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69
시로네는 노르의 쉼터에서 들은 미로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미로가 율법을 부정했음에도 노인의 어머니는 그녀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민이 라에게 복종하는 존재에 불과하다면 그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로는 천국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낀 것일까?
확실한 것은 내일이 되면 시로네 또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미로는……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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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천 샤마인.
신민관리 요정부 제73지부.
페오페가 근무하는 요정 부서는 샤마인 중에서도 연옥과 맞닿은 외곽에 터를 잡고 있었다. 세계수라 불리는 거대한 나무에 수백 채의 집들이 지어져 있고 그 사이를 작은 요정들이 종달새처럼 날아다녔다.
페오페는 세계수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요정부장의 거처는 인간의 집보다 훨씬 작았지만 그런만큼 아기자기하고 화려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요정부장 이기린이 날개를 접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짙은 눈 화장을 했고, 뺨에는 황금빛 넝쿨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권위에서 태어난 요정이기도 했지만 나이만 따져도 페오페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어른이었다. 특히나 아름다운 외모는 다른 요정들에게도 경탄을 자아냈다.
1. 신의 자비 (2)
“부장님, 다녀왔습니다.”
“그래. 나선의 요정 페오페로구나.”
“네. 기억해 주시는군요.”
“그야 당연하지. 1년 전에 네가 탄생한 이후로 어떤 요정도 탄생하지 않았으니까.”
페오페는 시무룩해졌다. 요정 72계급의 막내. 이기린이 자신을 기억해 주는 이유는 고작 그 정도였다.
요정은 여성형이라 번식이 불가능하다. 종족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개체가 탄생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고 페오페는 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태어난 요정이었다.
“탈주자 건은 어떻게 됐지? 카냐와 레나라고 했던가?”
“네. 자백은 들었고 순순히 조사해 응했습니다.”
“그래서 판결은?”
“두 사람 모두 1년 삭감으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1년?”
이기린이 마뜩하지 않다는 표정을 짓자 페오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자신이 내린 판결에 의심은 없다. 하지만 초심자로서 제대로 된 판결을 내렸는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아직 어리다고는 하나 너 또한 율법의 집행자. 뜻을 존중해야겠지. 하지만 이건 묻고 싶구나. 외압은 없었던 것이냐?”
“네. 저의 뜻입니다.”
시로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기는 했지만 외압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과도한 형량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1년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기린은 의심의 눈초리로 페오페를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연옥 탈출에 수명 1년 삭감의 판결이 내려진 적은 없었다. 태어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요정치고는 판결이 신선했다.
“다른 특별한 일은 없었느냐? 신민의 뒤를 따라 이단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페오페는 갈등했다. 엄밀히 따졌을 때 카냐와 동행한 자들은 이단이 아닌 네피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털어놓으면 사실과 다른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페오페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이단을 본 적은 없습니다.”
이기린은 다음 말을 기다렸다.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페오페에게서는 어떠한 첨언도 없었다.
한숨을 내쉰 이기린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래, 수고했구나. 나가 보아라.”
“네. 편히 쉬세요, 부장님.”
페오페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자택의 문이 닫히자 이기린은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측근인 진실의 요정 메르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었지?”
“페오페는 진실만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전부 얘기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그랬겠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직은 많이 배워야 할 시기인데, 어릴 때부터 주관이 강해지는 게 걱정스럽구나.”
이기린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신민을 따라서 천국에 들어온 인간들에 대해 알아 오거라. 메카 사령부에 가면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메르는 천장에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 빠져나갔다.
이기린은 다리를 꼬고 미간을 주물렀다.
73번 구역은 조용하기로 유명한 사고 청정 지역이었다. 그런 곳에 이단도 신민도 아닌 인간이 들어왔다.
3천 년을 살아온 그녀의 직감이 1명의 이단을 떠올리게 했다.
“아드리아스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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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떨려서 죽는 줄 알았네.”
페오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1년이나 살았으니 적응이 될 법도 하건만, 이기린을 만날 때마다 몸이 굳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나 오늘처럼 자의적인 판단으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는 압박감이 더욱 심했다.
“하아, 율법의 집행자도 힘들다니까.”
“깔깔깔! 신민 상대하는 게 뭐가 힘들어? 다 네가 못나서 그렇지.”
뒤편에서 들리는 소리에 페오페는 인상을 썼다. 고개를 돌리자 여지없이 요정 세 자매가 비웃음을 지으며 다가와 있었다.
페오페가 태어나기 전에는 저들이 막내였다고 한다. 개념에서 태어나는 요정에게 혈족은 없지만, 태어난 시기가 비슷해서 세 자매로 불리는 요정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페오페는 억지로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요정 세 자매의 인상이 더욱 사나워졌다.
