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72
229 대 89.
의심하는 자의 비율이 절반이 넘으면 권위는 사라진다.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70카운트밖에 남지 않았다.
집행자가 소리쳤다.
“닥쳐라! 그 또한 율법의 원칙일 뿐이다! 우리가 라의 의지에 따라 영생을 얻거나 재생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이단의 논리로 신민을 조롱하지 마라!”
“율법이 아니야! 마법이다! 라의 능력이 무엇이든 마법에 관계되어 있다면 이들은 더 살 수 있어!”
마법이라는 말이 주효했다. 율법으로 일어나는 성스러운 현상이 단지 마법에 불과하다면 신의 위격 또한 인간의 기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더 살 수 있다는 거지? 증거라도 있나?”
신민의 무리 중에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기린은 그를 매섭게 돌아보았다. 방금 전에 의심하는 자의 카운트가 1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의 속성을 연구한 적이 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간은 상대적이야. 이곳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르게 적용된다고.”
신민 중에서도 시간을 연구하는 자들은 있었다. 노르의 마법사들과 메카의 광학자들이었다.
그들의 숫자는 아마도 6명 정도일 것이다. 222 대 96. 시로네의 말을 이해한 자들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게 어쨌다는 거지?”
“만약 수명을 부여하는 능력이 시간과 연관이 있다면 일화의 술 대상자들의 수명은 정확하지 않다는 거야. 수명을 40년으로 확정한다고 해도, 정확히 그 40년에 사망할 수는 없다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유동적이니까.”
“하지만 가설일 뿐이다. 만약 마법이 아닌 율법이라면, 우리는 재생의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가설이 아니야. 증명할 수 있어. 똑같이 10년을 삭감당했다고 해도 태어난 시간은 다를 거야. 그런데 어째서 일화의 술은 거기에 대해서는 조율을 하지 않는 거지?”
206 대 112.
앞으로 47명 남았다.
이기린은 유리구슬을 살폈다. 검은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육체가 분해되기 시작하는 것은 사망한 순간부터이니 익사자가 생기면 술법은 성공이나 다름없었다.
“몇 시간, 아니, 최소한 1초라도 더 살 수 있다면 일화의 술은 살인이야. 대상자들을 익사시키고 시체를 훼손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집행자가 눈을 부릅떴다.
“닥쳐라! 네 말이 옳다고 한들 무엇이 바뀌는가! 삶의 가치는 시간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1초를 더 살아 보자고 라를 부정하라는 말인가!”
“그 1초는 인생의 마침표를 스스로 찍느냐 마느냐의 1초야! 왜 그걸 생각하지 않는 거야!”
이기린은 여기에서 만회할 수 있다고 보았다.
243 대 75.
예상대로 믿음으로 돌아선 자들이 늘어났다.
시로네는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 인간에게 삶의 주도권이란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건 오로지 이득이다.
수명이 조금 늘어난다고 얻는 건 없다. 신민들은 훗날을 기약하며 기꺼이 일화의 술에 뛰어들 것이다.
저울의 수치를 증명하듯 신민들이 너도나도 시로네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젠장! 하마터면 속을 뻔했잖아! 결국 수명은 정해져 있는 거였어! 달라질 건 없었다고!”
“네피림이라고 사기나 치고 다닌 주제에 이번에도 헛소리를 지껄여? 1초라고? 고작 1초로 할 수 있는 게 뭐야? 너라면 무엇을 할 수 있지?”
1. 신의 자비 (6)
시로네는 부들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단위면적당 하중이 7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나 금강불괴의 정신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신민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리안처럼 거구라면 모를까 왜소한 시로네가 일어서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당신들은 신에게 목숨마저 내주잖아. 하라는 것은 뭐든지 하잖아. 그런데 고작 1초라고? 당신들에게 1초가 그렇게 하찮은 것이었다면! 그 신이라는 존재는, 자신을 믿어주는 자들에게 고작 1초의 자비도 베풀지 못하는 거냐!”
이기린은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었다.
159 대 159.
믿음과 의심의 비율이 정확히 동률을 이루었다. 하나의 카운트라도 더 떨어지면 권위는 사라진다.
리안의 움직임이 훨씬 가벼워졌다. 100퍼센트에 근접한 하중도 이겨 냈던 그라면 50퍼센트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하고 대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리안은 동상을 포기하고 검은 액체로 가득 찬 유리구슬을 두드려 댔다. 연거푸 내리치자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더니 물줄기가 새어 나왔다.
“제길! 제길!”
그럴수록 초조해졌다. 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양만 가지고는 대상자들의 익사를 막을 수 없었다.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켜보는 신민들이 침을 삼켰다.
이기린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약자의 편을 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기린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현혹되지 마라! 내 마음의 저울이 너희를 심판하고 있다! 여기서 의심을 품는 자가 있다면 내가 직접 너희의 수명을 50년씩 삭감할 것이다!”
권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공포가 신민들의 믿음을 곧바로 되돌렸다.
216 대 102.
