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00
“효율적인 건 사실이에요. 액티브 스킬은 두 가지 마법을 동시에 시전할 수 없는 약점이 있죠. 이루키야 더블 스피릿 존이니 논외로 치지만요. 헤이스트를 시전한 상태에서 윈드 커터를 날리는 사비나를 보세요. 다른 학생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결과를 내고 있어요. 아케인에 배운 카니스와 아린도 패시브 스킬을 다루고 있고요.”
“하지만 시이나 선생님, 우리 학교에서는…….”
“오해하지 마세요. 바슈카의 방식에 찬성하는 건 아니니까. 전국의 학생들이 어째서 저들에게 열광하는지 알아 두고 싶은 거예요.”
시이나가 안경을 올리며 이천번의 구석을 가리켰다.
“어쨌거나…… 액티브 스킬로도 똑같은 결과를 내는 학생도 있으니까요.”
사드는 시로네 일행을 돌아보았다. 골렘 부대로 구성된 패키지 7번을 상대하고 있었다.
라이트닝 볼트, 아토믹 봄, 포톤 캐논이 꽂히는 중이었는데 액티브 스킬의 특성상 좌충우돌하는 장면도 있지만 나름대로 합을 맞추는 모습이 대견했다.
무엇보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점이 좋았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요절복통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실전주의와 학교라는 단어가 정말로 어울리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으아, 힘들어. 이제 그만하자.”
네이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파된 골렘의 시체가 흙을 흡수하더니 일어서기 시작했다.
패키지 7번을 열어 주고 자리를 피한 에텔라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물론 에텔라는 뛰어난 교사다. 하지만 기계치인 것만은 분명했다.
리셋 기능을 켜 놓고 자리를 비우면 어쩌란 말인가?
“팔찌를 풀자. 그 방법밖에는 없겠어. 에텔라 선생님 너무해.”
“잠깐 기다려 봐. 한 가지 해 보고 싶은 게 떠올랐어.”
시로네의 말에 네이드와 이루키가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러면서도 시로네가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궁금했다. 한 패키지를 혼자 소화시키려면 레이저로 지지거나 포톤 캐논 연사밖에 없을 듯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예상은 빗나갔다.
시로네가 빛의 구체를 띄우자 그곳에서 황금빛 사슬이 물줄기처럼 뽑아져 나왔다.
천국에서 터득한 샤이닝 체인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마법의 등장에 학생들의 시선이 시로네에게 집중되었다.
단테도 이번만큼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시로네는 선두의 골렘을 샤이닝 체인으로 묶었다. 타부마저 으스러뜨린 장력이니 흙 골렘 정도는 단숨에 부술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는 전부 해치울 수가 없었다.
사슬에 묶인 골렘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회초리처럼 빠르게 흔들리며 다른 골렘들을 땅으로 처박았다.
쿵! 쿵! 쿵! 쿵!
아무리 덩치가 커도 원질은 흙이다. 같은 중량으로 두들기자 골렘들은 힘조차 써 보지 못하고 땅으로 찌부러졌다.
학생들은 넋을 잃은 채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게 도대체 무슨 마법이야? 어떻게 하면 저런 마법을 익힐 수 있는 거지?”
“이모탈 펑션이라서 가능한 거겠지. 정말 엄청나네.”
시로네 일행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 클로저와 사비나는 이를 갈았다.
갖은 묘기를 선보여서 17번 패키지를 클리어했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단테마저도 시로네를 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같은 빛의 마법사로서 충격적이었다. 광자라는 속성은 결합도 힘들지만 조형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한 가지 재주는 있다는 건가?’
이천번이 소란스러워지자 에텔라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네이드가 팔짱을 끼고 눈을 흘겼다.
“선생님…….”
“어머,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다른 패키지 해 줄까요?”
에텔라는 마스터 팔찌를 만지며 쩔쩔맸다.
그 모습에 시로네는 맥이 풀렸지만 존경하는 그녀도 못하는 게 있다는 사실에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그냥 꺼 주세요, 제발.”
골렘이 일어나는 소리만 들어도 토할 지경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시로네 일행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이천번을 벗어났다.
