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68
모두를 지킨다는 것은.
‘버텨야 해.’
수많은 자들이 죽어 가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절망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조금만 더…….”
천수관음의 잔상이 더욱 늘어나고.
“조금만 더.”
초당 10억 히트의 속도로 사탄의 공격을 막아 내는 그녀의 눈이 말려들었다.
“아…….”
공겁의 정신이 삼매의 임계치를 지났다.
의식이 심연으로 가라앉고, 어쩌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버티는 거야.’
최후까지 선을 수호하기 위해 그녀가 삼매의 마지막 박차를 가하려는 순간.
‘어?’
천수관음의 수비벽 사이로 무언가가 아른거렸다.
‘뭐지?’
투명하고 거대한 나무였고, 혓바닥을 지상까지 내밀며 꾸물거리고 있었다.
‘환영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사각을 뚫는다는 것은…….
“초공.”
그때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월자무상신.”
다음 순간.
“끄아아아아아!”
모든 사람들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지상을 미끄러지는 사탄을 발견했다.
“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7살의 여자아이가 하비츠에게 달려갔다.
미로가 중얼거렸다.
“……위저드.”
역사의 모든 사건이 만들어 낸, 수십억분의 1의 확률을 뚫고 존재하는 1명.
‘천재.’
인류의 최종 병기가 도착했다.
***
오오오! 오오!
전 세계에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미카가 초상감으로 인구수를 전했다.
-참가 개체 수 380,342,341명.
대략 14퍼센트.
‘이걸로는 안 돼.’
남방의 노래로 만든 엘리키아도 위력이 대단하지만, 지금 상대하는 건 나네였다.
‘100퍼센트가 아니면, 소용이 없어.’
가능할까?
정말로 전 인류가 단 한순간이라도, 하나의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힘들지.’
오메가의 역사를 알고 있는 시로네에게는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왔다.
오오오. 오오.
나네는 세계를 울리는 노래를 들었다.
“시로네.”
차가운 신이라면 확률에 따라 결정하겠지만 그는 마음을 가졌기에.
“영원할 수는 없는 것, 너도 알잖아.”
마음 한편이 뭉클하면서도 앞으로 그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불쌍한 것이었다.
반면 관리자인 루버는 기계적이었다.
드리모로 들어간 그는 인류의 꿈이 모이는 코어에서 몽아를 소환했다.
“사몽을 발동해라.”
데스 필드에 당했을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공포는 인류를 분열시킬 터였다.
“깨어 있는 사람들에게도요?”
“상관없어. 접근 권한을 넘긴다.”
“알겠습니다.”
몽아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고, 죽음의 꿈이 드리모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 세계는 닫혀야 한다.”
루버의 말이 꿈에 섞이는 그때, 드리모의 코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
“이건?”
인류에게는 아주 먼 과거지만 관리자에게는 너무나 선명한 기시감이었다.
“요라한의…….”
미로가 응급치료를 했으나 에덴은 여전히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비록 하비츠를 막아 내지는 못했지만, 최후까지 악에 굴복하지 않았기에.
-요라여.
그녀는 초대의 정신을 물려받게 되었다.
-내 꿈을 보아라.
시로네가 보았던 요라한의 일생이 현실의 시간을 타고 빠르게 들어왔다.
‘아…….’
그리고 반쯤 의식을 되찾았을 때, 에덴은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삐! 삐!
드리모 전체가 흔들리는 풍경 속에서 에덴이 루버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지?”
“당신의 악몽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요라한은…… 이 세상이 행복하기를 원해요.”
“크르르르.”
시커먼 두 눈동자를 가진 몽아가 상어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다.
에덴은 무섭지 않았다.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요? 요라한의 꿈은 절대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다.
5대 시스템의 관리자 중의 하나인 루버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타협할 정도였으니까.
“좋아, 그러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네가 원하는 대로 사몽을 멈추지. 그러니 자네도 전승몽을 보내는 건 삼가 주게.”
“후후. 네, 요라한은 좋은 사람이었죠.”
에덴의 미소가 사라졌다.
“근데 난 성격 고약한 요라거든요, 이 거짓말쟁이야.”
전승몽이 출력되고.
“안 돼에에에에!”
손을 내민 루버가 빛으로 흩어지는 것과 동시에 몽아의 형체가 사라졌다.