그녀의 권위가 빠른 속도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중이 강해지자 시로네의 무릎이 다시 구부러졌다. 이를 악물고 버텨 보지만 불가항력이었다.
무엇보다 괴로운 사실은 신민들의 태도가 돌아서고 있다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시로네…….”
그 순간 카냐가 시로네에게 걸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어머니가 시커먼 물속에 잠겼으니 어떻게 제정신일 수가 있을까?
“정말로…… 살 수 있어? 엄마 말이야. 나와 레나, 아빠가 보는 앞에서 웃으면서 떠날 수 있어?”
신민들은 카냐와 유리구슬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웃으며 떠난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시간은 1초였다.
“당연하지. 어머니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야. 다시 만나서 웃을 수 있어.”
카냐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는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그저 엄마를 보고 싶었다. 아침에 봤던 엄마를 한 번만 더 만나고 싶었다.
“그럼 우리 엄마 좀 살려 줘, 시로네. 제발 엄마 좀 살려 줘. 싫단 말이야. 엄마가 거인이 되는 거 싫어.”
27 대 291.
이기린은 뇌를 강타하는 충격에 눈을 부릅떴다. 권위가 나락까지 떨어졌다.
헉 하는 신음이 토해지기도 전에 참칭의 대가가 발동했다.
수직으로 추락한 그녀는 땅바닥에 무릎을 찍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모두 가서 막아!”
하중이 사라지자 시로네 일행은 바닥을 갈듯이 발을 굴러 튀어 나갔다.
시간이 촉박했다. 아니, 이미 초과된 상태였다.
리안이 풀스윙으로 유리구슬을 박살 냈다.
에이미는 액체 탱크의 스위치를 껐다.
테스가 장치의 틈새에 세검을 찌르자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가족들이 달려와 깨진 유리구슬에서 대상자들을 빼냈다. 하지만 끈적끈적한 액체를 뒤집어쓰고 있어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신민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만약 죽었다면 분해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차마 참혹한 광경을 눈으로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족들이 액체를 벗겨 내기 시작했다. 점차 살색이 드러나고 눈과 코, 입술이 나타났다.
다행히도 분해는 진행되지 않았다. 엄마를 발견한 카냐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엄마, 엄마!”
액체에 녹아내리지는 않았지만 숨을 쉬지 않았다. 카냐의 아버지가 달려와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기도를 열고 위장을 압박하자 걸쭉한 액체가 역류하면서 엄마가 기침을 토해 냈다.
신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 순간만큼은 그들의 머릿속에 율법은 없었다. 하나의 생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기쁨만이 전부였다.
댕. 댕. 댕.
일화의 술이 끝나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중앙 광장에 경건한 정적이 흘렀다.
되살아난 대상자들은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종을 바라보았다. 율법상 그들의 수명은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아직까지 죽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2. 격동의 시대 (1)
종은 열두 번을 울렸다.
종소리는 중앙 광장에 모인 신민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그들은 신민이었고 라의 율법을 따르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부장님! 괜찮으세요?”
페오페가 이기린에게 날아갔다.
무릎이 으스러진 이기린의 모습을 보자 페오페는 죄책감이 들었다. 동료들이 싸우고 있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기린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까마득한 후배의 놀란 가슴을 달래주려는 듯이.
“괜찮다. 규정외식이 파괴되면서 발동한 대가야. 내가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너는 괜찮은 것이냐?”
“네.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다행이구나.”
페오페는 차마 이기린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도 핀잔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안위를 걱정해 주고 있었다.
언제나 대하기가 부담스러웠던 부장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기린은 심란한 눈빛으로 광장을 살폈다.
기울어진 동상, 박살 난 유리구슬,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치.
일화의 술이 완벽하게 부정당했다. 오늘은 천국에 파격적인 날이었다.
‘어쩌면 미로가 왔을 때보다 더 큰 여파가 미칠지 모른다.’
미로라는 여성은 금발의 소년에 비해 월등히 강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이 천국에 미칠 여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이제 어찌 될 것인가? 대격변의 시대가 오고 있다. 오늘을 기준으로 천국은 변할 것이다.’
페오페가 갑자기 이기린을 막아서며 싸울 자세를 취했다. 시로네 일행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기린은 앞으로 24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한다. 게다가 무릎까지 박살 났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번만큼은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저, 저리 가! 싸움은 끝났잖아! 그래도 덤비겠다면 내가 직접 상대해 주겠다!”
이기린이 페오페를 말렸다.
“괜찮다, 페오페. 나도 이 소년과 대화를 하고 싶구나.”
머쓱해진 페오페는 슬그머니 자리를 내주며 이기린의 옆에 섰다.
시로네는 쪼그려 앉아 최대한 눈높이를 맞췄다.
날아다니는 요정만 보다가 지상에 내려온 그들을 보자 비로소 크기를 실감했다.
정말이지 한 줌밖에 되지 않았다.
이기린은 꿀릴 것 없다는 듯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흥! 땅의 세상에서 온 아이야, 내가 졌다고 하여 신의 율법이 부정당한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요정 72계급의 중진일 뿐이니, 오늘의 승리가 너를 신격화시키지는 않을 것이야.”
