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65
비록 하비츠와 상대하는 것은 끔찍한 고통이었지만 저항군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크으윽!”
고통! 고통! 고통!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이미 선과 악은 그 의미마저 퇴색되어 버리고.
“참아! 버텨! 이길 수 있어!”
오직 고통만이 이 순간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비츠!”
미로의 천수관음이 하비츠의 몸에 1억 2천만 히트의 연타를 날렸다.
퍼퍼퍼퍼퍼펑!
“신을 믿사옵나이다!”
에덴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며 거대한 방어막을 반경 전체에 퍼트렸다.
“통할 것 같아!”
하비츠가 다시 두 손을 내리찍자 더욱 강력한 고통이 필드를 타고 퍼졌다.
또다시 인간의 비명이 동심원처럼 퍼져 나가는 가운데 가올드가 몸을 날렸다.
‘조롱하지 마라.’
두 다리로 땅을 내리찍는 가올드의 머리가 하얗게 탈색되기 시작하고.
‘인간을 조롱하지 마.’
앞으로 닥칠 거대한 고통을 알면서도 그 고통을 향해 또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으…….”
살아 보겠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인간의 절규는 사뭇 아름답다고.
“으아아아아!”
미로는 생각했다.
“가올드!”
엄청난 대기압이 대지를 강타하고, 하비츠의 얼굴이 합죽이처럼 짓눌렸다.
-아파아아아아!
쿵! 쿵! 쿵! 쿵!
끝없이 내리치는 에어 프레스 속에서 강난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플 텐데.’
생이 널뛴다.
선악공애라는 끓는 물에 집어 던진 것처럼 생 자체가 펄떡거리고 있었다.
‘고통 따위…….’
가올드의 눈이 완전히 뒤집혔다.
“통각일 뿐이야.”
“헛소리하지 마!”
하비츠는 비로소 가올드의 특징을 깨달았다.
‘저 녀석은 아플수록 강해진다. 그리고…….’
고통에 한계가 없다.
‘그렇다면.’
하비츠의 두 눈에 백색의 구멍이 뚫리더니 새하얀 빔이 지상을 타격했다.
통증 코드 17(테스트 버전).
대지에 뜨거운 증기가 피어오르고,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고통이 터졌다.
“꺄아아아아아!”
에덴의 방어막이 녹아내리면서 사람들의 몸에 기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비츠가 소리쳤다.
“이길 줄 알았냐?”
너희들이 옳아서, 너희들이 선이라서, 악마를 위한 성지 따위는 없어서.
“신을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어!”
하비츠의 거대한 손이 가올드를 움켜쥐고, 엄청난 고통이 그의 뇌리에 가해졌다.
“끄…….”
그 비명은…….
“끄아아아아아!”
듣는 이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하게 할 정도로 끔찍하고 처절한 소리였다.
미로가 눈물을 흘리며 달려갔다.
“가올드!”
하늘을 가득 채운 천수관음의 화신에게서도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2억 1천만 히트. 3억 7천만 히트…….
그 타격의 숫자만큼이나 끔찍한 고통이 화신을 통해 미로에게 흘러들었다.
“흐으으으으…….”
가올드.
미로는 생각했다.
‘우린 왜 이렇게 힘드냐? 그냥 남들처럼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미로야.’
하비츠의 손아귀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가올드 또한 생각하고 있었다.
‘산다는 건 고통스러운 거야. 각자가 하나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거니까.’
‘그들보다 더 고통스럽지는 않다는 거야?’
‘그렇게 믿자.’
그것마저 부정해 버리면…….
가올드는 온 힘을 다해 통각의 역치를 높였다.
“으아아아아!”
우리의 삶에 무엇이 남겠어?
쿠쿠쿠쿠쿠쿠쿵!
미친 듯이 가해지는 에어 프레스에 하비츠의 몸이 점차 납작하게 변하고.
“크으으으.”
마침내 쿵 하고 다시 가올드의 발밑에 납작하게 엎드렸다.
“끄르르르…….”
신체의 일부분이 숯으로 변한 저항군은 눈앞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 가올드.”
중심에서 비틀거리던 가올드가 토악질을 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은 완전히 풀려 있었고, 온몸의 구멍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여어…….”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훌쩍이는 미로의 얼굴을 보고 그가 큭큭 웃었다.
“살다 보니, 네가 나 때문에 우는 것도 보네?”
