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70
하지만 검에 담긴 위력은 이미르의 궁, 울티마를 산산조각 내 버렸다.
“크크크.”
하늘로 날아오르는 동안 통합이 풀린 육체가 원자 단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네가 최고다.”
소멸을 기다리며 그는 생각했다.
‘죽는구나.’
아아, 내가 죽는 거란 말이지.
‘그렇다면.’
이미르의 눈에 광기가 차오르고.
“나는 살아 있었다는 거잖아!”
완전히 원자로 흩어져 버린 공허 속에서 마지막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으하하하하하…….
***
크라운은 함선을 돌아다녔다.
“저자를 막아라! 탈옥자들을 체포해! 그들이 여자를 데리고 있다!”
어딜 가나 전투원들이 있었고, 언어를 분석한 결과 시이나는 무사한 듯했다.
“흐음, 탈옥이라.”
균형의 감옥.
아마도 테라포스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 몇몇 사람을 빼낸 모양이었다.
“찾고 싶어도 말이야…….”
또다시 전투가 시작되자 크라운은 비대칭의 극의를 발동해 움직였다.
“저쪽이다!”
테라포스의 음파 무기가 순식간에 위치를 추적해 그의 내장을 흔들었다.
“아욱!”
바닥을 구른 그는 벽에 등을 기댔다.
‘왜 안 되지?’
분명 쿠안의 경지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으나, 적들의 대응이 너무 달랐다.
‘내가 뭔가 떨어진다고?’
그럴 리가.
바깥 세계에서 온 자신이 이 세계의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이쪽이다.
크라운은 직감했다.
“탈옥자?”
-여자를 데리고 있다. 시간이 없어. 위치를 알려 줄 테니 빨리…… 큭!
소리가 끊어졌다.
하지만 이미 보낸 파동이 뇌파에 도착하자 크라운은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좋아, 가 볼까?”
또다시 쿠안이 저항했지만, 크라운은 다시 그를 내면 깊숙이 짓눌렀다.
“기다려 봐.”
뭔가 알 것 같거든.
마야는 끝없이 되풀이했다.
“오오오. 오오.”
하나의 마음을.
그녀의 노래는 아슈르의 시그널을 통해 이카엘에게 전송되었다.
그리고 그 음파가 아타락시아를 지나 거대하게 증폭되어 세계에 퍼졌다.
오오오! 오오!
하지만 여전히 셀 버스터는 지상을 위협했다.
에이미의 화염층이 모든 개체를 잡아 낼 수는 없었고, 오히려 숫자는 불어나는 상황.
이카엘은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제발.”
케이든이 섬광의 검으로 안티셀을 베고 있으나 점차 위태로운 느낌이었다.
“크윽!”
섬광의 틈새로 안티셀이 마야에게 날아가고.
“오오오. 오오.”
케이든이 그것을 추적해 베었다.
그리고 또다시 검을 움직여 입체적인 광선의 질주로 수천 마리를 동시에 쓸었다.
‘괜찮아.’
마야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케이든이 지켜 줄 테니까.’
주위에 움직이는 현란한 섬광들이 마야의 눈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오직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것.
“오오오. 오오.”
그리고 동시에 케이든은 무아의 경지에서 자신의 머리가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아…….’
마검사.
‘어쩌면 괜찮은 삶일 수도.’
전신 탈옥.
의식이 잡고 있던 속도마저 놓자 빛의 선이 겹쳐 완벽한 면을 이루었다.
마야는 미소 지었다.
‘우와.’
장막이 흩어질 때마다 빛 비가 떨어져 내렸다.
***
“하아. 하아.”
생존자 피난처를 지키고 있던 키라는 소환수 에트론과 나란히 벽에 기대앉았다.
“마족들이 살아졌슴다.”
상아탑 1성급 주민은 강력한 전력이지만, 1명 정도는 배치할 가치가 있었다.
“다음. 다음.”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람파는 눈에 핏발을 세운 채 게임을 진행했다.
“다음! 다음!”
판을 회전하는 자금이 점차 람파에게 쌓이고, 마침내 결과가 나온 순간.
“승자! 람파! 이긴 패는……!”
구디오가 테이블의 단도를 뽑아 네스의 앞에 찍었다.
“…애愛.”
정적 속에서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람파 씨가 이기기 위한 유일한 루트였어. 애가 옳다는 게 아니야.”
“옳은 것은 애를 선택한 인간의 마음이지.”
“그래. 그렇기에 선악공애의 연쇄 작용 속에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사랑이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전투원들을 피해 도망치는 크라운의 머릿속에는 계속 생각이 떠돌았다.
