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9
사드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반박했다.
“특이하다기보다는 그저 밸런스가 잘 잡힌 거 아닌가요?”
시이나가 말했다.
“밸런스가 너무 잘 잡혀 있어서 특이하다는 거죠. 마법을 모르는 열일곱 살 소년이 직경 30미터가 넘어가는 스피릿 존을 가지고 있어요. 수렴형의 성향인데도 말이죠.”
“스피릿 존이 커질수록 밀도는 옅어지지. 하지만 이 학생의 밀도는, 그런데도 86.7퍼센트네.”
“기술적으로 밀도를 높이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긴 하지만, 이 아이는 순수한 정신력만으로 이 수치를 보인 거예요. 86.7퍼센트라면 산에서 수행하는 고승 정도의 정신적 안정도라고요.”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칭찬만 하자 비판적인 의견을 냈던 사드는 더욱 울컥했다.
“그래 봤자 학생 레벨에 불과해요. 아직은 더 지켜볼 여지가 많습니다.”
시이나가 차갑게 되물었다.
“학생 레벨이라는 게 무슨 말이죠? 여긴 학생들이 배우러 다니는 학교예요.”
사드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가 예쁘지만 않았어도 이런 모욕을 참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의 시선이 충돌하자 다른 교사들도 잠시 의견을 내는 걸 중단했다.
화염의 사드와 빙결의 시이나는 학교에서 유명한 앙숙이었다.
알페아스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어디로 배치했으면 좋겠나? 시로네 말일세.”
시이나가 바로 의견을 냈다.
“클래스 파이브면 적당하지 않을까요? 발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성향이 특이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드가 곧바로 반박했다.
“하지만 마법을 하나도 모른다잖아? 클래스 파이브에 올렸다가 괜히 우쭐해져서 사고만 치고 다닐 수도 있다고.”
“어떤 학생이 사드 선생님 같을 수는 있겠지만, 모든 학생이 그렇지는 않아요.”
“시이나! 참아 주는 데도 한계가 있어! 까놓고 말해 당신이 직접 관리하고 싶은 거잖아! 클래스 파이브는 당신이 전담하고 있으니까.”
“그게 왜요?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고 싶다는데 무슨 문제 되는 거라도 있나요?”
“욕심이 지나치다는 거야. 마법을 모르는 데다 스피릿 존의 변형도 불가능한 수준이야. 아무리 높게 쳐줘 봐야 클래스 세븐이 적당하다고.”
알페아스는 다른 교사에게도 물었다.
클래스 텐부터 차근차근 키우는 게 좋다는 말이 있는 한편 당분간 배치를 보류하고 지켜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올빼미를 닮은 교사가 중재안을 내놓았다.
“제 생각에도 클래스 세븐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초급반으로 보내자니 의욕이 떨어질 염려도 있고, 클래스 세븐이라면 스피릿 존의 기초 수업도 포함되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시로네가 정말로 재능을 드러낸다면 조기 진급도 가능할 테니까요.”
알페아스도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시로네의 반쪽짜리 재능을 완벽하게 만들려면 오히려 기초를 더욱 탄탄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그렇게 알고 배정하도록 하겠네.”
입학생 테스트가 끝났다.
***
클래스 세븐도 엄연히 고급반이라, 시로네는 같은 또래가 머무는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놀랍게도 개인실이었다.
귀족이 다니는 학교라서 지원금이 상상을 초과하기에 편의적인 부분만큼은 최대한 보장을 해 주는 편이었다.
오젠트 가문도 올해부터 후원이 들어갔기에 시로네 또한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방은 남자 기숙사 707호였다.
다른 귀족에게는 성에 차지 않겠지만 시로네가 살던 오두막의 거실만 한 크기였고, 침대며 책상이며 하나같이 고급스러웠다.
벽면에 책장이 있었는데, 당연히 텅 빈 상태였다.
안내해 준 직원에게 물어보니 수업은 오후 5시면 끝나고 이후부터는 자유 시간이라고 했다.
주말을 제외하면 외출은 금지지만, 사실 부지가 워낙에 넓기 때문에 대부분의 편의 시설들은 학교에 전부 갖추어져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각자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고, 일정 숫자 이상의 회원이 모이면 지원금도 나온다.
