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45
“반전?”
에이미가 관심을 갖자 테스가 말했다.
“스키마 고급 기술 중 하나야. 유저들은 여러 장의 스키마를 중첩시켜서 빌드 업하지. 반전은 이 스키마의 순서를 한순간에 역전시키는 거야. 한마디로 가장 위에 있던 스키마가 갑자기 베이스가 되는 거지.”
시로네도 흥미가 생겼다.
“스키마를 역전시키면 뭐가 좋은데?”
“스키마 유저는 직업에 따라 베이스가 달라. 무투파는 보통 근력 강화를 베이스로 하고, 마지막에 세포 활성화 같은 것을 두지. 그러다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시에 반전을 일으키는 거야. 그럼 세포 활성화 스키마가 베이스가 되면서 치료 속도가 훨씬 빨라지지. 물론 그만큼 근력 강화 스키마는 영향력이 줄어들지만. 일종의 스위치 전략이야.”
“아하.”
에이미 또한 스키마를 여는 것에서 배움을 그쳤기에 새삼 놀라웠다.
‘그래서…….’
파이어 콜에 머리를 직격당한 프리먼이 빠른 시간에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마르샤가 포크로 프리먼을 가리켰다.
“이 녀석은 완전 겁쟁이거든. 꼭 중요할 때 승부를 안 보고 방어 전략을 쓴다니까.”
프리먼은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았다. 마르샤를 지킬 수 있다면 오명도 아프지 않았다.
그는 화제를 바꾸었다.
“너희들은 이제 어떡할 거냐? 우리는 정리가 끝나는 대로 섬을 떠날 거다. 며칠 시간이 걸릴 거야. 그 안에 필요한 게 있다면 최대한 도와주마.”
시로네는 프리먼에게도 은인이었다.
마르샤 또한 다르지 않은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괜히 놀러 왔다가 이런 일에 휘말렸는데, 뜯어낼 게 있으면 다 뜯어내야지. 뭐든지 말해. 이 지역의 관광지는 아직까진 우리 거니까.”
“아, 우리는 케르고 유적에 갈 거예요.”
시로네의 말에 마르샤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케르고오? 별로 재미없을 텐데?”
“그게 실은…….”
섬에 온 이유와 케르고 유적지에서 겪은 일을 말하자 마르샤가 눈을 크게 떴다.
“어머, 그런 비밀이 있었구나. 사실 나는 섬을 떠나 있어서 잘 몰라. 프리먼, 너는 알고 있었어?”
“어느 정도는. 팔코아가 원주민들하고 거래를 했으니까. 꽤나 비밀이 많은 곳이지.”
‘아, 그렇구나.’
유적지에서 만난 용병들은 성취와 희생의 방에 막혔으나, 팔코아는 대량의 루프를 주점에 유통했다.
케르고 자치 지구의 고위 사제와 연줄이 닿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늦은 점심(2)
마르샤가 턱을 괴었다.
“케르고 자치 구역으로 들어가고 싶다 이거지? 그 시험이라는 거, 통과할 자신 있어?”
“생각해 둔 것은 있어요. 확신은 못 하지만.”
마르샤가 프리먼을 돌아보았다.
“어때?”
“그곳에 가는 게 전부라면 도와줄 수 있다. 팔코아가 근래에도 루프를 거래했으니까. 프리먼 조직의 통행증을 보여 주면 될 거야. 어쨌거나 그런 쪽으로는 꽤나 유능한 녀석이니, 그쪽도 신뢰할 거다.”
에이미가 말했다.
“좀 이상한데. 불법이라고 해도 다른 루트가 있다면 성취와 희생의 방은 왜 필요하지? 어쩌면 두 가지 루트가 다른 결과를 내는 거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실력자들이 후자를 고수하는 이유가 설명이 안 돼.”
테스가 말했다.
“너무 깊게 생각한 거 아냐? 매수할 돈이 아까워서 시험을 치른 것일 수도 있지. 혹은 케르고인의 전통이거나. 축소된 문화일수록 그런 게 강조되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시험이 형식적인 절차, 혹은 전통에 불과하다면 알페아스가 굳이 가 보라고 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리먼이 나섰다.
“직접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닌가? 꼭 어느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으니까. 필요하다면 통행증을 만들어 주마. 지금 바로 가능할 거야.”
시로네가 말했다.
“네. 부탁드릴게요.”
아직 어떤 루트를 탈 것인지 정하지 않았지만 접근 방법은 많을수록 좋았다.
부하에게 지시를 내린 프리먼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원주민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할 거다. 용병단에는 없으니까.”
