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66
에어 프레스 폭발 지역.
태성이 필사적으로 막은 덕분에 저항군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시라노가 투덜거렸다.
“미친놈. 곁에 오지 말라고 하더니, 아예 도시를 통째로 날릴 생각이었어?”
루피스트가 말했다.
“어쨌든 사상 최강의 폭발인 건 확실하죠. 이것으로 사탄이 끝났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큰일 났어요!”
다른 지역에서 마족과 싸우고 있던 네이드와 이루키가 그들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지?”
“하늘. 하늘을 보세요.”
연기가 걷힌 뒤에야 그들이 확인한 것은 수를 셀 수 없는 안티셀이었다.
“……그렇군.”
개체 수를 보아하니 1시간도 버티지 못할 터였다.
“이루키!”
허공에 화염이 뭉치더니 불의 화신으로 변한 에이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음악이 멈췄어! 곧 침공할 거야.”
“우리도 알아. 하지만…….”
“내가 막아 볼게.”
태양에 타 버리기도 했으니 에이미의 화염 또한 분명 통할 터였다.
“저걸 전부?”
하늘을 살핀 에이미도 아찔했다.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을 거야. 화염 층을 얇게 펴서 필터를 만들자. 열 마리 중에 일곱 마리만 막는다고 해도 시간을 벌 수 있잖아.”
이루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페르미랑 방법을 찾아볼게. 최대한 오래 버틸 수 있게 해 줘.”
“알았어.”
날아오른 에이미는 북극에서부터 연쇄적으로 쏟아지는 세포를 목격했다.
“세상에.”
하지만 그녀의 화신 또한 태양에서 피닉스를 받아들인 수준이었다.
“최대한 멀리…….”
그리고 넓게, 그녀의 육체가 불의 장막으로 변해 행성을 뒤덮기 시작했다.
***
가올드가 일으킨 폭발의 굉음에, 이카엘은 성전 쪽을 살펴보았다.
‘엄청난 위력이다.’
태성이 버티는 내구력을 감안했을 때였다.
아슈르가 말했다.
“확인하시겠다면, 제가 지키겠습니다.”
그 순간 풍경이 구겨지더니 공간의 경계를 넘어 진성음이 나타났다.
“천사여, 급한 일이다.”
그녀의 뒤로 갈색 피부의 여성과 검을 든 남자가 나란히 대기하고 있었다.
마야와 케이든이었다.
“이제 곧 셀 버스터가 지상을 침공할 것이다. 그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진성음의 말에 이카엘이 물었다.
“방법이 있나요?”
마야가 말했다.
“제 친구 페르미가, 아니, 아무튼 기타루맨 대신 저더러 노래를 부르라고 했어요.”
“노래?”
이카엘이 알기로 여태까지 안티셀을 막은 노래는 마법의 일종이었다.
“당신도 막을 수 있나요?”
마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하지만 신은 이 사건을 싫어해요. 페르미가 미래의 정보를 봤다고 했거든요. 물론 지금은 원래 알고 있던 미래가 아닌 것 같지만.”
이카엘은 전장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유리엘.’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든 유리엘의 의지가 이어지는 것일 터였다.
“지금 싸우는 자들을 돕는 것보다 그쪽을 돕는 게 더 도움이 될까요?”
“네. 이건 이카엘 님밖에 할 수 없어요.”
“……무슨?”
마야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노래를 증폭시켜 주세요.”
전 세계에 퍼지도록.
***
폭발의 연기가 걷히고, 저항군들은 하늘에 떠 있는 그것을 보고 절망했다.
-크하하하하!
기존의 흉측한 모습이 아닌, 무명처럼 백색의 피부를 가진 인영이었다.
“베이스 타입이라고 하지.”
“흠집도 안 나?”
그것조차 절망적이지만, 미로를 포함한 강자들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더 강해졌어.’
-알았냐, 벌레들아? 내가 어떤 존재인지? 나는 모든 게 가능한 신이다!
하비츠가 두 팔을 벌리자 백색 피부 위로 생선의 눈 같은 것들이 흘렀다.
재앙 코드 23(테스트 버전).
육체가 거대하게 부풀더니 수만 개의 눈을 가진 징그러운 괴물로 변했다.
-그럼 어디…….
“이 개자식아!”
그리고 다음 순간 미로가 증오의 눈을 치켜뜨며 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진성음의 공간이 연결되는 순간.
마검기-비섬.
케이든의 검이 엄청난 속도로 공간을 베며 주위의 안티셀을 물리쳤다.
“빨리!”
기타루맨과 달리 케이든은 얇은 검으로 반경을 넓힐 수밖에 없었다.
