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67
‘짜증 나.’
더 이상 짜증을 부릴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미로를 진실로 짜증 나게 했다.
“으으으으.”
눈물이 흐르고.
“천수관음.”
천 개의 팔을 가진 관음의 화신이 가장 분노한 표정으로 하비츠를 강타했다.
“으아아아!”
천수관음-광마장.
초당 13억 7천만 히트의 연타는, 아마도 그녀가 품은 증오의 크기일 것이다.
“으아아아! 으아아아!”
관음의 손길이 하비츠를 두들겨 댔다.
“흐흐.”
모든 방향에서 들어오는 충격에도 하비츠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난 무적이야.”
만약 누군가가 이런 코드를 현실 세계에 적용한다면, 그 세계는 유지될 수 없을 터.
그 유지될 수 없는 원인은 결과로 변환되어 바깥 세계를 망하게 할 것이기에.
“나는 신이야!”
하비츠의 무력은 명백한 금기였고, 또한 그가 신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었다.
카아아아아아!
수만 개의 어류가 괴성을 내지르는 소리가 미로의 고막을 강타했다.
“죽어어어어!”
분노한 천수관음 또한 시간의 분절을 극한으로 쪼개며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안 돼요!”
에덴이 소리쳤다.
“미로 씨를 말려야 해요. 이대로는…….”
극선의 죽음은 물론, 하비츠를 더욱 강한 존재로 탈바꿈시킬 뿐이었다.
세인이 말했다.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잖아. 그냥 죽으라는 건가?”
“미로 씨.”
에덴은 사탄을 돌아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강하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그가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두려웠다.
“아니, 두렵지 않아.”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사탄에게 달려갔다.
“신이 나를 지키는 한.”
이 세상에 사랑의 힘이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나 자신은 무적일 것이기에.
“신이시여.”
에덴은 요르교의 성호를 그리고 미로와 사탄 사이를 가로막았다.
“크아아아!”
사탄이 괴성을 내며 날아들고 반쯤 숯이 된 미로가 반격을 가하려는 순간.
“신을 믿사옵나이다!”
에덴이 무릎을 꿇고 방어막을 펼쳤다.
“선의 가치가 옳음을, 악의 거짓이 부정함을, 이 땅에 사랑의 씨앗이 퍼질 것임을!”
“크하하하! 크하하하!”
사탄의 육체가 수만 개의 칼날처럼 분해되어 에덴의 방어막을 두드렸다.
캉! 캉! 캉! 캉! 캉!
엄청난 위력에 몸이 벌벌 떨렸으나 에덴은 절대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요라의 믿음과, 의지와, 사랑의 삼위일체여! 저에게 무한한 힘을…… 꺄아아아아!”
카카카카카카카!
기도의 중간에 터진 에덴의 비명 소리에 미로는 머리털이 곤두섰다.
하비츠가 소리쳤다.
“내가 신이다!”
에덴을 긁어 버리고 하늘로 올라간 사탄을 노려보던 미로가 시선을 내렸다.
“에, 에덴.”
똑. 똑.
두 손을 맞잡은 채로 고개를 숙인 에덴은 온몸의 상처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베이스 타입으로 돌아온 하비츠가 말했다.
“바보냐, 아직도 신을 믿게? 네가 믿는 신 따위, 나는 훨씬 강한 것도 만들 수 있어.”
백색의 피부가 검게 물들었다.
“이런 거 말이야.”
-비인가 제1급 코드 : 흑일黑日.
테스트 용도조차 아니다.
단지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야 했던, 이 세계에 하등 필요 없는 재앙.
“으흐흐흐.”
하비츠는 자신의 존재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자유로움에 쾌락을 느꼈다.
“너무 재밌다.”
마치 개기일식처럼, 구체로 거대해진 육체의 테두리에 빛의 고리가 맺혔다.
빛과 어둠, 평면과 입체, 이 세계의 논리를 완전히 무시한 구현물이…….
“됐어.”
엄청난 크기로 확장되더니 마귀의 형상을 하며 지상을 향해 쇄도했다.
“다 죽여 버릴 거야.”
원한다면 언제든 세상을 끝장낼 수 있는 하비츠가 여태까지 참았던 이유.
“위저드. 이건 전부 네 책임이다.”
그리고 위저드가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그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
사람들은 깨달았다.
“……끝났다.”
바로 하비츠를 저렇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음을.
“우린 끝났어.”
테라포스가 옳았다.
그들의 세계에 떨어지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렇게 종말…….
“이야아아!”
……을 모두가 받아들이는 그때, 에덴을 치료한 미로가 하비츠에게 돌진했다.