처음부터 저들의 얼굴이 저랬던 것은 아니다.
정에서 태어나는 요정들은 마음의 변화가 쉽게 얼굴에 드러난다.
어떤 요정이라도 막내 생활을 10년 정도 거치다 보면 저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얘기는 들었어. 1년 판결을 내렸다며? 인간에게 휘둘린 거지? 안 봐도 다 알아.”
“아니에요.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어머, 그러니? 그럼 참으로 어리석은 판결이네. 이제 너는 공식적으로 호구가 된 거야. 앞으로 신민들이 너를 존경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걸!”
요정 세 자매가 입을 가리며 까르르 웃었다.
페오페는 화가 났으나 내색할 수는 없었다. 직속 선배에게 찍히면 평생을 시달리게 된다. 그 평생이란 최소 1만 년이었다.
버티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다음 막내가 태어나면 그녀들도 자신을 내버려 둘 터였다.
“아무튼 제대로 하란 말이야. 예전에는 너 같은 애는 집행자로 시켜 주지도 않았어. 요즘은 정이 잘 태어나지 않으니까 그나마 봐주는 거야. 신민을 더 쥐어짜 내란 말이야.”
“그렇게 하고 있어요.”
“하기는 뭘 해? 태어난 지 1년밖에 안 된 네가 뭘 안다고 말대꾸야?”
페오페는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도 이제 갓 10년을 넘겼으면서 훈수를 두는 게 가관이었지만 철저한 계급사회인 요정계에서 한 살짜리가 목소리를 낼 방법은 없었다.
“알겠어?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한단 말이야. 그래야 신민들이 따른다고. 다음부터 이런 일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
요정 세 자매가 으름장을 놓고 떠나가자 페오페는 10년은 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이라면 저들하고 한판 붙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후우, 피곤해.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사지를 늘어뜨린 페오페의 비행이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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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일화의 술을 기다리고 있는 샤마인 73구역의 중앙 광장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메카족은 장치를 점검하고 노르족은 술법에 접목되는 마법들을 확인했다.
케르고인이 대상자들을 이끌고 리허설을 시작하자 시로네는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았다.
사람이 죽는 행사에 리허설이라니. 대체 천국의 신은 인간의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 것일까?
준비가 끝나자 대상자들이 가족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고 그중에는 카냐와 레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엄마! 엄마!”
레나의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용맹한 카냐조차 지금은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가련한 딸일 뿐이었다.
술법이 시작될 시간이 다가오자 카냐는 품에서 에피네스와 코르핀을 꺼냈다.
“이거 마셔. 도움이 될 거야.”
시로네는 카냐가 건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일화의 술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에 생각하자 더욱 마음이 무지근해졌다.
각성제와 신경안정제 따위가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아니, 사실은 모르겠다. 뇌까지 녹아서 거인이 되는 마당에 그들의 정신이 어떤 식으로 변형되는지 알 턱이 없었다.
어쩌면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부모에게 있어 자식이 구해다 준 약보다 용기가 되는 건 없을 테니까.
술법을 시작할 준비가 끝나자 신민들이 동상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퍼졌다.
페오페의 기억에서 봤던 풍경과 다를 바가 없었으나 다른 점이라면 대상자가 10명이라는 것이었다.
카냐에게 듣기로 일화의 술을 집행하는 자는 구역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수명을 계속 부여받았다는 뜻이니 신민 중에서 가장 충실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집행자는 케르고인이었다.
건장한 청년의 모습이었는데 나이는 백여든일곱 살이라고 했다.
케르고족에서도 귀족계급에 속하며 조만간 영생을 얻어 제3천 셰하킴으로 갈 예정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지금부터 일화의 술을 시행한다! 대상자들은 나오도록!”
10명의 대상자가 유리구슬로 다가갔다.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이상한 약물에 녹아서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찝찝하고 두려운 죽음이었다.
“엄마! 엄마!”
카냐가 달려 나가려는 순간 아버지가 붙잡았다.
분명 딸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어머니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모두가 비슷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대상자는 가족을 위해 미소를 짓고, 가족은 대상자를 위해 슬픔을 감춘다.
시로네는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화의 술이 신민들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사술을 인정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대상자들이 옷을 벗고 유리구슬에 들어갔다. 그런 다음 차디찬 유리 바닥에 앉아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시로네는 울분이 치솟았다.
대체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신에게 어떤 찬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살인이야. 용납할 수 없어.”
시로네는 마침내 내뱉고야 말았다. 어젯밤부터 수없이 고민한 끝에 내려진 결론이었다.
일화의 술을 막아야 한다.
