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63
“페르미! 빨리!”
삐! 삐!
-특정 역사 감지! 동화율 100퍼센트!
행성의 깊은 곳에 있는 기록자, 리차드의 눈에 미친 듯 불빛이 점멸했다.
‘찾았구나!’
시로네가 일으킨 사건은 아포칼립스에 퇴적되고, 최종 기록자인 리처드에게 계승.
-정보 전송.
그리고 그 신호는 다시 정보 마법사인 총이를 통해 성전으로 향하게 된다.
페르미는 보았다.
“왔다!”
빛으로 만든 나비가 섬광이 되어 하늘 꼭대기에서 원을 그리는 광경을.
‘잡았어!’
감가상각의 거래-타임 바이브레이션.
구현과 동시에 배 속으로 칩을 삼킨 페르미는 순식간에 경지에 도달했다.
‘최대 위력으로…….’
시폭!
시간의 장벽은 무형이지만, 페르미의 귓가에는 연쇄 폭발음이 선명했다.
펑! 펑! 펑! 펑! 펑!
시간의 벽이 계속 뚫리고, 그 사이의 과거와 미래는 현재로 정의되어.
“우와…….”
황량한 폐허였던 곳에 풀과 나무가 자라고, 인공 구조물과 도로, 시설 등 인간이 만든 모든 문명이 다시금 세계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문명 속에, 대지멸공파에 당했던 인간들 또한 나타나고 있었다.
“……어?”
델타에 있던 단테는 눈을 깜박거렸다.
‘뭐야?’
분명 죽었는데.
“단테?”
그의 옆에 있던 리리아 또한 기분이 이상한 듯 주위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자 연거푸 밀려드는 시간파에 엄청난 속도로 풍경이 변하고 있었다.
찬란하고 다채로운 인간의 세계로.
“……나도 모르겠지만.”
시로네.
마치 최초의 시간에 담긴 것 같은 야훼의 감정은 가슴에 남아 있었다.
1초. 1초. 1초. 1초.
연쇄적인 시간파가 중간 단계의 역사를 계속해서 현재로 보내고 있었다.
네이드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어어?”
기존의 정보 위에 새로운 정보가 실시간으로 축적되고 있는 중이었다.
‘시로네가 떠났지.’
축적.
‘시로네가 떠났나?’
또다시 축적.
‘아니, 시로네는…….’
네이드가 고개를 돌린 곳에 아주 익숙한 1명의 형상이 아른거렸다.
“내 옆에 있었잖아?”
시공간의 좌표가 완전히 합쳐진 상태에서 시로네가 현재에 도착했다.
“시로네!”
네이드가 그를 끌어안고, 멀리서 지켜보던 이루키와 도로시가 하이 파이브를 했다.
“어?”
시로네는 어리둥절했다.
아직 시간파가 밀려드는 중이라 모든 것이 뒤섞였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어.’
문명, 소중한 사람들, 더 많은 인류,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고 있는 와중에.
“에이미는?”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사실 기적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시로네는 덜컥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뭔가 잘못된 것일까?
“에이미!”
페르미와 눈을 마주친 순간 그가 미소를 지으며 어딘가를 검지로 가리켰다.
“아…….”
시로네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과거에 그가 보았던 그 자리, 그 모습으로 화염의 화신이 나타나고 있었다.
‘온다.’
마치 마법처럼.
‘오고 있어.’
반복되는 영겁의 시간을 거슬러 시로네의 눈앞에 탄생한 것이다.
“후우.”
페르미가 숨을 내쉬었다.
“일단 한 건 해결.”
과거와 미래가 전부 통합되었기 때문에, 현재 시간은 아직 오메가 999년.
‘종말 이전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이제부터 사건을 바꾼다면, 그것은 신의 계산이 아닌 인간의 미래.
“그럼 슬슬…….”
페르미는 씁쓸하게 몸을 돌렸다.
“시작해 볼까?”
같은 시공간에 있기에 현재 시로네의 능력은 페르미에게 양도된 상태.
타임 바이브레이션이 아닌 타키온으로 맞서려면 능력을 해지해야 했다.
‘정상적으로는 3개월. 하지만…….’
페르미가 돌진했다.
‘다 방법이 있지.’
감가상각의 거래라는 능력을 세상에서 없애 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페르미!”
