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94
“아악! 아아악!”
위저드는 눈물을 쏟아 냈다.
‘나는, 뭐지?’
처음으로 의식한 초공은 무한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공허였다.
‘왜 존재하는 거지?’
사라진 1프레임 동안, 그녀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아아아아!”
카이는 울부짖었다. 마치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서럽게 눈물을 쏟아 냈다.
“카이! 내 말 들려?”
에스카니아가 소리쳤으나 외부 세계의 어떤 자극에도 반응을 못하는 듯했다.
‘이미 절반을 한참 넘었어. 이것도 역사야. 카이는 엄청난 일을 해낸 거라고!’
그럼에도 아직 2천 회가 넘는 윤회가 기다리고 있다. 해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카이! 말 좀 해 봐! 지금 상태가 어때?”
카이의 초점은 몽롱했다. 마치 다중 우주의 어떤 삶을 그리워하는 듯했다.
“아아, 아.”
급속 윤회 7,822회 차.
아마도 카이는 슬픈 꿈을 꾼 모양이다. 꿈이라서 더 슬픈…… 그런 꿈을.
전면전 (2)
***
아르페사 정신병원.
에이미와 성음은 병원장에게 제르비스에 관한 기록을 요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제르비스는 입원한 적이 없으며, 기록도 없다고 했다.
‘사건을 은폐했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최후의 전쟁은 이미 끝났고, 심지어 세계가 이 지경이 된 마당에 목을 내놓고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에이미가 말했다.
“그럼 남은 건 메이델 씨네. 망명자 명단을 확인해 보면 주소를 알 수 있을 거야.”
성음은 말이 없었다.
병원에 오기 전 서로 감정이 상한 뒤부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성음 씨, 듣고 있어?”
“아, 그래.”
에테르 파동을 통해 성전으로 이동한 그들은 데이터베이스를 뒤졌다.
“찾았다.”
메이델의 현주소는 코트리아의 남단에 있는 한적한 시골 도시였다.
두 사람은 좌표를 정했다. 다짜고짜 집을 뚫고 들어가면 무례일 터였다.
“마을 입구에서 시작하자. 하아, 제발. 여기서 못 건지면 다시 원점인데.”
기도하는 시늉을 하며 중얼거리던 에이미가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았다.
성음이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미안하다.”
“아…….”
갑작스러운 말에도 놀라지 않은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식에 갈 수 없었어.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수양이 부족한 게지. 그래서 너에게 심술을 부린 모양이다.”
에이미도 진심으로 답했다.
“성음 씨의 마음은 이해가 돼. 하지만 그래도 시로네는 양보할 수 없어.”
“……그래.”
“하지만 성음 씨라면, 정말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이라는 생각은 해 봤어.”
성음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왜냐하면 성음 씨는 시로네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니까. 인류를 위해 영원한 고통을 짊어진다는 거, 솔직히 자신이 없어. 아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무서운걸.”
“에이미.”
“그래서 괜찮아. 성음 씨가 시로네를 의식하고, 나에게 조금 언짢게 대해도. 예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에이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성음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순간 우리가 있는 것도 성음 씨 덕분이니까. 시로네도 같은 생각일 거야.”
“흥, 싱겁기는.”
새침한 얼굴로 돌아선 성음은 에테르 파동을 시전했다. 마을의 풍경이 다가왔다.
“그런 말이나 들으려고 한 게 아니다. 어서 가자. 시로네에게 도움이 되어야지.”
에이미는 종종걸음으로 경계를 넘는 성음의 뒷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았다.
성음의 입가에도 작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
리퍼의 본대는 수적 우위를 통해 토르미아의 수도 바슈카를 눈앞에 두었다.
토르미아 군대가 북문을 나와 대치했다.
“포격 개시!”
수백 발의 파이어볼이 추락하는 곳에 리퍼가 서 있었다.
땅이 폭발하고 1천 도가 넘는 고열이 불어닥쳐도 옷깃조차 망가지지 않았다.
“크크, 크크크.”
이거 너무 재밌는데?
마치 이 세계의 물리법칙이 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을 거부하는 느낌.
“슬슬 왕관을 빼앗으러 가 볼까?”
주머니에 손을 꽂은 리퍼는 돌진하는 창병대를 향해 정면으로 걸어갔다.
“이야아아!”
한 병사가 창을 찔렀으나 실오라기 하나 뚫리지 않고 막히고 말았다.
병사는 분한 눈물을 흘렸다.
“왜…… 왜!”
“뭐가 그렇게 억울해?”
리퍼는 그의 어깨를 손으로 짚었다.
“애초에 왜 싸우는 거야? 넌 별로 강하지도 않잖아. 윗대가리들의 세계가 무너지면 네 세계도 무너질까 봐? 아니, 천만에. 처음부터…….”
병사의 목이 날카롭게 잘려 나갔다. 7번을 새긴 마법사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얼굴에 묻은 병사의 피를 혀로 핥으며 리퍼가 말을 마무리 지었다.
“우리 세계는 있지도 않았어.”
마법사가 다가왔다.
“북문을 뚫겠습니다. 왕성으로 가시죠. 왕좌에 앉으면 이 전쟁도 끝날 겁니다.”
