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73
기원후 1년.
Epilogue
6년 9월 27일.
인류가 신의 율법에서 벗어난 지도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기원 이후 공식적인 전쟁이 없다는 것은 인류 역사에 남을 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순수성에 대한 강박이라 불렀다.
“누가 먼저 범죄를 저지를 것인가? 첫 번째 범죄자가 나오는 국가는 어디인가? 이런 문제입니다. 최초의 악당이라는 타이틀을 꺼리는 것이죠.”
기자가 물었다.
“인류가 성숙한 게 아니라 그저 완벽성을 깨기 싫기 때문이라는 건가요?”
“인간은 욕망의 동물입니다. 어쩌면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죠. 특정 국가가 정보를 차단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얼마 가지 않으리라 봅니다. 최초의 악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 두 번째, 세 번째는 말할 것도 없죠.”
3년 전, 공식적인 살인 사건이 생겼다.
범인은 32세의 리퍼라는 변호사로, 그가 법정에서 판사에게 말한 내용은 이랬다.
-최초가 되고 싶었습니다.
인간은 참 이상하다.
전문가의 예상대로 세계 각지에서 범죄가 보고되었으나 검거율 또한 꽤나 높은 수치였다.
그렇게 세계는 흘러가고 있었다.
100퍼센트의 통합적 정신에서 내려왔지만, 그렇게 많이 내려온 것은 아닌…….
평범한 일상으로.
“갔다 올게!”
군복을 벗고 오랜만에 드레스를 입은 에이미가 현관에서 꽈당 넘어졌다.
“푸하하하!”
아레스가 폭소를 터트렸다.
“넘어지는 것도 재주라더니, 진짜 완벽하네. 어디서 홍안이라고 하지 마라.”
“시끄러. 이 드레스, 너무 불편하단 말이야.”
“대충 입어. 못생겨 가지고.”
“죽을래? 그러는 오빠는 언제까지 집에 있을 거야? 나가서 일 좀 해, 일!”
“싫은데? 네가 주는 용돈으로 충분해서.”
“그게 여동생한테 할 소리야? 아, 몰라. 아무튼 갔다 올 테니까 밥 챙겨 먹어.”
바쁜 와중에도 에이미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레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나, 참.”
여동생의 마음을 이해했다.
다시 신문으로 눈을 돌린 그는 한 면 전체를 할애한 특종 기사를 읽었다.
-야훼! 남방에서 토르미아 방향으로 비행 중! 모교 교장의 결혼식에 참석하나?!
‘시로네.’
신문을 접은 그가 천장을 보았다.
“이러다 에이미 울겠다.”
마법학교 정문에는 벌써부터 세계 각지의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쪽팔려 죽겠네!”
오늘의 주인공 올리비아 교감이 하얀 결혼식 드레스를 입고 씩씩거렸다.
“왜? 축하받으면 좋지.”
턱시도를 입은 알페아스는 무사태평이었다.
“장난해? 나이 먹고 결혼하는 것도 창피한데, 나 때문에 온 사람들도 아니잖아!”
“후후, 영광이잖나. 우리 학교에서 배출한 최고의 인재가 온다니.”
“…….”
올리비아도 부정할 수 없었다.
“확실하지도 않잖아. 어제 남방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중부 대륙에 국가가 몇 개인데.”
시로네가 무한무의 영역에서 이 세계에 돌아온 시점은 3년 전으로 추정된다.
추정인 이유는, 공식적인 초청은 물론 그를 만난 지인조차 소수였기 때문이다.
알페아스가 말했다.
“우리는 모르지, 무한무에서 돌아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꿈에서 깨어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허무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
“마음을 잃은 건 아니야. 지금도 12사도와 함께 세계 재건에 힘쓰고 있잖아. 빈센트 씨도 평소와 똑같다고 했어.”
“그러니까 의문이지.”
차라리 사람이 전과 달라졌다는 소문이라도 들린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무엇을 본 거냐, 시로네?’
진정한 무無에서.
올리나가 물었다.
“집에 들르겠지요?”
현재 빈센트 부부의 집에는 시로네의 친어머니 이카엘도 함께 머물고 있었다.
“토르미아에 오는 거라면 그렇겠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찾아왔으니까요.”
빈센트가 말했다.
“나, 참. 세상 사람들도 참 너무하지. 우리 아들이 전 세계를 다 책임져야 할 것처럼 말이야.”
올리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그게 더 걱정이에요. 에이미 말이에요. 둘이 죽고 못 살 것처럼 굴더니.”
“아마도…….”
이카엘은 이렇게 생각했다.
“모든 게 무로 돌아갔을 거예요. 꿈도, 착각도, 심지어 마음마저도요. 그 모든 것이 채워지려면 시간이 걸리는 거죠. 하지만 결국 되찾을 거예요. 자신이 이 세계에 있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요.”
거핀이 이카엘을 위해 헥사를 보냈듯이.
남방.
“그 자재는 공터로 빼요. 여기 창고가 꽉 차서 들어갈 곳이 없다고요.”
고향으로 돌아간 강난은 남방의 문명을 재건하는 중이었다.