단테가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프랙탈인가?”
잠시 생각하던 시로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광자 조형술로 복잡한 형태는 불가능하니까.”
“그렇군. 괜찮은 방법이야. 대단한데?”
“하하, 고마워.”
“하지만 틀렸어. 너의 방식에는 심각한 단점이 존재해.”
네이드가 인상을 팍 구겼다.
여태까지 시로네는 수많은 난관을 이겨 냈다. 실전을 거듭하며 진화한 능력에 단점이 있을 턱이 없었다.
“언로커의 전지는 인정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게 문제야. 아직 패시브 스킬은 익히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서는 밸런스가 맞지 않아.”
이루키가 반박했다.
“공격 마법, 방어 마법, 지속 데미지 마법, 구속 마법까지 갖췄어. 도대체 무슨 밸런스가 안 맞는다는 거야?”
“성향만 보자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전부 비싼 마법들이야. 얼마나 전투를 경험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가지고는 1시간도 싸울 수 없어. 내 말이 틀렸나?”
생각지도 못한 말에 시로네는 눈을 깜박거렸다. 확실히 1시간을 넘긴 전투는 없었다.
이루키도 그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성향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육식동물이 초식동물보다 오래 뛰지 못하는 이유는 약해서가 아니다. 짧은 시간에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다면 지구력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었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수비보단 공격이 훨씬 유리하지. 5분, 10분도 아니고 1시간이야. 대부분의 마법 전투는 그 안에 끝나게 된다고.”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하긴, 이제 와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지. 의견을 말한 것뿐이야. 참고로 내가 가장 오랫동안 혈투를 벌인 시간은 10시간 27분이거든.”
스프린터에 가까운 시로네의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말이었다.
10시간 27분의 혈투. 그것은 분명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마법의 세계에는 단거리 경주만 있는 게 아니니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두고 단테는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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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존 수업은 한가로웠다.
한 달 전만 해도 고급반의 수준을 가늠하는 실전의 장이었으나 타깃이나 맞히는 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에 비해 훨씬 지루한 일이었다.
클래스 포의 학생들도 예전만큼 의욕적으로 점수를 올리려들지 않았다.
보다 못한 에텔라가 학생들을 모아 놓고 핀잔했다.
“여러분, 사방식을 수련하지 않으면 실력을 높일 수 없어요. 기본을 충실히 갈고닦아야 사냥도 더 잘하게 되는 법이에요.”
“괜찮은 일 아닌가요? 왕립 마법학교의 선진 교육에 적응한 거겠죠.”
“단테 군도 이제는 엄연히 알페아스 마법학교의 학생이에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은 삼가도록 하세요.”
에텔라가 평소답지 않게 과격한 발언을 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학생들은 여전히 지루한 얼굴이었고 하루빨리 이천번 수업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로네는 달랐다. 근래 그를 불타오르게 하는 분야는 이천번이 아니라 리프팅이었다.
아타락시아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비결이 리프팅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4. 전투 시뮬레이션 (7)
헤일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모탈 펑션을 무한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하지만 완벽한 원의 개념을 얻은 이상 두 번째부터는 메커니즘을 간소화시킬 여지가 충분했다.
리프팅 타깃은 정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정신이 절대안정을 유지한다면 타깃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 무한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고서 완벽한 원을 그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때부터 시로네는 정상적인 리프팅 훈련 대신에 타깃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한 달이 지나자 조금씩 성과가 나타났다.
반발력 최대인 타깃이 스피릿 존에서 고요하게 떠 있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했다.
이모탈 펑션을 통해 완벽한 원의 감각을 깨달은 시로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생들은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지만 어째서 저런 훈련을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클로저가 말했다.
“한 달 전부터 계속 저것만 하고 있군. 그래 봤자 10초도 못 버티면서.”
사비나도 질세라 한마디를 보탰다.
“수도승도 아니고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마법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야?”
시로네의 위에 떠 있는 타깃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정신의 변화가 조금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마치 뇌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은 정상적인 인간이 허용할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금강태의 경지에 오른 시로네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로네도 10초 이상을 버티지 못했다. 결국 타깃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스피릿 존 밖으로 날아갔다.