‘사랑 말이야. 종족 번식을 위한 거잖아? 바깥 세계는 이미 타협을 봤어. 더 이상 번식을 할 이유가 없다고. 모든 것이 완벽해. 그냥 우리들끼리 즐겁게 살아가면 되는 거야. 외롭지도 않잖아? 미싱 링크로 윤회하니까.’
그런데 왜?
‘거기서도 아이를 낳는 거지?’
의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크라운은 탈옥자가 알려 준 장소에 도착했다.
의식을 잃은 시이나를 대법관이 들고 있었다.
크라운이 물었다.
“왜 이런 짓을 하지?”
“선이 이겼으니까. 판결이 뒤집힌 적은 처음이다. 하지만 거부하는 자들이 있어.”
“자존심? 너희들도 미개하군.”
“그렇지는 않아. 문제는 판결이 뒤집힌 것에 대한 판결을 어떻게 하느냐는 거야. 대법회의 권위가 추락하면, 앞으로 선악을 심판할 수 없게 된다.”
“상관없잖아?”
“그렇지.”
대법관이 다가왔다.
“그러니 여자를 구한 거다. 데리고 가라. 인간은…… 이 세계를 살 자격이 있어.”
“그럼…….”
크라운이 한 걸음을 절뚝이는 그때, 대법관의 가슴에서 불쑥, 검이 튀어나왔다.
“컥!”
스텔스 상태를 해제한 전투대장이 모습을 드러내며 검을 쑥 뽑았다.
대법관이 쓰러지고 그가 소리쳤다.
“신의 규정은 준엄하다! 이미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신의 이름으로……!”
검을 치켜든 그가 시이나의 목덜미를 찔렀다.
“심판!”
-시이나아아아아아!
그 순간 크라운은 자신을 잃어버릴 정도의 강력한 신호에 강타당했다.
‘크윽!’
찰나의 순간 지나간 생각은.
‘멍청이! 여기서 싸우면…….’
이미 테라포스의 검이 시이나의 목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끝났어. 불가능해.’
쿠안의 무브먼트가 아무리 절묘하다고 해도, 0점의 좌표는 뒤틀리지 않는다.
‘어디로 움직여도 안 돼. 방법이 없다고.’
무無.
-그건…….
‘어라?’
쿠안의 목소리가 들리고.
-네 생각이지.
아무것도 없던 무의 영역에서 거대한 착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아, 그렇구나.’
상상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어떤 좌표를 따라 움직인 쿠안이 검을 휘둘렀다.
테라포스 전투대장의 머리가 떨어지고, 시아나의 목에 한 방울의 피가 맺혔다.
“시, 시이나.”
쿠안이 몸을 안아 올리자 시이나가 눈을 떴다.
“……쿠안?”
“미안합니다.”
또렷한 음성에 시이나가 눈물을 흘렸다.
“뭐가 미안해.”
“울게 해서.”
“한 번만 더 그러기만 해 봐! 광대 따위 필요 없어. 나는 당신이 필요하단 말이야!”
쿠안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랑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았고, 크라운은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
‘그런가?’
사랑이란.
‘바깥 세계보다 더 먼 곳에서 발생하는 신호인가?’
진실로 존재하지 않는 무한무의 영역에서, 하나의 착각이 촉발되는 이유.
애인의 손을 잡는 것도, 부모가 자식을 보는 것도, 이 세계를 사랑하는 것도.
그 모든 사랑이 무한무에서 일어나고 있다.
‘후후.’
크라운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이 세계에 연결된 신호를 차단했다.
‘돌아가야지.’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면…….
‘바깥 세계라는 것도, 조금은 바뀔지 모르겠군.’
크라운, 접속 종료.
쿠쿠쿠쿠쿠!
다음 순간 함선이 급격히 기울자 전투대장의 목이 대법관에게 굴러갔다.
“왜?”
목만 남은 그가 물었다.
“왜 배신했지? 당신은 테라포스의 규율을 어겼어. 선악을 심판할 수 없게 된다고.”
“아직도 모르겠나?”
대법관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판결이 뒤집힌 건 우리의 기준이 틀렸다는 뜻일세. 이제 심판자는 인간이야. 우리가 아니라.”
“…….”
“마지막 판결을 내리지. 이 시간부로 인간은 신의 감옥에서…….”
대법관의 숨이 멎었다.
“석……방.”
이어서 전투대장의 눈에 빛이 꺼지고, 시이나는 쿠안을 일으켜 세웠다.
“어떡하죠? 빨리 나가야 해요!”
함선의 무게가 엄청난 만큼 이대로 지상에 처박히면 살아날 재간이 없었다.
카카카카카카!
그때 천장의 금속이 갈가리 찢어지더니 거대한 드래곤의 얼굴이 들어왔다.
“괜찮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