도서관은 총 네 군데로 24시간 개방되고, 기한만 지킨다면 책을 빌려 가는 권수도 큰 제약을 받지 않았다.
시로네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직원은 마지막으로 허가되지 않은 마법에 대해 말해 주었다.
실험실을 제외하고는 일과 이후에 마법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특히나 외도 마법을 연구하는 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징계를 받는다고 했다.
외도 마법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네크로맨서의 시혼술이 있고, 개중에는 안티매직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로네는 안티매직이 금지 마법인 이유를 물어보았으나 직원은 모른다는 대답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
“흐음, 그렇다면…….”
시로네는 침대에 누워 앞으로를 계획했다.
아직 연구회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평민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그 외에도 자신이 어떤 분야에 적성이 맞는지 아직 알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다녀야겠다. 2년 동안 역사만 공부했으니 이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해야 해.”
시로네는 자신 있었다. 그것을 위해 온갖 호기심을 억누르며 세운 지식의 척추가 아니던가.
이제부터는 미친 듯이 지식을 섭렵하는 일만 남았다.
천장을 통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들리자 시로네는 잠에서 깨어났다.
“벌써 아침이네.”
에테르 공명이라는 마법을 통해 전해지는 소리는 음악을 전공한 학생이 직접 연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명곡이라도 레이나와 함께 연주했던 순간에는 미치지 못했다.
문득 오젠트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잘 지내고 있을까? 리안도 자신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몸단장을 끝낸 시로네는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남녀가 유별한 기숙사에서 식당은 유일하게 함께 자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시로네는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일 테지만, 조용한 식사야말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성향 때문에 한때는 산꾼의 아이들에게서 소심하다고 놀림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시로네와 비슷한 성향의 학생들이 많았고, 음식을 포크로 먹건 손으로 먹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남녀 문제는 별개라서 시로네의 외모는 여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에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라 시로네는 도망치듯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시간표대로 교재를 챙겨 방을 나서자 책의 무게로 어깨가 아플 정도였다.
고급반 초입인 클래스 세븐부터 본격적으로 마법을 익히기에 공부해야 할 학문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 탓이었다.
수업은 당연히 어려웠다.
예습 복습이 철저한 귀족에 비해 시로네가 알고 있는 지식은 한정적이었다.
그나마 따라갈 수 있는 이유는 얕고 방대한 지식, 즉 지식의 척추를 세웠기 때문이다.
‘내 판단이 옳았어.’
그렇게 앞으로 배울 학문의 종류를 뼈대 위에 분류하며 시로네는 수업에 집중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에는 스피릿 존을 수련하는 통합 수업이었다.
클래스 세븐부터 클래스 포까지, 고급반 280명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너도나도 인사를 나누었고 훈련장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선배님, 저번에 도와주신 덕분에 시험을 잘 치렀어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여기요! 제가 자리 맡아 놨어요!”
처음에는 친구끼리 수다를 떠는 줄 알았던 시로네는 대화를 듣고 선후배라는 것을 직감했다.
나이가 더 있어 보이는 사람이 어린 학생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같은 고급반이라 해도 엄격하구나.’
공인이든 비공인이든 사회에 나가면 마법사의 급수에 따라 직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실력에 비례해 선후배 간의 장벽이 철저했다.
물론 어제의 후배가 오늘의 선배가 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테지만, 선배들은 후배를 하대하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였다.
‘역전은 거의 없다는 건가?’
시로네는 클래스 하나를 추월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간접적으로 느꼈다.
스피릿 존의 교사는 공인 6급의 마법사인 로미 에텔라라는 사람이었다.
나이는 고작해야 20대 중반쯤 되었을까?
갈색 머리를 소박하게 묶고 커다란 안경을 썼는데, 교사의 위엄을 느낄 수 없는 순한 인상이었다.
“자, 여러분. 오늘 새로운 학생이 고급반에 들어왔어요. 시로네, 일어나서 인사하세요.”
모든 학생이 시로네를 향했다. 그중에는 당연히 에이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머, 에이미! 저 남자애, 어제 봤던 그 애 아니야? 이름이 시로네인가 봐.”
친구가 호들갑을 떠는 와중에도 에이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낯이 익을 정도로 인상이 강렬한데도 시로네라는 이름은 처음이었다.
클래스 파이브의 후배가 끼어들었다.