나의 이데아.
“가올…….”
미로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쇼크 상태로 흔들리던 가올드의 눈빛이 빠른 속도로 정상을 찾기 시작했다.
각오한 자의 눈빛이었다.
“뒤를 부탁한다.”
미로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게 좌우로 움직이고, 가올드는 하비츠를 바라보았다.
“왜 못 움직이는지 말해 줄까?”
“끄르르! 너…….”
“나를 이기려면, 나보다 더 아파야 하거든.”
말투는 차분했으나 이미 그의 얼굴은 신경 쇼크로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미로는 겁에 질렸다.
“가올드, 기다려.”
“괜찮아.”
마치 곧 폭발할 듯 몸을 떨면서도 가올드는 애써 눈웃음을 지었다.
“고통은 외로운 거니까.”
나눌 수도 없고, 넘길 수도 없는.
‘사실 잘 모르겠어. 나도 내가 얼마나 힘든 건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측정해 본 적도 없고, 측정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야.
‘하나는 분명하지.’
강한 사람이든 약한 사람이든, 선을 추구하는 마음은 책임감이 강해서.
‘늘…….’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는 것.
“안 돼! 가올드!”
미로가 손을 내밀려 달려오고, 마지막을 준비하며 가올드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나도…….”
통각-무한대.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아.”
에어 프레스.
마법의 발동과 동시에 가올드의 형체가 지하 깊숙한 곳으로 푹 하고 꺼졌다.
같은 시각.
태성이 갑자기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움켜쥐었다.
‘사상 최강이다.’
앞으로 닥칠 상황을 예견한 듯 레테가 질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가운데.
“으…….”
태성이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진동이 한 점에서 발생하고, 리차드는 엄청난 불기둥을 화면으로 지켜보았다.
‘이 세계가 줄 수 있는 역치의 최대치. 그리고 그 역치에서 나오는 마법의 위력은…….’
사탄도 아슬아슬했다.
***
아마도 천 단위의 노래를 불렀고, 그보다 더 많은 연주를 했던 것 같다.
지지지지! 지지지지!
여전히 신적초월은 유효하지만, 이제 란스틴에게는 남은 곡이 없었다.
‘반복은 불가능.’
사문의 통제가 약해질 터였다.
‘그래도 버텼군.’
이제 곧 다가올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남자의 얼굴은 아이러니했다.
‘파니에르.’
그가 연주한 곡 중의 3할이 파니에르와 일을 했을 당시에 작곡한 것이었다.
‘다시는 꺼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연주를 해 보니 나쁘지 않아서, 아니, 오히려 꽤나 마음에 들어서.
‘알고 있었던 거겠지.’
그 사람은.
린은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목을 생명같이 아꼈던 그녀의 성대는 완전히 파열되어 더는 소리 내지 않았다.
‘왜 고집을 부렸을까?’
그 모든 경험들이, 그 수많은 시간들이 지금의 자신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잠시 미소를 짓던 란스틴의 기타 선율이 부드럽게 바뀌기 시작했다.
변화를 느낀 린의 눈빛이 가라앉고.
“오오오. 오오.”
란스틴이 노래를 불렀다.
“오오오. 오오.”
가사조차 없는 여덟 마디의 멜로디에 불과했지만 분명 그 전의 느낌과 달랐다.
딸에게, 아내에게, 파니에르에게, 그동안 분노했던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오오오! 오오!”
소리로 전하는 진심이었다.
란스틴의 목소리가 안티셀을 타고 세상으로 퍼졌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뭐지?”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음악은 생존자들이 피신해 있는 지하 깊숙한 곳으로도 흘러들었다.
온 마음을 다해 부르는 노래.
오오오. 오오.
여태까지 란스틴의 모든 음악을 들은 파니에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그게 네 영혼이다.’
오오오. 오오.
깊게 담배를 빨아들인 파니에르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계약서가 어디 있더라?”
노래가 끝났다.
만족했기 때문일까, 란스틴은 자신의 분신이었던 기타를 풀어 땅에 던졌다.
남은 것은 안티셀의 총공격.
수많은 세포의 비가 떨어지는 것을 담담히 지켜보던 린이 몸을 돌렸다.
이미 다 전했기에.
“…….”
말은 필요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쿠쿠쿠쿠쿠쿠쿠!
셀 버스터가 지상을 초토화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