단테가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조금 더…… 커진 것 같은데.”
“응? 뭐가 커져?”
“스피릿 존. 저번보다 더 커진 것 같아.”
클로저와 사비나도 다시 시로네를 살폈다. 눈으로 보기에도 확실히 저번보다 커졌다.
“설마. 스피릿 존을 그렇게 쉽게 키울 수 있으면 세상에 대마법사 아닌 사람이 없지. 보통은 고행을 하거나 깨달음을 얻어서……. 응? 깨달음?”
사비나는 자신의 말에서 깨달았다. 마법사도 각성을 하지만 순수한 정신체인 스피릿 존은 오히려 구도의 마음과 관련이 깊었다.
카르시스 수도회의 비숍인 에텔라가 왕국에서 이름난 조너이기도 한 이유였다.
사비나의 예상은 정확했다.
금강태의 경지에 오른 시로네는 정신을 확장시키는 한계가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완벽한 원을 계속 돌리다 보니 엄청난 속도로 스피릿 존이 강화되고 있었다.
클로저와 사비나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비하의 말을 퍼붓는 와중에도 단테는 묵묵히 시로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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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번 수업 시간이 돌아왔다.
에텔라, 시이나, 사드, 3명의 교사가 수업을 주관했고 이제는 학생들도 당연한 듯이 받아들였다.
시이나가 대표로 나서서 수업을 진행했다.
“오늘부터 대인 전투를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전술훈련과는 맥락이 다르니 통제에 잘 따라 주세요.”
대인 전투는 전술훈련과 다른 점이 꽤 많았다.
우선 강력한 마법 교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게이지가 훨씬 빨리 줄어든다. 즉, 안티매직의 강도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패시브 스킬에 한해서는 사람에게도 밀림 판정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대표적인 사고 사례가 순간 이동을 시전한 두 마법사가 중간 지점에서 서로 충돌하는 경우였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가상의 현실이라도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3명의 교사가 참관하는 이유도 대인 전투의 위험성 때문입니다. 우선 오늘은 첫날이기 때문에 실습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지원자가 있으면…….”
“제가 하겠습니다.”
작심하고 오늘만을 기다린 보일이 손을 들었다.
“좋아요. 그럼 보일의 상대로는…….”
“선생님, 상대도 제가 지목해도 될까요?”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는 건 좋지 않기에 거절하려고 했으나 보일은 이미 도전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단테가 황당한 듯 자신을 가리켰다.
“나? 지금 나랑 하자는 거야?”
“그래. 여태까지 잘난 척을 했으니 빼지는 않겠지? 네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실력으로 증명해 봐.”
하자고 덤비면 못할 것도 없지만 전국 1등의 위치라는 것은 개나 소나 도전한다고 받아 주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렇게 나를 꺾고 싶어? 무슨 일이 있어도?”
“착각하지 마라. 고급반의 1등은 엄연히 나고 도전은 네가 하는 거야. 그러니 올라오는 게 어때? 네 썩어 빠진 인성을 개조해 주지.”
“하하하! 멋진 말이네! 그럼 이건 어때? 지는 쪽이 이긴 사람에게 무릎을 꿇고 졌다고 말하는 거야.”
에텔라가 말했다.
“단테, 이건 엄연히 수업의 일환으로…….”
“괜찮습니다. 하게 해 주세요, 에텔라 선생님. 오히려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보일이 간절한 눈빛으로 요청했다. 클로저에게 얻어맞은 기억은 평생의 수치였다. 오히려 만회할 기회가 생겨서 고마울 지경이었다.
대결이 성사되자 시로네는 단테가 보일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궁금했다. 광자 계열에는 공격 마법이 없다. 물론 단테 정도면 다른 계열의 마법도 익혔을 테지만 그는 분명 자신을 샤이닝 보이, 빛의 마법사라고 말했었다.
시로네가 생각에 잠긴 사이 보일과 단테는 이천번 실습장에서 50미터 정도 거리를 벌리고 대결을 기다렸다.
