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72
“뭘?”
라이는 빛을 가리켰다.
“이곳에 오면 모든 것을 알게 되지. 저 빛으로 들어가면 바깥 세계야.”
“그래? 그럼 가지 뭐.”
“넌 갈 수 없어.”
리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우리가 살던 세계에는 2개의 오류가 있다. 하나는 어딘가에서 쏘아진 신호. 헥사. 그리고 또 하나…….”
라이가 리안을 가리켰다.
“바로 너.”
“내가 오류라고?”
“그래, 리안, 너는 사용자가 아니야. 너는…….”
라이가 말했다.
“너는 오젠트다.”
정확히는 오젠트와 스밀레의 신호가 합쳐져서 탄생한 새로운 신호였다.
“헥사는 바깥 세계로 나갈 수 없지. 가이의 신호를 땄지만 코드가 다르니까. 너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유일하게 이 세계에서 이데아를 구현시킬 수 있었던 거다. 헥사가 마음을 결합하는 신호라면, 너는 홀로 울티마에 도달한 거지.”
신념이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하하! 쉽게 생각해. 오젠트 라이라는 육체에 바깥 세계의 정신이 깃드는 게 아니다. 꿈을 꿀 때, 그곳에는 나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지. 친구, 가족, 원수 그리고 수많은 배경과 시간들. 사실 그 모든 게 나잖아.”
“…….”
“그런 거야, 윤회라는 건. 꿈에서 깨면 알게 되는 거지. 나는 라이였고, 너였고, 또 다른 누군가였고, 바람이자, 물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야.”
“갈 수 없다고…….”
바깥 세계로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런데 왜 나는 여기 있지?”
“신호가 연결되었거든.”
리안은 그제야 정확히 살폈다.
저 바깥 세계에서 들어오는 신호는 라이가 아닌 자신과 연결되어 있었다.
“……형.”
“돌아가, 너의 세계로.”
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와 시로네는 바깥으로 나올 수 없어. 너희들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사는 거야.”
“형은?”
라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형은 어떻게 되는데? 신호가 없잖아? 그럼 형은 어디로 가게 되는 거야?”
영원한 소멸이다.
“괜찮아. 너에게 준 건 내 신호다. 오젠트 라이는 말소되지만, 나라는 존재는 너를 통해서 계속 이어지겠지. 그래, 마음처럼 말이야.”
차원을 뛰어넘어 이어지는 것이다.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 시간이 없어. 곧 오젠트 라이는 말소될 거야.”
리안이 고개를 숙이자 라이가 어깨를 짚었다.
“이 세계에서 있었던 모든 추억을 사랑해. 가족들, 내 삶, 그리고 우리의 가문.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너의 세계에 마음을 던진 거야. 이해하지?”
“…….”
리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미안해, 형.”
라이의 희생도, 그의 열등감도, 마치 자신의 존재 때문인 것만 같았다.
“우린 형제야. 흑발이든 청발이든 똑같이 소중한 가족일 뿐이지. 그리고 그것이…….”
잠시 기다린 라이가 되물었다.
“대답해야지, 리안. 그것이……?”
“오…….”
눈물을 쏟아 내며 리안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오젠트다.”
비로소 만족한 라이가 미소를 짓더니 리안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사랑한다, 내 동생.”
“형! 라이……!”
더 이상 신호를 받지 못하는 라이의 형태가 점차 옅어지며 완전히 사라졌다.
“……형.”
동시에 저 멀리 보이는 빛이 아득히 멀어지며 원래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네.”
우주의 한복판에서 시로네는 나네를 멈춰 세우고 대화의 공간을 만들었다.
“왜…….”
반드시 들어야 했던 대답.
“왜 미네르바였어?”
“…….”
나네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해! 왜 에이미가 아닌 미네르바 씨였냐고!”
“덕분에 우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겠군. 그만 꿈에서 깨어야겠다. 최대한 막아 주겠지만, 신의 개입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몰라. 나도 높은 가문은 아니라.”
“멈춰!”
나네의 몸이 옅어졌다.
“멈추란 말이야!”
지금의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이상, 세계가 유지된다고 해도 진실은 아닐 것이기에.
“이……!”
시로네는 나네에게 소세계창유를 시전했다.
이 세계에 유일하게 남은, 아르망이 기다리고 있던 단 한 번의 기회였다.
야훼와 부처의 통합.
“허억!”
그리고…… 오직 둘만이 알고 있던 끝없는 회귀의 역사가 다른 시점에서 펼쳐졌다.
상아탑.
문이 열리고 나네가 들어왔다.
“뭐야? 너……!”
“왜 죽으려고 하지?”
이상한 소리에 미네르바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나는 끝없이 시간을 회귀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전 차수에서 너를 사랑했지. 아마도 시로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 거야. 어리석게도…… 그 기회를 스스로 날렸지만.”
“시로네?”
미네르바의 표정이 비로소 심각해졌다.
“자세히 말해 봐.”
그녀는 에이미를 사이에 둔 야훼와 부처의 엄청난 역사의 반복을 들었다.
“이해했어. 그런데…….”
그러자 미네르바에게는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왜 나에게 왔지?”
“너무, 마음이 아파서.”