한때 세상 전체에 노래를 불렀던 두 사람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후였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마야는 그들이 어디에서 노래를 불렀는지 직감적으로 찾아냈다.
이카엘이 어깨를 짚었다.
“시작하세요. 노래라는 건 잘 모르지만, 당신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고개를 끄덕인 마야는 잠시 눈을 감았다.
케이든의 전투도, 아슈르의 전송 준비도, 점차 아득하게 멀어져 가고.
“…….”
완벽한 집중 상태에서 온 마음을 담아 그녀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오오. 오오.
기타루맨의 유작이었다.
부처와 야훼의 전투는 더욱 신속해졌다.
행성을 순회하는 그들의 동선은 그들의 여정만큼 많은 국가를 경유했다.
토르미아, 카즈라, 페리스, 바이덴, 자이브를 거쳐 카샨의 사막까지.
“야훼여.”
그리고 섬광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와 하늘을 향했다.
어딘가에서 들리는 노랫소리.
오오오. 오오.
멜로디는 같았지만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운 여성의 것이었다.
“잘 부르네.”
주위의 사람들이 동의했다.
“노래 좋다.”
그것 또한.
잠시 후, 누군가가 수줍게 입을 열었다.
“오오오…… 오오.”
그것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따라 부르더니 급기야 거리의 모두가 합창했다.
10명에서 100명으로, 100명에서 1천 명으로.
오오오! 오오!
토르미아, 카즈라, 바이덴. 진천, 남방, 아이론, 케시아, 야크마, 파라스 등.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는 목소리에 시로네와 나네가 지상을 살폈다.
‘이건?’
두 사람이 동시에 깨달은 것은 이제는 말소된 아포칼립스의 미래 정보.
‘인류 모두의 노래.’
당시에는 신이 인간을 좌절시켰지만 이제는 베론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미래는 바뀔 수 있어.’
시로네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모두가 싸우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마법처럼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너무나 쉬워 보이지만,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이루어 내지 못한 것.
오오오! 오오!
미카가 말했다.
-울티마 시스템 가능성 감지. 통합률 2퍼센트. 참가 개체 수, 54,067,984명.
***
“아저씨! 아저씨!”
폭발이 일어났을 때 자리를 피하지 않았던 강난은 가올드를 찾아 헤맸다.
크레이터의 중심에서 그가 꿈틀대고 있었다.
“아저씨!”
팔다리가 전부 부러진 상태를 확인한 강난이 곧바로 몸을 틀었다.
“지금 당장 사람을……!”
“꿈을 꿨다.”
가올드는 평온해 보였다.
“그녀와 함께 있었지. 행복한 꿈이었어.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나는 사냥을, 그녀는 요리를 했어. 같이 사냥을 나가는 늑대가 있는데, 난 그 녀석을 정말 좋아했지.”
강난은 미소 지었다.
“……멋진 꿈이었네.”
“막상 깨어나니 좀 허무하더라고. 그 꿈이 그리워서.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어.”
가올드는 강난을 돌아보았다.
“만약 이게 꿈이라면 나는 또다시 이곳을 그리워해야 하잖아. 현실이든 꿈이든, 지금 내가 있는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면 되는 거야.”
강난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기상환적 돌연변이.
수많은 쇼크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초인적인 의지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수십 년을 더 살 수도, 불과 몇 분 뒤가 끝일 수도 있을 테지만.
설령 단 1초가 남았다고 해도 그는 최선을 다해 이곳을 살아갈 것이기에.
“고마워.”
강난은 그것으로 만족했다.
“걱정하지 마.”
무한대의 통각을 찍은 가올드는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아프지 않으니까.”
처음으로 공기가 달콤했다.
최후의 선택
미로의 눈에 증오가 차올랐다.
“가올드를…….”
너 따위가 그 사람을.
하비츠의 형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구역질이 날 정도로 공포를 자아냈지만.
“이야아아아!”
미로의 눈에는 지금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은 분노의 대상일 뿐이었다.
하비츠는 웃음을 터뜨렸다.
“으흐흐흐.”
재앙 코드 23번의 힘이 너무 강해서.
비록 테스트 버전이지만, 그렇기에 이 세계의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힘이었다.
“죽어라아아아아!”
거대한 어류처럼 생긴 하비츠의 비늘은 각자가 하나의 개체로 분리되었다.
마치 공기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수만 개의 개체가 멸치 떼처럼 방향을 틀었다.
미로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가올드.’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 이유가 있다면, 미로가 가올드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어디 있어?’
가장 힘든 순간에 기적처럼 나타나서 웃어 주던 그 남자는 이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