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69
지하에 있는 하이 기어의 운영자들도 생존자들과 함께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오오오! 오오!”
각자의 개성, 각자의 삶, 그 수많은 음색이 하나의 파동으로 모여들고.
-참가 개체 수 2,451,729,157명!
마침내 백색의 외침이 되어 세계를 흔들었다.
오오오! 오오!
시로네는 전율했다.
‘거의 다 왔어.’
울티마 시스템 도달률이 91퍼센트를 넘었다.
그리고 남은 자들.
“좋아! 더! 더 강하게 들어와 봐!”
리안과 이미르의 박투가 한창인 가운데 병사들은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클럼프는 신음했다.
‘생물이 싸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극히 생물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치열함.
테스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리안.”
더 이상 재생이 불가능한 육체는 이미 군데군데 근육이 터져 있었다.
“나라도…….”
그녀가 발을 내딛는 그때 레이나가 말렸다.
“안 돼.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리안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 뿐이야.”
“흐윽!”
아무도 끼어들지 않기에, 리안은 가장 야차답게 싸울 수 있는 것이었다.
클럼프가 말했다.
“비겁한 게 아니야. 실력을 인정해야 하는 거다. 이 세계 최고의 검사는 리안이야.”
최고의 검사.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던 라이는 그 말을 음미했다.
‘그래, 결국 거기에 갔구나.’
라이는 검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나도 있다, 리안. 이대로는 끝내지 않아.’
한계를 넘는 것.
‘나의 검을 보여 주마.’
이미르를 노려보던 그가 눈에 힘을 주더니 갑자기 땅을 박차고 달렸다.
“라이!”
클럼프가 소리치고, 레이나가 뒤따랐다.
“저 바보가!”
가족들의 외침을 뒤로한 채, 전장에 도착한 그가 검을 움켜쥐었다.
한쪽 다리가 완전히 꺾인 리안이 무릎을 꿇자, 이미르가 필살의 주먹을 날렸다.
라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지금이다!’
생의 마지막에서 고함이 터지고.
“이야아아아!”
그는 자신이 끌어 올릴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리안의 몸을 어깨로 밀어냈다.
옆으로 쓰러지는 찰나의 순간, 리안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형?’
라이가 살며시 미소를 짓고, 이미르의 정권이 그의 육체를 멀리 날렸다.
쾅! 쾅! 쾅!
무서운 속도로 바닥을 튕기는 라이의 뼈마디가 모조리 부러졌다.
‘어떠냐, 리안?’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라이는 물었다.
‘내 검도 쓸 만하지?’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본 레이나가 급히 방향을 틀어 라이에게 달려갔다.
“야! 야!”
이미 숨은 끊어진 상태였지만, 누나의 품에 안긴 얼굴은 웃고 있었다.
레이나가 고개를 쳐들며 절규하고.
“으아아아아!”
그녀의 울음에서 깨달은 리안이 넋이 나간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크크크.”
이미르가 손을 털어 내며 말했다.
“날파리 하나가 끼어들었군. 뭐, 좋아. 이 정도 페널티는 있어야 그나마…….”
신적초월.
“어?”
뭔가 지나갔다는 느낌조차 없이, 이미르의 어깨가 사선으로 잘렸다.
철썩, 엄청난 피가 쏟아지는 것을 근육으로 막은 이미르는 눈을 깜박거렸다.
사선으로 쳐올린 대직도가 허공에 있었다.
“뭐야?”
그리고…… 기계로 만든 리안의 오른팔 또한 한낱 증기가 되어 피어올랐다.
금속이 증발해 버릴 정도의 속도.
쩍.
이어서 이미르의 절단면을 따라 세계 전체가 쪼개지는 듯한 환상이 펼쳐졌다.
***
-하비츠, 하비츠. 노올자.
어딘가에서 들리는 친구들의 목소리에 하비츠는 잠시 의식을 되찾았다.
‘뭐야?’
아직도 여기야?
머리는 어지럽고, 안쪽과 바깥쪽의 사고들이 마음대로 뒤섞이고 있었다.
“어어. 어어.”
아프다, 아파.
그리고 시야와 일치된 땅의 저편에서 익숙한 얼굴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왔냐, 칠삭둥이.’
분명 제타로일 테지만, 하비츠의 눈에는 그보다 작은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비틀린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
바깥 세계에서의 별명은 칠삭둥이.
선천적 기형으로 태어난 그였지만, 친구들 중에서 가장 밝았던 것 같다.
‘너도 참 힘들게 산다.’
물론 그곳의 과학과 의학 기술이라면 유전자를 치료하는 것은 쉬운 일.