사랑하는 사람을 끝없이 죽여야 하는 것이다.
“내가 아픈 만큼 시로네도 아프겠지. 난 이 세상을 닫아야 하지만 그 녀석을 더 이상 절망에 빠트리고 싶지 않아.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싶다. 그래서 묻는 거야. 지금도 기꺼이 공을 선택하겠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겠다.”
“어떻게? 처음 내가 끼어들었을 때는 에이미를 만나기 전이었지. 하지만 너는 회귀를 기억할 수 있잖아. 이제는 내가 어떤 시간대를 선택한다고 해도, 내 의도를 아는 이상 에이미를 포기하지 못해.”
“……그렇겠지.”
슬픈 눈빛의 나네가 말했다.
“수없이 반복할 것이다. 너의 삶 속에서 끝없이 너와 함께 살아갈 거야. 해 줄 수 있겠나?”
“…….”
미네르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로네는 눈물을 흘렸다.
“너.”
그랬다.
시로네의 마음을 알기에, 나네 또한 기꺼이 그 마음에 응했던 것이다.
나네가 말했다.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소세계창유를 통해 그의 진심이 전해져 왔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란 것뿐이잖아.”
“흐으으.”
사실은 서로가 똑같았던 것.
‘씽, 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우리 모두는 똑같이 마음을 가진 존재였던 거야.’
나네가 슬픈 눈으로 물었다.
“갈 거냐?”
“……응.”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
신의 개입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는 바깥 세계와 이 우주를 분리시켜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 곳은 다중 우주도, 바깥 세계도 아닌 더 높은 곳의 무한무.
“거핀은 돌아오지 못했지. 아니, 돌아오지 않은 것일 수도. 진정한 무, 무한무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야. 확신이 가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이야.”
나네가 미네르바에 대해 밝히지 않은 이유는 시로네가 살아갔으면 했기에.
‘에이미와 함께.’
하지만 이제 타인의 진실을 알게 되었기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보내 줄 수 있지?”
바깥 세계로 나갈 수 없는 헥사의 유일한 탈출구는 신과 연결된 나네였다.
나네 또한 정보가 말소될 테지만, 그는 기꺼이 이 세계를 위해 희생할 수 있었다.
“그래.”
시로네가 눈을 질끈 감고, 나네는 자신의 신호를 헥사에게 전부 이양했다.
“으으으으!”
두 사람의 머릿속에 전기의 질주가 펼쳐지고, 순식간에 우주에서 사라졌다.
시로네, 광자계 이탈.
***
테스가 달려갔다.
“리안!”
대직도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로 리안은 한참이나 눈을 깜박거렸다.
‘꿈?’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돌아왔구나.’
테스가 리안을 끌어안고, 사람들은 벌거벗은 그의 몸에서 시선을 돌렸다.
“야! 옷 좀 입어! 이게 뭐야?”
뒤늦게 깨달은 테스가 황급히 떨어지자 친구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함께 미소를 짓고 있던 에이미는 갑자기 이유 없이 감정이 북받쳤다.
“아아.”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세상이 미약하게 떨리더니 그들의 머리 위로 태성과 레테가 나타났다.
“이 시간부로 바깥 세계와의 연결이 차단되었습니다.”
웅성거리는 소리.
“헥사가 상위 차원에서 분리시켰어요. 이제 이 세계에 관리자는 없습니다.”
신에게서 벗어난 것이다.
“우리가 이겼다!”
저항군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으나, 에이미는 멍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시, 시로네는?”
태성이 말했다.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군요. 하지만 내가 아는 시로네라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테스가 울먹이며 말했다.
“걱정 마. 시로네는 반드시 너에게 돌아올 테니까. 내가 장담할게.”
에이미는 눈물을 훔쳤다.
“응. 믿을 거야. 그러니까 절대 울지 않아. 나랑 약속했는걸, 돌아온다고. 그리고 난 시로네를 기억하고 있어. 말소되지 않았다는 거잖아.”
아카식 레코드도 끊어졌으니 장담할 수 없지만,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니었다.
태성이 말했다.
“축하해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당신들의 마음, 정말로 멋졌습니다.”
레테가 윙크를 했다.
“우리들은 사라지지만 시스템은 유지될 거야. 너무 미워하지 말고 제대로 관리해 줘.”
태양이 더욱 높게 떠오르고, 햇살을 받은 그들의 형체가 투명하게 사라졌다.
“끝났군.”
루피스트가 포니에게 왔다.
“세계 지도국의 리더로서, 한 말씀 해 주시죠.”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자 포니가 결연한 표정으로 세상에 선포했다.
“여러분! 전쟁은 끝났습니다. 우리는 악을 이겼고, 세계를 지켰습니다. 이제 인류는 신의 지배에서 벗어나 인간의 손으로 쓴 역사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의 눈이 빛났다.
“여러분!”
포니가 두 손을 움켜쥐고 소리쳤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의지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 이룩한 평화를 후세에 물려줄 수 있도록, 끝까지 나아갑시다!”
“와아아아아아!”
신이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미래로 또 한 번의 오메가가 종료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앞으로 인류가 적어 나갈 역사의 첫 번째 아침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