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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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5일째.
“크으으으!”
북극에서 사투를 벌이는 란스틴은 창백한 얼굴로 기타를 연주했다.
퍽! 퍽! 퍽!
안티셀의 개체 수는 해를 뛰어넘어, 자, 양, 구의 단위까지 상승했다.
행성을 회색 유기질로 뒤덮었고, 심지어 차곡차곡 두께를 높여 가고 있었다.
란스틴은 문득 직감했다.
‘더 이상은 무리야.’
군중을 하나로 통제하여 그들 모두에게 죽음의 코드를 새겨 넣는 사문.
분명 셀 버스터의 천적이지만 란스틴의 육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었다.
지지지지지지!
기타를 치는 그의 손가락은 모두 마디 하나씩이 짧아져 있는 상태였다.
신경이 직접 긁히는 고통 속에서도 그가 연주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조롱하지 마.’
이것조차 포기해 버리면 정말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놈이 될 것 같아서.
‘나는 기타리스트다!’
목에서 피를 토하며 노래를 열창하는 린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이제 충분하잖아?’
이 거대한 적을 상대로 5일을 버텨 냈으면 손가락질은 받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를 비난할 인류도 이제는 없기에.
“흐흐.”
허상과 싸우고 있었나?
사실은 그 누구보다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
린의 노래가 끊어졌다.
‘한계로군.’
천문학적인 질량을 가진 안티셀이 사문을 이겨 내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왜 이따위로 사냐고?’
사람들은 딸을 잃은 죄책감으로 저 남자는 광인이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딸아, 아빠는 말이야.’
네 엄마가 집을 나갔을 때, 너무나 예쁜 네가 내 곁을 영원히 떠났을 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더 이상 책임질 것이 없어서, 이제는 내 마음대로 예술을 할 수 있어서.
‘그래, 아빠는 말이야.’
세상 사람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쓰레기야!”
란스틴은 완전히 갈린 5개의 손가락으로 강철 현을 거칠게 튕겼다.
“흐으으으으!”
기타 파동에 안티셀이 밀려나자 린이 독한 눈빛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딸아. 여보.’
란스틴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미안해. 내가 너희들을 버렸어. 내가 책임지지 못했어. 그래도 나는…….’
도저히 포기가 안 돼.
‘처음부터 이 빌어먹을 기타를 잡는 게 아니었어. 그래도, 그래도 너무 좋아서…….’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하고 싶다.”
란스틴은 일그러진 얼굴로 울부짖었다.
“기타를 치고 싶다고!”
신적초월.
이미 뭉툭해진 손가락이 현에 닿기도 전에 악기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지지지지지! 지지지지지!
엄청난 위력의 파동이 안티셀을 밀어내자 행성의 회색 표면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약속된 7일까지, 앞으로 48시간.
***
나네, 에이미, 미네르바.
“하하하!”
시로네는 미쳐 가고 있었다.
어떤 방법도 없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사람은 광인밖에 없을 것이므로.
“죽여! 죽여!”
악에 받친 소리에 이어 대일여래의 화신이 부드러운 기운으로 합장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자는.
‘미네르바.’
아니, 에이미였다.
“히히히!”
나네에게 강박처럼 수없이 돌진하는 동안 에이미와 미네르바는 분리되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는 에이미처럼 보였고, 어떤 경우에는 미네르바처럼 보이다가…….
“넌 누구야!”
이제는 두 여자의 얼굴이 중첩되는 시점까지.
“흐으으으.”
다시 슬픔이 차올랐다.
‘그래, 나는 미쳐 가고 있어. 미쳐 가는 것을 알면서도 미치는 게 증거야.’
욕망의 발현이라 생각했다.
차라리 미네르바를 제물로 바쳤으면, 그렇게 해서 모든 게 끝났으면.
‘안 돼!’
유일하게 남은 정신이 거부했다.
“시로네.”
무릎을 꿇은 채 오열하던 시로네는 나네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집착에서 벗어나라.”
부처의 눈빛은 단호하고 자애로웠다.
***
전투 7일째.
그나마 바람막이가 되어 주던 제단은 이제 완전히 먼지로 사라진 상태였다.
“인간을 처단하라! 죽여! 죽여!”
마족들은 대상 없는 분노를 표출하며 사방에서 포위망을 좁혀 왔고.
“하아. 하아.”
다가오는 마족을 바라보며 슈라와 후아마는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
“여기까진가.”
