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295
검지를 세우는 것만으로 방어 판정이 적용되고, 행위가 멋있다면 어느 정도의 거리마저 무시한 채 공격 판정이 들어간다는 뜻이었다.
남은 의문은 이것이었다.
“누가 정하지, 아름답다는 기준을?”
“당연히.”
케이든의 목을 푼 레온이 천천히 뒤로 물러서면서 대형 화면을 올려다보았다.
“관중이지.”
‘아이돌 스타’는 가시거리에 화면을 띄우고 수많은 앵글로 자신을 전송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진선미를 느낄 경우 물리법칙을 넘는 판정을 얻게 되는 것이다.
화면을 지켜보던 알비노가 말했다.
“예술 점수 같은 거로군. 하지만 저 정도의 능력자가 있었던가? 결국 들켰을 텐데.”
“히든 코드예요.”
이루키가 일어섰다.
“능력의 규모를 봤을 때 군단장의 마계에 준하는 강도. 이 세계에 적용되는 수치의 한계치일 겁니다.”
루피스트가 눈을 빛냈다.
“그렇다는 것은…….”
“네. 원래 살던 인간이 아니라는 거죠. 레온은 바깥 세계에서 접속한 자예요.”
도로시가 끼어들었다.
“하지만 나는 레온을 알아. 어릴 때부터 즐겨 들었는걸. 그게 가능한 거야?”
네이드가 말했다.
“시로네가 그러는데, 그보다 더한 모순도 관철된다고 했어. 모르타싱어라는 사람은 흉물이 된 얼굴을 보고도 이상함을 못 느꼈대. 애초에 배니싱도 하비츠가 사라진 건 아니잖아? 우리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거지.”
“…….”
이루키는 머리를 짚었다.
“기분이 더러운 건 사실이야. 나에게도 레온의 기억이 남아 있거든. 아무튼 바깥 세계가 개입한 이상 전황은 더 어려워지겠군. 단테, 시로네는 어때?”
단테는 귀에 손을 댔다. 정보 마법으로 통신을 하던 그가 갑자기 되물었다.
“뭐? 무슨 소리야?”
의외의 반응에 루피스트가 물었다.
“왜 그래?”
“아니, 그게…….”
단테가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라는데요?”
말이 끝나는 즉시 그들이 보는 화면에 3개의 인영이 유성처럼 추락했다.
쾅! 쾅! 쾅!
제르비스를 중심으로 시로네와 위저드가 양쪽에서 포지션을 잡고 있었다.
“크크크! 계속 죽여 보시겠다?”
험악한 대치 상황이었으나 레온의 화면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위저드의 뒷모습이 너무 가깝게 클로즈업되어 검은 배경만 뜰 뿐이었다.
토르미아 시민들이 술렁거렸다.
“뭐야? 갑자기 안 보여.”
대형 화면에 비친 것을 확인한 레온이 언짢은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내 앵글 가리지 마.’
전면전 (3)
레온은 앵글을 바꾸었다.
‘무인 촬영.’
고각에서 찍은 화면에 나오자 비로소 사람들은 전황을 볼 수 있었다.
시로네가 물었다.
“위저드, 괜찮아?”
“네. 아직까지는 할 만한 거 같아요.”
말과 달리 자세를 낮추고 있는 그녀의 두 허벅지는 경련하고 있었다.
근육 피로도보다 무한무에 대한 정신적 피로도가 훨씬 심했다.
‘연타로 넣는 건 10년 만이야. 그때하고는 정신 소모도가 너무 차이가 나는데.’
초공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무한무의 영역에 들어갈 때마다 영혼이 걸레처럼 쥐어짜이는 듯했다.
제르비스가 돌진하자 시로네와 위저드는 동시에 좌우로 흩어졌다.
반경이 넓지 않은데도 순간속도가 음속을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소닉붐이 터졌다.
펑. 퍼펑. 펑.
동시에 무인 촬영이 그들을 추적하면서 화면에 세 사람의 전투가 비쳤다.
알비노는 의아했다.
“뭐야? 다른 사람을 찍다니. 능력만 보면 자기애가 엄청 강한 놈인 줄 알았는데?”
루피스트가 말했다.
“무의식의 작용이겠죠. 바깥 세계에서 접속한 이유는 역시 제르비스인 것 같군요.”
실제로 레온은 제르비스가 등장한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악의 울티마를 완성시키면 야훼는 부정당한다. 바깥 세계의 진실도 밝혀지겠지.’
천부적인 재능, 잘생긴 외모 등 신에게 모든 것을 물려받은 그였지만 어릴 때부터 겪었던 삶에 대한 결핍감은 해소가 되지 않았다.
‘나는 누구지? 이 세계는 뭐야?’
물론 이것도 설정일 뿐.
바깥 세계에서 온 그의 메타 임무는 오직 제르비스를 각성시키는 것이었다.
레온이 입꼬리를 올렸다.
“마음껏 날뛰어 봐. 너의 울티마를 위해.”
무인 촬영이 전투 속도를 따라잡자 세 사람의 전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말도 안 돼.”
일반 시민들은 그저 넋을 잃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전투가 아닌 듯했다.
반면 알페아스 마법학교 학생들은 그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크리스는 전율을 느꼈다.
