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317
폭소를 터트리던 그가 미로와 눈을 마주치더니 갑자기 강난을 찾았다.
“아, 근데, 그 남방 쪽 말이야…….”
남편을 째려보던 미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주스를 벌컥벌컥 비웠다.
모든 사람들이 소리쳤다.
“빠레이!”
록 음악이 고조되면서 술집 내부는 엄청난 사운드로 정신이 없었다.
성음이 에이미의 귀에 대고 말했다.
“노래가 정말 요란하구나.”
“하하! 중부 대륙에서 유명한 곡이야. 꿈을 향해 달리는 내용인데, 나도 좋아해.”
확실히 시끄러운 와중에도 사람들은 흥에 넘쳐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성음은 자신의 잔에 가득 따라져 있는 술을 한번에 비웠다.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피었다.
“네가 좋아하는 노래라면 나도 좋다.”
“그래? 좋았어!”
자리에서 일어난 에이미가 무대로 향하자 네이드가 울부짖는 얼굴로 손짓을 했다.
“컴온 베이비! 컴온!”
에이미의 어깨를 끌어안은 네이드가 함께 열창하자 사람들이 환호하며 일어섰다.
열광의 분위기 속에서 성음은 두 손을 맞잡고 에이미를 보고 있었다.
테스는 피식 웃었다.
‘꿀 떨어지겠네. 위험한 거 아냐?’
한편 무대에서 가장 먼 자리에는 알페아스 마법학교 졸업생들이 있었다.
가까운 곳보다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광란의 풍경이 더욱 기괴했다.
“잠시 합석해도?”
시로네가 오자 학생들이 반쯤 엉덩이를 들었다.
“시, 시로네!”
실수로 존칭을 생략한 이유는 이미 세계의 고유명사처럼 쓰이기 때문이다.
시이나가 맞은편 자리를 권했다.
“당연하지. 어서 앉아. 이번에도 고생 많았어.”
“감사합니다. 그 전에 학생들에게 한 잔씩 돌려도 될까요? 예전 생각도 나서.”
“응? 술을?”
시이나가 학생들을 돌아보자 하나같이 간절한 눈빛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좋아. 뭐, 한 잔 정도는.”
한때 시로네와 이루키, 네이드도 시이나와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크리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진짜 시로네다.’
주변인일 때는 세계 최강이니 야훼니 쉽게 떠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접점이 생기자 그가 눈앞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신기했다.
“곧 졸업 시험이지? 열심히 해.”
“아, 감사합니다!”
그렇게 사사와 위저드를 지나 니콜라이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잔을 들지 못했다.
“응? 왜?”
니콜라이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
‘쪽팔려.’
누가 강하니, 6 대 4가 어쩌니.
실제 전투를 눈으로 지켜본 지금은 알았다.
‘그런 게 아니야.’
두 인간이 모든 것을 걸고 부딪친다.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겠지만,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
그저 그 충돌에 담길 심적, 정신적, 육체적 극기가 아찔할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위저드에게 시로네 님에 대해 말을 실수한 적이 있어요. 보고 있는 앞에서 차마 술을 받기가…….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위저드가 포크를 흔들며 말했다.
“하여튼 고리타분하긴. 뭘 여태까지 신경 쓰고 그래? 스승님은 그런 걸로 화내지 않아.”
“하하! 그래. 마법학교 학생이 마법사에 대해 논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다 밑거름이 될 거야.”
“네. 정말 엄청난 교훈이 됐습니다.”
“그럼…….”
시로네가 다음 사람을 돌아보자 니콜라이가 곧바로 술잔을 내밀었다.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학생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그렇게 모두가 술을 받고 덕담까지 끝내자 쿠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로네, 잠깐 시간 되나?”
“네? 아, 네.”
쿠안은 바깥 세계에서 카이와 나눈 대화를 아직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이 녀석이 있어서 다행이군.’
오직 시로네만이 감당할 수 있을 터였다.
두 사람은 술집을 나섰다. 문틈 너머로 네이드가 반쯤 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꿈을 향해.
시간이 흐른다.
네이드의 짧은 노래처럼, 현란한 기타 선율처럼 세계는 질주하고 있었다.
“이번 사태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과연 누가 이 세계의 정의를 지킬 것인지.”
포니가 주먹을 쥐고 소리쳤다.
“바로 우리! 토르미아입니다! 저는 세계지도국의 정상으로서, 세상을 전복시키려고 했던 전범국들에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토르미아 만세! 포니 국왕 만세!”
국민들이 환호했다.
“실존하지 않는 범죄가 어떻게 추정이 된단 말인가! 이건 판정할 수 없는 일일세!”
씽을 사이에 두고 상아탑의 별들과 위성들은 날마다 논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하나의 계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이에요. 행위를 했다고요. 즉, 악을 수행한 거죠.”
“수행의 실체가 없지 않소!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 결과 없는 원인도 없는 법!”
“그린 식으로 따지면……!”
제1차 전범 재판.
“스톡 리퍼의 혐의에 대해 미수 판결을 내립니다. 단, 미수로 그쳤다고는 하나 그 발상이 너무 끔찍하고 위험했던바, 사형을 선고합니다.”
참관자들이 박수를 쳤다.
“죽여! 죽여 버려!”
“또한 성전지도국에 속한 각국 왕들의 혐의에 대해서는, 실제로 분란을 주도할 생각이 없었고 혼란 속에서 세계를 안정시키고자 했던 노력을 참작하여 혐의 없음으로 판결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우우우우!
예상치 못한 결과에 모두가 야유를 보냈다.
기자들이 들고일어났다.