리퍼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성전 가입국들은 토르미아라는 생선을 입맛에 맞게 발라 먹고 말이지.”
그런 동맹이었다.
“여러분!”
북문이 열리더니 이동식 탑이 나왔다. 꼭대기에는 마야와 케이든이 있었다.
“마음을 바꾸세요! 우리는 울티마에 도달한 인류입니다! 감정병을 극복했고, 사탄을 처단했습니다. 우리가 힘을 모으면 제르비스도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하늘을 날고 있는 이카엘이 아타락시아를 통해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마, 마야다.”
인류가 이렇게 싸우기 전까지는 누구나 좋아했던 그녀의 목소리였다.
“악에 굴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찬란했던 그때처럼, 다 함께 노래를 불러 주세요!”
오오오. 오오.
언제 들어도 울림을 주는 선율.
굴종의 낙인을 찍고 리퍼를 따른 자들도 마음에 파문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 그래. 제르비스가 뭐가 두렵다고. 우리는 울티마를 해낸 인류잖아.”
“해보자! 할 수 있어!”
리퍼의 군대에서도 합창이 시작되려는 그때, 선율을 깨는 기타 노이즈가 들렸다.
지지지지징!
놀랍게도 그 소리는 반경 200킬로미터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들렸다.
히든 코드-아이돌 스타.
하늘에 떠 있는 다양한 크기의 화면에 훤칠한 남자가 기타를 메고 서 있었다.
“어? 저 사람?”
“레온이다! 꺅! 어떡해! 진짜 레온이야!”
마야가 다수의 남성 팬을 몰고 다니는 만큼이나 레온의 여성 팬 또한 많았다.
“근데 이 화면은 뭐야? 마법인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레온을 볼 수 있는 화면이 떠 있었다.
토르미아의 수뇌부 용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게 뭔…….”
알비노는 미간을 구겼다.
“쉬운 마법이 아니야. 화면은 그렇다 쳐도 앵글이 계속 바뀌고 있어.”
영상 장치 또한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레온입니다!”
반경 내의 모두가 화면을 보며 귀를 기울였다.
“제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한 가지 선언할 게 있어서입니다. 이 시간부로 저는 리퍼를 따라 세계의 판도를 바꾸는 데에 동참하겠습니다.”
“뭐, 뭐어?”
토르미아가 술렁거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울티마죠? 지금도 야훼는 바깥 세계에 대한 진실을 독점하고 우리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야훼를 부정합니다. 그리고 이곳의 모든 분들과,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마치 그것을 증명하겠다는 듯 레온은 다시 기타를 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 울려 퍼지자 마야의 노래도 불협화음이 되었다.
마야는 당혹스러웠다.
‘대체 왜?’
대기실에서 몇 번 마주친 게 전부지만 이런 짓을 벌일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갈게.”
케이든은 즉각 실행에 나섰다.
탑에서 뛰어내려 평야를 가로지르자 레온이 연주를 멈추고 미소를 머금었다.
“애인, 아니 매니저였던가?”
“마검기.”
섬-방황하는 섬광.
고속으로 움직이는 섬광이 난반사를 일으키듯 공간을 할퀴며 들이닥쳤다.
“후후.”
레온은 뮤지컬 배우처럼 팔을 안으로 굽히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단지 그것뿐.
케이든의 섬광이 마치 무형의 장벽에 막힌 듯 수십 차례 연달아 튕겼다.
‘뭐야?’
단순히 방어 자세를 취한 것만으로 모든 검로를 차단하는 게 가능한가?
‘굴종의 낙인? 아니야. 내가 불가촉천민인데도 충격파는 확실히 터졌다.’
따라서 레온도 불가촉천민이다.
“그렇다면……!”
케이든은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마검기-라이트닝 임팩트.
뇌전이 쏘아지자 레온은 우아하게 두 팔을 벌리고 한 바퀴를 돌았다.
전격이 허무하게 스쳐 지나갔다.
비정상적인 결과였기에 케이든도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너, 정체가 뭐야?”
레온이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아이돌 스타.”
사탄의 배니싱, 시옥의 12시간 등, 히든 코드에 기반하는 비논리적 현상이었다.
“이상하지? 간단한 동작 하나에 공격이 전부 막힌다는 게. 하지만 당연해. 나는 멋있을수록 완벽해지거든. 이를 악물고 싸우는 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오히려 더욱 아름다운 동작으로…….”
레온이 엄청난 속도로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케이든의 등 뒤에서 손을 뻗었다.
“큭!”
케이든은 몸을 틀며 물러섰다.
분명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는 거리였다.
“……어?”
하지만 놀랍게도 레온은 그의 목을 조였고, 큰 포물선을 그리며 땅에 처박았다.
쾅!
“크윽!”
레온의 미소 너머로 하늘이 보였다.
“어때? 알겠어?”
‘젠장!’
케이든은 여전히 황당했으나, 직접 당해 본 이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격 판정, 방어 판정이 물리법칙을 벗어날 정도로 느슨하다. 기준은 행위의 아름다움. 전투에서 기능적인 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멋있는 행위를 행할수록 판정은 강해지고, 위력 또한 강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