“그런 건 상관없어. 나를 도와준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이기린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천국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장담할 수 없는 문제였다.
1명의 목숨이 10명의 목숨보다 하찮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1억이라면 어떠한가? 10억의 생명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미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천국에서 물러간 것이다. 다수를 위해 1명을 희생해야 하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그녀는 유일한 해답을 찾았다.
하지만 이 소년은 아니었다. 옳은 일을 행하는 데 효율을 따지지 않는다. 필시 인간의 생명에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사조였다.
극단적인 선.
일전에 아케인이 느꼈던 기분을 이기린도 느끼고 있었다.
“이곳을 떠나라.”
이기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너는 천국에 혼란을 초래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조차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니 떠나라. 한시라도 빨리 우리의 세계에서 사라져라.”
“하지만 우리는…….”
시로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쪽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일행은 놀란 표정으로 그곳을 돌아보았다.
제2천 라키아에서 섬광이 솟구치고 있었다. 거리로 계산해 봤을 때 엄청난 양의 에너지 방출이었다.
광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귀를 틀어막았다.
세계가 멸망이라도 할 것 같은 바이브레이션이 천공을 뒤흔들었다.
마치 송곳을 내리찍은 듯이, 적색 섬광이 광장의 한복판에 꽂혔다. 섬광이 사라지면서 빛의 날개가 갈기갈기 찢어진 천사가 나타났다.
이기린의 눈동자가 충격에 흔들렸다.
“타락천사 이카사……. 어째서 여기에?”
제2천 라키아는 타락천사들이 유배되는 장소였다.
제2천의 존재는 제1천의 출입을 허락받지만 타락천사가 신민의 영역에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때는 제6천의 거주자였던 그들의 자존심이 인간과 교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기린은 시로네가 심은 혼돈의 씨앗이 벌써부터 천국의 율법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하급천사 이카사. 신성한 일화의 술을 굽어보다가 난동을 확인하고 이 땅에 내려왔느니라.”
시로네는 몸의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
2미터가 넘는 키에 째진 눈초리. 한때는 천사였기에 아름다움은 남아 있었지만 예상과 너무 다른 기질이었다.
노르의 쉼터에서 봤던 천사가 찬란한 태양을 떠올리게 했다면 지금 나타난 천사는 저물어 가는 노을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네가 신을 부정한 자로구나. 가증스러운 것들. 자신들이 어떤 사랑을 받는 줄도 모르고 신을 능멸하는 어리석은 존재여.”
이카사는 증오를 담아 시로네를 노려보았다.
타락천사는 제2천의 존재, 따라서 영생을 얻은 제3천 셰하킴의 인간들보다 격이 낮았다.
거인이나 요정은 몰라도 인간보다 못하다니. 신은 어찌하여 인간을 이리도 아끼시는가?
2만 년 동안 품어 왔던 분노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신을 대신하여 너희를 심판하겠다.”
이카사의 성광체가 직경 1미터의 광륜으로 확장되었다. 거대한 빛의 고리가 레일이 되어 별처럼 반짝이는 빛의 입자를 가속시켰다.
이기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타락천사는 죄를 지은 탓에 대부분의 힘을 빼앗겼지만, 그럼에도 샤마인의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이카사 님! 안 됩니다! 타락천사가 광륜을 개방하면……!”
“호호호! 어차피 이단은 죽는다! 이 몸이 직접 처리해 주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이카사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에 시로네의 정신이 아득히 멀어졌다.
절대로 넘볼 수 없는 힘의 차이가 느껴졌다. 이건 아니다. 이런 존재가 세상에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시로네는 온 힘을 다해 돌아섰다. 슬로 마법에 걸린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었다. 폐에서 뿜어낸 공기가 아직도 목젖에 도달하지 않고 있었다.
마침내 소리를 낼 준비가 끝났을 때, 시로네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도망쳐!”
아린은 이미 메타게이트를 들고 장치를 작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1초는 너무나 길었다.
빨리! 더 빨리!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도 2센티미터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시로네의 뒤편에서 바람이 불었다. 아린의 손에 들려 있던 메타게이트가 마술처럼 사라졌다.
일행은 망연자실하게 멈춰 섰다.
아린의 곁에서 왼손을 허리에 얹은 이카사가 메타게이트를 눈앞에 들고 살펴보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빛처럼 빠르거나, 바람처럼 신속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빨랐다.
생물과 자연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속도. 그것은 그들이 탄생한 순간부터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2. 격동의 시대 (2)
초근거리에서 메타게이트를 빼앗긴 아린만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어 버린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옆에 타락천사가 서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표정이었다.
“흐음, 이거 메타게이트잖아? 신민에게도 사용이 금지된 건데. 이단 주제에 제법이네.”
이카사의 목소리를 들은 아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30미터 이상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메타게이트를 빼앗길 수가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고속으로 움직이는 상태에서 물체를 집었다는 건 육체의 힘만으로 가속했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