“엄청나다. 시로네 씨가 직접 싸우는 건 처음 봐. 저게 마법으로 가능한 거야?”
사사는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제르비스는 안 죽어. 사건을 데이터로 압축해서 기억으로 바꿔 버린다고.”
학생들 뒤편에 서 있는 시이나 또한 초초하게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긴급 상황에 대응하느라 쿠안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도 바슈카에 왔을 터였다.
‘부디 무사하기를…….’
크리스가 소리쳤다.
“사라졌어!”
순간적으로 앵글이 따라잡지 못했다.
뒤늦게 무인 촬영이 포커스를 잡자, 땅을 짚고 있는 시로네에게 제르비스가 수십 개의 촉수를 창처럼 겨눈 채 돌진하고 있었다.
“크아아! 죽인……! 컥!”
갑자기 목이 돌아가고, 허공에서 발 차기를 날린 위저드의 잔상이 또렷해졌다.
“우와!”
학생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시로네야 만인의 영웅이지만, 학교생활을 10년 동안 같이했던 친구의 활약이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것은 감흥의 차원이 달랐다.
“역시 위저드야! 해치워 버려!”
그들의 응원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위저드는 모든 것을 걸고 돌진했다.
‘할 수 있어!’
이를 악물고 무상신을 발동했다.
1프레임이 소실되고, 다음 순간이 되었다.
시로네는 심장이 철렁했다.
“어……?”
그리고 다음 순간 위저드가 제르비스의 팔을 비틀어 뜯어내며 나타났다.
“크아아악!”
분명한 성과였지만, 무상신의 특성상 아예 목을 비틀어 뽑았어야 정상이었다.
‘늦었다.’
시로네는 직감했다.
‘현실로 돌아오는 게 확실하게 늦었어. 의식에 의식을 거듭한 결과…….’
무상신이 붕괴되는 것이다.
제르비스의 팔을 힘없이 땅에 떨어뜨린 위저드가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렸다.
“하아, 하아.”
여전히 아무 기억도 없지만, 약간의 시간 차가 있었던 만큼 느낌도 달랐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실체 없는 감각, 무한무의 개념이 그녀의 의식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럴수록 공포는 더 강해졌고, 위저드의 입술은 시체처럼 퍼렇게 질렸다.
“아, 아아.”
화면을 통해 지켜보던 시민들은 탄식했다.
“끝났어. 위저드가 제일 강하다고 했잖아. 그런데 저렇게 겁을 먹어서야…….”
“쳇, 차라리 리퍼 쪽에 서는 건데.”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니콜라이가 갑자기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조용히 하세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위저드는 필사적으로 싸우는 거라고요!”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만든 니콜라이는 복잡한 심경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할 수 있어. 너는 할 수 있다고. 누가 뭐라고 해도 너는…….’
우리 학교 졸업반 1등이니까.
한편 위저드의 상태를 살피고 있던 시로네는 미카의 신호를 받았다.
-울티마 수치가 95퍼센트를 돌파했습니다.
“……뭐?”
울티마 시스템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시로네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부처도 우주 밖으로 날려 버렸다.’
“크크. 크크크.”
제르비스가 어깨를 들썩였다.
거의 도달한 울티마의 힘이 그의 흉악한 오라를 하늘 끝까지 퍼트렸다.
“그래, 그런 거였군.”
제르비스는 깨달았다.
어째서 자신이 존재하는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그런 거였습니까?’
내가 신이다.
제르비스의 화신이 끝을 모르고 커지자 수도 바슈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저, 저기 봐!”
화면을 보고 있던 모든 시민들의 고개가 천천히 하늘을 향해 세워졌다.
“아…….”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문어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문어의 입이 열리자 그 안에 우주가 펼쳐졌다.
그곳에서 상반신만 있는 사람의 실루엣이 나와 도시보다 거대한 손을 지상으로 내밀었다.
오오오오오오!
북소리보다 낮고 천둥보다 큰 음파에 시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흑. 흐윽.”
가히 우주적인 공포.
너무나 크고 비정상적이라, 그저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신이 마비될 정도였다.
“……끝났어.”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제르비스가 만든 우주적 화신이 지상을 향해 느릿하게 손바닥을 펼쳤다.
‘죽어라.’
토르미아가 멸망하면 이제 악의 울티마를 막아 낼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사라져라.
시로네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미카.”
-엘리키아 준비 완료.
신호를 받은 것과 동시에 시로네는 제르비스의 화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세인트 크로스.”
하늘을 가린 문어의 화신 뒤편으로 그보다 거대한 빛의 십자가가 탄생했다.
제르비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허어어억!”
문어의 머리가 먼저 십자가에 달라붙고, 수만 개의 다리가 얽히기 시작했다.
심지어 우주 공간에 있던 실루엣조차 두 팔이 벌려진 채 몸부림을 쳤다.
그아아아! 그아아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굉음이었으나 십자가에 걸린 화신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흐으으으!”
시로네는 이를 악물고 집중했다.
‘관철시킨다.’
산맥조차 무릎 아래에 두는 광천사의 화신이 제르비스의 화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거대한 대못을 들어 문어의 입속에 있는 실루엣의 가슴에 박았다.
제르비스가 몸부림쳤다.
“크아아아아!”
그 성스럽고 압도적인 광경을 올려다보며 위저드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