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302
“행위와 구별되지 않는 생각을 말한다. 그건 이를 악물고 힘을 낸다거나, 오늘은 반드시…… 같은 순간적인 충동하고는 다른 거야.”
인간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걷는다는 생각만으로 인간은 걸을 수 없어. 실행의 의지, 수행의 목적, 달성했을 때의 보상과 하지 않았을 때의 손실 등. 수많은 생각들이 합쳐져 강한 생각으로 결론이 났을 때, 비로소 걷게 된다.”
플루는 이해했다.
“더 강한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생각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려면, 인간은 어느 정도로 강한 생각을 가져야 할까? 감정과 논리, 어느 하나도 부족하면 안 돼. 모든 것을 빠짐없이 점검하고, 그 생각이 행위와 구별이 되지 않을 때, 인간은 움직인다.”
절벽을 뛰어내린다.
“하지만 그게 강함의 기준이 될까요? 생각과 달리, 무력의 수치는 명확한데.”
“그래. 누군가는 강하고, 누군가는 약하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는 결국 생각의 문제야.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있지. 바위는 움직이지 않아. 그저 자리에 머물 뿐. 반면에 계란에게는 ‘부딪친다’라는 강한 생각이 작용하고 있다. 너라면 어느 쪽과 싸우고 싶나?”
“그야…….”
답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계란을 얼마나 세게 던지든 바위를 부술 수는 없지 않을까?
“이기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제 생각에 바위는 아마 끄떡도 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렴 어때? 부딪친다, 라고 결정했을 때는 이미 모든 판단이 끝난 거야.”
끝없이 생각한다. 느끼고 분석한다. 확률 계산과 실행의 의지를 거듭한다.
“강한 생각이란 그런 거다. 네 말대로 이기지 못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때는…….”
어차피 후회는 없기에.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 버리면 그만이다.”
로암의 칼날이 루피스트의 옆구리를 베자 순간 피 분수가 뿜어졌다.
“크으!”
루피스트는 통증을 참으며 반격했다.
강철 마법-철갑상어.
우르릉 소리를 내며 강철이 지면 위를 질주했다. 이어서 세 겹의 거대한 가시들이 마치 상어의 이빨처럼 로암을 향해 들이닥쳤다.
“어처구니가 없군.”
로암은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강철을 부러뜨렸다.
굴종의 낙인에서 우위인 이상 설령 강철이라고 해도 타격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라이벌로 생각했던 놈이다. 고작 이 정도였나? 마법협회장이라는 놈이 알량한 이상론에 사로잡혀 현실 분간조차 못 하다니.”
강철 마법-칼의 도화.
로암의 뒤편에서부터 사각 격자 형태의 칼날이 바람의 속도로 날아들었다.
“끝이다, 루피스트.”
***
불꽃이 이글거리는 광경을 본 리퍼는 불길한 예감에 뒤로 물러섰다.
“막아! 저 자식을 막으라고!”
병사들이 다가섰다.
동시에 에어 프레스가 반경 전체를 강하게 짓눌렀다.
쿵!
“어, 어?”
병사들이 우뚝 멈췄다.
착각이었을까? 조금 전 에어 프레스가 떨어졌을 때 약간의 압력을 느꼈다.
‘그럴 리가 없어. 불가촉천민인데.’
바람일 수도 있다. 산들바람.
하지만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바람이 있던가?
가올드는 그들을 지나 리퍼에게 다가갔다.
“잘 들어라, 애송아. 인생을 가르는 건 선도 악도, 공도 애도 아닌 고통의 총량이다. 그게 철학이다. 그것만이 철학이야. 끝까지 가 보지도 못한 놈이, 어디 글줄깨나 읽었다고 내 앞에서 깨달은 척이야?”
“으, 으으!”
리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불꽃이 타오르면서 몸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설마?’
통각 10배.
신경이 예민해지더니 폐로 들어오는 공기가 불을 삼킨 것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허억!”
“크크, 아프냐? 걱정하지 마. 네가 그토록 원하는 최강의 칭호, 내가 줄 테니까. 단…….”
가올드가 눈웃음을 지었다.
“내 고통도 같이 가져가야 할 거야.”
삶을 정하는 건 고통의 총량.
가올드에게는 그것만이 진실이기에, 최강의 칭호 따위 얼마든지 버릴 수 있었다.
통각 100배.
리퍼와 병사들이 몸을 비틀었다. 그러다가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꽥 질렀다.
“아악! 숨, 숨이!”
“뜨거워!”
전신의 신경이 널뛰면서 마치 화형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온몸이 불에 타는 듯했다.
강난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율법의 역전.’
가올드는 통각 무한대에 도달하여 평범한 인간과 같은 감각을 되찾았지만, 무한이라는 것이 수치적인 개념은 아닐 것이다.
신성(神聖), 혹은 착각.
분명한 사실은, 가올드는 더 이상 고통의 역치를 높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파계를 했을 경우 율법의 시소에 의해 고통을 받는 쪽은…….
‘그를 제외한 모든 것.’