오메가가 닫힌 이후로 7일을 버텼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
후아마가 말했다.
“살 만큼 살았는데도 죽는 건 짜증 나는군. 너는 어때? 세계의 비밀을 알아서 홀가분하냐?”
“세계의 비밀?”
슈라는 코웃음을 쳤다.
“흥! 그딴 거, 가 보기 전에는 누가 알아?”
“그런가.”
묵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던 후아마가 상어의 이빨을 드러냈다.
“그럼 가 볼까?”
영생자의 최후가 고작 죽음이라면 그것 또한 너무 슬픈 일일 테니까.
“후후.”
슈라의 웃음에 이어 두 사람이 동시에 마족의 무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콰아아아아앙!
강력한 충격파가 철극이 있는 자리까지 전해졌다.
주변에는 경계를 뚫고 들어온 수많은 마족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
그 중심에는 100살도 넘어 보이는 백발의 노파가 힘없이 앉아 있었다.
‘큰일이다.’
우오린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깨달았다.
‘이제 더 버틸 수 없다, 시로네. 너에게 주어진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어.’
시간파를 맞아 몸과 정신은 약해졌지만 딱히 나쁜 기분만은 아니었다.
‘늙어 본 지가 언제였더라.’
악착같이 젊음을 유지하며 살았다.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그동안의 집착과 미련도 한없이 가벼워져서.
“후후.”
식물처럼 평온한 삶도 괜찮았다.
‘대가를 치르는 거겠지. 내가 이 세계에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다만 마음에 남는 것은.
“키도.”
저 멀리, 마족을 해치우고 걸어오는 허리가 구부정한 고블린이 보였다.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녹색 턱 밑에는 하얗게 세어 버린 수염도 있었다.
“해치웠소. 당분간은 오지 않을 거요.”
같이 나이를 먹었다.
키도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도 저럴까 싶어서 그녀는 조금 부끄러웠다.
“나 보면 안 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키도가 멀찌감치 떨어져 앉자 우오린이 말했다.
“뭐야? 이쪽으로 와.”
힘없이 몸을 일으킨 고블린이 옆에 앉자 우오린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큰 폭발이 일어난 뒤로 전장은 고요했다.
“키도.”
우오린이 물었다.
“나, 흉측하지?”
초연한 표정의 키도가 나직하게 답했다.
“……아름답소.”
또다시 시간파가 밀려들고, 두 사람의 육체가 시체처럼 말라 가기 시작했다.
“키도.”
우오린이 말했다.
“이제 어디 가면 안 돼. 내 곁에 있어야 해.”
“그럼.”
비로소 함께 있게 되었는데, 이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이별뿐이었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도 이제 가물가물해서 자세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정말로 이것이 끝이라면.
“우오린.”
지금 말해야 할 것 같다.
“사랑하오.”
시간의 파도가 철극을 휩쓸고 지나갔다.
***
“시이나!”
마침내 육성으로 터진 목소리.
크라운은 정신의 통제를 넘어 육체마저 장악해 가는 쿠안의 의지를 느꼈다.
‘그렇군. 이 녀석은…….’
시이나를 지킬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불가능한 율법이었기 때문에.
‘시스템의 대칭성을 깨서.’
그 빈틈을 파고들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내는 능력의 총체.
‘마음.’
비대칭의 극의.
자신의 반쪽을 포기하는 것으로 완성시킨 히든 코드가 세계의 축을 뒤집었다.
쿠쿠쿠쿠쿠!
테라포스의 함선이 대기권 아래로 떨어지자 쿠안이 힘껏 땅을 박찼다.
“시이나.”
사방으로 토해진 외중력이 쿠안을 끌어당기듯 위로 집어 던졌다.
-적 발견. 요격하라.
함선에서 튀어나온 테라포스의 비행체들이 진동에너지 빔을 쏘아 댔다.
‘어릿광대 피에로.’
우주의 대칭성이 깨지고, 율법이 정의할 수 없는 제3의 방향이 탄생.
-사라졌다! 보고 바람!
-뒤! 뒤!
퍼어어어엉!
비행체들이 서로 부딪쳐 공중분해 되는 동안 쿠안은 함선에 안착했다.
‘크크.’
크라운은 유쾌했다.
‘사라졌다고?’
아니, 상상할 수 없었던 거겠지.
갑판의 빈틈으로 들어가자 보랏빛 광택을 내는 금속질의 복도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