시간파를 거의 다 받은 세리엘이 비로소 깨닫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저 바보가!”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약속했잖아! 죽는 미래는 없다고 했잖아!”
돌이켜 보니 사실이었다.
“저 씨……!”
죽는 미래는 없지만.
“네가 죽어야 하는 거였잖아!”
세계의 율법이 아닌, 어디까지나 자신의 마음이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페르미는 담담했다.
‘어머니.’
세상을 위해 떠나 버린 욜가.
‘어떤가요, 제 모습이?’
늘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아들이 마음에 품고 있었던 한 가지 소망은.
‘저는, 옳은 결정을 내린 건가요?’
저 하늘 끝에서 자랑스럽게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페르미는 보았다.
“아…….”
한 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그의 두 뺨을 타고 무섭게 쏟아져 내리고.
“제가 해냈어요, 어머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치는 그의 마음에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생겼다.
감가상각의 거래, 소멸.
“설법.”
돌진하는 페르미에게 나네가 말했다.
“비.”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한 자루의 비수를 본 페르미가 마법을 시전했다.
‘에어 실드!’
두두두두두두두!
수없이 많은 공기층이 뚫리는 소리에 이어 대기가 강렬하게 폭발했다.
“크윽!”
“페르미!”
종잇장처럼 날아가 버린 페르미의 육체를 따라 세리엘이 방향을 틀었다.
날카로운 공기에 찢겨 가슴팍이 피로 범벅이었다.
“페르미! 페르미!”
회복 마법을 시전하자, 조금씩 상처가 아물면서 출혈이 멈추기 시작했다.
“호들갑은.”
페르미가 아픈 표정으로 말했다.
“피부만 찢긴 거야. 내장까지 상하지는 않았으니까 괜찮아. 아무튼 이걸로 마법은 양도됐군.”
세리엘은 멍했다.
“너, 왜 안 죽었어?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말했잖아, 안 죽는다고. 설마 내가 살 방법도 생각 안 하고 덤볐을까 봐?”
“…….”
페르미가 윙크했다.
“난 시로네처럼 멍청하지 않거든.”
“하하.”
얄미워 죽겠다니까.
‘그래도…….’
세리엘은 페르미를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너무 좋아.”
마침내 시간파가 끝났다.
“하아.”
시로네의 최종 과거와, 인류의 미래가 현재로 통합된 정보가 뇌리에 남았다.
그것은 마치 전 인류가 타임 바이브레이션을 시전한 것과 같은 효과였으나.
“시로네.”
타키온으로 허수의 시간을 다루는 두 사람은 사라진 역사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나네.”
야훼와 부처가 서로를 마주했다.
“결국 왔구나.”
“이제 그만 포기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여기까지 왔어. 난 이 세계를 지킬 거야.”
“……그랬지.”
나네는 전장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인류는 그들의 선과, 그들이 만든 악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을까? 100명? 1천 명? 시로네, 나에게 저들은 수면파일 뿐이다. 잠에서 깨어나면 다들 너를 혐오할지도 몰라. 한낱…….”
신호에 놀아났다는 사실에.
“상관없어. 물론 네가 옳겠지만, 그래서 세상을 닫으려고 하는 것이겠지만, 선택할 권리는 우리에게 있어. 그들이 남겠다고 하면, 남는 거야.”
“그래. 율법과 마음, 타협의 여지는 없지.”
나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이제 상황은 동등하다. 오직 너와 나. 서로 완벽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자.”
시로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야훼와 부처가 천천히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공과 애의 마지막 대결이었다.
***
철극.
모든 것이 제자리를 되찾은 가운데 철극의 공간만은 텅 비어 있었다.
황량한 바람이 불었고, 고블린과, 그의 어깨에 기댄 여성의 시체만이 남았다.
웅. 웅. 웅. 웅.
현을 튕기면 바깥에서부터 진폭이 줄어들듯, 이곳의 시간파는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시간이 가속되고.
우득. 우득.
미라처럼 말라 가는 고블린과 여자의 몸이 뒤틀리며 서로 꼬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년, 20년…….
빠르게 진행되는 시간의 흐름에 그들은 점차 작아져 땅속으로 스며들고.
다시 30년, 40년…….
작은 새싹 하나가 싹을 틔우더니 바람을 불어 넣듯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50년, 60년, 100년이 지났을 때.
철극의 자리에는 거대하고 울창한 아름드리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언어는 아니었다.
-키도.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