통각 1천 배.
대초열지옥에 휩싸인 모든 병사들이 쓰러졌다.
참지 못하고 땅을 쳐 보지만 그럴수록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고통에 몸을 비틀 뿐이었다.
“……!”
소리는 지를 수 없다.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만으로 목이 갈리는 것 같아서.
“아, 윽.”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도 없다. 자신의 고통을 알려야 하므로.
“으아아악! 못 견디겠어! 제발!”
“아파! 너무 아파요!”
강난은 들리는 듯했다, 대초열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귀들의 절규가.
강하다는 것은 (5)
***
일월광륜이 2개의 태양처럼 회전했다.
그럼에도 멸은 약해지지 않았고, 더욱 강한 공격을 미로에게 퍼부었다.
화신의 진동이 전해지면서 미로의 근육도 경련을 일으켰다.
경련은 내장까지 이어졌고, 허벅지 안쪽으로 피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흐윽.”
시간이 없다는 건 자명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터였다.
‘이번 일격에 건다.’
미로는 직접 멸에게 뛰어들었다.
그녀의 의지가 화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천수관음-위태천.
금강저를 든 수천 개의 손이 멸을 강타하자 하늘이 찢어지고 벼락이 쳤다.
미로의 콧잔등이 구겨졌다.
“이런 씨…….”
멸은 미동조차 없었다. 세 쌍의 손바닥을 거꾸로 합장한 채 오롯이 머물고 있을 뿐이었다.
‘얕았어.’
그래서 실패했지만, 더 깊었다면 미로의 아이도 무사하지 못했을 터였다.
순간 멸의 화신이 불타올랐다.
악부처-앙그라 마이뉴.
일월광륜이 허무하게 부서지고, 쇼크를 회복할 틈도 없이 세인이 소리쳤다.
“피해!”
멸의 합장이 풍경에 복사되듯 늘어났다.
역수로 붙은 손바닥은 마치 비가 떨어지는 듯했고, 미로의 마음도 끝을 모르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
쏟아져 내린다.
정신이 아득해진 그때, 엄청난 빛이 폭발해 풍경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빛의 날개를 활짝 펼친 이카엘이 거대한 광륜을 회전시키며 말했다.
“견디세요. 마음이 꺾여서는 안 됩니다.”
그녀가 멸을 향해 날아가자 아슈르가 뒤를 따랐다. 그의 눈에도 각오가 서려 있었다.
‘이카엘 님.’
그녀는 꺾이지 않았다.
마음을 가졌기에 흔들리는 것이지만, 그렇기에 포기할 수 없는 것도 있기에.
‘미안해요, 시로네.’
이카엘은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큰 상처를 주었는데, 또다시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할 뻔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를 지탱했던 의지. 그 작은 의지가 끝없이 거대해졌다.
‘그것이 바로…….’
증(增)!
이카엘의 주먹이 멸을 강타했다.
빛이 폭발하며 악부처가 괴성을 내질렀다.
“크오오오오!”
세인이 소리쳤다.
“지금이야!”
미로는 이미 돌진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 일격으로 그녀는 아이를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격을 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장담할 수 없는 문제였다. 남은 건 선택뿐.
‘가올드, 날 이해해 줘.’
미로는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그리고 점차 속도를 줄이더니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몸을 웅크렸다.
‘나, 네 아이를 낳고 싶어.’
세인의 눈이 커졌다.
“미……!”
하지만 소리치지 못했다.
대체 누가 그녀에게 소리를 칠 수 있단 말인가.
‘그래. 너답구나, 미로.’
선이란 옳음을 지키는 것.
그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옳음이야말로 악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오직 선을 위해 마련된 성지일 것이기에.
‘우리 아기. 엄마가 지켜 줄게.’
천수관음의 화신 또한 천 개의 팔을 구부리며 미로를 감싸 안는 것이었다.
쾅! 쾅!
전장의 병사들은 지켜보았다.
관음의 웅크린 화신 위로 멸의 수도가 사정없이 내리찍히는 광경을.
“미로, 임신했었지.”
지금 이 자리에서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어머니의 배 속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그만!”
맥버크가 소리쳤다.
“그만해! 배 속에 애가 있잖아! 저러다가 진짜 죽어! 누가 책임질 거야?”
울림은 컸다.
하지만 여전히 전쟁의 흥분 상태를 겪고 있는 자들은 냉혹하게 소리쳤다.
“시끄러! 이건 전쟁이야! 저 여자를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 게다가 네 애도 아니잖아! 네가 저 여자 대신 죽어 주기라도 할 거야?”
“아, 아무리 그래도…….”
“그딴 게 뭐가 중요해, 이 상황에서!”
등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뒤를 돌아본 맥버크는 피드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날 싸운 뒤로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기에 자신과 같은 조에 합류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너, 너.”
피드로는 맥버크를 흘끗 보았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여기서 죽고 싶은 사람 아무도 없어! 저 애도 내 애는 아니지! 하지만……!”
피드로는 울컥했다.
“이런 짓이나 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니잖아.”
침묵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