“선배님도 아세요? 이번 신입생인데, 곧바로 클래스 세븐에 배치됐다고 하더라고요. 소식통에 의하면 선생님들이 꽤나 주목하고 있다던데.”
“그 말을 들으니 더 마음에 드네. 어느 가문의 도련님일까? 성은 뭔지 몰라?”
그 순간 에이미가 소리쳤다.
“이런 제기랄!”
이토록 험한 말을 내뱉은 건 처음이기에 친구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에이미,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어두운 감수성에 젖어 있던 시절, 돌이켜 보면 정말 멍청했던 흑역사에 무려 종지부를 찍은 장본인이었다.
‘그래, 재능은 있었지. 하지만 평민일 텐데. 어떻게 마법학교에 들어온 거지?’
시로네가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아리안 시로네입니다. 클래스 세븐에서 함께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이 박수로 환영했다.
선배는 후배가 들어와서 좋고, 여자는 남자가 들어와서 좋았다.
하지만 개중에는 아니꼬운 눈길도 있었다. 장차 경쟁자가 될 사람에 대한 적개심이었다.
신입생에 대한 모두의 파문을 뒤로하고 에텔라가 수업을 시작했다.
“자, 여러분. 스피릿 존이란 무엇일까요?”
“마법사의 정신요.”
“맞아요. 스피릿 존은 정신을 형태화시킨 것이죠. 최초의 형태는 구체입니다. 집중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하지만 실전에서는 구체의 형태가 비효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에텔라는 ‘이미지 존’이라는 마법 장치로 들어갔다.
입학 테스트를 받았던 곳처럼 매끈한 바닥 위에 동심원을 가진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바닥이 사라지고 시커먼 공간이 나타나자 에텔라는 마치 떠 있는 듯 보였다.
그 상태에서 직경 10미터 정도의 스피릿 존을 펼치자 놀랍게도 형태가 눈으로 보였다.
‘이게 말로만 듣던 이미지 존이구나.’
정신을 현실로 구현하다니.
최고 수준의 마법공학과 엄청난 거금이 들어가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장치였다.
하지만 스피릿 존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수업의 성취도는 월등히 높아진다.
알페아스 마법학교가 왕국의 5대 명문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마법을 배우다(4)
에텔라는 스피릿 존에 들어간 사람답지 않게 편안하게 걸음을 옮기며 설명했다.
“자, 이것이 스피릿 존의 기본형입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구체의 영역을 활용할 기회는 별로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죠.”
에텔라가 손가락을 튀기자 20미터 떨어진 곳에 둥근 표적이 떠올랐다.
“직경 10미터의 스피릿 존으로는 저 표적에 마법적 효과를 부여할 수가 없죠. 직접 이동하거나, 스피릿 존의 크기를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형태를 바꾼다면 이런 방법도 가능합니다.”
스피릿 존의 크기가 균등하게 줄어들더니 표적이 있는 방향으로 길어지기 시작했다. 부피는 같지만 형태를 변화시켜 거리를 늘린 것이다.
“이렇듯 정신을 통제하면 스피릿 존의 형태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이렇게…….”
에텔라가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파이어.”
마치 실에 연결된 듯 불꽃이 빠르게 날아가 20미터 거리의 타깃을 불태웠다.
시로네는 물론 클래스 세븐으로 처음 진급한 학생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순한 외모라서 조금은 우습게 봤던 에텔라의 인상에 비로소 무게감이 서렸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죠.”
신입생들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의 시연이 안 좋은 예시였다는 충격 때문이었다.
“스피릿 존의 형태는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를 다투는 실전에서 매번 형태를 바꾸어야 한다면 그것 또한 비효율적일 겁니다. 따라서 마법사는 몇 가지 형태를 패턴화시켜 사용합니다. 그것이 바로 스피릿 존의 네 가지 패턴, 즉 사방식입니다.”
여태까지 스피릿 존 하나만을 훈련해 왔던 시로네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방식의 첫 번째로는 방어형이 있습니다.”
에텔라의 스피릿 존이 와짝 조여들더니 20개의 삼각형 면을 가진 입방면체로 변했다. 전보다 투박한 느낌이지만 멀리서 보면 구체에 근접한 형태였다.