***
눈앞에 서 있는 위저드를 바라보며 하비츠는 사상 최고로 흥분했다.
“하하하하하!”
위저드다, 위저드.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너 때문에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여기 있는 거야.”
“알아. 그런데 난 네가 싫어.”
“흐흐, 그렇지.”
네가 나에게 엿을 먹였잖아.
“그래도 난 네가 좋아. 애초에 왜 나를 싫어해? 내가 얼마나 너에게 젠틀했는데. 게임의 룰도 다 지켰잖아. 무엇보다, 우리 재밌게 놀았다고.”
“…….”
검은 마귀, 하비츠가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이야. 여기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단 말이야. 그런데도 나는 너의 말을 들었어.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아?”
“그건 고맙게 생각해.”
“그러니까 마음을 돌려. 나, 계속 생각했거든. 대체 너랑 뭘 하고 싶은 건지. 그리고 깨달았어.”
쿠쿠쿠쿠쿠쿠쿠!
사람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저…….”
하비츠의 다리 사이에서 검은 그림자가 올라오더니 엄청난 크기로 솟구쳤다.
콰콰콰콰콰콰콰!
남성기와 비슷한 거대한 기둥을 올린 채 하비츠가 두 팔을 벌리며 돌진했다.
“나는 말이야.”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너를 범할 거야!
마귀의 날카로운 두 손이 어린아이의 두 다리를 향해 날아오는 순간.
“싫다고…….”
무심한 위저드의 무상신이 흔들렸다.
“몇 번을 말하니?”
사라진 1프레임.
“……!”
과연 그 1프레임 동안 위저드는 하비츠에게 무슨 행동을 했던 것일까.
“끄…….”
신조차도 알 수 없지만, 하비츠의 전신을 타고 엄청난 고통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
사탄의 비명이 세상을 수놓고, 위저드는 또다시 화신을 발동하며 돌진했다.
-이 건방진 계집이!
하비츠가 다시 공격을 감행했으나, 여지없이 세상에 1프레임이 사라졌다.
“……!”
우오오오오오오!
전보다 훨씬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사탄은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뭐야?’
왜 이렇게 아프지?
‘싫어! 아픈 거 싫어! 통각을 없애!’
다시 1프레임.
“으아아아아! 아파! 아프다고오오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하비츠는 고통에 이어 공포를 느꼈다.
‘대응할 수 없어. 더, 더 강한 코드!’
“초공.”
위저드가 몸을 날리자, 사탄이 두 팔로 자신의 몸을 막으며 소리쳤다.
“잠깐! 그, 그만……!”
“백자윤회.”
다음 순간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버린 마귀가 사지를 펼친 채 쓰러졌다.
“억! 어억!”
쩍, 쩍, 흑일의 피부가 갈라지고, 그 안에 가득 차 있던 썩은 내장들이 튀어나왔다.
‘살, 살려 줘. 나가고 싶어. 너무 무서워.’
하비츠는 울었다.
‘엄마, 엄마! 제발 나 좀…….’
1프레임.
뭔가 번쩍하는 순간 정신이 마비될 정도의 충격이 전신을 강타했다.
“엄, 엄머어어.”
배 속의 내장이 질질 늘어진 상태에서 걸레짝이 되어 버린 마귀가 기어갔다.
“엄머어어어어! 엄머어어어어!”
극악, 혼돈의 사탄이 공포에 질려 흐느끼는 모습을 사람들은 지켜보았다.
미로가 물었다.
“악은 어디서 오는가?”
그리고 그녀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더 먼 악으로부터.”
땅을 기는 사탄의 머리 위로 위저드가 두 팔을 벌린 채 날아올랐다.
“월자무상신.”
“이제 그만! 내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그만……!”
악즉참.
소리도, 형태도 없이 마귀의 형태가 파괴되고, 하비츠가 땅바닥을 굴렀다.
“끄으으으으!”
두개골이 깨져 뇌가 보였고, 사지는 뒤틀렸으며, 내장이 삐져나와 있었다.
위저드는 하늘을 보았다.
‘스승님.’
가르쳐 주신 일을 끝냈습니다.
***
-참가 개체 수 1,358,092,587명.
전승몽이 세계로 퍼지자, 마야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인구는 더욱 늘어났다.
일어서지 못하는 가올드도 목이 잠긴 소리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오오오……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