그것이 살인이라는 걸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시로네는 동상으로 걸어갔다. 대상자들이 죽기 전에 술법을 중지시킬 생각이었다.
테스가 시로네의 손목을 붙잡았다.
“시로네, 기다려. 나도 화가 나. 하지만 여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야. 그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몰라도 인간의 생각일 뿐이야. 카냐의 어머니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어. 이런 식으로 죽임을 당하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돼.”
“그렇다고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일화의 술을 말린다고 해도 카냐 어머니의 수명은 오늘까지야. 애써 구해 봤자 우리만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어쩌면 카냐의 어머니는 오늘 죽지 않을 수도 있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일화의 술이 신민의 의심 속에서도 행해지는 이유는 라가 수명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늘 죽는다는 사실이 율법을 따르게 만든다.
하지만 시로네는 율법이 틀렸다고 말했다. 정말로 일화의 술에 오류가 있다면 신민들은 속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사기다. 그렇다면 상황을 바꿀 여지가 충분했다.
“생명의 연료를 주입하라! 일화의 술을 시작하겠다.”
집행자가 소리치자 케르고인이 분주해졌다. 일단 물이 차오르면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육체가 분해되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익사가 먼저였다.
케르고인이 장치에 다가가는 순간 시로네가 소리쳤다.
“기다려! 일화의 술은 용납할 수 없어!”
신민들의 시선이 시로네에게 집중되었다.
공터에 홀로 서 있는 그를 발견하는 건 쉬웠다. 하지만 언어를 모르기에 뜻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시로네는 아린을 돌아보았다. 통역을 해달라는 뜻이었다. 할 수 없이 아린이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시로네가 신중한 성격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그녀가 잘 알고 있다.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아린은 스피릿 존을 확장시켰다. 정신 계열의 마법사는 촉수형에 특화되어 있지만 대중을 상대할 때는 이렇듯 존을 넓히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없었다.
시로네는 조금 전의 말을 되풀이했다.
신민들의 머릿속으로 언어가 침투했다. 요정과 같은 능력이었기에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말에 담긴 의미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신민들의 눈빛에 적개심이 담겼다. 라를 숭배하는 행사를 악으로 간주한 것은 명백한 이단의 논리였다.
집행자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쏘아붙였다.
“네가 어떤 자격을 지녔기에 술법을 용납할 수 없다는 거지? 너는 신민이 아닌가? 부활의 기회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것인가?”
“나는 네피림이다.”
장내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원래의 세상에서도 그렇지만 이모탈 펑션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73번 구역에서 네피림이 모습을 드러낸 일은 최소한 저들의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집행자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여태까지 라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187세라는 나이는 그에게 훈장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런 훈장도 네피림의 앞에서는 명함조차 내밀 수 없었다.
네피림은 천사의 후예.
비록 율법에 관여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태생부터 신민과 다른 존재였다.
“네피림이…… 어째서 일화의 술에 거부감을 느끼는 거지? 이것은 신이 정한 율법이다.”
1. 신의 자비 (3)
“율법? 혹시 너희의 율법에 살인죄도 있나?”
“물론이다. 신민은 절대로 신민을 해할 수 없다. 만약 살인을 저지른다면 내정부의 판결에 따라 중벌을 받는다.”
“그렇다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뭐지? 율법에는 살인죄가 있는데도 일화의 술을 진행하는 이유가 뭐야?”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 하겠군. 정말로 네피림인가? 마치 이단 같은 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네피림이든 뭐든 상관없어. 나는 내 수명을 모르는 자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저들을 봐.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게 아니야. 이게 너희가 말하는 살인과 뭐가 다르지?”
신민에게서 비난이나 동조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신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느꼈을 모순이다.
일화의 술은 분명 불합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무도 거부하지 않은 이유는 수십만 년에 달하는 관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태까지 일화의 술로 거인이 된 사람은 셀 수가 없다. 누구나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 신민의 판단을 가로막고 있었다.
“라의 율법을 부정하는 자여, 우리는 거인에게서 태어났다. 일화의 술은 우리의 생명을 다시 되살리게 해 주는 신의 안배이다. 너라는 존재가 영원히 소멸되는 것을 원하는가? 신민들 중에 그런 자가 있다면 나오라. 내가 직접 그리해 달라고 고하겠노라.”
나서는 자는 없었다. 신민들이 오래 전부터 전승한 사실에 의하면 일화의 술로 만들어진 거인은 연옥을 여행하고 되돌아와 다시 각각의 개체로 분해된다.
죽는 것보다는 영원히 사는 게 좋다. 어쩔 수 없이 죽어야 한다면 다시 돌아올 여지라도 남기고 싶다.
그것이 생명이다.
라는 그런 방식으로 생명을 지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