“어라? 그럼 팔코아는요?”
“섬에 들어온 이후 팔코아는 용병단 외에도 독자적인 인맥을 구축했어. 그중에는 암시장의 브로커도 있지. 그곳에서 통역관을 지원받았던 것 같다.”
“흐음, 그럼 우리도 통역관을 구해야겠네요.”
유나가 손을 들었다.
“저기,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응? 괜찮아. 무슨 말이든 해도 돼.”
“오빠가 케르고어를 조금 할 줄 알아요.”
에이미가 돌아보았다.
“지스가? 언제 배운 거야?”
“저 때문에 어릴 때부터 온갖 일을 다 했거든요. 항구 호객꾼이 되기 전에는 유적지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 배운 것 같아요.”
프리먼이 말했다.
“잘됐군. 그럼 우리가 그 사람을 고용하지. 직접 찾아 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마법협회에서 마르샤의 위치를 포착하기 전에 섬을 떠나야 해.”
국가 단위에서 추격을 당하는 입장이니 지금 이 시간조차도 초조할 터였다.
전투를 복기하는 것은, 특히 실전이라면 흔치 않은 기회지만 시로네는 이쯤에서 대화를 접었다.
밖으로 나가자 늦은 오후의 석양이 깔렸다. 이대로 간다면 밤이 되어서야 도착할 듯했다.
“자, 이걸 써.”
마르샤가 공간 이동 팔찌를 내밀었다.
“사용법은 단순해. 팔찌에 자체적으로 마법이 적용되어 있어서 좌표만 입력해 두면 돼.”
출구와 가장 가까운 좌표를 입력한 마르샤가 일행에게 팔찌를 채워 주며 말했다.
“출구로 가면 마차가 대기하고 있을 거야. 그걸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 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해. 돌아가면 꼭 회복 마법사에게 치료를 받아.”
“네. 고마워요.”
마르샤는 씁쓸하게 웃었다.
고작 이 정도의 호의로 갚을 수 있는 빚이 아니었다.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가던 시로네가 문득 돌아서서 물었다.
“다시 볼 수 있겠죠?”
그녀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걱정 마. 클레이 마르샤는 언제 어디서든 너를 찾아낼 수 있으니까.”
할 수 있다는 약속이었다.
친구들과 합류한 시로네가 팔찌를 작동시키자 공간 이동의 섬광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마르샤가 물었다.
“케르고 유적이라. 괜찮을까?”
“아마 괜찮지 않을 거다.”
마르샤가 인상을 쓰며 돌아보았으나 프리먼은 늘 그렇듯 담담하게 내뱉었다.
“하지만 이겨 낼 거야. 강한 녀석들이니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마르샤가 다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었다.
“……그래.”
위험한 거래(1)
날이 어둑해질 무렵, 시로네 일행은 마차를 타고 별장 앞에 도착했다.
“가자, 유나. 오빠는 자고 있을 거야.”
에이미의 말과 달리 문을 열자 아픈 몸을 이끌고 거실을 서성이는 지스가 보였다.
시로네 일행이 들어오자 황급히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아, 아아…….”
세상에 하나뿐인 여동생이 상처 하나 없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유나야!”
“오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는 남매의 모습에 시로네 일행의 마음도 따듯해졌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응, 나는 괜찮아. 오빠들이랑 언니들이 구해 줬어. 근데 오빠는 이게 무슨 꼴이야? 얼마나 다쳤는데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어?”
“나는 괜찮아. 너만 돌아오면 하나도 안 아파.”
사실 걷는 것조차 힘든 지스였지만 유나에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여동생이 끌려간 상황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채찍이었다.
지스는 시로네 일행을 돌아보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감격에 젖었다.
“고마워.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을게.”
테스가 괜찮다는 듯 지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프리먼에게 들은 얘기가 있으니 생색을 내는 건 나중 일이었다.
“에이, 뭐 이런 걸 가지고. 얼마든지 잊어도 돼. 대신 사례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부탁이 있는데.”
“응? 부탁?”
시로네 일행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지만, 앵무 용병단과 싸울 정도로 강한 자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은 좀 불안했다.
“뭐, 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긴 하지?”
지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로네 일행은 물론이고 유나마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피곤에 지친 유나를 먼저 재운 지스는 일행이 기다리는 테이블로 돌아왔다.
약초를 달인 차를 홀짝이던 그가 잠시 중단되었던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루프 밀매 루트를 통해서 자치 지구로 들어간다 이거지? 그래서 통역관이 필요하고.”