“방어형의 기본은 입방체입니다. 정신적 프레임을 짜서 골격을 만드는 것이죠. 프레임이 많을수록 내구력이 강하며 최대한 많은 숫자의 아군을 보호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다음은 공격형입니다.”
에텔라의 스피릿 존이 더욱 줄어드는가 싶더니 수십 개의 가시 형태로 뻗어 나갔다.
“공격형은 흔히 별 모양이라고 부릅니다. 중심 면적을 줄이는 대신 전방위에 걸치는 가시 형태의 스피릿 존으로 타깃을 포착하죠. 이런 형태라면 표적의 위치를 잡기 쉬울뿐더러,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도 유용합니다. 다음은 타깃형입니다.”
스피릿 존이 에텔라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어 나가며 십자가 형태로 바뀌었다.
“타깃형의 기본은 십자가입니다. 사방식 중에서 단일 부피 가장 긴 사거리를 가지며, 공격형보다 화력은 떨어지지만 표적을 정밀 포착할 수 있죠. 마법사를 중심으로 스피릿 존을 회전시키며 타깃을 정합니다.”
손가락을 튀기자 수많은 표적들이 나타났고 에텔라가 예리한 눈초리로 그것들을 살폈다.
“측방 45도. 파이어.”
회전하는 십자가가 표적들을 붙잡을 때마다 불꽃이 쏘아졌다. 전후좌우 동시다발적으로 튀어 나가는 불꽃은 마치 뒤에도 눈이 달린 듯 오차가 없었다.
“타깃형에서 숙달해야 할 것은 스피릿 존의 회전속도입니다. 극단적으로는 최고 사거리를 가진 일자형 스피릿 존이 있으나 스나이퍼 전공이 아닌 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법사가 스피릿 존의 중심이 아닌, 직선 형태의 끝에 위치하기 때문에 방향 전환이 무겁기 때문이죠. 즉, 타깃에 마법을 적용하기까지 딜레이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사방식의 세 가지 형태를 시연한 에텔라가 안경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이탈형이 있습니다. 스피릿 존의 중심을 마법사의 육체 바깥으로 이탈시키는 기술이죠.”
시로네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피릿 존이 마법사의 정신이라면 구심점은 당연히 뇌였다. 이는 마치 뇌를 밖으로 꺼내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에텔라가 편한 자세로 말했다.
“시범을 보여 드리죠.”
잠시 후 스피릿 존이 구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초가 지나자 구체의 장막이 에텔라의 몸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시로네는 경악했다.
지금 저 스피릿 존의 중심에는 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이것이 이탈형입니다. 사방식 중에서 특수한 형태로써, 스피릿 존이 몰아일체라면 이탈형은 물아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 거리가 멀수록 존의 크기는 줄어들며, 이탈형 특화 마법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어려운 방식이죠. 하지만 사방식 중 가장 기민하게 스피릿 존을 움직일 수 있고 발동 또한 즉시적입니다.”
중지로 안경을 올린 에텔라는 마지막으로 사방식의 연속 변환을 보여 주었다.
입방면체로 깎였다가 별 모양으로 튀어나오고, 십자가로 퍼졌다가 구체로 되돌아오더니 육체를 이탈해 주위를 빠르게 휘돌았다.
“우와아아아!”
엄청나게 빠른 변환 속도에 클래스 세븐의 학생들은 비로소 깨달았다, 눈앞의 선생님이 그냥 어리바리한 순둥이가 아닌 공인 6급의 마법사라는 것을.
“자, 이제 앞으로 여러분은 지금 본 사방식을 수련하게 될 것입니다. 네 가지의 형태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거죠. 그럼 지금부터 클래스별로 연습을 하겠습니다.”
학생들이 차등 수업을 하는 가운데 에텔라가 클래스 세븐으로 와서 설명했다.
“가장 먼저 익힐 것은 방어형이에요. 마법사는 성향에 따라 잘하는 분야가 특화되어 있지만, 방어형만큼은 꾸준히 갈고닦는 게 좋습니다. 혼란한 전장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고, 안티매직에도 저항할 힘이 생기니까요.”
시로네는 교내 주의 사항을 떠올렸다. 직원은 모른다고 했지만 의문은 여전했다.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아, 저기, 질문해도 되나요?”
“후후, 얼마든지 질문하세요. 설마 질문해도 되냐는 게 질문은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