“천수관음.”
다시 태어난 그녀의 화신은 조금 전과 달리 인자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리석었어.’
-버텨라.
대법관이 말했던 것처럼.
‘악과 싸워 이기는 것조차 악의 방법론. 선은 악을 물리치는 존재가 아니야.’
악 또한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선이란…….”
가장 기본적인 옳음으로, 의심의 여지 없는 진리로 그 자리를 지키는 것.
“불변.”
어떤 논리에도 휘둘리지 않기에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의지할 수 있고.
“정명.”
무한의 방법론 속에서 길을 잃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한 줄기의 빛이며.
“영원.”
악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선의 성지를 끝없이 유지할 수 있는 힘이다.
“나는 악을 이기지 않아.”
극선이란.
“영원히 이 자리에서, 가장 올바르게.”
천수관음의 두 팔이 크게 돌아 합장하고, 다시 엄청난 잔상으로 분리되었다.
“선善을 지킬 뿐이다.”
전천투영-천수관음 초망라.
따다다다다다다다!
엄청난 숫자의 장이 하나의 장벽을 이루어 하비츠의 공격을 막아 냈다.
“헛소리하지 마!”
신호의 모든 빈틈을 찾아 비집고 들어가려던 하비츠의 육체가 벽에 막혔다.
‘내 정신에 사각은 없어.’
인류 최강의 수비수, 미로의 방어에 저항군들은 의지가 불타올랐다.
“지금이다! 공격!”
인간이 만들어 낸 악이기에, 인간이 심판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이 벌레 같은 인간들이!”
실제로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자들이 검과 마법으로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아픈 게 싫지도 않아?’
고통.
절대로 닿고 싶지 않은 존재일 테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크크.”
하비츠는 웃었다.
“헛소리하고 있네.”
그의 손이 쭉 하고 늘어나더니 봉황정을 시전하는 플루의 몸을 덮쳤다.
“꺄아아아아아!”
고통의 신호였다.
“그래, 기억나는군. 너도 재밌는 애였지.”
기스 암살 직후에 들었던 플루의 마음이 상당히 띠꺼웠던 기억이 났다.
“개소리도 정도껏 해야 될 거 아냐.”
흑일의 존재가 낼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이 플루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무릎을 꿇은 채 상체를 젖힌 그녀의 눈에서 피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히, 히익!”
그 광경과, 상상해 버린 공포에, 저항군의 의지가 순식간에 흔들렸다.
하비츠가 폭소를 터트렸다.
“하하! 거봐! 너희들도 어차피 다 똑같잖아! 옳음이고 자시고, 두들겨 패면…….”
“끄아아아아아!”
“다 똑같다고!”
하비츠가 더욱 강하게 짓누르자 플루의 코와 귀, 입에서 피가 터졌다.
“플, 플루 씨.”
체액을 전부 쏟아 낸 채 꿈틀거리는 모습에 저항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또?”
그들이 흠칫했다.
“또 누가 올래? 가장 앞에 서 있는 놈이 당첨이야. 어디 보자…….”
“크윽!”
당장 물러서고 싶지만, 자신이 물러서면 누군가가 희생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절대로 당하고 싶지 않아.’
“하하! 걸렸다.”
하비츠의 손이 한 병사에게 향하는 동안 플루는 점차 의식을 되찾았다.
‘아프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가올드 씨.’
하지만 플루는 알고 있다.
이보다 훨씬 더, 어쩌면 한계가 없는 고통을 이겨 내며 살아왔던 남자를.
‘죽지 않아.’
이미 가올드가 증명했기에.
‘인간의 극한을 함부로 정의하지 마.’
플루가 몸을 천천히 일으키자, 하비츠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는…….”
피가 뚝뚝 흘렀고, 출혈이 일어난 이목구비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지만.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그녀는 프로였다.
“토르미아 마법협회 비서실장이다!”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저항군 전원이 함성을 지르며 사탄을 향해 돌진했다.
“와아아아! 가자! 싸우자!”
서 있는 채로 기절한 플루의 곁을 지나가며 루피스트가 마음으로 전했다.
‘플루, 넌 2계급 특진이다.’
“이…….”
검은 마귀의 형상을 한 하비츠의 입이 찢어졌다.
“거지 같은 것들이!”
이제는 누구를 지정할 것도 없이 수백 개로 뻗어 나온 그림자가 지상을 가격했다.
“죽어! 죽어! 죽어!”
비명 소리가 창공을 울리고, 미로는 온 힘을 다해 화신술을 시전했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