“응. 유나는 네가 굉장히 능숙하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고 싶어서.”
“일상 회화 정도는 문제없어. 내가 가이드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자치 지구라. 음.”
지스는 턱을 쓰다듬었다.
“왜 그래?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
“아니, 괜찮아. 너희들이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안내할게. 다만 무슨 일 때문에 가는지는 모르지만 그곳은 특별한 곳이야. 나도 설명을 들은 건 아니지만 일하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 게다가 갈리앙트 정부에서도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고. 그래도 괜찮겠어?”
시로네가 물었다.
“정부에서 출입을 통제한다고? 하지만 갈리앙트 정부와 케르고 자치 지구는 행정기관이 다를 텐데. 그쪽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거 아냐?”
“물론 그렇지. 다만 우리의 행정구역이 문제야. 우리는 케르고 자치 지구가 아니라 갈리앙트 정부의 허가를 받고 이 섬에서 활동을 하는 거라고. 그리고 갈리앙트 정부는 원주민 자치 구역에 진입하는 것을 엄금하고 있고. 사실 명목상의 통제일 뿐이긴 한데, 그렇게까지 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면 미안해.”
“아니, 괜찮아. 우리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가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고. 물론 지스, 네가 가이드를 해 줄 때의 얘기지만.”
“당연히 해야지! 가이드 하면 지스 아니겠어?”
자신 있게 가슴을 때린 지스는 다친 부위의 고통에 헛숨을 내쉬었다.
한참이나 그렇게 고통을 감내하던 그가 아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그런데 내 몸 상태가 이래 가지고 제대로 돌아다닐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
“그건 걱정하지 마. 내일 회복 마법사에게 찾아갈 테니까. 대부분의 외상은 고칠 수 있을 거야.”
“우와, 회복 마법사? 그거 엄청 비쌀 텐데?”
에이미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네가 제시했던 가이드 비용보다는 싸겠지.”
“하, 하하.”
지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비교하고 보니 얼마나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는지 와닿았다.
“그땐 미안했다니까. 어쨌든 다 지난 일이잖아.”
시로네가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래. 일단 오늘은 좀 쉬는 게 좋겠어. 정신력이야 자고 나면 회복되겠지만, 리안과 테스는 회복 마법을 받기 전까지는 불편할 테니까.”
테스가 말했다.
“후후, 나는 괜찮아. 상처는 아물었으니까.”
일행이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그녀의 뺨이나 팔에 새겨졌던 검상들이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어떻게 한 거야? 아까 말한 세포 재생?”
“비슷한데, 그 정도는 아니야. 세포 활성화는 정말 수비적인 빌드라서 인체 도식을 여러 장 가진 고수들이 아니면 잘 쓰지 않거든. 대신에 나는 두 번째 스키마를 미토콘드리아로 잡았지. 이 정도로도 찰과상쯤은 충분히 회복할 수 있어.”
“미토콘드리아?”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세포 기관이야. 미토콘드리아를 강화하면 순발력, 재생력, 지구력과 같은 신체 기본적인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나 같은 경우는 감각 계열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두 번째 도식으로 쓰지만 공공 기관, 그러니까 왕국 병사나 근위대 같은 경우 미토콘드리아 빌드를 기본으로 쓰도록 되어 있어. 간부급은 예외지만.”
말이 나온 김에 시로네가 물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스키마를 중첩한다는 게 뭐야? 육체는 하나잖아. 두 번째 빌드니 기본 빌드니,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안 돼서.”
여태까지는 마법을 중점으로 배웠지만 막상 실전을 경험하자 상대에 대해 아는 것 또한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음, 그럴 수 있지. 가상의 인체 도식이라는 것은 아직 스키마를 열지 못한 검사에게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고안된 이론이니까. 막상 실제로 스키마를 열면 도식 같은 평면적인 느낌하고는 전혀 달라. 육체의 세포가 각성되면서 선명도를 넓혀 가는 방식이거든. 예를 들어 운동신경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에게 제자리 점프로 한 바퀴를 돌아보라고 하면 어떨까? 일단 중심을 낮추고 몸을 뒤틀겠지. 그리고 탄성을 이용해서 힘껏 뛰는 거야.”
“그렇겠지.”
“그럴 경우, 그 사람이 자신의 육체를 인식할 수 있는 채널은 하나야. 그냥 통째의 몸. 이게 바로 한 장의 도식이야. 물론 스키마 유저가 아니기 때문에 그조차도 암흑이지. 즉, 자신의 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야. 액션을 취하기 전에 생각한 것은 ‘최대한 몸을 돌리면서 뛰어야지.’ 정도가 고작이지 않을까?”