“이해할 수 없는 판결입니다! 리퍼에게 병사와 자금을 지원한 자들을 풀어 주다니! 훗날 악을 방조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겁니다!”
“조용! 조용!”
우우우우우!
“다 집어치워! 이딴 게 무슨 재판이야? 항소해! 검사단, 항소하라고!”
“왕 모가지 하나 써는 게 뭐 대수라고.”
수백 장의 서류를 전광석화처럼 결재하는 알비노가 펜을 놀리며 말했다.
“중요한 건 전쟁배상금이야. 살고 싶으면 돈 내놓으라고 해. 상아탑이 뭐라 지껄이든 세상 사람들은 왕을 심판하고 싶어 하거든. 무력으로 안된다는 건 저놈들도 알아. 각국마다 200조씩 때려 버려.”
“하지만 당장 지불 가능한 왕국이 없어요.”
“우리가 빌려주면 되잖아? 중앙은행 통해서 채무 상환 협정 맺고 금이랑 은, 싹 다 긁어 와. 토르미아 화폐를 기축통화로 해서 채무 불이행 시에는 다른 걸로 받아. 국영 도로, 광산 채굴권, 어업협정권 등 인프라란 인프라는 전부 빨아 버려야 해. 최소 50년 동안은 토르미아를 넘볼 생각조차 못 하게 초격차를 벌리는 거라고.”
알비노가 직원을 흘끔 보더니 소리쳤다.
“뭐 해? 빨리 가서 서류 만들어 와! 지금 처리해야 할 게 몇백 가지인 줄 알아?”
“아, 네!”
직원이 도망치듯 용뢰를 나섰다.
잠시 들른 루피스트와 플루도 바쁜 알비노에게 차마 말을 걸지 못했다.
플루가 작게 말했다.
“은퇴는…… 아직 먼 거 같죠?”
“토르미아에 중요한 분기점이니까. 내 눈에는 잔뜩 신이 난 걸로 보이는군.”
도로시가 차를 내왔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루피스트가 물었다.
“용뢰의 수장께서는 아직 연락이?”
“그렇죠, 뭐. 네이드와 손잡고 나가서는 아예 들어오지를 않아요. 하여튼…….”
플루가 말했다.
“좀 너무하네요. 결혼식까지 미뤘는데.”
“하하! 그래도 저 아니면 누가 받아 주겠어요? 그 인간이 그랬거든요.”
창문을 돌아보며 도로시가 미소 지었다.
“이번엔 진짜라고.”
신기루가 아니다.
“알페아스 마법학교 졸업 시험을 시작합니다!”
콜로세움을 따라 서 있는 30명의 졸업반 학생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대형 비전에 졸업 시험 정규 과목인 6개의 항목이 룰렛처럼 돌고 있었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 위저드의 두 눈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났다.
‘마법사가 된다.’
루피스트가 훈장을 달아 주었다.
“축하한다. 이제부터 자네는 토르미아 마법협회의 제1급 대마법사다.”
“감사합니다!”
5대 명문 중에서도 특별히 초청받은 위저드는 마법사 자격증을 얻었다.
졸업과 동시에 제1급.
무에 대수냐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막상 자격증을 보자 가슴이 뛰었다.
‘해냈어.’
협회를 나서자 시로네와 에이미가 서 있었다.
“어? 스승님!”
“축하해. 나도 못 해 본 1급이네.”
“에이, 뭘요. 스승님은 오대성이시잖아요. 그런데 저 때문에 오신 거예요?”
시로네는 에이미와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같이 갈 데가 있어. 극비라 지금은 말 못 하지만, 너의 첫 번째 임무라고 할까?”
“극비? 임무?”
위저드는 눈을 깜박거렸다.
제2차 전범 재판.
“1심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쟁범죄 혐의자들에 대해 사형을 선고합니다. 또한 배상금은 제1전범국부터 각각 32조, 26조, 18조…….”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공판 티켓을 던졌다.
“죽여라! 죽여라!”
그들은 왕의 목이 잘리는 것을 보고 싶었다.
꿈을 향해.
네이드의 기타 솔로가 이어진다. 세계 또한 급격히 요동치고 있었다.
“사형이 말이 돼? 혁명당 쪽에 돈 좀 뿌려! 정권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으란 말이야! 각국 언론사 매수해서 여론 바꾸고, 국민들끼리 서로 싸우게 해! 증오할 대상을 만들어 주라고! 이러다가 진짜 다 죽어!”
매일같이 호외 신문이 나부꼈다.
-바이덴 국무총리 사고사. 타살의 가능성도…….
-매일 격해지는 폭동 사태. 사상자 271명. 각국 공조가 절실한…….
세계적인 자금 흐름이 생겼다.
특히 각국 대형 카지노에는 현찰을 가득 실은 마차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정복을 입은 자가 마차를 세웠다.
“정지.”
짐칸은 박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 하나를 열자 낡은 지폐들이 보였다.
눈대중으로 액수를 가늠한 그가 말했다.
“요즘 세탁소가 활황이라는 건 알지만, 이건 사이즈가 너무 큰데요. 다 소화 못합니다.”
“빨 만큼 빤 돈이오. 그쪽이 물릴 일은 없을 겁니다. 빳빳하게 말려만 주시오.”
“흐음.”
남자는 엄지로 창고를 가리켰다.
“입고해.”
70평이 넘는 VIP 룸의 구석 쪽에 블록처럼 각이 진 지폐가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깨끗한 돈입니다.”
관료들의 중심에 앉아 있는 구스타프의 왕자는 입술 사이로 연기를 뿜어냈다.
크기를 본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옮겨.”
비서들이 돈을 싣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