‘캡슐만 한번 들어가면 되는데.’
하지만 섭식과 번식이 금지된 세계에서 그는 어떠한 치료도 받지 못했다.
사실 모두가 그랬다.
‘우린 신분이 없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어차피 돌아가 봤자 심심할 뿐이야.’
“하비츠.”
멀쩡한 다리임에도 제타로는 일부러 다리를 꼬며 절뚝거리고 있었다.
어차피 불법 접속이기에, 그도 미싱 링크가 약해졌는지도 모른다.
“의, 의사 선생님.”
하비츠가 쏟아지는 내장을 잡으며 바로 누웠다.
“제 상태는 어떤가요?”
들고 있던 가방을 땅에 던진 제타로가 하비츠의 옆에 앉아 상태를 살폈다.
“흐음, 좀 심각하군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지혈을 하면 금방 괜찮아질 겁니다.”
하비츠의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그, 그럼 어떻게 지혈을 해야 할까요?”
제타로 또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가방에 손을 넣었다.
그렇게 한 자루의 메스를 역수로 쥐고.
“그걸…….”
이미 준비를 끝낸 하비츠와 시선을 나눈 그가 눈을 크게 치켜떴다.
“내가 어떻게 알아아아아아!”
퍽, 퍽, 하비츠의 뇌를 난도질할 때마다 피가 얼굴까지 튀어 오르고.
“푸하하하! 하하하하!”
하비츠는 죽어 가며 폭소를 터트렸다.
‘역시.’
제타로는 재밌어.
죽어 가는 정신 속에서 표정이 줄어들고, 하비츠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엄마.’
조금만 더 놀다 가면 안 돼요?
‘집에 가고 싶지…….’
하비츠가 죽고, 사탄이 소멸했다.
메인 시스템의 소멸에, 전 세계에 퍼져 있던 마족들도 완전히 사라졌다.
“하아.”
온 힘을 다해 하비츠를 웃긴 제타로는 피범벅이 된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오오오! 오오!
“…….”
세계에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를 듣고 있던 그가 입을 동그랗게 모았다.
“오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가 눈웃음을 지었다.
슥!
자신의 목을 메스로 그어 버린 제타로가 하비츠의 몸 위로 털썩 쓰러졌다.
***
이미르는 신체를 재생시키지 못했다.
“크으으으!”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오지 않는 어깨를 포기한 그가 리안을 돌아보았다.
“너…….”
또다시 느낌조차 없이 이미르의 오른쪽 다리가 똑 하고 덜어져 나갔다.
한쪽 다리로 중심을 잡은 이미르는 어느새 움직인 대직도를 보았다.
‘육체가 아니야.’
정신이 검을 움직이고 있다.
“흐흐.”
남은 허벅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이미르가 입꼬리를 길게 찢었다.
“간다아아아!”
동시에 리안이 치받았다.
대직도의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풍경은 퍼즐처럼 쪼개지고 있었다.
“으아아아!”
그리고 이미르의 육체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긴다.”
병사들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기고 있어!”
1명의 검사가 도달한 거대한 경이로움이었지만, 테스는 마음이 찢어졌다.
“흐윽! 흐으윽!”
사라진 오른팔로 검을 휘두르더라도 그 여파는 다른 부위에 가해지고 있었다.
단지 방향을 뒤트는 것만으로도 근육이 증발하고 하얀 뼈가 드러났다.
“테스.”
클럼프가 어깨를 짚었다.
“눈을 감지 마라. 끝까지 지켜보아야 한다. 이것이 검사가 도달할 수 있는…….”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궁극이다.”
왼쪽 팔밖에 남지 않은 이미르가 물구나무서기로 바닥을 짚으며 고개를 들었다.
“후우! 후우!”
무섭다.
아니, 기쁜가?
분명한 것은, 수많은 전투 중에 이토록 심장이 빨리 뛰는 건 처음이었다.
“이게 마지막이다.”
모든 힘을 왼팔에 밀어 넣자 엄청난 힘이 작용하면서 중력이 뒤틀렸다.
“…….”
혀조차 증발한 리안은 말을 할 수 없었지만, 해골의 왼팔이 대직도를 겨누었다.
“크크, 좋아.”
고맙다, 오젠트.
이미르의 미소가 사라지고, 완벽한 집중 상태의 눈빛이 심연으로 빨려 들어갔다.
‘최강의 힘.’
펑! 땅을 밀어내고 날아간 이미르가 리안에게 주먹을 쭉 내미는 순간.
신적초월-궁.
리안의 몸이 진동하더니 그나마 붙어 있던 살점과 근육마저 완전히 증발했다.
검은 예리했다.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