“아하.”
“반면에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에게 같은 액션을 지시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하체 근력에 집중하겠지. 그리고 뛰어오르면서 무게중심을 잡는 거야. 회전력을 계산해서 350도를 돌 것 같은지, 360도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 것인지를 감각하지. 여기까지만 해도 근력 빌드, 감각 빌드가 들어가. 즉 두 장의 도식이야. 더 해 볼까? 회전하면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 회전축의 기울기가 어느 정도인지, 손끝이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발끝이 땅에 닿을 때까지 남은 거리와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그렇게 세 장, 네 장, 다섯 장…….”
“우와…….”
시로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위험한 거래(2)
“이것을 스키마의 중첩이라고 해. 설명을 위한 도식이지만 실상 당사자는 한 동작을 수행하는 중에 이 모든 것을 동시에 느껴. 대신 우선순위가 있는 거지. 그게 바로 베이스 빌드가 되는 거야. 전사라면 근력에 집중하고 궁수라면 신경, 혹은 감각이 되겠지.”
“그럼 아까 말한 ‘반전’이라는 건…….”
“그래. 예를 들어 바위를 든다고 해 보자. 처음에는 근력에 베이스를 둘 거야.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하니까. 그런데 막상 머리 위로 들어 보니 도저히 무게를 견딜 수가 없는 거야. 이대로 두면 몸이 부서질지도 몰라. 그럴 경우, 대부분의 인간은 육체의 힘을 풀고 빠르게 자리를 이탈하지. 즉, 근력이 기반이었을 때는 가장 후순위였던 민첩성이 한순간에 베이스를 차지하게 되는 거야. 이걸 반전이라고 해.”
“특정 상황에 대한 대응 기술이네. 마법으로 따지면 스피릿 존의 사방식 같은.”
“그렇지. 스키마를 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근력이나 민첩이 있으니 반전을 도모할 수 있지만, 실제 전투에서는 그런 수준이 아니야. 일반인보다 훨씬 강한 근력을 내는 중에 갑자기 민첩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거든. 숙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랬다가는 몸이 망가질 수도 있어.”
“스키마 밸런스 문제 말이지.”
시로네도 귀동냥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응. 일반인과 달리 스키마 유저는 육체의 특정 능력을 인위적으로 강화시키기 때문에 밸런스 비대칭이 오게 되지. 신경계를 너무 끌어올리면 반응속도에 비해 근력이 따라 주지 못해서 몸이 상하는 경우가 있어. 반대로 근력에 치중하면 타격 시에 주먹이 망가질 수도 있고. 그래서 베이스 스키마가 중요한 거야. 베이스를 먼저 정하고 그 특성에 맞게 차곡차곡 중첩시키는 거지.”
운동선수들이 주로 단련하는 근육이 저마다 다른 것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가장 효율이 높은 건 베이스 스키마야. 개인차는 있지만 첫 번째 도식의 효율이 100이라면 두 번째는 50, 세 번째는 25, 이런 식으로 효율이 대폭 감소해. 도식의 순서를 바꿀 수도 있지만 테크닉 트리의 고수가 아니라면 실전에서 바로 적용하기는 힘들어.”
“밸런스가 망가지니까.”
“그래. 만약 도식의 모든 순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운동 능력의 천재겠지. 다만 누구나 훈련하면 익힐 수 있는 몇 가지 기술이 있어. 아까 말한 ‘반전’도 그중의 하나야. 사방식처럼, 일종의 패턴을 만들어서 반복 훈련을 하는 거지.”
테스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이곳에 투명한 종이를 세 장 겹친다고 가정할게. 스키마 도식이 되겠지. 그리고 이걸 내려다보면 우리의 시선은 순서대로 종이를 투과할 거야. 이 시선이 바로 우리가 자신의 몸을 인지하는 감각이고. 이걸 1, 2, 3이라고 부른다면 반전은 시점을 역전시켜서 아래에서 위로 보게 만드는 거야. 3, 2, 1. 그럼 가장 위쪽에 있던 스키마가 베이스가 되는 거지. 이것 외에도 이탈, 투과, 접기, 교차 등 테크닉 트리에 관련한 수많은 기술이 있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응용해서 스키마를 쌓아 올리는 것을 빌드라고 부르는 거야.”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검사 또한 고도로 전문적인 이론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이해했어. 그럼 테스는 두 번째 테크닉 트리에 미토콘드리아 스키마를 올렸다는 거네. 효율은 베이스에 비해 절반 정도일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