여전히 찝찝했다.
리안의 마지막 일격은 단순한 운이었을까, 아니면 새로운 경지로의 도약일까?
‘빨리 와라.’
이미르가 주먹을 만지며 고개를 꺾었다.
“심심하지는 않겠어.”
***
회귀, 293회 차.
태양풍을 막아 낸 시로네는 또다시 나네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으아아아!”
기존의 역사보다 무려 32초나 빠른 속도.
‘됐어!’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무…….”
하지만 시로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 안 돼!”
“관세음.”
무서운 표정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나네가 에이미를 살해하는 모습.
“나네에에에에!”
시로네가 쏘아졌다.
678회 차.
‘더! 더 빨리!’
시간은 이제 상관없었다.
문제는 시로네의 시간에 맞추어 나네의 삶도 정확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