대인 전투에서 초반 거리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일단 전투에 들어가면 갖은 변수가 난무하지만 시작은 반드시 서로를 마주보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열식을 전개시켜 선제타격을 하는 게 관건이었다.
물론 소환 마법사는 다른 마법사들과 성향이 다르기에 초반 전술 운용에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선제타격을 포기하고 최대한 빨리 소환수를 불러 상대방의 공격을 수비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단테가 선포하듯 말했다.
“소환수부터 꺼내고 여유롭게 시작하자고. 나도 초장부터 호들갑 떠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보일은 단테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싸우기도 전에 거짓말을 해서 뒷말을 남길 여지를 만들 것 같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초반에 수비적일 수밖에 없는 소환 마법사의 입장에서는 이득이었다.
“그러고 싶으면 그러든지. 나는 내 스타일대로 할 테니까.”
심리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말에 족쇄를 채울 수 있는 대답이었다.
단테는 여유를 잃지 않았지만 난감하게 눈썹을 긁적였다. 온실 속의 화초인 줄 알았더니 나름대로 머리를 굴릴 줄 아는 놈이었다.
‘소환 마법이라. 확실히 저건 까다롭지.’
소환 마법사는 상사相思라고 불리는 독특하고 어려운 전지를 통해서 소환수를 불러낼 수 있다.
소환 마법을 배우는 마법사가 최초로 소환시키는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것을 도플갱어라고 부르는데, 여기까지 성공하면 도플갱어가 제3의 존재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갖게 되는 셈이다.
무언가를 소환한다는 말은 무언가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그것이 바로 상사였고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 번째는 각인 단계라 부르는 것으로, 오감 전부를 사용해서 소환할 대상을 관찰한 다음 이미지를 머릿속에 새기는 과정이다.
소환수의 외형을 완벽하게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소환 마법사들의 관찰력은 일반인의 범주를 까마득히 초월한다.
대표적인 훈련으로 배치법이라는 게 있다.
길이가 1밀리미터씩 차이나는 막대기 30개를 무작위로 섞은 다음 1분 안에 길이 순서대로 배열하는 훈련이었다.
두 번째는 공감 단계라 부르는 것으로, 소환할 대상의 행태를 연구하여 완벽하게 파악했다는 확신을 갖는 과정이다.
방대한 지식으로 해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함께 생활하면서 특성을 느끼는 편이다.
어떤 생물이건 격리된 장소에서 1년 이상을 같이 지내다 보면 그 생물에 대한 특성이 각인되게 마련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생물일수록 반응은 단순해지고 클리어도 쉽다.
세 번째는 소멸 단계로,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
각인시켰던 대상을 죽여 실체를 지워 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대상이 현실에서 보인다면 소환 마법사는 그것을 도플갱어를 통해 구현시킬 수 있다.
반드시 죽여야 할 필요는 없다. 관건은 ‘절대로 다시 볼 수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 상태가 강화될수록 소환수의 선명도는 강화된다.
오랜 세월 공감대를 형성한 대상을 죽인다는 건 끔찍한 기분이지만 살려 두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었다.
일례로 한 여자 마법사가 치유 마법을 시전하는 오포이라는 몬스터를 소환수로 삼으려다가 소멸 단계에서 주저했다.
결국 오포이를 마물 수집가에게 팔아넘기는 식으로 소멸 단계를 클리어했지만 5년 뒤 어떤 경로를 통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오포이 소환 능력을 잃어버렸다.
소환수는 상사의 수준에 따라 10티어에서 1티어까지 구분하는데, 마법협회의 리서치에 의하면 최하급인 10티어의 종류는 13,872종이지만 1티어에 등재된 소환수는 고작 3종이다.
1티어 소환수 중의 하나로 언데드 몬스터계의 대마법사인 리치가 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중동의 대마법사 줄루라는 여성이 거느리는 소환수인데, 이 사실이 퍼지고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소멸 단계를 클리어하려면 존재를 지워야 하는데 리치는 사망할 능력을 잃은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줄루 자신이 직접 리치가 되었고 단지 도플갱어를 소환한 것뿐이라는 얘기도 돌지만, 그녀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정확한 사실은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