“아저씨! 거길 넘어 다니면……!”
공사판의 혼잡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
세인이 웃으며 다가왔다.
“와! 진짜 오랜만이다! 1년 됐나? 뭐야, 갑자기 남방까지 찾아오고?”
“일이 생겨서. 얼굴이나 볼까 하고.”
한적한 공터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은 목재 위에 앉아 음료수를 마셨다.
세인이 물었다.
“시로네는?”
“응, 밤에 출발했어. 블리츠가 데려다준다고 했으니까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거야.”
“결정은 한 거야?”
“모르겠어. 속을 알 수가 없으니. 하지만 결혼식에 가겠다는 건 만나겠다는 뜻이겠지.”
“그렇군.”
세인이 다시 물었다.
“너는 어때? 괜찮아?”
강난은 질문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나야 뭐, 괜찮지. 가올드가 아프지 않으니까. 그것보다 더 안심이 되는 게 어디 있겠어? 그러는 너는? 미로 씨하고 연락은 해?”
“아니. 그렇다고 피하는 건 아니지만. 미로는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 있어. 누군가를 지키는 극선이 아닌, 1명의 여자로 말이야. 적어도 당분간은 아무것도 책임지게 하고 싶지 않아.”
“하긴…….”
결국 바라보는 자의 마음은 똑같은 듯했다.
“멋진 사랑을 하고 있겠지?”
세인이 웃었다.
“아마도.”
미로가 말했다.
“가.”
가올드가 말했다.
“안 가.”
미로가 말했다.
“가!”
가올드가 말했다.
“안 간다고, 제기랄! 무슨 행사가 이렇게 많아. 이제야 시로네가 이해되는구만.”
세계 평화의 주역으로서 두 사람은 각국을 떠돌며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행사비도 많이 주잖아. 우리, 벌어 놓은 재산 한 푼도 없거든!”
“너무 속세에 찌들지 마.”
“속세 같은 소리 하네. 이게 다 네가 사고를 많이 쳐서 그런 거잖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살았기에 마법협회에서 안 받아 주는 거야?”
가올드가 밉상으로 대꾸했다.
“너 구하러 다녔지.”
“아우, 진짜!”
화딱지가 난 미로가 두 팔을 휘두르며 가올드의 옆구리를 연타했다.
“아! 뼈! 뼈 맞았…… 아!”
오만상을 찌푸리며 침대에 쓰러지는 모습에 미로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남자가 이렇게 엄살이 심해? 몸이 아깝다. 운동은 왜 하는 거야?”
“크크, 알면서.”
돌아누운 가올드가 두 팔을 벌리며 윙크했다.
“아직 여유 있잖아?”
“…….”
잠시 생각하던 미로가 시계를 흘끗 살폈다.
“딱 30분이야.”
“에이미!”
결혼식이 열리는 알페아스 마법학교에 도착하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테스! 세리엘!”
리안과 페르미도 뒤를 따르고 있었다.
테스가 말했다.
“진짜 오랜만이다! 미안해. 요새 진급 심사라서 경황이 없었어. 잘 지내지?”
“하하! 나도 그래. 결혼식에 온 거야?”
세리엘과 페르미는 몰라도 리안과 테스는 마법학교와 접점이 없었다.
“당연하지! 시로네가 온다고 하잖아! 오기만 해 봐. 내가 확 때려 줄 테니까.”
“에이, 그냥 소문일 뿐인데 뭐.”
아닌 척했지만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식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카니스와 아린, 마야와 케이든, 단테와 플루도 하객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에이미!”
늘 즐거움을 주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너무 떠올리게 하는.
“이루키! 네이드!”
바보 삼총사 중의 2명이 다가왔다.
네이드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본 에이미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설마?”
“하하! 그래.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고. 데이지, 인사해. 에이미 이모야.”
에이미가 깔깔 웃었다.
“데이지? 딸이야?”
“응. 예쁘게 생겼지? 사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지만.”
이루키가 말했다.
“확률은 반반이지. 리즈 씨를 닮으려면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할 거야.”
“웃기고 있네. 내 딸이 치열한 사투면 너는?”
에이미는 미소 지었다.
‘여전하구나.’
리허설이 시작되자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엄청 많다.”
그들이 기다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에, 에이미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야외 정원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어, 저, 저거…….”
푸른 빛을 내는 거대한 드래곤이 하늘을 활강하며 멀찌감치 내려앉았다.
이어진 누군가의 목소리.
“고마워, 블리츠.”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블리츠가 다시 날아오르고, 후드를 입은 뒷모습이 보였다.
시로네가 웃는 얼굴로 돌아섰다.
“이야.”
기자들의 플래시가 미친 듯 터지고 네이드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시…….”
친구들이 동시에 달려갔다.
“시로네!”
“하하! 잘 지냈어?”
“이 자식아! 너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빠? 편지 한 통은 써야 할 거 아니야.”
“미안. 사정이…… 어라?”
시로네의 얼굴이 활짝 폈다.
“네이드! 너?”
“그래! 어떠냐? 내가 너보다 먼저 창조했도다. 데이지, 시로네 삼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